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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광 ㅣ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무슨무슨 수상작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이다. 이제는 워낙 수상작들이 많이 쏟아져나와서 예전만큼 100프로 만족하는 경우는 없지만, 이 책만큼은 100프로, 아니 110프로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줬다. 예전에는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재미가 없으면 과감하게 중간에 접었던터라 그렇게 끝을 못 보고 "안녕~"했던 책이 많았던지라 이 책이 주는 재미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겉표지와 속표지에서 남자의 표정이 다른 것처럼 이 책은 겉보기와 그 실체가 달라 반전이라면 반전이 담긴 11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읽기 전에는 <나폴레옹광>이라는 장편인 줄 알았는데 읽기 전에 목차를 보고서야 단편집이라는 걸 알고 살짝 망설였다. 내가 간만에 읽고 싶었던 건 긴 호흡으로 읽어갈 수 있는 장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아쉬운대로 이거라도 읽지 뭐. 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첫번째 이야기인 <나폴레옹광>을 읽고는 정신없이 이어지는 단편들도 읽어갔다. 작품 간에 길이와 작품의 질에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헉!'하고 놀래키거나,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핏빛이 낭자하는 책보다, 보이지 않는 생물체에 대한 책보다 더 공포스럽고, 더 긴장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대놓고 무섭다기보다는 왠지 등 뒤에서 누가 찬바람을 부는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를 느끼며 읽었다.
아쉽게도 <뻔뻔한 방문자>나 <딱정벌레의 푸가>의 경우에는 결말이 뻔한 느낌이라 아쉽긴 했지만, 그 외에 작품들, 예를 들어 나폴레옹광에 대한 이야기인 <나폴레옹광>이나 남자때문에 회사의 공금을 횡령한 딸때문에 유괴 사건을 벌이는 아버지의 이야기인 <사랑은 생각 밖의 것>, 수록된 단편 중에서 가장 공포물에 가까웠던 임신한 아내의 건강하고 튼튼한 이에 담긴 비밀(?)에 관한 이야기인 <이>, 점점 색기가 흐르는 아내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인 <그것의 이면> 등은 정말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사실상 이 작품으로 아토다 다카시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 이제서야 아토다 다카시를 만난 게 안타까울 정도로 만족했다. 이전에 <시소 게임>이나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와 같은 책에 대한 호평을 들었을 때 읽었더라면 좀 더 빨리 이 작가를 알게돼서 즐거웠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뭐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시소게임>과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도 어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