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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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들은 기본적으로 재미는 있지만 다 읽고나면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랬기에 이 작품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흥미롭게 읽어갔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겪는 일들이라 더 친근하면서도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랄까. 물론 기존에 평범한 탐정이라고 내세웠던 <이름 없는 독>과 <누군가>의 스기무라 사부로가 있지만, 그는 아무래도 대기업 회장 사위였기 때문인지 역시 조금은 별나라 사람으로 보였기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헌책방 주인인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의 이야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와 손톱>을 읽어가며 본 <유월은 이름뿐인 달>의 경우에는 예전에 <판타스틱>에 소개된 바 있는데 그 때 못 읽었기에 더 반가웠다.

  책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친구의 죽음으로 엉겁결에 친구의 헌책방을 이어가게 된 주인공 이와. 하나 뿐인 배은망덕한 손자 미노루의 도움을 받으며 그럭저럭 헌책방 운영에도 적응하고 있던 그의 앞에 이런저런 사건들이 등장한다. 똑같은 책을 잔뜩 남겨놓고 갑작스럽게 죽은 아버지의 생활에 대해 추리하는 남자를 만나기도 하고, 언니의 실종사건과 자신의 스토커를 연관짓는 인물을 만나기도 하고, 아동 학대 사건을 만나기도 하는 등의 다른 사람과 관련된 일들도 있지만 손자인 미노루의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도 등장한다. 주인공도 등장인물도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왠지 이웃이나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또한, 이와 씨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명석한 머리보다는 세월의 관록에서 나오는 것이라 그런지 더 흐뭇한 느낌이 들었다. 동네에서 자주 뵙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절로 떠오르는 느낌.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무던한 전개로 인해서 어떤 긴장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미소를 머금게했지만, 사건 자체만 본다면 너무 밍밍한 느낌. 다른 단편집에 비해서는 따뜻함이 감돌아 좋았지만 역시 미미여사의 단편은 뭔가 아쉬운 느낌. 아쉬운대로 이와 씨를 혹여 장편에서 만날 수 있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바랄 뿐. 이 책 덕분에 <이와 손톱>을 읽게 된 게 오히려 더 큰 성과가 아닐까 싶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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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4-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오래된 작품이라고 해서 사지 않았는데,이매지님 글 보니 역시 읽어야하나...하는 생각이.

이매지 2008-04-06 13:20   좋아요 0 | URL
기대보다는 아쉬웠지만 다른 단편집에 비해서는 괜찮았어요 :)

다락방 2008-04-0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어야겠어요. 마구 읽고싶어졌어요. 흣.

이매지 2008-04-08 22:44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보시면 실망하실 듯 싶지만
조손 간의 정을 느끼기엔 좋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