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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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을 통해 처음 만난 탐정 매튜 스커더. 사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라면 레이몬드 챈들러의 소설 속 필립 말로처럼 뭔가 비정하고 고독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800만 가지 죽는 방법> 속의 매튜 스커더는 달랐다. 비정함과는 거리가 먼 재치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여느 하드보일드 소설과는 다른 따뜻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물론 그가 다루고 있는 사건은 논외로 삼는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 이후에 소식이 뜸해서 잊어먹을 지경이었는데 오랫만에(무려 4년만에!) 매튜 스커더가 <무덤으로 향하다>로 돌아왔다.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오후. 장을 보러 간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네 마누라는 우리가 데리고 있어"라고 용건만 말하고 끊어버린 남자. 그들은 몸값으로 백만 달러를 요구하고, 남편인 캐넌 코리는 40만 달러를 마련해 그들에게 몸값으로 건넨다. 하지만 정작 그가 돌려받은 것은 참혹하게 토막난 아내의 시체. 분노에 휩싸인 마약거래상인 캐넌은 경찰에는 신고하지 못하고 자신의 형의 소개로 사립 탐정 매튜 스커더에게 이 사건을 의뢰한다. 가장 중요한 단서인 시체는 벌써 화장시킨 상황이고 남은 것은 범행의 특징뿐. 초범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 매튜는 비슷한 범죄를 찾기 시작하고 작은 단서를 하나씩 하나씩 모으기 시작한다. 

  이 책 속의 사건은 여느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참혹하다. 장을 보러 간 아내가 토막난 시체로 돌아온다는 것도 그렇지만, 범인들이 이전에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자칫하면 선혈이 낭자한 핏빛 하드보일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이를 매튜 스커더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중화시킨다. 이전 시리즈에서 "내 이름은 매트고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매튜는 알코올 중독자답게 술 때문에 꽤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근 2년이라는 시간동안 알코올 중독 치유 모임에 나가서 그런지 이제는 제법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 같았다. 술 앞에서 고민하는 매튜를 보는 것도 이 시리즈의 하나의 즐거움이었지만, 그래도 술도 끊고 연애전선에도 이상이 없는 매튜의 모습을 보니 왠지 '짜식,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더 기분이 좋았다. 

  CSI를 많이 봐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처음에는 '시체만 있었더라도 증거를 찾아서 잡는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시신이나 어떤 물질적 증거도 없었기 때문에 좀 느리긴해도 갖가지 에피소드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주로 발로 뛰고, 경찰 인맥을 이용하는 아날로그적인 수사가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왠지 과학수사로 해결되는 하드보일드는 상상이 안됐기에 내게는 느릿한 수사가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혹 뭔가 현대적인 냄새가 나는 수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콩 브라더스의 해킹도 있어 1920~30년대의 올드한 느낌뿐 아니라 2000년대의 새로운 느낌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수사 방식도 구미가 당겼지만, 그보다 마치 만담을 하는 듯한 매튜와 티제이의 대화, 전직 매춘부인 매튜의 애인 일레인과의 사랑 이야기 등 매튜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었다.

  1976년부터 2005년까지 16권이나 되는 시리즈가 나왔지만 이제 겨우 두 권이 소개된 매튜 스커더 시리즈. 어떻게 매튜 스커더처럼 매력적인 탐정을 그냥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이럴 때면 짧은 영어실력에도 원서라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 매튜를 다시 만날 수 있을 날이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더 늦기 전에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범행만은 비정하지만 등장인물만은 사랑스러운(물론 범인은 제외!) 하드보일드 매튜 스커더 시리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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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9-07-1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이 소개되었고 백정들의 미사는 예전 고려원에서 나왔더랬습니다.
매트 스커더 좋은 탐정인데 번역이 잘 안되서 안타까워요 ㅜ.ㅜ

이매지 2009-07-13 12:06   좋아요 0 | URL
백정들의 미사는 보려고 했더니 절판됐더라구요 ㅠ_ㅠ
흑. 아쉬워요 ㅠ_ㅠ

비연 2009-07-1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출판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크답니당..ㅜㅜ

이매지 2009-07-13 21:40   좋아요 0 | URL
저두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