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동 어느 골목에는 이미 이사해버린 일터를 상대로 단식 농성을 벌이는 일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 일터의 경비실 옥상에서 목숨을 걸고 벌이는 단식농성. 이미 1800일을 훌쩍 넘겨버린 생존권 투쟁. 자본가와 국가권력은 당연한 권리를 돌려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오히려 용역깡패들을 동원하여 짓밟는다. 단식농성을 벌이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용역깡패들과 함께 거대한 포크레인이 나타났다. 아예 경비실 자체를 철거해버리기 위해서 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포크레인을 점거해버렸다. 두 명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경비실 맞은 편에는 두 명이 포크레인을 점거하여 고공노성에 들어갔다. 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포크레인 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송경동 시인이 지난주 2m가 넘는 포크레인 위에서 떨어져서 다쳤다. 병원에 입원중이고, 부러진 뼈를 바로잡기 위해 수술을 받았다. 경찰과의 말다툼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겼다고 들었다. 경동선배가 거기 올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결국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다쳤다는 얘길 먼저 듣게 되었다. 

다음주 금토일에는 농성장 주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바자회 등이 열린다. 설치미술과 음악공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상영, 감독과의 대화, 작가와의 대화, 마당극, 시사만화전 등등 준비된 건 무지 많다! 게다가 각종 도서할인판매도 준비되어 있다. 지금까지 도와주지 못한 걸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이 행사에는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 점심시간에 이 글을 올리고 나서 한참 일하다가, 조금전(4시반경)에 잠시 숨을 돌리며 페이스북을 열어보았다가, 기륭건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설마! 정말? 반신반의하며 뉴스검색을 했더니, '기륭전자 사태 6년만에 극적타결' 등의 소식들이 몇 개가 올라왔다. 1895일간의 긴 투쟁의 결과 10여명의 조합원들만 정규직으로 복직된다고 한다.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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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1-0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가슴이 쓸쓸해져버렸습니다.
1895일간의 투쟁이란, 대체 얼마나 긴 세월인지 상상조차 되질 않습니다.
6년. ㅠㅠ. 그래도 복직된 분들,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네요.

감은빛님. 우리 하늘 한번 보고, 길게 숨 한번 쉬구요..

감은빛 2010-11-05 16:30   좋아요 0 | URL
답이 늦었네요.
엊그제는 또다른 장기투쟁 사업장이었던 동희오토가 협상을 타결했네요.
하지만 아직도 장기투쟁 사업장들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었던 기륭이 타결이 되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200명이 시작한 투쟁이 6년을 끌었고,
결국 10명만이 복직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계속 맘에 남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02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저도 아침뉴스에서 그 소식 듣고 참 씁쓸했어요.
웬지 쓸쓸한 11월이예요~^^

감은빛 2010-11-05 16:31   좋아요 0 | URL
시작부터 참 쓸쓸한 11월입니다.
연말을 앞두고 여러모로 바빠지는 시기인데요.
이렇게 쳐진 기분으로 시작해서 걱정이네요.
뭔가 기분 좋은 일 없을까요?
 

 바쁜 하루하루를 지나가나면 참 많은 일들이 가슴에 남는다. 좋은 기억도 있고, 씁쓸한 기억도 있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짜증나는 기억도 있다. 잠이 들기 전에 가만히 하루를 되돌아보면 세상이란건 참 재밌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장면 1. 

며칠 전, 전날 새벽까지 술을 퍼마신 덕분에 지각을 했다. 깨질듯이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곧 들어올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앉는다. 오후에 거래처 방문 일정을 조율하느라 동료랑 열심히 문자를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앞으로 쭉 뻗은 다리로 스르륵 교복치마가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학생이 내 옆에서 교복 치마를 벗었는데, 나는 문자 메시지를 완성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그게 무슨 의미지도 깨닫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경악은 잠시 후, 내 곁에 있던 한 아줌마의 표정을 보고나서야 찾아왔다. 잠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 여학생이 대체 뭘 하는 건가 싶어서 당장이라도 얼굴을 쳐다보고 싶었지만, 치마가 내려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 곁에 서있던 아줌마는 아주 황당한 표정으로 그 여학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직접 쳐다볼 수 없었기에, 그 아줌마의 표정으로 대충 어떤 상황인지를 짐작해야만 했다. 아줌마의 표정을 분석해본 결과 이 여학생이 교복 치마 아래에(그러니까 속옷 위에) 뭔가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나서였다. 슬쩍 곁눈질로 돌아보니, 아주 짧은(무릎에서 한 뼘이상 올라오는) 미니스커트를 걸치고 있었다. 여학생은 교복 치마를 접어서 가방에 넣은 후에, 교복 재킷을 벗어서 가방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다른 재킷을 꺼내서 걸쳐 입었다. 

그리고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왔다. 의자에서 일어설 때 보니, 처음 교복을 입고 나타났을 때의 학생 분위기는 이미 없고, 성숙한 아가씨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함께 열차에 오른 후에 이 여학생은 가방에서 화장도구를 꺼내어 오랫동안 볼터치를 하고 눈주변을 꾸몄다. 그야말로 대변신의 순간이었다. 

뭐 어디가는 길인지는 모르겠지만, 변신이 필요한 장소로 가는 거라고 짐작 할 수 있었다. 문제는 교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는 건 좋은데, 하필 지하철 역 승강장에서 치마를 벗는 건 뭔가? 하필 술이 덜 깬 내 옆에서 웃을 벗는 건 또 뭔가? 정말이지 술이 덜 깨서 헛것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장면 2. 

얼마 전,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일종의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우에, 안정적인 자리였다. 하지만 현재 일터로 옮겨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는 현재 일터에서의 생활에 나름 만족하고 있던 터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그 제안에 별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잘 아는 다른 친구도 나와 똑같은 제안을 받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들었다. 결국 그 친구가 거절한 자리가 뒤늦게 나에게 찾아온 거였다. 뭐랄까 좀 거시기한 기분이었다.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미묘한 기분이다. 

장면 3

오랫만에 한 친구를 만났다. 나이는 동갑이지만, 나보다 훨씬 일찍 출판계에 들어온 업계 선배다. 그동안 서로 존대를 하며 교류하다가, 몇 번의 술자리를 갖고 나서, 슬슬 말을 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딱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어색하게 존댓말과 반말 섞인 어정쩡한 대화를 이어가다가 어제 술자리를 계기로 서로 말은 놓고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말을 놓자마자 하는 말이 내 인상이 차갑단다. 그 차가운 느낌 때문에 선뜻 말을 놓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냈다는 것이다. 무척 반듯한 모범생 이미지가 느껴지는데, 그 이면에는 차가운 인상이 있다는 거였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가 차가운 인상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어딜가면 대부분 따뜻한 인상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다.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새벽, 세수를 하다가 오래도록 거울을 들여다본다. 내가 차가운 인상이라고? 글쎄 잘 모르겠다!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자꾸만 어깨가 움츠려든다. 이럴때 본격적으로 몸을 좀 만들어야 할텐데, 이상하게 이번 가을엔 술의 유혹이 심하다. 가을은 이미 지나가고 겨울이 찾아온 듯한 날씨인데, 내 마음은 이제서야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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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0-2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술이 확 깨셨겠는데요? 아하하, 기가 차긴 하지만 보기 드문 구경이겠어요.
2. 음.. 복잡미묘한 기분, 진짜 수긍 갑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 있거든요.
3. 감은빛님이 차가운 인상인지 꼬옥 확인하고 싶지만,,, 큭큭
저도 처음 본 분들이 좀 차갑게 생겼대요, 하지만 한번만 웃으면 싸악 풀린대요~
감은빛님께서 요즘 바쁘고 스트레스 쌓이셔서, 무표정하게 다니셨을까요?

날이 풀리네요. 좋은 일 가득하세요!

감은빛 2010-10-28 13:13   좋아요 0 | URL
어제 새벽까지 술마시고 들어와서 이 글을 두드렸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대체 내가 왜 글을 두드렸는지 모르겠네요.
그때 나는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요?

저는 오히려 편안한 인상이라는 얘길 자주 듣는 편입니다.
차가운 편이라는 건 오히려 제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갖고 말한건가 싶기도..
그렇다해도 그 친구에게 그런 얘길 들은건 참 의외였어요.

점심먹고 돌아오니, 날이 좀 풀렸네요.
마녀고양이님도, 좋은 일이 잔뜩 생기기를 바랍니다! ^^

양철나무꾼 2010-10-2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그러면서 기선제압하고 호형호제하고...그런 거 아닌가요?
인상이 차갑다는 거지,인간성이 차갑다는 건 아니잖아요~

암튼,그 친구 분 좋지 않은걸요~
편안한 인상의 감은빛님을 이렇게 술렁이게 만들고 말야.

이 동네 '가을'에 주의보,대피령 발령해야 겠는걸요~^^

감은빛 2010-10-29 12:28   좋아요 0 | URL
기선제압하거나 그럴만한 사이는 아닌데, 암튼 좀 의외였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을 좀 해봤는데,
통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잊어버릴려구요.

이번 가을은 바빠서 '가을이다!'하고 한번 숨돌릴 여유도 없이 지나가네요.
유난히 술약속이 많은 시기였어요.
겨울이 오면 뭔가 변화가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네요. ^^
 

 

 

 

 

 

 

 

아이가 좋아하는 백창우 노래중에 '착하고 싸우고 착하고'라는 노래가 있다. 

노랫말을 보면 참 재밌고 기발한 것 같다. 

   
 

 은성이는 착하고 착하고 착하고

희동이는 착하고 싸우고 착하고

종혁이는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은아는 착하고 징징짜고 착하고

나는 착하고 멋있고 착하고

 
   

가끔 아내가 가사를 이렇게 바꿔서 아이에게 '세뇌'시키곤 한다. 

   
  엄마는 착하고 착하고 착하고 

아빠는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안야는 착하고 징징짜고 착하고
 
   

 아직 둘째가 태어나기 전이라 둘째는 여기에 안 들어있다.(안야는 아이의 별명) 내 생각에는 엄마 자리에 아빠를 넣어야 맞는 것 같은데, 아이는 이 가사가 재밌다고 열심히 따라 불렀다!

요즘 내 상태를 이 노래처럼 표현해보면 '바쁘고 정신없고 바쁘고'가 될 것 같다. 왜 이렇게 바쁜지,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너무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고...... 그래서 사소한 실수도 많아졌다. 예전에도 바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정신없지는 않았는데. 바쁘면 바쁠수록 의욕을 갖고 일에 몰두하곤 했는데, 요즘은 바쁘지만, 일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마지못해 처리하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요즘 재미가 없다! 

이런 상태를 바꿔줄만한 어떤 계기가 필요한데, 그게 뭐가 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읽고 나서 서평 쓰려고 생각해둔 책도 여럿되고, 사놓고 안 읽은 책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서점만 들렸다하면 사고 싶은 책이 엄청 늘어난다. 요즘 돈에 쪼들려서 헉헉대며 살아가느라, 책을 살 여유따위는 없는데, 자꾸만 책 욕심이 생겨서 큰일이다!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두서없는 끄적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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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모두 바쁜 거군요.. 책을 살 금전의 여유는 둘째치고, 책 읽을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게 더 문제입니다.^^

감은빛 2010-10-22 13:55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하루하루 놓고보면 책 읽을 시간이 참 모자라단 생각을 합니다.
천천히 여유있게 책과 벗하며 살고파요! ^^

2010-10-21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2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2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고 정신없고 바쁘시군요.^^
저도 이번달엔 책 구매 안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ㅎㅎ
도서관을 잘 활용해보려구요. 하지만 책 사고 싶은 욕구가 줄진 않네요.ㅜㅜ

감은빛 2010-10-22 13:57   좋아요 0 | URL
바쁜 건 늘 그래왔는데, 문제는 요즘 정신이 좀 없다는 거!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고민중입니다.
책의 유혹이 너무 강해서 떨쳐내기가 어려워요!
가을이라 그럴까요? ^^

양철나무꾼 2010-10-2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의 식스팩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전,다른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싸우러 다니시기엔 벌써 추운 계절이잖아요.
그냥 맹숭맹숭하더라도...따뜻한 봄이 올때까지는 이렇게 지나가 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10-10-22 14:01   좋아요 0 | URL
흐~ 한동안 술과 함께 새벽까지 달리느라 최근에 진도가 안나가고 있네요.
내년 봄까지라고 기한을 정했으니, 겨울 동안 바짝 진도나가고,
가을까지는 좀 놀아볼까 생각중입니다! ^^

최근엔 투쟁현장에 얼굴을 잘 비추질 못하고 있습니다.
며칠전에 경동선배가 포클레인 위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그래도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0-2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노랫말에,, 집에서 흥얼거리시는 노랫말이 더 정감가네요.
무척 바쁘셨군요. 그래도 건강 챙기시면서 일하세요.
곧 겨울로 접어들거 같습니다. 여름 - 초가을 - 초겨울 이런 느낌이랄까요.

감은빛 2010-10-25 13:29   좋아요 0 | URL
오늘 갑자기 엄청 추워졌네요!
아무생각없이 얇은 옷 하나 걸치고 나왔다가 깜짝 놀랐어요!
바쁘기도 하지만, 정신이 없다는게 더 큰 문제예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뭔가 놓치고 지나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시사인에 <100인의 책마을>을 소개하는 글이 실렸다.  

뭐 그냥 간단한 소개이고, 이게 뭐 큰일도 아닌데,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건. 단순히 책소개만 된 것이 아니라 내가 쓴 글에 대해 한 줄 언급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요 부분. 

   
  환경단체 활동가가 새만금 4공구 기습 시위의 기억을 되짚으며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C. 더글러스 러미스)를 소개하며,  
   

이 앞에는 김수정님(필명 아그네스)이 쓴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글을 언급했고, 바로 뒤에는 자본주의 복음의 불편함을 말하는 짙은잿빛구름님(알라딘 필명은 노란가방)의 글에 대한 언급이 있다. 아주 짧은 한 줄이지만, 언론에서 내가 쓴 글에 대한 언급했다는 것만은 기념할만한 듯하여 이렇게 남겨본다. 

사실 며칠전에 이 책에 대한 서평들을 쭉 살펴보다가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김이준수님(알라딘 필명은 스윙보이)이 쓰신 서평을 읽고 깜짝놀랐다. 우선 본인이 참여한 책에 대해 아주 냉정하게 평가했다는 것이 참 멋있고 대단해보였다. 책을 읽을 때에도 가장 재밌게 읽었던 글중에 하나가 김이준수님의 글이었기에 서평을 읽는 내내 좋았다. (또 좋았던 글은 김보일 선생님의 글 그리고 은이후니님의 글이었다.) 그런데 김이준수님의 서평에도 내 글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깜짝 놀랐던 것이다. 

내 형편없는 글에 대한 너무도 과분한 평가에,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막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처럼 부끄러웠다. 그래서 댓글도 달지 못하고 그냥 조용히 페이지를 닫았다.(여기서라도 감사인사는 전해야겠지. 김이준수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부끄러웠던 기억이 또 있었다. 바로 내 글에 적었던 새만금 4공구 시위 직후의 일이다. 어느날 함께 고생했던 선배 활동가들과의 술자리에서 어느 형이 내 사진이 실린 기사에 대해 언급했다. 정작 나는 그 기사를 보지도 못했는데, 그런 기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 사진이 엄청 크게 실렸다는 거였다. 중앙일보 기사였는데, 큰 사진 한 가운데에(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내 모습이 실렸다고 한다. 그 형에 의하면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 혼자 일을 다 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정말 사회면 톱 기사에 내 사진이 커다랗게 실려있었다. 마치 혼자서 일을 다 한 것처럼 지친 모습이 참 보기 안쓰러웠다. 어쨌거나 쟁쟁한 선배들 다 제치고 내 사진이 덜렁 실린 것에 대해서는 좀 많이 부끄러웠다.(그게 내 책임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곡괭이질은 좀 열심히 했다!) 혼자 다 한 것처럼 느껴진다니, 선배들 앞에서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환경 운동을 할 당시에는 간혹 지역 신문이나 방송에 얼굴이 나가거나, 이름이 나가는 경우는 있었는데, 전국구 언론에 실린 건 그때가 유일했던 것 같다. 그 사진도 기념으로 남겨뒀으면 좋았을 걸, 지금은 검색해도 찾을 수도 없네. 

※ 아, 서평들을 다시 보니, 스테라님과 양철나무꾼님의 서평에도 내 글에 대한 짧은 감상이 있었다! 워낙 좋은 글들이 많은데, 모자란 글에 대해서도 신경써주셔서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스텔라님, 양철나무꾼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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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0-07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독서마라톤 교육청 사이트에 올린 600자평에 감은빛님 이야기 했어요.
추천하신 환경도서도 보관함에 담아뒀고요.^^

날짜대로 읽은 부분에 대한 짧은 단상만 적어서 아직 알라딘 리뷰는 못 올렸지만...사실 아는 분들 글이라 성실하게 써야겠다는 부담도 있고요.ㅋㅋ

감은빛 2010-10-08 12:00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뭐라고 쓰셨을지 궁금합니다!
뭐 단상이면 어때요. 서재에도 올려주세요! ^^

그렇죠. 그 부담감에 대해서는 저도 이해합니다.
저도 그래서 서평을 못쓰는 책이 몇 권 있거든요. ^^

마녀고양이 2010-10-0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에 실린거 축하드려여, 시사인 참 좋아하는 잡지인데.
정기구독했다가... 너무 바빠서, 재 정기구독은 못 했어요. ㅠㅠ

그리고 고백하자면,,
스텔라님이 보내주신 <100인의 책마을>도 스텔라님 편만 읽고 못 읽었어요. 이그이그.

stella.K 2010-10-07 18:31   좋아요 0 | URL
리더스 가이드 사이트 들어가 보니 리뷰대회 기간 연장 한다던데
등록하고 대회 참여해 보면 어때요?ㅋ

감은빛 2010-10-08 13: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천천히 읽으시는게 더 좋을 책인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워낙 다양한 주제의 많은 책들을 다루고 있고,
또 워낙 많은 사람들의 글을 엮었기 때문에,
천천히 쉬엄쉬엄 읽기에 딱 좋은 책이 아닐까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0-10-0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괭이질 열심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죠.
저는 시댁 내려가면 한번씩 텃밭에 일이라도 거들고 싶은데...
제가 뭘 좀 거들었다 하면 며칠을 아프고 일상생활이 안 돼서,몸 사리게 돼요.

좋은 글들은 참 많죠.
울림을 주는 좋은 글들을 만나기 힘들어서 그렇죠.
울림은 몸으로 느낄 수 있는게 아닐까요?~^^

감은빛 2010-10-08 13:17   좋아요 0 | URL
제가 군대있을때부터 곡괭이질만큼은 좀 잘합니다.
그날 새만금에서 제 곡괭이질이 다른 활동가들 보기에도 좀 눈에 띄었나봐요.
나중에 술자리에서 종종 그 얘길 듣긴 했습니다! ^^

좋은 글과 울림을 주는 글.
그렇죠. 뭔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만 울림이 있을텐데,
그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stella.K 2010-10-0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내가 그랬었나요?ㅎㅎ 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 못한답니다.ㅜ

감은빛 2010-10-08 13:18   좋아요 0 | URL
흠 엄밀히 말하면 감상을 말했다기 보다는 그냥 언급을 하신 거였지만,
어쨌든 제 이름을 불러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

2010-10-17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9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2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전 감은빛님 글 읽었어요. 환경운동하셨단 얘기에 ㅎㅎ 감은빛님께 반했지요.^^

감은빛 2010-10-22 18:16   좋아요 0 | URL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언제부턴가 아내는 이런 말을 종종 했다. '몸매 보고 결혼했는데, 이제보니 속았던 것 같다!' 아마도 예전에 '어떻게해서 결혼하게 되었냐'는 누군가(짐작하건데 내 일터와 관련된 사람이었던 것 같다.)의 질문에 이렇게 한번 대답한 이후부터였다. 

몸매를 보고 결혼했다는 말은 과장이긴 하지만 조금은 우쭐해지게 만드는 말이다. 결혼 전 내 몸매는 나름 괜찮았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속았다는 표현은 좀 지나치다. 기분이 나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반박할 말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 결정적 증거(결혼 후 완전히 망가진 몸매)가 있으니까 말이다. 

결혼 후 제대로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일터의 노동과 가사노동과 감정노동(아내를 위한)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다. 나를 위한 시간(책읽기, 글쓰기, 운동하기 등)은 쉽게 가질 수 없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여기에 육아라는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새로운 노동에 매진해야 했다. 

아무리 조각처럼 멋진 몸매라도 관리해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법이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천천히 진행되는 이 망가짐이 스스로에게는 별로 큰 변화가 아닌 것 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아내가 뽈록 나온 내 배를 보고 '몸매보고 결혼했는데, 속았다!'는 말을 아무리 자주해도 나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대꾸했다. 나중에 운동해서 빼면 된다고! 

어느날 갑자기 아내가 마음을 바꾸고, 둘째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아내의 배가 커져갈 수록, 내 배도 커져만 가는 것이다! 급기야 아내는 소리 쳤다! '니가 임신했냐?' 이 말은 좀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늘 날씬하다, 말랐다는 소리만 들으며 살아왔던 나를 임산부에 비교하다니! 

둘째가 태어나고 아내의 배가 줄어드는 시점부터 내 배를 다시 예전처럼 돌려놓기로 결심했다. 다시 왕(王)자를 새기기까지는 시간이 오래걸리겠지만, 적어도 뽈록 나온 배를 좀 집어넣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관성의 법칙이란 것이 그토록 무서울 줄은 몰랐다. 조금씩 습관을 바꿔가면서 예전에 비해 먹는 양이 많이 줄었고, 운동량이 크게 늘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배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조영구라는 분이 운동을 열심히 해서 살을 빼고, 몸짱이 되셨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단단한 복근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이번에는 그 조영구씨가 성형을 했다는 기사가 또 눈에 들어왔다. 갑작스레 살을 빼서 생긴 얼굴 주름을 펴기위해 성형을 했다고 한다. 

조금 자극을 받았다. 운동 강도를 한층 더 높여보기로 했다. 사실 남들이 보기에는 티도 안 날만큼 조금씩 식사량을 줄이고(그러다 가끔 과음을 하거나, 폭식을 하기도 했지만)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나갔는데, 스스로도 별로 재미도 없고, 몸에도 크게 변화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헬스클럽 같은델 끊어서 한 서너달 운동을 해보고 싶은데, 육아와 가사노동에 매인 몸으로 그런 호사를 누리는 건 꿈도 꾸기 어렵다. 시간을 좀 낼 수만 있다면 집에서도 다양한 운동을 병행하여 옛 몸매로의 복귀를 앞당길수도 있을텐데, 그만한 시간을 빼기도 쉽지 않았다. 

근육운동은 그래도 짬짬히 할 수 있는데, 가장 안 지켜지는 건 유산소운동이었다. 도무지 뜀박질을 할만한 틈을 낼 수 없으니 답답했다. 궁여지책으로 일상에서 걷는 시간을 늘리고, 계단 오르내리기를 많이 했는데, 조금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그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때 육체노동을 한바탕 할 일이 생겼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책을 옮긴 날이었다. 드디어 내 몸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본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근육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몸이 뻐근하게 쑤시는 느낌이 좋았다. 아내와 아이들을 재워놓고 새벽 늦게까지 다양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몸이 변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상체 근육은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하체와 복근이었다. 여전히 부족한 유산소 운동을 어떻게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지금처럼 꾸준히만 한다면 내년 봄에는 예전 몸매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꾸준히라는 절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지켜내야 하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아내가 아파서 한동안 내가 조금 일찍 퇴근하여 아이들을 모두 내가 데려오게 되었다. (평소에는 첫째는 내가 (어린이집에) 데려가고 또 데려오고, 둘째는 아내가 데려가고 또 데려온다.) 둘째 담임선생님은 나의 등장에 조금 놀라고 당황한 눈치였다.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일어서는데, 허리끈을 채워주려던 선생님이 '끈을 늘려야하지 않나요?'라고 작게 물었다. 내가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허리끈을 딸깍 채운 선생님이 놀라서 감탄한다. '아버님, 정말 날씬하시네요!'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들려주었더니, 아내는 내 배를 흘낏 쳐다보고는 '흥!' 콧방귀를 뀐다. 아내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나보다. 기다려라! 내년 봄이 되면 그 콧방귀가 쏙 들어가게 해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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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9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런 페이퍼엔 인증 샷이 필수란거 아시죠?
내년 봄이면 저희도 식스팩 복근 구경할 수 있는 거예요?

글이 참 경쾌해요,통!통!통!

감은빛 2010-09-29 16:24   좋아요 0 | URL
아, 인증샷! 제가 카메라랑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말이죠.
뭐 위에 비밀댓글에도 썼지만,
만약 내년 봄에 예전 몸매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간다면,
한번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

식스팩 복근은 TV와 웹에 온통 널려있지 않나요? ㅋㅋ

stella.K 2010-09-2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감은빛님 그렇게 살쪄 보이지 않는데...
하긴 옷속에 감췬 살을 제가 어찌 아누?
그게 정말 그렇다는군요. 운동해서 다른 살은 빠지는데 뱃살은
안 빠진다고. 갑자기 파란흙님이 감은빛님한테 했던 말이 생각나요.
알흠답다고...ㅋㅋㅋ

감은빛 2010-09-29 16:22   좋아요 0 | URL
살은 하나도 안 찌고 뱃살만 자꾸 불어나더란 말이죠.
감추고 다니느라 애 많이 썼습니다. ^^
파란흙님께서 저를 예뻐해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꿈꾸는섬 2010-09-29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세요....내년 봄이면 원상복귀....부럽긴 한데 도무지 따라하진 못하겠어요.ㅜㅜ

감은빛 2010-09-30 03:04   좋아요 0 | URL
아뇨!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내년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예전 몸매 비슷하게나마 돌아갈지도 모른다 뭐 이런 얘깁니다. 실제로 가능할지 어떨지 알 수 없다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