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어찌하다보니 서울시당 발기인대회의 진행을 맡았고, 또 어찌하다보니 몇몇 일들에 깊숙히 발을 담그게 되었다. 안그래도 이미 발을 걸치고 있는 곳들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발을 빼고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물론 스스로 그런 일들이 싫었다면 아예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녹색당 일을 하느라 밤에 잠을 못자고, 바쁜 시기에도 시간을 뺐기고, 다른 약속을 다 제치고 녹색당 모임을 챙기는 이유는 그런 시간들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랬다! 정말 즐거웠다. 벌써 꽤 오래된 일이 되어버렸는데, 상근활동가였을 때, 그런 일들을 직업으로서 할 때는 그닥 재밌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고, 지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데 오랫만에 다시 일을 하다보니 새삼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직업으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관심과 열정 때문에 하는 일이어서 그런 듯 하다.
녹색당이 재밌고 즐거운 이유는 뜻이 맞는 사람들, 대화가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나는 환경운동을 했던 시절부터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환경문제와 자연에 관심을 두는 듯 하지만, 실상 자신이 먹고 사는 문제외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봐왔다. 그나마 조금 관심을 가진 사람들조차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나 실천에 나서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리고 시민운동으로서의 환경운동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수없이 깨달았다. 새만금, 핵폐기장, 고속철도, 4대강, 국립공원 케이블카, 골프장 등 그 어느것도 운동으로 접근해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자연을 파헤치는 개발사업은 정치인들과 건설업자들의 유착에 의해 정치 논리로 결정된다. '지역발전' 혹은 '경제성장'이라는 거짓으로 포장된 개발사업들이 무수히 많은 정치인들과 건설업자들의 배를 채우고 있다. 그 돈이 평범한 시민들의 혈세라는 것. 그리고 그 평범한 시민들은 아무런 이득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지적하지 못한다. 지금 녹색당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가는 일이 무척 즐겁다!
이제 환경을 지키는 일도 정치의 영역에서 고려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도 꼭 녹색당이 필요하다. 이미 90년대부터 녹색정치를 꿈꾸고 시도했던 많은 선배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이번 시도 역시 아직 무수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왜 하필 지금이냐?'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 아마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의 공적을 물리치기 위해 모두가 단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듯 하다. 통합이란 단어를 붙이고 있는 2개의 정당 중에 하나에 참여해야지, 왜 지금 다른 정당을 만들어서 표를 분산시키느냐는 비난을 하고 싶은 듯하다. 하지만 이미 지난 과정들을 보아, 기존 정당으로는 더이상 대안이 없다. 우리는 총선에서 많은 표를 얻고 싶거나, 대통령 후보를 내어 집권을 원하는 정당은 아니다.(앞으로는 또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뜻이 맞다면 다른 정당들과 야권연대도 가능 할 것이다. 다만 지금 이 시기에 녹색당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꼭 녹색당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녹색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핵발전소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작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거의 1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일본은 전혀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거의 다루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일본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인류 최악의 핵폭발을 일으켜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체르노빌 사고보다 더 심각한 지경이다.(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으로 검출되는 방사선량은 대부분 체르노빌 사고로 유출된 방사능 오염 덕분이다. 원래 방사능 물질은 자연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핵발전이 '청정에너지'이고, '그린에너지'이며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국민 세금으로 광고하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원전을 지으며 건설사들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 그리고 준저준위 핵폐기물에 해당되는 방사능물질이 월계동 아스팔트에서 검출되었음에도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내뱉았으며, 그 아스팔트를 처리하지 못해 노원구의 공원에 방치해두었다가 노원구청 앞으로 옮겨두었다. 일본산 생선(대구, 명태 등)에서 심각한 방사능물질이 검출되어도 기준치 이하라고 모두 수입해서 유통하고 있다. 먹는 음식에 의한 방사능 오염을 '내부피폭'이라고 부르며, 방사능 물질을 먹어서 안전한 기준이라는 것은 절대 없다는 것을 '인의협(인도주의 실천 의사협의회)'에서 확인해주었지만, 여전히 일본산 생선들은 수입되어 우리의 밥상에 오르고 있다. 핵발전은 절대로 안전하지 않으며, 10만년이라는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동안 안전하게 보관되어야 할 핵폐기물을 자손들에게 짐으로 안겨주는 범죄행위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녹색당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현재 정부의 계획대로 핵발전소는 계속 지어질 것이고, 수명이 다 된 발전소는 또 수명연장을 해서 사고 위험을 더 높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가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상한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을 때는 그런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끔 사람들에게 왜 녹색당을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을 들으면, 나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미쳐버린 나라에 꼭 녹색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혹시 이 글을 읽게 될 부모들이 계시다면, 부디 잠든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녹색당에 가입하는 일을 고민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녹색당 홈페이지 http://kgreens.org/
페이스북 녹색당 그룹 http://www.facebook.com/groups/koreagreen/
※ 알라딘에서 '2012년 녹색의 미래, 녹색의 정치를 여는 길'이란 제목의 연속 강연이 열린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20118_inmunstudy11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