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본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들이 대체로 밝은 분위기라 그런지 사실 이 드라마도 꽤 밝은 분위기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이 드라마는 신파물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이런 류의 드라마는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사실 이런 소재는 흔해서 그런지 달리 슬프다는 느낌없이 그냥 밍밍하게 봤던 드라마였다. 

 

 유명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슈지. 오토바이를 타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가던 중 차 밖으로 갑자기 손을 내미는 여자와 하마터면 부딪칠 뻔한다. 어쩌다보니 그 여자와 같은 도서관에 가게 되고, 그 때까지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차 밖으로 내리는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기에 상황은 좀 미묘해진다. 알고보니 그 여자는 슈지가 가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던 쿄코. 병으로 두 다리를 못 쓰지만 성격만은 밝고 명랑하다. 이후 도서관에서 자주 티격태격하며 정이 든 두 사람. 그렇게 서서히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어가고 교제를 시작한다. 하지만 곧 쿄코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진단을 받게 되고, 두 사람의 아름다웠던 날들은 서서히 끝나가는데...

  겉으로 보기에 쿄코는 밝고 활당하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런 그녀가 세상에 대해 당당한 모습을 취하는 슈지를 만나 조금씩 변해가고, 그렇게 서로를 조금씩 의지해가며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루성 멜로물처럼 아예 대놓고 눈물을 자아내는 드라마는 아니고, 잔잔하게 조금씩 가슴을 적셔오는 드라마

  개인적으로는 역시 이런 류의 드라마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드라마를 끝까지 봤던 건 조연으로 나온 배우들이 좋았기 때문. 얼마 전에 본 <케이조쿠>의 와타베 아츠로가 쿄코의 다소 주책맞은 오빠로,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본 미즈노 미키가 쿄코와 함께 일하는 사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 커플의 이야기도 꽤나 코믹해서 극의 재미를 더해준 듯 싶다. 초반에는 슈지의 미용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미용사가 슈지를 모함하고 그의 공을 빼앗는 모습 등 다소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소가 있었지만 이건 뭐 어느새 흐지부지되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에는 아예 조력자까지 되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식의 대사가 나오는데 그 대사를 통해 이 드라마의 성격을 잠깐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장애우들의 상황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들었던 드라마.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본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 가운데서도 가장 평점이 낮지 않을까 싶다. (기무라 타쿠야의 다른 드라마들이 너무 재미있었던 건가?!) 나름 이런 식의 연애물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더할나위없는 작품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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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9-0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래도 마지막 즈음에 가서는 하염없이 울었던 드라마인데요..;;;
저도 저 오빠로 나오는 와타베 아츠로가 인상깊었어요. 이 사람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즘 '모래그릇' 보고 있슴다..좀 음침해요..;;;

이매지 2007-09-03 23:04   좋아요 0 | URL
전 눈물이 메마른건지 어지간한 드라마나 영화보고는 잘;;
저도 와타베 아츠로 좋아요! ㅎㅎㅎ
이번에 드라마 시상식할 때도 왔던데 사진이 참 엄하더군요 ㅎㅎ
모래그릇은 그야말로 내내 음침하죠?
전 이거 보고 안티크 봤더니 기분이 확 풀렸어요 ㅎㅎ

비로그인 2007-09-0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 작품은 왜 못봤을까나요~

이매지 2007-09-06 18:53   좋아요 0 | URL
이 드라마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랑은 뭔가 안 맞아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시는 새초롬너구리님의 연구자료로 어떨까요? ㅎ

비로그인 2007-09-07 20:07   좋아요 0 | URL
음, 그러니까 이매지님 (심각). 새초롬너구리의 이미지를 좀 바꿔볼까 생각중이예요. 너무 사랑얘기만 하니까 말이죠. 스스로도 참 적응이 안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