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 집안의 자제이자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윤서. 하지만 그는 반대파에게 된통 당하고 온 동생의 모습을 접하면서 차마 상소 한 번 올리지 못하는 겁쟁이다. 그런 그가 어명때문에 조사를 하다가 우연히 난잡한 책을 접하게 되고 거기에 빠져 심지어 자신이 직접 그런 책을 쓰는 데까지 이른다. 이왕 음란소설을 짓는 김에 1인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집안의 숙적인 의금부 소속의 광헌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제안을 한다. 마침내 손을 잡은 두 사람. 그들의 음란에 점차 박차를 가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영화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였다. 겉으로는 정숙해보이는 양반들 속에 있는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 <스캔들>에서 관능이나 욕망을 중심으로 영화를 이어갔다면 이 영화는 적당한 음란과 코믹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선시대를 현대적으로 읽어가는 과정들이 있었기에 영화는 사극이라도 퓨전사극같은 느낌을 줬다랄까.

  유교적 덕목, 선비의 덕목에 사로잡혀있고, 앞에 나서거나 반항을 해본 적이 없는 윤서. 그에게 음란소설은 억압된 자아의 배출구였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소설때문에 윤서는 예전이었다면 손도 못 댔을 왕의 여자 정빈과 사랑을 나눈다. 갖고 싶은 것은 꼭 가져야 하는 정빈, 소심하지만 글을 위해서 그녀와 대범한 사랑을 시작하는 윤서. 그들의 사랑은 아슬아슬 줄타기처럼 이어져간다.


  <음란서생>은 그 배경이 조선시대일 뿐이지 사실 어느 시대에 갖다 놔도 말이 되는 이야기이다.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그것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도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영화는 어떤 사료적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심지어는 왕이 등장하나 어떤 왕인지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꿈꾸는 거 같은 거, 꿈에서 본 것 같은 거, 꿈에서라도 맛보고 싶은 것'을 난잡한 소설을 통해 나타낸 윤서. 그것은 그저 그에게 있어서 금지된 사회에 대한 단 한 번의 반항이 아니었을까. 일탈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고 영상미도 예쁘긴 했지만 이야기의 연결이 건너뛰는 감이 없지않은 점과 별 거 아닌 음란도는 아쉬운 감이 들었다. 이런 사극이라면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정도.


-2006년 5월 21일에 본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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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7-29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정... 참 고운...^^;;

Kitty 2007-07-29 0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너무 오랜만에 본 한국영화라서 왠지 얼떨떨했다는 ^^
남자애들이랑 보러가면서 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야하지는 않아서 안도했었던 기억이 ^^

무스탕 2007-07-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유쾌하게 본 영화에요. 의상도 이뻤고 양반들을 비춘 새로운 시각도 참신했고요.

이매지 2007-07-2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사초님 / 소위 꽃미녀는 아니지만 매력있죠? ^^
키티님 / 제목에 비해서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던 것 같아요.
무스탕님 / 진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