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폭염
열대야와 높은 습도로 인해 밤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불편을 겪고 있다. 열대야를 피해 에어컨이 있는 후배들 집 중 하나로 피난갈까 하는 생각을 한밤 중에 해봤다가, 아니 이런 카드는 예비로 남겨뒀다가 좀 더 더워지면 써야해 라고 생각하고 참았다. 새벽에 땀에 젖어 깨서 회전하던 선풍기를 상체 쪽으로 고정시켜 두고 잠들었다가 다시 두어시간 후에 깼다. 바람이 계속 얼굴 쪽으로 불어와 체온이 너무 식었나보다. 다시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리고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누운 후에야 다시 잠이 들 수 있었다.
뉴스에 나온 기상 전문가의 말처럼 올해는 이례적으로 장마 가운데 폭염이 나타나서 습도도 높고 온도도 높은 매우 불쾌한 상황이 벌어졌다. 평소 우리나라는 장마가 물러간 이후에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데, 아직 장마가 미처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중간에 폭염이 나타나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이것도 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마의 양상이 바뀐지는 꽤 되었다. 마치 열대 지방의 스콜이라고 부르는 국지성 호우처럼 좁은 지역에 아주 많은 양의 비를 퍼붓고는 금방 사라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곤 한다.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징조 중에 하나일 것이다.
늘 주변인들과 대화할 때나 기후위기 강의를 할 때, 지금이 인류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위기 상황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1980년대부터 지금 2020년대까지 환경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종종 어르신들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면 듣고 있던 어르신들이 모두 이 대목에서 아주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거꾸로 가게 될 것이다. 어제 정부 에너지 정책을 요약한 자료를 읽었는데, 한숨이 나오는 수준을 넘어 뭐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멍청한 자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지, 또 이렇게 어이없는 정책을 만든 인간은 어떤 인간일지. 생각하는 것 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머리가 아팠다. 선거일 다음날 개표 결과를 보자마자 예상은 했지만, 환경운동가로서 에너지 문제 활동가로서 참 어려운 시절을 살게 될 것 같다.
극심한 근육통과 고질적인 관절 통증
지난 일요일과 화요일 좀 무리하게 운동을 했다. 하필 월요일부터 여기저기 관절 통증도 더 심해졌다. 관절염은 대개 날씨와 연관이 있어서 어르신들이 무릎을 짚으며 비가 오려나 하면 정말 비가 온다는 것도 의학 논문을 통해 어느 정도 입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나처럼 긴 시간 관절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장마 기간이 무척 힘들 수 밖에 없는데, 앞서도 말했듯이 올해는 장마가 오다가 말고 더위에 주춤한 상태로 가끔 국지성 호우를 퍼붓다가 말다가 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차라리 예전처럼 깔끔하게 딱 2주 비를 퍼붓고 물러가면 좋으련만.
암튼 관절통증과 겹쳐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에 며칠간 좀 극심한 근육통을 겪었다. 특히 거의 겪어본 적 없던 허리와 등쪽 근육통은 일상의 별 것 아닌 작은 동작들조차 힘들고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침대가 없는 우리집은 바닥에 두터운 요를 깔고 자는데, 바닥에 누워 있다가 일어서는 동작과 방으로 들어와 이불에 눕는 동작을 하려면 허리와 등 쪽 근육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때 정말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올 정도의 통증을 느낀다.
안그래도 더위와 높은 습도로 잠을 잘 못자는데, 근육통에 관절 통증까지 겹쳐 고통스럽고 불편한 여름을 지내고 있다. 다행히 금요일인 오늘은 근육통도 관절 통증도 한결 가벼워졌다.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근육통은 내일쯤 거의 사라질 것 같고, 관절 통증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주말동안 비가 그치고 폭염이 다시 심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면 적어도 주말동안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조금 덜 아프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사람은 이렇게 간사하다. 늘 아프다가 조금 덜 아픈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다니.
SNS의 효용
누군가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가끔 몇십분씩 아무 생각 없이 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면 확실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나는 각종 SNS 사용 빈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게시물은 거의 올리지 않고, 남들이 올린 게시글을 주욱 훑어보는 수준으로만 이용하는데, 자주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한번 볼 때마다 조금 길게 보는 경향은 있다.
다만 나는 각 SNS의 특성에 맞게 딱 용도를 정해두고 쓰는데, 특히 페이스북은 발 빠르게 정보를 얻거나, 내 활동 영역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한 통로로 꽤나 유용하기 때문에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접속해 살펴본다.
아까도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산탄총)에 맞았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보고 바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외신 기사를 여럿 찾을 수 있었다. 아직 이 정보가 한국 언론에는 본격 유통되기 전이었다.
또 나는 SNS를 통해 책 소식도 자주 접한다. 그 중에는 신간 소식이 제법 많다. 알라딘에 접속하지 않아도 몇몇 출판사의 신간은 책 출간 이전에 알 수 있다. 가끔 대표나 편집자들이 작업 중인 책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고, 제목이나 표지 디자인 시안에 대해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또 몇몇 믿을만한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을 알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어제 나는 [이야기와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프랑스 혁명] 책을 추천하는 글을 보았다. 대학 시절부터 프랑스 혁명은 늘 내게 관심 주제였다. 이 책은 꼭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가 오늘 장바구니에 담는다.
주말 동안 더위가 심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보고 고민을 하고 있다. 그냥 집에서 견딜 것인가. 아니면 아껴뒀던 카드 하나를 꺼내 쓸 것인가. 암튼 오늘 오후만 무사히 보내면 주말이다. 유난히 힘든 한 주였던만큼 이번 주말에는 푹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