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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별다른 배경 지식없이 그저 이 책에 대한 찬사를 듣고는 마침 읽을 책도 없는데 한 번 읽어볼까하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이 벌써 2007년의 일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낯선 중국 인명 때문에 더듬더듬 읽어갔고,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비교적 심드렁하게 읽어갔는데 인명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갈등도 드러나기 시작한 중반 이후부터는 빠른 속도로 읽어갈 수 있었다. 초반에는 꽤나 고생스러워서 완독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던 책인데 다행히 완독할 수 있었던 책. 하지만 완독의 기쁨보다는 중국의 현대사가 남긴 상처와 그 속에 담긴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면 '문화대혁명'이 아닐까 싶다. 그 때문인지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도 많이 등장한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 또한 문화대혁명을 겪고,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지식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 속에서는 마르크스와 휴머니즘이 계속하여 등장한다. 휴머니즘은 수정주의의 산물이라고 여기는 인물들, 그리고 한 편에는 마르크스와 레닌도 휴머니즘을 고려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인물들. 이들의 첨예한 갈등이 이 소설의 하나의 중심축이다. 이런 중심축을 둘러싸고 자신의 진짜 의견을 숨긴 채 당의 의견에, 권력에 복종하는 이들과 이들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깨어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딱딱한 내용만 담겨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높이 평가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20년 간 서로를 사랑해왔지만 엇갈린 운명 때문에 함께 할 수 없었던 허징후와 쑨위에가 등장하기에 이야기는 소설로서의 재미를 갖게 된다. 휴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허징후와 당의 서기로 일하는 쑨위에는 이념적으로는 같은 노선을 취할 수 없는 사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좋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이념이 같음을 확인하고, 조금씩 서로의 애정을 확인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독자에게 마르크스와 휴머니즘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중국현대사를 잘 알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설 그 자체의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들의 철학적인 대화들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렵게 읽히는만큼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많은 것을 남겨주지 않을까 싶다. 어렵게 읽었기에 완독했을 때 뿌듯하기도 했던 작품.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념을 고수할 수 있는 있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 이 책을 보면서 나 자신답게 사는 것,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