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폭염


열대야와 높은 습도로 인해 밤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불편을 겪고 있다. 열대야를 피해 에어컨이 있는 후배들 집 중 하나로 피난갈까 하는 생각을 한밤 중에 해봤다가, 아니 이런 카드는 예비로 남겨뒀다가 좀 더 더워지면 써야해 라고 생각하고 참았다. 새벽에 땀에 젖어 깨서 회전하던 선풍기를 상체 쪽으로 고정시켜 두고 잠들었다가 다시 두어시간 후에 깼다. 바람이 계속 얼굴 쪽으로 불어와 체온이 너무 식었나보다. 다시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리고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누운 후에야 다시 잠이 들 수 있었다.


뉴스에 나온 기상 전문가의 말처럼 올해는 이례적으로 장마 가운데 폭염이 나타나서 습도도 높고 온도도 높은 매우 불쾌한 상황이 벌어졌다. 평소 우리나라는 장마가 물러간 이후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아직 장마가 미처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중간에 폭염이 나타나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이것도 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마의 양상이 바뀐지는 꽤 되었다. 마치 열대 지방의 스콜이라고 부르는 국지성 호우처럼 좁은 지역에 아주 많은 양의 비를 퍼붓고는 금방 사라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곤 한다.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징조 중에 하나일 것이다.


늘 주변인들과 대화할 때나 기후위기 강의를 할 때, 지금이 인류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위기 상황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1980년대부터 지금 2020년대까지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종종 어르신들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면 듣고 있던 어르신들이 모두 이 대목에서 아주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거꾸로 가게 될 것이다. 어제 정부 에너지 정책을 요약한 자료를 읽었는데, 한숨이 나오는 수준을 넘어 뭐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멍청한 자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지, 또 이렇게 어이없는 정책을 만든 인간은 어떤 인간일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머리가 아팠다. 선거일 다음날 개표 결과를 보자마자 예상은 했지만, 환경운동가로서 에너지 문제 활동가로서 참 어려운 시절을 살게 될 것 같다.


극심한 근육통과 고질적인 관절 통증


지난 일요일과 화요일 좀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 하필 월요일부터 여기저기 관절 통증도 더 심해졌다. 관절염은 대개 날씨와 연관이 있어서 어르신들이 무릎을 짚으며 비가 오려나 하면 정말 비가 온다는 것도 의학 논문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나처럼 긴 시간 관절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장마 기간이 무척 힘들 수 밖에 없는데, 앞서도 말했듯이 올해는 장마가 오다가 말고 더위에 주춤한 상태로 가끔 국지성 호우를 퍼붓다가 말다가 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차라리 예전처럼 깔끔하게 딱 2주 비를 퍼붓고 물러가면 좋으련만.


암튼 관절통증과 겹쳐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에 며칠간 좀 극심한 근육통을 겪었다. 특히 거의 겪어본 적 없던 허리와 등쪽 근육통은 일상의 별 것 아닌 작은 동작들조차 힘들고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침대가 없는 우리집은 바닥에 두터운 요를 깔고 자는데, 바닥에 누워 있다가 일어서는 동작과 방으로 들어와 이불에 눕는 동작을 하려면 허리와 등 쪽 근육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정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올 정도의 통증을 느낀다. 


안그래도 더위와 높은 습도로 잠을 잘 못자는데, 근육통에 관절 통증까지 겹쳐 고통스럽고 불편한 여름을 지내고 있다. 다행히 금요일인 오늘은 근육통도 관절 통증도 한결 가벼워졌다.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근육통은 내일쯤 거의 사라질 것 같고, 관절 통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주말동안 비가 그치고 폭염이 다시 심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면 적어도 주말동안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조금 덜 아프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사람은 이렇게 간사하다. 늘 아프다가 조금 덜 아픈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다니.


SNS의 효용


누군가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가끔 몇십분씩 아무 생각 없이 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면 확실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나는 각종 SNS 사용 빈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게시물은 거의 올리지 않고, 남들이 올린 게시글을 주욱 훑어보는 수준으로만 이용하는데, 자주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한번 볼 때마다 조금 길게 보는 경향은 있다.


다만 나는 각 SNS의 특성에 맞게 딱 용도를 정해두고 쓰는데, 특히 페이스북은 발 빠르게 정보를 얻거나, 내 활동 영역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한 통로로 꽤나 유용하기 때문에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접속해 살펴본다.


아까도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산탄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바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외신 기사를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아직 이 정보가 한국 언론에는 본격 유통되기 전이었다.


또 나는 SNS를 통해 책 소식도 자주 접한다. 그 중에는 신간 소식이 제법 많다. 알라딘에 접속하지 않아도 몇몇 출판사의 신간은 책 출간 이전에 알 수 있다. 가끔 대표나 편집자들이 작업 중인 책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고,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 시안에 대해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또 몇몇 믿을만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알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어제 나는 [이야기와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프랑스 혁명] 책을 추천하는 글을 보았다. 대학 시절부터 프랑스 혁명은 늘 내게 관심 주제였다. 이 책은 꼭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가 오늘 장바구니에 담는다. 















주말 동안 더위가 심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고민을 하고 있다. 그냥 집에서 견딜 것인가. 아니면 아껴뒀던 카드 하나를 꺼내 쓸 것인가. 암튼 오늘 오후만 무사히 보내면 주말이다. 유난히 힘든 한 주였던만큼 이번 주말에는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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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7-08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십니다. 기후와 환경은 tipping point 를 넘어간 것 같아요 전쟁 할 시간에 전지구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텐데 현실은 더 큰 전쟁이 올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22-07-10 12:36   좋아요 1 | URL
티핑 포인트를 이미 넘어갔다는 생각을 저도 가끔 합니다. 물론 남한테 말 한 적은 없고 그저 혼자 생각만. 입 밖으로 말하는 순간 너무 우울해 질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7-0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어제 초중등학교 예산 빼서 대학으로 돌리겠다는거 보고 너무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오는....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로 하자는 거 아직도 콧방귀도 안뀌면서, 예산 축소라니 말이죠. 정책이 있는거 같지도 않은데 그나마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정책들은 뭐 따져보기도 전에 말이야 빵구야 하게 되니 참 어이가 없네요.
감은빛님 건강을 위해서 이번 주말은 유난히 습하고 더울 거 같으니 아껴둔 카드를 하나 빼서 쓰시는걸 추천합니다. ^^

감은빛 2022-07-10 12:3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기사 보고 어이가 없었어요. 아직은 어린 아이가 하나 있어서 신경이 쓰이네요. 참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이 제정신이지 의심이 가게 만드는 것들이네요.

안그래도 카드 하나 썼어요. ㅎㅎ 덕분에 시원한 주말을 보냈네요.

희선 2022-07-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기후변화를 바로 느끼기도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을 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군요 한사람 한사람이라도 조금씩 뭔가 하면 괜찮을지... 지구온난화는 정부가 앞장 서야 많은 사람이 그걸 할 텐데... 이번주도 비가 오다 그치고 습도가 높네요 오늘은 잠시 쉬던가, 날씨 들으니 소나기 오는 곳도 있고 내일부터 전국에 장맛비가 온다고 하더군요


희선

감은빛 2022-07-18 13:1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고, 개인적인 실천도 많은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상황이죠. 엄밀히 말하면 기업들 이득 챙겨주느라 기후위기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한심하죠!
 

벌레들의 습격2


지난 토요일 아침에 벌레들의 모습을 보고 좀 놀라서 글을 썼었다. 그날 정말로 온 동네에서 난리가 났었던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민원에 대한 언급과 그 벌레에 대한 정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구청에서 알림톡을 발송했다. 민원이 많아서 곧바로 방역에 나선다고 했다. 방역이라고 하면 소독약을 뿌린다는 얘기. 아니나 다를까 동네 곳곳에서 소독을 시작했다고 증언이 올라왔다.


그런데 사실 소독약을 뿌리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소독약은 살충제이고, 모든 곤충은 살충제에 계속 노출되면 내성이 생긴다. 재작년과 작년 대벌레 사태 때에도 무차별적으로 살충제를 엄청 뿌렸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내성만 키웠다.


일단 이 벌레의 정체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흔히 사랑벌레라고 불리는 이 벌레는 파리과의 곤충으로 학명은 플레시아 니어크티카라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Lovebug) 성충의 생존 기간은 3~5일이며, 그 기간 내내 암수가 붙어있어서 영어로 러브 버그라고 불린다고. 우리 눈에 띄는 모습도 대개는 암수가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엄청나게 많은 수가 한번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문제이지, 딱히 사람을 물지도 않고 다른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짝짓기를 마친 후에는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땅 속에 알을 낳고 죽는데, 한번에 300개 가량을 낳는다고 한다. 이 알들이 부화하고 애벌레 시기에 땅 속에서 활동하면서 무기물들을 분해하는데, 그 활동이 생태적으로 이롭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미국 플로리다 등의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너무 많은 개체수가 한번에 나타나서 창문이나 유리에 달라붙어서 공포감을 준다고. 특히 운행 중인 차량의 앞 유리창에 수백마리가 달라붙어서 운전을 못할 정도라고. 


이 벌레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이 올해 처음인데, 앞서 말했듯이 한번에 300개 가량의 알을 낳는다면 앞으로 점점 더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토요일 당일 곧바로 여러 방송사의 뉴스에서도 언급이 되던데, 방충망도 소용없이 막 들어온다고 하더라. 다행히 우리집은 상대적으로 방충망이 촘촘해서 그런지 막 집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사실 어떤 벌레라는 걸 인지하고 그 특성을 파악한 후니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겨도 이제는 그날 아침처럼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성충의 활동 기간이 겨우 5일 이내라고 하니 이미 수명이 다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살충제를 뿌리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자꾸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 트랩을 활용했다고 하더라.


폭염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었다. 애초에 일기예보는 월요일인 오늘 비가 올 거라고 했었는데, 비는 안오고 엄청나게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어제 일요일과 오늘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버티는 일은 좀 힘들었다. 어제는 찬 물에 샤워를 두 번 했다. 이왕 샤워를 할 거니까 좀 더워도 운동을 하고 씻었다. 그런데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어도 한 시간만 지나면 금방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간밤에는 더위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 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조금 걱정이 된다. 다행히 정말 너무 더워서 못 견딜 것 같은 날에는 에어컨이 있는 후배들 집으로 피신할 수 있다. 재작년과 작년에도 두어번 그렇게 도움을 받았다. 올해도 한 후배가 어차피 본인도 에어컨을 켜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더위라면 혼자서 켜는 것 보다는 둘이 있을 때 켜야 죄책감이 덜하니 자기 집으로 퇴근하라고 하더라. 고마웠고 또 든든했다.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니 그 대안을 생각하며 더위를 더 잘 버텨보리라 마음 먹었다.


뉴스에서 올해 첫 폭염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라고 했던가? 암튼 더위에 몸쓰는 일을 하다가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잠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의식을 잃었다가 결국 돌아가신 거라고 들었다. 


지난 토요일에 쓴 벌레 글에 우리 집이 동네 뒷산 자락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이 집에 5년째 살고 있는데, 단 하루도 주위에 공사 현장이 없었던 날이 없었다. 그러니까 매일 집 주변 어딘가에서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짓고 있었다는 얘기. 지금은 5곳의 공사현장이 있다. 평소에도 늘 2~3곳은 있었다. 어딘가가 공사를 마치면 또 어딘가에 공사를 시작한다.


이 더위에도 공사현장에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더라. 어휴! 또 어디선가 누군가가 폭염으로 인해 건강을 잃거나 돌아가시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기후위기 교육을 할 때마다 강조하지만, 자연 재해중에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재해가 바로 폭염이다. 태풍이나 홍수보다 더 크다. 그리고 폭염의 피해는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에어컨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쾌적한 에어컨 밑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밖에.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무조건 더 크게 폭염의 피해를 입는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온실가스는 지난 산업혁명 이후로 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배출했는데, 정작 지금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쪽에 40도 이상의 온도가 지속되면 적어도 수백명씩 온열질환 사망자가 생긴다. 폭염은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재앙이다.


아까 낮에 한창 더울 때는 사무실에 혼자여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좀 있다가 다른 동료가 들어왔다. 동료는 둘이니까 에어컨을 켜자고 했고, 나도 간신히 버티던 중이어서 동의했다. 지금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지만,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집안은 찜통일 것이 분명하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느라 땀에 흠뻑 젖을테고, 더우니 가볍게 샌드백을 조금만 치다가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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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스에 러브버그 얘기가 나오는 그 동네 살고 계시는군요. 갑자기 저렇게 벌레가 무더기로 나오면 저는 기겁할듯요. 그런데 또 소독이 대안이 아니니 참 같이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보통 여름 초반에 이렇게 더우면 한여름은 오히려 좀 나아지는 경우도 많던데 올해는 어쩔지... 진짜 너무 무더워서 오전에 걷고 오면 땀으로 목욕을 하는 수준이네요. 어쨋든 이렇게 더울수록 체력 관리해야 합니다. 건강하게 이 여름을 견뎌 보아요. ^^

감은빛 2022-07-07 15:47   좋아요 1 | URL
네, 우리 동네는 몇 해 전부터 뉴스에 벌레떼 문제로 유명했어요.
재작년과 작년에는 대벌레 급증으로 인해 2년 연속 뉴스에 여러번 나왔어요.
올해는 이미 저 러브버그로 한 번 나왔는데,
조만간 대벌레까지 나오면 3년 연속에 올해 여름 두 번째 뉴스 출현이겠네요.

더워도 너무 덥네요.
아직 장마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하니,
장마가 끝나봐야 얼마나 더 더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yamoo 2022-07-07 1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창 나오는 벌레떼 뉴스가 러브버그더라구요. 이 벌레가 해충은 아니라서 그나마 안심입니다만, 보기에 좀 거시기하더라구요. 벌레가 너무 많으면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뤼..

사무실에 혼자 근무하시는가요? 정말 좋으시겠어요. 저도 혼자 근무하는 환경알아보았는데, 거의 없더라구요..ㅜㅜ

감은빛 2022-07-07 15:59   좋아요 1 | URL
토요일 아침에 제가 깜짝 놀란 이유가 수백마리의 벌레 사체 때문이었지요.
이게 무슨 나쁜 징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우리 일터에는 평소 3명이 일해요.
그런데 3명이 모두 함께 있는 날은 별로 없구요.
시간대에 따라서 1~2명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혼자 있는 날도 있지요.

얄라알라 2022-07-0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연히 제목에 낚여 읽은 기사에서는
유능한,촉망받는 21세 여성 파일럿이 모기에 물려서 급사망하게 된 비극.

지구가 뜨거워지면 전염병균, 벌레들...감당 못하는 의외변수들이 등장할 것 같아요

감은빛 2022-07-10 12:34   좋아요 0 | URL
모기가 일부 전염병을 옮기기는 하지만, 모기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은 처음 듣네요.

코로나 팬데믹 같은 전 지구적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본 적이 있어요. 인생 뭘까 싶은 그런 이야기죠.
 

장면1.

아침에 집을 나서서 계단을 내려와 1층 건물 현관을 도달했는데, 바닥에 온통 시꺼먼 벌레들 사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대충봐도 수십마리. 일단 여기까지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늦기 전에 빨리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손잡이를 잡은 손에 뭔가가 만져졌다. 역시 벌레 사체였다. 윽! 이번만큼은 신음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손을 빼고 사체를 털어냈다. 손에 액체가 묻어있었다. 얼른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맙소사! 이번에는 수백마리의 동일한 벌레 사체가 입구에 흩어져있었다. 이게 뭔 일이지? 간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이 집에 5년째 살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동네 뒷산 중턱이라 벌레도 많고 각종 새 울음 소리도 잘 들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지간한 등산 코스처럼 느껴지는 집이지만, 이렇게 수백마리의 벌레가 하얀 디딤돌 위에 흩어진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 이게 혹시 무슨 자연현상의 전조 현상은 아닌지 조금 불안했으나 더 늦기 전에 움지여야 할 상황이라 일단 걸음을 옮겼다.

장면2.

경사가 급한 골목길을 걸어 내려가는데, 왼쪽 무릎과 발목에 약한 통증이 느껴졌다. 여기저기 온 몸의 관절에 통증이 옮겨다니는 증상이 나타난지도 6년째 정도 되는 것 같다. 이런 관절로 이 동네에 사는 건 무척 괴롭고 힘든 일이다. 오르막길을 올라 돌아오는 길은 그래도 괜찮지만, 내려가는 일은 무릎과 발목에 부담을 줘서 절뚝거리거나 뒤뚱거리며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매번 누군가 뒤에서 날 보면 참 우습겠다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내려간다.

그러는 와중에 골목 오른쪽 한 신축빌라 현관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윽!˝, ˝어우씨!˝ 등의 감탄사를 내뱉으며 펄쩍 뛰는 모양새로 현관을 나섰다. 왜 그러나 싶어서 봤더니 그 신축빌라 현관에도 수백마리의 벌레가 죽어 흩어져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우리집 현관에서 본 놈들과 같은 놈들이 아닐까 싶었다. 그 젊은 남성은 진절머리를 치며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갔다. 우리집은 바로 뒤가 산으로 오르는 입구라 벌레가 그렇게 많은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이 집은 골목을 조금 내려온 위치라 여기에도 이렇게 많은 벌레가 있다니 좀 이상하다 싶었다. 하얀 디딤돌 위에 새까만 벌레 사체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우리집처럼 수십년 된 낡은 빌라가 아니라 최근에 지은 신축빌라라서 더욱 눈에 잘 띄었다.

장면3.

이번엔 내리막길을 완전히 내려와 차도를 건너 평지의 골목길을 한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일방통행로 한쪽으로 인도가 있어서 인도를 걷고 있었는데, 연세가 무척 많아 보이는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 두 분이 길 가에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두 분 중에 허리가 조금 덜 굽은 분이 손에 싸리 빗자루를 쥐고 바닥을 쓸고 계셨는데, 그 동작이 좀 힘이 없고 어설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두 분의 대화가 얼핏 들렸는데, 건물 현관 입구에 웬 벌레들이 떼로 죽어있어서 이게 뭔 일이냐고 말씀을 나누는 거처럼 들렸다.

내가 두 분 곁을 지나친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정확히 그 내용을 유추하기는 어려웠지만, 확실히 들은 몇몇 단어와 상황은 그랬다. 마음으로는 잠시 걸음을 멈춰 두 분의 대화를 더 듣고 싶었지만, 뭔가 오해를 살만한 상황일 수도 있고 나도 시간에 쫓기고 있어서 그냥 지나쳤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우리 집은 워낙 산 중턱에 위치해있어서 평소에도 벌레가 많은 곳이지만, 여기는 한참을 내려와 완전 평지에 대규모 주거밀집지역 한 가운데에 위치한 곳인데, 여기도 같은 현상이라고? 이거 정말 뭔가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

사실 이렇게 어떤 특정한 벌레들이 대규모로 나타나 사람들이 놀라는 일은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몇몇 뉴스 장면에서는 정말 징글징글하게 많은 벌레떼의 출현을 전해주기도 했다. 우리 동네 다른 뒷산에서는 대벌레가 너무 많아졌다는 뉴스가 재작년과 작년 2년 연속으로 나왔었다. 어딘가 다른 동네에서는 무슨 나방이 갑자기 급증해서 골치거리라고 했고, 또 어느 동네에서는 무슨 애벌레가 급증해서 난리라고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바뀌면 먼저 서식하는 식물 종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그 식물들을 섭취하는 곤충들이 바뀐다. 이때 그 서식환경에 딱 맞는 어떤 특정한 종은 갑자기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딱 그 지점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점점 아열대 기후로 바뀌는 한반도의 모습을 지켜보며 살고 있는 것이다.

장마와 동시에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는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기상 캐스터가 전했다. 며칠 전 강릉의 최저기온이 30도를 넘겼는데, 6월 최저기온이 30도를 넘긴 것은 기상관측 역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캐스터가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을 잘 못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수를 깨닫고 정정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뒤이은 설명에서 최고 기온은 31도로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온도차가 약 1도 밖에 되지 않는 일도 매우 드믄 일이라고 했다. 실수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더 놀란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1인당 전기 소비량

우리 집에는 아직 에어컨이 없다. 고지대에 살아서 여름에 창문을 열어두면 바람이 잘 통하기도 하고, 선풍기 3대를 잘 활용하면 폭염에도 그럭저럭 버틸만하다. 무엇보다 혼자 살기 때문에 옷을 벗고 지내고, 더우면 곧바로 가볍게 찬 물을 덮어쓰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말리는 것으로 버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열대야가 계속 이어지는 날은 힘들기는 하다.

일터에서도 나는 상대적으로 에어컨을 덜 켜고, 온도 설정을 잘 활용해서 전기를 덜 쓰도록 조정한다. 가끔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면 온도가 확 낮춰져 있는 걸 확인하는데, 곧바로 적정온도인 26도로 다시 올려둔다. 그럼 에어컨은 냉방 기능을 멈춘다. 이미 실내온도가 그만큼 낮춰져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나는 홀로 일터에 앉아 있는데, 아직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 하나로 잘 지내고 있다. 아까 무지 더울 때에는 켜고 싶었으나 꾹 참고 선풍기 바람으로 열을 식혔다.

얼마전 jtbc 뉴스룸에서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소비량이 세계 3위라는 말이 맞는지 팩트체크하는 장면이 나왔다. OECD 가입국 기준 1인당 전기 사용량을 따져보면 3위가 아니라 8위라고 했는데, 독일이나 영국 그리고 일본 등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보다 더 높다고 했다. 그러나 이건 전체 전기 사용량을 단순히 인구수로 나눈 수치이고, 가정용 전기 사용량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가정용 전기 사용량을 따져보면 훨씬 더 낮은 수치로 하위권에 속한다고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정용 전기 사용량보다 산업용 등의 전기 사용량이 월등히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가 맨날 국민들에게 전기 아껴쓰라고 말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절약을 실천하고 살고 있었다. 정부는 오히려 과다 소비하고 있는 산업용 전력을 어떻게 통제하고 정상화 시킬지를 고민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했는데, 자본 친화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과거 정부들은 언제나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의 전기 요금을 깎아주고 어떻게든 혜택을 더 주고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대기전력 좀 줄여보겠다고 애써온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도 안 찰 노릇이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약 13~14%에 이른다. 일본이 20%가 넘고 미국이 33%를 넘는 것에 비하면 무척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많은 선진국들도 20~30%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다.

문재인 정권은 핵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으면서 말로만 탈핵을 외쳤고, 대규모 석탄 화력발전발전소들을 계속 지으면서도 입으로는 온실가스 절감을 떠드는 코메디를 보여줬다. 술을 마시고 운전은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뭐 이런 코메디를 몸소 보여주시느라 참 수고가 많았다. 이번 윤정권은 아예 시간을 거슬러 이명박 정권 시절의 핵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얼마나 무식하고 멍청하고 우스운 짓인가. 전세계에서 핵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는 나라는 채 5개가 되지 않는다. 왜 다른 선진국들이 답이 없는 핵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위해 노력하는지 안 보이는 것 같다. 아니 보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이제 우리 국민들은 개인적인 실천들 보다 정부 차원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지나칠지도 모른다. 세계 정상들 앞에서 ˝How dare you ~ ˝ 를 외친 그레타 툰베리의 표정과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사상 유래 없는 고물가 시대에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올랐다. 그럼에도 내년 최저시급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넋두리는 우리 시대의 보편적 모습이 되었다.

한전 적자 구조의 핵심은 가정용 전기요금이 아니다. 산업용 요금이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말란 뜻이 아니다. 비정상정인 이 나라의 전력 사용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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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3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철 기온은 높고 습도 장난 아니고.... 집에서 도저히 못견뎌서 에어컨 제습기능부터 시작이네요. 올해는 유난히 에어컨을 빨리 튼듯해요. 제가 휴직하고 집에 있는데다 고등학생들이 없어지고 일찍 방학을 맞은 대학생 둘이 낮에 집에 있는 이유도 큰 거 같고.... 기후변화를 생각하며 약간의 더위를 못참는 몸뚱아리를 생각하며, 그래도 더 중요한건 감은빛님 말씀대로 전력 사용구조라는걸 생각하며.... 아 어지럽네요. 어쨌든 무엇이든 작게라도 노력하겠다는 마음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또 생각해봅니다.

감은빛 2022-07-07 15:4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올해 유난히 더위가 빨리 왔다고 기상 전문가가 말하더라구요.
당연히 에어컨을 일찍 가동할 수 밖에 없지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에어컨 켜면서 너무 큰 부담을 느끼지요.
기후변화에 대한 죄책감과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감.
더울 때는 온열 질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에어컨을 사용해야죠.
저처럼 없는 집이라면 선풍기를 활용해 잘 버텨야 하구요.

2022-07-0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 벌레 아주 유명하더군요.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건데...무슨 러브 버그란 이름 같습니다. 일주일 정도 살다가 죽는데, 교미하면 수컷은 바로 죽는답니다. 요즘 엄청나게 많이 출몰하는 거 같아요. 강남에서도 강동에서도...
경기도는 말할것도 없구요..

yamoo 2022-07-05 09:13   좋아요 0 | URL
이건 제가 비로그인 된걸 모르고 단거에요^^;;

확실히 환경이 예전같진 않나 봅니다.

감은빛 2022-07-07 15:43   좋아요 0 | URL
딱 지난 주말이 피크였어요.
주말이 지나자마자 벌레가 거의 보이지 않아요.

알라딘은 가끔 로그인 상태에서 아무 변화도 없다가 갑자기 로그인이 풀리곤 하더라구요. ^^
 

도를 아십니까

아직 부산에 있을 때였으니 아마 2001년이나 2002년이었을 것이다. 서면에서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좀 늦는다고 연락이 와서 길에서 좀 긴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심심하던 차에 젊은 여성 둘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딱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분들 그쪽 분들이겠구나. 역시나 첫 마디가 인상이 참 좋으세요. 라고 했다. 나는 심심하던 차에 이분들과 수다나 떨면서 놀아야지 생각했다.

조상님이 어쩌고, 복을 많이 받을 상인데 아직 뭔가 부족하다고 자기들과 어딜 가서 얘길 들어보면 앞으로 만사가 다 잘 풀릴 상이라고 했다. 나는 일부러 좀 어리숙한 티를 내면서 들어주다가 이것저것 질문을 자꾸 던졌다. 이분들은 길에서 이러지 말고 자기들과 같이 가보면 다 알 수 있다고 했으나, 나는 사람을 기다려야 해서 움직일 수는 없고, 궁금하니 여기서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잘 들어주고 또 잘 꼬시면 따라올 것 같으니 그들은 나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동조하는 듯 하다가도 결정적인 곳에서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들이 나를 설득하려는 핵심적인 내용이 뭔지 알아보려고 했다.

아마 30분 이상 그러나 1시간이 넘지는 않는 정도의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평소에는 피해 다니기 바빴는데, 얘기해보니 의외로 재밌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던 건 아니고 부실한 내용으로 나를 설득해보려고 애쓰는 그들의 태도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결국 그들은 여자친구가 나타날 때까지 내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갔다.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잘 될 것 같았는데, 괜히 시간만 날렸다고 생각 했으려나.

보이스 피싱

이것도 꽤 오래 전 일이다. 2010년쯤 되었으려나. 지인들 중에 여러 명이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아봤다고 하길래, 나도 한번은 받아보고 싶었다.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나를 홀릴지 궁금했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내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어디어디 소속 검사라고 했다. 금융거래 상 문제에 휘말려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 뭔가 그럴듯한 용어들을 써가며 겁을 주려고 했다.

드디어 나도 전화를 받아보는 구나. 속으로 웃음을 꾹 참으며 당황한 척 연기를 했다. 뭔가 복잡한 용어를 빠르게 말하길래,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으니 차근차근 하나씩 제대로 설명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대뜸 설명해줘도 모를거니까 무조건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하더라. 나는 억지로 겁 먹은 것처럼 연기하면서도 계속 설명을 요구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따라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했다. 아마 그때부터는 좀 지리하게 비슷한 논리를 반복적으로 강요했던 것 같다. 좀 그럴듯하게 겁을 줄 것을 기대했는데, 실망이었다. 꽤 긴 시간 통화를 했는데도 제대로 설명도 설득도 못 하길래, 나도 좀 지겹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연기를 그만두고 먼저 계속된 고압적인 태도부터 지적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요구했는데 계속 무시했던 점을 상기시키고, 맨 처음에 빠르게 말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소속을 정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당신 말이 사실인지, 당신 소속이 정확히 맞는지 먼저 확인하고 내가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는 뭔가 빠르게 얼버무리듯 말을 하더니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최근에는 그런 피싱 전화를 받으면 이미 뭔가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된 이후라 전화를 끊고 내가 정확한 검찰청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그쪽에서 통화를 가로채서 걔들이 다시 전화를 받는다고 들었다. 앞서 내가 전화를 받았을 당시에는 그런 정도는 아니어서 그렇게 허술하고 실망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알려진 소식 중에 가장 신기했던 건, 해외에서 전화를 걸때 뒤자리 8개의 번호가 같으면 내 폰에 저장된 사람의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온다고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이의 번호가 010-1234-1234 라면 해외에서 같은 번호를 만들어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내 폰에는 아이가 전화를 걸은 것으로 화면에 나온다는 뜻이다. 이건 정말 속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목소리를 잘 알아채거나, 폰에 저장된 이름을 확인했어도 도중에 끊고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가족이 다쳤다거나, 납치했다거나 하는 전화를 받는다면 놀라고 당황해서 그렇게 할 정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이런 피싱 범죄가 더욱 기승이라고 하더라. 부디 더는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안 생기기를.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은 싹 잡혀서 감옥에서 긴시간 썩어가기를 바란다.

로맨스 스캠

스캠(scam)은 신용사기나 사기라는 뜻이다. 언젠가 실화탐사대 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로맨스 스캠에 대해 나오는 걸 봤다.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외국인과 SNS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다가 마치 연인인 것처럼 대하는 과정을 겪는 걸 로맨스 스캠이라고 한다고 들었다. 일단 한번 마음이 움직이고 나면 그 다음은 간단한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돈을 보내야 하는데, 자신이 어딘가에 보관해놓은 돈을 찾으려면 한국에서 누군가가 보증료 성격의 돈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속임수가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도 몇 차례 쓴 적이 있는데, 나는 서로 익히고 싶은 언어를 등록한 이용자들을 연결해 대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을 몇 년째 이용하고 있다. 내가 한국어 네이티브에 영어를 익히고 싶다고 등록하면 영어 네이트브 중에 한국어를 익히고 싶다고 등록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재밌어서 지금까지도 종종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영어만 등록했다가 나중에 중국어, 터키어 등을 등록했었다. 중국어를 등록하는 순간부터 수없이 많은 중국인 여성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들 대부분의 패턴은 매우 유사했다. 먼저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나이와 이름, 사는 동네 등을 묻고 직업이 뭔지 묻는다. 사실 이 앱에 가입하려면 생년월일을 반드시 입력해야 하고 이름도 입력해야 하고, 사진도 등록해야 한다. 그러니 그들이 내게 말을 걸기 전에 그들은 분명 내 나이와 얼굴과 이름을 보았다. 아, 이름은 한글로 적어 놓았으니 한글을 읽지 못한다면 모를 수도 있겠다. 다만 한국어를 익히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한글을 읽는 것 정도는 하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다시 묻는 이유가 궁금하다.


암튼 그렇게 아주 기본적인 대화를 하고 나면 거의 대부분은 위챗으로 대화하기를 요구한다. 해당 앱이 대화를 나누기엔 불편하다는 이유다. 이 앱이 카톡을 비롯한 다른 메신저 처럼 편하지 않다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또 그렇게 불편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암튼 그들은 거의 대부분 위챗을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엔 위챗을 깔고 가입을 했다. 가입처리가 되고 나서 대화를 나누려고 하니 한국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가 나왔다. 중국 본토를 제외하면 이용할 수 없는 것인지,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에서는 이용할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위챗을 이용할 수 없었고, 이를 그들에게 알렸는데, 그들은 계속 그럴 리가 없다며 끊임없이 위챗을 요구했다. 그런 경우엔 더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다른 몇몇 사람들은 다음으로 왓츠앱이나 라인을 요구했다. 그래서 그 두 앱도 모두 설치하고 가입했다. 그들 중국인 여성들은 대부분 라인과 왓츠앱에서 통역기를 통해 대화했다. 그런데 우리말과 중국어의 어순이 다르고 어법이 달라서 그런지 통역기를 통한 대화는 원활하지 않았다. 자꾸 엉뚱한 말로 번역되어 뜻이 왜곡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영어로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전하곤 했다. 영어라면 서로 뜻이 통하니 번역기의 오류를 피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가까스로 왓츠앱이나 라인으로 대화를 이어가게 되고 나면 서로 일상 이야기도 하고, 음식 사진이나 풍경 사진 등을 주고 받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데, 원래 외국어를 익히기 위한 앱에서 만났다는 것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상태가 된다. 즉, 한국어를 익히는데 도움을 주거나 중국어를 익히는데 도움을 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다시 대다수는 꼭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를 꺼냈다. 나중에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까지도 봤다. 여기서 이게 혹시 중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잠시 했었다. 그 앱을 꽤나 오래 사용했었는데, 어느 특정한 시점부터 워낙 압도적으로 많은 대화 요청이 들어오고, 그들 대다수가 꽤 매력적인 젊은 여성의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하고, 대부분이 자신이 패션(의류, 화장품, 미용 등) 계통 사업(혹은 가게)을 하고 있다고 했으며, 거의 반드시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를 꺼냈다. 


아, 물론 그렇지 않고 그냥 일상 이야기만 주고 받으며 길게 대화를 나눈 경우도 소수였지만, 분명 있었고, 제법 한국어를 잘 했던 어느 여성은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한국어를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다만 앞서도 말했듯이 이들은 정말 소수였고, 아주 많은 수는 바로 위에 언급한 것과 똑같이 행동했다. 어쩜 그렇게 젊고 아리따운 사업가 여성들이 중국에는 그렇게 많은 것인가. 그들 대다수가 주식과 코인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데, 그걸 곧이 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달간 수많은 경우를 겪어보다가 그 앱의 익히고 싶은 언어에서 중국어를 삭제해버렸다. 


이건 작년 초에 겪었던 일인데, 이름에 Kim 이라고 적은 동양계 여성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미국인인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 와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어느 중소 도시에서 건설 노동자들을 위해 식당을 운영 중이라고 했고, 공사가 완료되면 식당 계약이 끝나니 한국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는 내게 이 앱은 대화하기 불편하니 카톡으로 대화하자고 했다. 또 그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냥 자신의 성인 김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내가 나 역시도 성이 김씨라고 했는데, 성이 같다고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카톡으로 대화의 장을 옮겨오면서부터 더 자주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나에게 친근감을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자주 설명했다. 우리 개념으로 따지면 함바집 같은 식당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현장소장과의 마찰이 종종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는 반복적으로 이 힘든 식당 일을 빨리 마치고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했고, 한국에 오면 내게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서 대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서는 나를 달링이라거나 마이 디어 라고 부르며 마치 연인에게 하는 것처럼 표현하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서부터 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서로 나눈 대화 내용만 봐서는 그가 나를 연인처럼 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점점 친해지는 단계라고 봐야지. 처음엔 그런 표현이 자신이 힘들다고 할 때 호응해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 같은 건가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오겠구나. 돈을 요구하거나 무리한 요청을 해올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의 의심은 중국어로 말을 걸어봐도 반응이 없음을 확인하고 생겼다. 계속 영어로 소통했지만, 중국에 있다고 하길래 나는 가끔 중국어 문장을 보내기도 했다. 중국어 연습도 함께 할 겸해서. 그런데 중국어 문장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었을 때, 그는 큰 일이 생겼다고 도와달라고 했다. 엄마가 많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는데, 자신은 식당을 비울 수 없어서 병간호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병원비가 걱정이라고 했다. 곧 공사를 마치면 현장 소장이 약속한 잔금을 주기로 했지만, 지금 당장은 돈이 부족하다고 했다. 음, 이거였구나 싶었다. 마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대하더니 (아, 그렇다고 막 사랑한다는 등의 애정표현을 했던 건 아니었다.) 이런 걸 노린 거였구나 싶었다. 만약 사기가 아니었다고 하고 정말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져서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해도 나는 도울 여력이 없었다.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중국으로 가서 뭔가 도움이 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작년은 코로나로 인해 중국도 우리나라도 서로 봉쇄 중이 아니었던가.


나는 의심스러운 마음에도 최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자주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지만, 빨리 회복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그대로 말했다. 빌려줄 돈도 없고, 내가 갈 수도 없는데 뭘 도울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동안 그는 내게 원망의 말을 몇 차례 보냈고, 나는 그때마다 미안한 마음과 걱정스런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더이상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약 한 달 정도의 긴 여정이 그렇게 끝났다.


이 일을 돌아보며 나는 계속 헷갈렸다. 이게 처음부터 사기를 치기 위해 접근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져서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을까? 사실 의심의 여지는 너무나도 많았다. 처음부터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던 것. 아버지의 나라라는 것 말고는 다른 연고는 없는데 계속 곧 한국으로 갈 거라고 말한 것. 의도적으로 보이는 과도한 친밀감 형성과 표현들. 등등. 그런데 혹시라도 그게 아니었을 가능성을 하나 생각해본다면 거의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이었고, 그 시간동안 어쨌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생긴 나름의 친밀감이었다. 사기를 노리고 일부러 접근한 것이었다면 왜 한 달씩이나 시간을 끌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최근에 겪은 일 덕분에 더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이 마지막 이야기는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다. 그날은 전날 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전 반차를 썼던 날이었다. 아침에 그 외국어 익힘 앱에서 이름을 Hi 라고 적어놓은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은 분명 한국인 같았다. 중국인이나 일본인 같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한국인이고 아버지는 미국인이라고 했고,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8살때 교통사고로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다고 했다. 누군가 친척이(누군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음) 자신을 미국으로 데려가서 미국에서 자랐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군인이 되어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복무중이라고 했다. 


사실 그 앱에서는 처음에 조금 인사를 나누다가 카톡으로 대화를 요구했고, 카톡으로 옮겨와서 위 정보들을 쏟아내듯이 내게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을 한 장 보냈다. 군복을 입은 사진이었는데, 명찰에 GARDEN 이라고 적혀 있었다. 먼저 내가 이름을 물었을 때 자신의 성이 Seo 이고, 이름이 가든 이라고 말했었다. 군복은 영화에서 보면 중동 쪽에서 작전을 펼치는 미군들이 주로 입고 다닌 것과 같은 형태로 보였다. 여기까지만 읽고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시리아에 복무중인 한국계 미군 여성이라니.


그런데 이 사람은 성질이 급해도 너무 급했다. 내가 제대로 소화할 틈도 없이 계속 뭔가 긴 문장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법에 맞지 않는 이상한 한글이라서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영어로 적어서 보내라고 했다. 내용은 대략 이런 식이었다. 엄마의 고향은 부산이고, 복무기간이 끝나면 부산으로 올 생각인데, 나보고 도와달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 군대에서 너무 힘들다고 하루빨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작전 중에 큰 돈을 찾았는데, 이 중에 일부를 받았고, 이 돈을 금고에 넣어두었다. 이 금고를 한국에 보내려면 한국에서 누군가 보증금을 내야 한다. 돈을 내면 이 금고를 무사히 받을 수 있다. 제발 도와달라. 뭐 이런 내용을 계속 반복적으로 보냈다.


돈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바로 눈치를 챘다. 그리고 인터넷에 seo garden 을 검색해보니 이미 누군가 올린 글이 있었다. 다마스쿠스에 복무한다면서 이름과 얼굴을 바꿔가며 연락해오는 사기꾼 여성들이 많다고 적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저 서가든이었다.


지금 내용을 적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확실히 저 앞의 중국 식당의 Kim 과 유사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 건은 한 달 후에 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건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돈 얘기를 바로 꺼냈다. 나는 여기서 바로 대화를 끊지 않고, 일단 잠시 속아주는 것처럼 연기를 해보기로 했다.


아, 근데 속는 척 하려고 해도 뭔가 이야기가 진척이 되어서 친밀감이 형성이 되었어야 속아줄텐데, 다짜고짜 돈 이야기부터 꺼냈으니 연기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스스로 이야기에 구멍이 있음을 깨닫게 하려고 돈이 어떻게 생겼고, 왜 그 돈을 보내려고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들을 물었다. 그런데 그는 내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미리 만들어놓은 문장인 것 같은 장문을 계속 보내왔다. 그가 보내온 내용 중에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을 타겟으로 한 것 같은 부분도 있었다. (검색했을 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도 확인했다. 심지어 인스타는 계정이 여러개였다.) 즉, 나에게는 처음부터 다른 앱에서 말을 걸었으니 완전 말이 안되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어법에 맞지 않는 한글 문장은 정말 읽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건 일부러 자신이 우리말이 서툴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컨셉인건지, 번역기를 돌리고 있다는 걸 어필하려는 컨셉인건지.


암튼 내 질문들에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아 연기를 하는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그가 계속 돈을 강조할 수록 나는 왜 그러냐고 이유를 요구하기만 했다. 결국 디테일한 내용에서 헛점을 들쑤셔 보려고 했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의 계속된 돈 요구에 질문으로 귀찮게 하는 것으로 그를 괴롭혀 보려고 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에게 다른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에 불과할테니 별로 괴롭히는 것이 되지는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나도 로맨스 스캠을 겪어보는 구나 하고 잠시 신기해 했지만,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곧바로 돈 얘기부터 꺼내는 안일함에 좀 김이 새는 느낌이었다. 나와 대화를 나눈 이가 과연 어느 나라의 어떤 사람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누군지 모를 사기꾼이 나한테 쏟은 시간만큼 다른 사람에게 사기칠 시간을 빼았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래서 일부러 그 카톡 대화방에서 나가지 않고 대기 중이다. 또 말을 걸면 자꾸 질문을 해서 시간을 빼았아야지.


다시 아까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던 Kim 의 이야기로 잠시 돌아가보면, 한 달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는 걸 제외하면 사실 서가든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과연 그도 실제로는 어느 나라의 누군지 모를 사기꾼이었을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공을 들여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일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서가든 이란 이름을 가진 미군은 실제로 존재하는데, 사진을 도용당한 것일까라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으나, 서가든은 그냥 만든 이름이고, 사진에서 본 군복의 명찰 글씨 정도는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으리라고 깨닫는다. 얼굴 역시도 딥페이크나 합성 등의 방법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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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6-2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이야기해 주신 미군 여성은 Tv 고발프로에서 본 내용과 유사하네요. 순진한
남성들이 거기 속아 돈도 보내고 마음도 다쳤다고해요. 누구하나 걸리길 바라고 열심히 복붙하고 다니나 봅니다.

보이스피싱 전화는 한번 받아봤었는데 제가 쓰질 않은
카드사라고해서 어느지점에서
전화한거냐 이름이 뭐냐하니 조선족
특유의 말투로 빈정대며 끊더라구요. 워낙 걸려드는 사람이 많으니 이 사기가 오랫동안 이어지는구나 싶어요.

감은빛 2022-07-01 13:10   좋아요 0 | URL
미미님께서 본 프로그램이 그거였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글에 쓴 실화탐사대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다뤘던 것 같아요.
본 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정말 손 쉽게 돈 벌려고 사기치는 인간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큰 돈을 잃으면 너무 허무하고 억울할 것 같구요.

yamoo 2022-06-28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를아십니까...보이스피싱...이 두 개는 알겠는데 로맨스 스캠은...글을 보고야 알았네요..
그래두 도를 아십니까는 후자들보다는 좀 양호한게 아닌가 합니다..ㅎ

감은빛 2022-07-01 13:13   좋아요 0 | URL
야무님. 거기도 끌려가서 제사 지내고 어쩌고 하면 돈 몇 백 그냥 날라간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끌려갔었다는 사람 몇 명 봤어요.

로맨스 스캠은 외로움을 한다는 측면에서 너무 악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transient-guest 2022-06-2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십 건 수백 건을 해서 하나만 걸려도 큰 돈이 되니 계속 봇을 돌리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주로 노인들이 그 대상이 되는데 실제로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주 합법적으로 공기관에서 온 우편물처럼 해서 돈을 내는 것을 유도하고 밑에 작은 글씨로 우리는 공기관이 아니다, 이것은 bill/invoice가 아니다. 이것은 solicitation이다 이렇게 disclaimer가 들어가 있더라구요. 뭔가 등록 혹은 광고에 등록하게 유도하는 식으로 뻔한 사기를 칩니다.

대순 아이들이 하는 짓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네요. 예전에 잘 알던 의대 다니던 형이 거기에 꼬여서 5년 정도를 길바닥에서 지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온 적이 있는데 지금도 YouTube보면 많이 나오더라구요. 사실 다른 종교/종파의 일부 단체들이 하는 짓이 그다지 다르지도 않고 해서 저는 ‘선교‘라는 말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감은빛 2022-07-01 13:16   좋아요 1 | URL
아, 공기관에서 온 우편물처럼 보내면 정말 쉽게 속을 것 같아요.
뻔한 사기인데, 그 수법을 모르면 그냥 당하고 말 것 같네요.
제 주위에 실제로 피싱을 당한 사람은 거의 없고,
피해 금액도 크지 않은데,
가끔 언론에 나오는 경우를 보면 피해금액이 무척 크더라구요.

요즘도 길에서 종종 보입니다.
두 명씩 짝 지어서 돌아다니는 모습.
말씀하신 것처럼 30년이 지났어도 달라진 것이 없나봐요.

희선 2022-07-0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여러 가지로 사기를 치는군요 감은빛 님은 검사라고 하는 사람한테 전화 받고 놀라지 않다니, 그런 말을 들어도 실제 일어나면 놀랄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전화번호를 똑같이 쓸 수 있다니 그건 속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 거 못하게 해야 할 듯한데... 못하면 다른 걸 만들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감은빛 2022-07-01 13:25   좋아요 0 | URL
희선님.
그 당시에 검사를 사칭한다는 얘기가 워낙 유명했어요.
게다가 실제로도 그런 일에 검사가 직접 전화하지 않아요.
보통 검사보가 그런 전화를 걸죠.

내 폰에 저장된 번호라 그 사람 이름이 뜨면 정말 속을 수 밖에 없겠죠.
목소리로 구분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일부러 목소리를 잘 안 들리게 하겠죠.
이쪽 분야도 나날이 기술이 발전되어 가는 것 같아요.
 

지난 오늘 쓴 글들


자주 접속하지는 않지만, 가끔 북플에 들어올 때는 꼭 '지난 오늘' 메뉴를 클릭한다. 과거 오늘 날짜에 어떤 글들을 적었는지 확인해보는 일이 재밌다.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를 살펴보고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즐겁다.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은 당시 서재 이웃들이 달아주신 댓글들과 그에 대해 내가 달았던 답글들을 읽는 재미다. 그 시절 활동하셨던 이웃분들 중에서 특히 나와 교류했던 분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고, 이 분이 이때 댓글을 달아주셨었구나 하고 알 수 있어서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거 6월 22일에 쓴 글은 3개였다. 가장 오래된 글은 12년 전, 그러니까 2010년에 쓴 글인데, 더글러스 러미스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책을 읽고 쓴 서평이었다. 


 













이 책은 예전에 공저자로 참여했던 [100인의 책마을]에도 소개했던 책이다.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을 살면서 가장 많이 공감하고, 주위에 많이 권했던 책이기도 하다. 과거에 들었던 고 김종철 선생님의 강의와 내 환경운동의 경험을 짧게 언급하여 적은 글이었다.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선생님 기일이 이즈음이었을텐데. 장례식장에서 돌아와 지인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슬퍼했던 기억이 났다.


그 다음 오래된 글은 11년 전, 2011년 6월 22일에 쓴 글인데, 오강남, 성해영의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책에 대한 서평이었다. 이 당시에 종교에 대한 책을 제법 읽었고, 특히 오강남 씨의 책을 여럿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주위에 독실한 신자들이 제법 많았다. 순전히 내 기준으로 종교는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종교라는 걸 믿을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믿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보면 또 그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 당시에 종교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이 글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종교와 관련한 4개의 장면을 통해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번째 글은 2016년 6월 22일에 썼다. 3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처음은 여름에 주로 입던 청바지가 해져서 새 청바지를 샀는데, 허리 치수로 맞추면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너무 꽉 끼어서 못 입고, 허벅지에 맞추면 허리가 커서 불편해서 고민하다가 결국 허리가 조금 큰 바지를 샀는데, 자꾸 흘러내려서 후회했다는 이야기. 두번째는 몇 년만에 만난 한 선배가 늙어 보인다고, 근육질의 청년은 어디갔냐고 묻는 말에 서운했다는 이야기. 근육은 다 줄고 늙어버린 중년 아저씨가 되어버린 건 인정하지만, 막상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대놓고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리는 없는 법. 당시 그 선배와 밤늦게 만나 새벽까지 긴 시간을 이런 저런 수다를 떨었던 게 기억이 난다. 이혼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때라서 그 선배는 내 이혼 소식에 꽤나 놀랐었고, 그래서 그랬는지, 나보고 꽤 좋은 남자라고, 자기가 좀만 더 어리고 싱글이었으면 관심을 가졌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난 선배처럼 기가 세고 직설적인 분이면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속으로만 생각했었다. 마지막 이야기는 책 이야기. 업무 관련 책만 주로 읽다가 최근 소설을 몇 권 읽었는데, 갑자기 다시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뭐 이건 지금도 늘 마찬가지다. 언제나 꿈만 꾸는 것. 다시 소설을 쓰는 건 언제나 가능할까? 아이들이 다 자라면 매일 출퇴근 해야 하는 일터를 그만두고 비정기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두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벌써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나중에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계속 꿈을 꾸고 있어야지.


오늘 이 글을 남겼으니, 내년 6월 22일엔 북플 '지난 오늘' 메뉴에 4개의 글이 나오겠네.


고마움


오후에 강의를 하나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 달 전에 청탁 받은 건인데, 준비를 미루고 미루고 있다가 오늘 오전에야 강의자료를 완성해 보내고 점심도 거르고 강의를 다녀왔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였다. 강의에 들어가기 직전, 말을 많이 하면 허기가 질 것 같아서 아주 달달한 캔 커피 하나를 마셨다. 평소엔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강의에 집중하기 위해 카페인이 필요했고, 체력 소모에 대비해 당분이 필요했다.


이 분들과 함께하는 건 세번째였다. 처음에 연락을 받고 강의를 했는데, 이어서 2개의 연강을 더 요청했다. 오늘까지 그 세번의 강의 모두 참가자들이 매우 집중해서 강의를 들어줘서 무척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 처음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고, 정확하게 어떤 내용을 원하는  지 잘 몰라서 두루뭉실하게 설명한 부분도 있었는데, 두번째부터는 익숙해지기도 했고, 사전에 필요한 부분을 미리 알려줘서 훨씬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강의 참가자가 소수여서 한 분 한 분 모두 눈을 맞춰가며 마치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무척 편한 분위기였다. 질의응답 때에도 다들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주셔서 나도 신나서 더 열심히 아는 것들을 설명할 수 있었다. 


이런 강의를 하고 나면 나 스스로가 어떤 만족감으로 꽉 찬 느낌을 받는다. 보잘것 없는 나라는 존재가 이분들에게는 그래도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뭔가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자존감이 충족되었음을 느낀다.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마운 날이다. 오늘로 이분들과 사전에 정해둔 일정은 끝났지만, 이후에 또 기회를 만들어 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나는 꼭 그렇게 해달라고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오겠다고 했다.


오늘은 저녁에 좀 머리가 아픈 회의가 있어서 어제까지만 해도 그 회의를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하필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강의가 정해져서 마음이 많이 바빴지만, 강의에서 힘을 받고 돌아온 덕분에 기분 좋게 회의에 임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긴다.  


책 선물


며칠 사이에 책을 두 권 받았다. 하나는 알라딘 북펀드에 참여해서 받았고, 또 하나는 친한 선배가 내 책상에 두고 가셨다. 친한 선배에게 선물 받은 책은 송경동 선배의 시집이다. 이 책 출간 소식을 알고 사야지 생각하고 보관함에 담아두었었는데, 그러고 그냥 깜빡 지나쳤었는데, 어떻게 알고 선배가 선물해주셨다. 그것도 사인본으로. 송경동 선배랑 한창 자주 마주칠 때에도 시집에 사인 받을 생각은 한번도 못했는데, 얼굴을 못 본지 아주 오래된 지금 이렇게 사인본을 받는다는 것도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덕분에 우리 집에 송경동 선배의 모든 시집을 다 채웠다. 
















북펀드에 참여해서 받은 책은 [색이름 사전]이다. 출판사에 다니던 시절 엄청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독립해서 만든 출판사에서 북펀드를 한다고 하길래 참여했다. 인간의 눈은 빛의 스펙트럼 중에 특정한 색깔을 받아들이는데, 이를 인지하는 뇌는 있는 그대로의 색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비춰 색을 인지한다고 들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색이 있겠지만, 이 중에서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색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얼마나 많은 색을 우리는 활용하고 있을까 등이 궁금해서 참여했다. 다 읽고 나면 친한 디자이너나 예술가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아침부터 이래저래 바쁘게 지냈고, 이제 퇴근시간이 되었는데, 아직 퇴근하려면 한참 멀었다. 저녁 회의 때문이다. 얼른 회의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샌드백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 요즘 오후 서너시만 되면 자꾸만 샌드백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나 아무래도 샌드백과 사랑에 빠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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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2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쯤이면 퇴근하셔서 샌드백과 사랑을 나누고 쉬고 계신거 맞죠? 아직도 퇴근 못했으면 아 그건 좀 많이 불행입니다. ㅎㅎ
저도 북플에 매일 뜨는 옛날의 오늘에 제가 쓴 글들 꼭 봐요. 저는 책얘기도 있지만 우리 애들 어릴 때 사진들이랑 이야기들이 많아서 아 얘들이 이렇게 작았구나. 얘들이 이런 말을 했었구나 하면서 잠시 추억에 흐뭇하다죠. ^^
저기 책 중에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저도 저맘때쯤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니 좋네요. ^^

얄라알라 2022-06-23 01:29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께서도 북플 소환 옛기억 챙기시는군요..
전 제목만 봐도 대 부분은 휘리릭 피하고 싶어졌는데, 글도 삶도 달라져야한다는 강박때문일까요?^^;

감은빛님, 바람돌이님의 말씀과 비교되네요.

바람돌이 2022-06-23 11:44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들과의ㅠ일상이나 여행글 같은거 챙겨봐요. 제가 쓴 리뷰는 저도 다시 안봅니다. 부끄러워서.... ㅎㅎ

감은빛 2022-06-27 17:0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 시간에는 샌드백 두들기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있었던 것 맞아요.

아이들 사진이랑 이야기들을 많이 남겨두셨군요.
그런 건 보다보면 시간이 휙 흘러가죠. ^^

비슷한 시기에 같은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얄라알라 2022-06-23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인사드린지 꽤 지났는데 반가우십니다.

저는 북플에서 자동으로 올려주는 옛날 글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글인데 외면하게 되더라고요.

감은빛님께서는 지난 기록을 차곡차곡 모으시고 또 다시 살피며 현재와 연결지으시니 풍성하십니다!^^

강의 만족스럽게 잘 풀어내셨다니 좋습니다

감은빛 2022-06-27 17:08   좋아요 1 | URL
알라님. 외면하는 심리도 뭔지 알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저때 뭘 어떻게 적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는 것 같아요. ^^

transient-guest 2022-06-23 0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에 샌드백을 두고 복싱을 하시나봅니다. 종종 그렇게 땀을 흠뻑 내시고 스트레시를 푸시면 좋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맨정신으로 (영어로 보통 Sanity를 갖고) 사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는 시절 같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아니 세계가 혼란에 빠져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환경위기로 인해 식량, 자원, 연료, 물, 땅 등등 부족해지면 필연적으로 큰 전쟁이 나곤 했었는데 어쩌면 그 길목으로 들어선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하루 하루 견디고 살면서 큰 사건사고 없길 바래봅니다.

감은빛 2022-06-27 17:13   좋아요 2 | URL
복싱으로만 끝나지는 않고, 태권도 발차기나 무에타이 발차기 등을 곁들이는 편입니다. 어려서 잠시 배운 운동이 태권도와 권투와 무에타이를 섞어 놓은 잡종이었거든요.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아주 심각한 위기를 살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무척 괴롭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만한 사회로 만들어보려고 노력 중이지만, 늘 한계를 느낍니다.

transient-guest 2022-06-29 01:23   좋아요 0 | URL
저는 점점 더 사회운동에 회의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그냥 기대치가 낮아졌다고 해야할까요? 트럼트 당선 이후 지금까지, 그리고 최근 대법원의 Roe v. Wade reverse를 보면서, 한국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냥 다수의 ‘민중‘이라는 것에 애정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님처럼 노력하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yamoo 2022-06-27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감은빛님 강의도 하시네욤!!
강의는 건강에 유의해야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감은빛님 서재에 댓글을 남깁니다. 저도 서재 복귀한지 한 달 정도밖에 안돼어서 적응하고 있어요~

건재하시니 반갑습니다~!

감은빛 2022-06-27 17:16   좋아요 1 | URL
야무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무척 반갑습니다!

강의는 아주 가끔 합니다.
저는 강의 할 때 재미도 느끼고 보람도 느끼는 것 같아요.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