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의 습격2
지난 토요일 아침에 벌레들의 모습을 보고 좀 놀라서 글을 썼었다. 그날 정말로 온 동네에서 난리가 났었던 것 같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민원에 대한 언급과 그 벌레에 대한 정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구청에서 알림톡을 발송했다. 민원이 많아서 곧바로 방역에 나선다고 했다. 방역이라고 하면 소독약을 뿌린다는 얘기. 아니나 다를까 동네 곳곳에서 소독을 시작했다고 증언이 올라왔다.
그런데 사실 소독약을 뿌리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소독약은 살충제이고, 모든 곤충은 살충제에 계속 노출되면 내성이 생긴다. 재작년과 작년 대벌레 사태 때에도 무차별적으로 살충제를 엄청 뿌렸는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내성만 키웠다.
일단 이 벌레의 정체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흔히 사랑벌레라고 불리는 이 벌레는 파리과의 곤충으로 학명은 플레시아 니어크티카라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Lovebug) 성충의 생존 기간은 3~5일이며, 그 기간 내내 암수가 붙어있어서 영어로 러브 버그라고 불린다고. 우리 눈에 띄는 모습도 대개는 암수가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엄청나게 많은 수가 한번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 문제이지, 딱히 사람을 물지도 않고 다른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짝짓기를 마친 후에는 수컷은 바로 죽고, 암컷은 땅 속에 알을 낳고 죽는데, 한번에 300개 가량을 낳는다고 한다. 이 알들이 부화하고 애벌레 시기에 땅 속에서 활동하면서 무기물들을 분해하는데, 그 활동이 생태적으로 이롭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미국 플로리다 등의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너무 많은 개체수가 한번에 나타나서 창문이나 유리에 달라붙어서 공포감을 준다고. 특히 운행 중인 차량의 앞 유리창에 수백마리가 달라붙어서 운전을 못할 정도라고.
이 벌레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이 올해 처음인데, 앞서 말했듯이 한번에 300개 가량의 알을 낳는다면 앞으로 점점 더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토요일 당일 곧바로 여러 방송사의 뉴스에서도 언급이 되던데, 방충망도 소용없이 막 들어온다고 하더라. 다행히 우리집은 상대적으로 방충망이 촘촘해서 그런지 막 집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사실 어떤 벌레라는 걸 인지하고 그 특성을 파악한 후니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겨도 이제는 그날 아침처럼 놀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성충의 활동 기간이 겨우 5일 이내라고 하니 이미 수명이 다 끝나지 않았을까 싶다. 살충제를 뿌리기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자꾸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 트랩을 활용했다고 하더라.
폭염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었다. 애초에 일기예보는 월요일인 오늘 비가 올 거라고 했었는데, 비는 안오고 엄청나게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어제 일요일과 오늘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버티는 일은 좀 힘들었다. 어제는 찬 물에 샤워를 두 번 했다. 이왕 샤워를 할 거니까 좀 더워도 운동을 하고 씻었다. 그런데 개운하게 씻고 나와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어도 한 시간만 지나면 금방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간밤에는 더위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 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조금 걱정이 된다. 다행히 정말 너무 더워서 못 견딜 것 같은 날에는 에어컨이 있는 후배들 집으로 피신할 수 있다. 재작년과 작년에도 두어번 그렇게 도움을 받았다. 올해도 한 후배가 어차피 본인도 에어컨을 켜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의 더위라면 혼자서 켜는 것 보다는 둘이 있을 때 켜야 죄책감이 덜하니 자기 집으로 퇴근하라고 하더라. 고마웠고 또 든든했다.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니 그 대안을 생각하며 더위를 더 잘 버텨보리라 마음 먹었다.
뉴스에서 올해 첫 폭염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라고 했던가? 암튼 더위에 몸쓰는 일을 하다가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잠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의식을 잃었다가 결국 돌아가신 거라고 들었다.
지난 토요일에 쓴 벌레 글에 우리 집이 동네 뒷산 자락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고 했다. 이 집에 5년째 살고 있는데, 단 하루도 주위에 공사 현장이 없었던 날이 없었다. 그러니까 매일 집 주변 어딘가에서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짓고 있었다는 얘기. 지금은 5곳의 공사현장이 있다. 평소에도 늘 2~3곳은 있었다. 어딘가가 공사를 마치면 또 어딘가에 공사를 시작한다.
이 더위에도 공사현장에는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더라. 어휴! 또 어디선가 누군가가 폭염으로 인해 건강을 잃거나 돌아가시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기후위기 교육을 할 때마다 강조하지만, 자연 재해중에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재해가 바로 폭염이다. 태풍이나 홍수보다 더 크다. 그리고 폭염의 피해는 경제력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에어컨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쾌적한 에어컨 밑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밖에. 그런 의미에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무조건 더 크게 폭염의 피해를 입는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온실가스는 지난 산업혁명 이후로 주로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배출했는데, 정작 지금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쪽에 40도 이상의 온도가 지속되면 적어도 수백명씩 온열질환 사망자가 생긴다. 폭염은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재앙이다.
아까 낮에 한창 더울 때는 사무실에 혼자여서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고 있었는데, 좀 있다가 다른 동료가 들어왔다. 동료는 둘이니까 에어컨을 켜자고 했고, 나도 간신히 버티던 중이어서 동의했다. 지금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지만,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집안은 찜통일 것이 분명하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느라 땀에 흠뻑 젖을테고, 더우니 가볍게 샌드백을 조금만 치다가 씻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