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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는 고양이다 - Goo Goo the Ca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누도 잇신 감독도 좋아하지만 우에노 쥬리가 나와서 보게 된 영화. 주인공으로 코이즈미 쿄코를 비롯해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카세 료, 그저 웃기는 개그트리온 줄 알았던 모리삼중(모리산츄) 등 나름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반가웠다.

키치죠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순정만화 작가인 아사코가 13년간 동거동락했던 고양이 사바를 잃으며 시작된다. 사바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아사코는 한동안 작품활동도 하지 못한 채 슬픔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코는 용기를 내서 펫샵에 찾아가 새로운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고, 구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구구는 아사코가 사바에게 가졌던 애정까지 담뿍 받으며 아사코와 생활하게 되고, 구구의 존재로 아사코는 다시 창작을 시작한다. 하지만 다시 생활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생각되는 순간 아사코는 병에 걸리게 되는데...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고양이가 주인공이 아닐까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작 영화 속에서 고양이는 주인공 아사코의 정신적 안식처쯤으로 그려질 뿐 생각보다는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간간이 고양이가 화면에 잡힐 때는 너무 귀여웠지만.) 사실 그동안의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들이 그러했듯이 이 영화도 기본적으로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유명 만화가지만 미혼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사코. 그녀의 주변에는 어시스턴트들이 항상 있지만 아사코의 고독을 위로해주는 것은 고양이 뿐이다. 하지만 그저 만화만 그리며 만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고 했던 그녀는 사바의 죽음으로 어떤 변화를 겪고, 구구를 키우게 되면서 구구에게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작은 문을 만들어준다. 그저 갇혀서 자신만의 세계에 살았던 아사코(혹은 사바)가 작은 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아사코(구구)가 된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이런 시도는 암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아사코가 성장(?)해가는 모습만 그렸더라면 오히려 좋았을텐데, 중간 중간 오버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예를 들어 아사코를 응원하기 위해 치어리딩하는 장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뭐 생각해보면 이런 비슷한 장면은 기존에 이누도 잇신 작품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 것 같아서 아쉬웠다. 중반까지는 괜찮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살짝 안드로메다행. 지금껏 본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 가운데 가장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번쯤 반려동물을 키워본 이들에게는 옛 생각에 잠기게 해줄 것 같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