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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가슴 아픈 소식들이 들린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중 22번째 죽음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오늘은 삼성 반도체 노동자였던 고 이윤정씨가 뇌암(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고 황유미씨와 고 이숙영씨 등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다가 백혈병 등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지만, 삼성측은 산재 인정을 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병에 걸린 노동자 21명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보상을 청구했다. 이 가운데 최근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 중 처음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한 사람을 제외한 19명은 모두 거부당했다. 1명은 아직 심사 중이다. 거부당한 19명 중에는 이미 세상을 등진 황유미·이숙영씨가 있다. 이 두사람의 경우 정부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아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지난해 산재를 인정받았았으나, 정부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번에 돌아가신 고 이윤정 씨는 만 32세라고 한다. 여덟살, 여섯살 아직 어린 아이들을 두고 있다. 엄마 없이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하면 몹시 마음이 아프다. 윤정씨는 고 3이던 1997년 삼성 반도체 온양 공장에 입사했다. 입사 이전에 매우 건강했으며, 가족 중에 뇌종양 등의 관련 질환자는 전혀 없다고 했다. 채용 당시에 삼성측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나온다. 윤정씨는 고온테스트 (MBT burn-in) 공정에서 6년간 근무했으며, 일하는 중 고온에 타버린 반도체 칩의 검은 연기를 흡입하거나 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 퇴사후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고 살다가 2010년 갑자기 악성 뇌 종양 진단을 받았다.

 

새삼 삼성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 무노조 삼성. 사상 초유의 기름오염 사건을 일으키고도 보상을 외면한 삼성. 용산 재개발 사업주로서 용산참사의 숨은 배후 삼성. 그리고 역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의 사업주로서 구럼비 바위를 발파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을 하지 않고, 오히려 돈으로 부모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삼성! 

 

이런 더러운 기업이 이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지난 1월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스위스 시민단체 ‘베른선언’이 세계 최악의 기업을 선정하는 ‘공공의 눈’(Public Eye) 온라인 투표에서 삼성전자가 3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보면, 이미 국제적으로도 삼성의 추악한 이면은 많이 알려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로지 국내에서만 삼성, 삼성 떠받들고 있다는 느낌이다.

 

구럼비 발파로 인해 SNS를 통해 조금씩 퍼져가던 '삼성 불매운동'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아래 책들이 널리 읽혀서 추악한 삼성의 진실이 더 널리 알려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삼성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모두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기업 경영을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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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5-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까지 꽃다운 나이에 들어와 죽은 삼성 직원이 15명, 무조건 돈막음만으로 해결되면 다 덮을 수 있다는 아주 꼼수스러운 마인드를 가진 이건희와 그 일당들. 전 저 혼자라도 삼성불매 합니다.

기억의집 2012-05-08 19:15   좋아요 0 | URL
15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방금 기사 보니 30명이 넘네요. 에휴.

감은빛 2012-05-09 14:32   좋아요 0 | URL
돌아가신 분만 그정도 숫자라면
발병해서 고통을 겪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겠군요!
삼성 불매하는 사람들은 주변에는 제법 있는데,
조금만 벗어나면 삼성을 마치 없어서는 안될 존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삼성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여
과연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듭니다.
제발 저 억울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봄나무 2012-05-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공감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고 이윤정씨의 명복을 빕니다.

감은빛 2012-05-09 14:3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봄나무님.
굳이 따져서 죄송하지만,
제가 제기한 문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조금의 양심과 뉘우침도 없이 외면해버린
기업 경영 윤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라는 아주 말도 안되는
원칙을 세워놓고 노조를 만들었던 사람들에게(대표적으로 김성환 위원장)
억지로 죄를 덮어 씌워 감옥에 처넣는 기업이죠.

자기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다루고 있었던 온갖 유해한 발암물질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았고,
그 발암물질로 인해 젊은 나이에 발병하여 결국 세상을 떠나도,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노라고
인간이하의 태도를 보이는 집단입니다.

단순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라는 생각에 길게 말씀드립니다.
부디 다시 한번 읽어주시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카스피 2012-05-0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삼숑도 파인애플 못지 않군요.파인애플은 중국에 있는 하청공장인 팍스콩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인한 종업원의 자살이 문제지요.
파인애플이야 대만에 있는 기업에 하청을 주었으므로 자살 문제에는 책임 소재에 관해선 한발 빗겨나가 있지만 팍스콩 노동자의 자살문제로 큰 곤란을 겪고 있지요.삼숑의 경우는 직접 운영하는 공장에서 벌어진 일이라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만 발병한 암과 직업과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지기 힘든 경우입니다.즉 심증적으로 확증은 가나 물증이 부족한 상태란 거죠.
아무튼 두 기업의 사례를 보면서 세계 1,2를 하는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부려 먹어여 높은 이익을 올릴수 있다는 것에 새삼 분노를 금치 못하겠군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번 사태는 소리 소문없이 가라앉을 것이고(삼숑의 직요한 로비와 광고물량때문에...),대한 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삼숑에 들어가려고 기를 쓸거란 생각이 듭니다ㅜ.ㅜ

감은빛 2012-05-09 14:56   좋아요 0 | URL
애플은 그래도 직접적으로 유해(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발병한 경우는 아닌가보네요.
유럽과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일찍 이러한 문제들이 발견되어,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작업과 발병한 질병에 대한 내용은,
아마도 충분히 입증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재로 분명히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건 해외사례 등을 살펴보면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삼성이 갖고 있는 권력구조 때문에,
정부가 쉽사리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겠지요.
일부 사람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노무현 조차도 삼성 편에 서있던 이였으니,
지금 정부야 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5-0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기업의 문제점이 이렇게 드러나면 언젠가는 인권을 생각하고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들이 될까요? 저는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더 절망스러운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러니까 더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소리를 내야겠죠?

잘 지내셨죠? 세상은 뒤숭숭하고 사회는 더 어지러운데
우리 아이들은 참 잘도 크고 있네요~ 아이들 생각하면 부모로서, 한 나라의 사회인으로 책임감이 느껴져요~

나는 봤다 2012-05-09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한겨례신문 헤드라인에 삼성반도체 노동자 핵혈병 뇌종양으로 사망과 관련 기사와 유튜브동영상을 보고 참 남일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반도체 엘시디에서 각종 산성케미칼을 다루며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그러고보면 요즘 한국 환경이 급속히 나빠진걸 보면 이런 관련 업종이 전국적으로 생겨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한 회사에서 그것도 같은 공정에서 일한 사람이 수십명이 죽었는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안되고 있으니 한국이란 나라 문제가 많습니다. 돈과 권력 앞에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은 먼지만도 못한 것인지... 혹 주변에 친구나 가족분들 중 반도체, 엘시디 아니면 관련 화학물질들을 취급하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다면 한겨례영상을 한 번 보세요. 동영상을 보니 산성약품을 취급하는 작업자가 반도체 엘시디 현장에서 착용하는 기본 비닐 장갑만 끼고 작업을 하는 영상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대한민국 1위를 달리는 기업의 현장작업이 저렇게 허접했는지를 보고 놀랬습니다. 월래 산성케미칼을 취급하면 특수 고무장갑에 특수 마스크를 착용은 기본인데 황산, 불산, 아세톤, 각종 식각약품 등을 사용하는 현상에서 저렇게 허접하게 일을 하다니. 보통 사람들은 텔레비젼으로만 봐서 항상 작업자가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눈만 내놓고 깔끔한 곳에서 일하는 장면만 봐서 좋은 이미지를 같고 있는지는 모르나 실제 그 현장에 들어가보면 많은 종류의 설비들이 있고 많은 화확물질들의 공급배관을 타고 설비내부에서 사용되고 있죠. 자동화 설비라 모두 저절로 처리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현장 작업자들은 자주 저런 물질들을 직접 취급을 하는 것이 현실이죠. 설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정기적으로 청소 같은 것들도 해야하는데 어떻게 피부에 안 닿겠습니까 또 산성물질들은 화학반응을 하면 끓는 물처럼 증기같은 흄이 날리는데 아주 열악한 설비를 갖춘 공정이 있다면 안 마실래야 안 마실수가 없겠죠. 어쨌던 같은 회사의 같은 공정에서 수십명이 죽었다면 팔 다리가 잘리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는 약자를 보호는 의미에서 관심 갖고 기사를 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동생, 아들, 딸이 저런 곳에 취직을 할지 모르는 일

나도 2012-05-09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한국 애들 피부병에 시달리는 애들이 많아진 것 같다.

452 2012-05-0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반도체 엘시디의 특정공정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사이에는 속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어느 공정에서 작업하는 누구는 장가가면 딸만 낳을 것이다. 아니면 0자가 된다더라는 등 이런 농담을 장난삼아 이야기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상식적으로 일반인들이라도 생각해보면 자기 집안에 인테리어가 자연소재가 아닌 각종 화학제품들로 꾸며졌다면 피부 트라블이 생길까 안 생길까요? 물어보나마나 당연한 것 아닌지? 요즘 안그래도 아토피니 뭐니 해서 피부병환자가 많이 증가했는데 당연히 각종 산성화확약품을 취급하는 곳은 물어보다마나죠. 인체에 좋을리없겠죠.

dhkslw 2012-05-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삼성이 산재인정을 않하는 것과 일본이 위안부 인정을 하지않는 것과 똑 같은 것이다.
명예, 자존심, 이미지 손상 등으로 입게 될 파장 아닌가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큰 아이가 학교에서 '어린이날 노래'를 배웠다고 자랑하며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중간 중간 가사를 잘 모르길래, 나도 오랜 기억을 더듬어 가사를 가르쳐주었다. 그러고보니 어린 시절 이 노래를 부르며 '오월이 푸르다는 사실'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나는 온통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둘러쌓인 대도시에 안쪽에 살고 있었다. 좀 걸어나가면 제법 큰 천(川)이 하나 있었지만, 그 천 마저도 콘크리트로 덮혀있었고, 일년의 대부분은 쫄쫄쫄 가는 물줄기의 냄새내는 똥물만 볼 수 있었다. 그러니 오월과 푸르다는 단어는 전혀 뜻이 통하지 않는 관계없는 말이었다.

 

나중에 조금 더 자라서 변두리 지역으로 이사했을 때, 비로소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에 따라 자연이 바뀐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TV 화면이 아닌) 보게 되었다. 산을 오르내리고, 계곡과 들판과 언덕을 뛰어다니던 그 시절이 내 인생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연과 가까이 살았던 시절이다. 지금 그 곳에 가보면 이미 계곡과 들판과 언덕은 다 사라졌고, 오르내리던 산 마저도 중턱까지 아파트가 올라가있다. 지금 아이들은 뛰어놀 언덕과 들판과 계곡을 잃어버리고, 집 앞까지 들어온 자동차와 오토바이 덕분에 골목에서 조차 맘껏 뛰어 놀지 못하고 있다. 모래조차 없이, 폐타이어를 깔아놓은 좁은 놀이터에서 간신히 미끄럼틀과 그네 정도만 타고 놀아야 하는 아이들.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직 도시 안쪽에 살았던 그 시절에도, 비록 콘크리트 바닥이긴 했지만, 어린 나이때부터 동네를 쏘다니며 아이들끼리 어울려서 놀곤 했다. 유치원 따위는 다니지도 않았고, 매일 아침먹고 나가서 놀다가 점심 무렵 들어와서 밥먹고 잠시 졸다가 또 뛰어나가 놀았고, 해질녁에야 겨우 들어와서 다시 저녁을 먹었다. 흙 한 톨 없는 아스팔트 바닥에서도 그렇게 열심히 놀았다. 그때는 골목으로 차가 거의 다니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 뛰어다니다가 차에 치일 일은 없었다. 가끔 덩치 큰 개와 자전거를 조심해야 했다. 그시절과 비교해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정말 불쌍하다. 큰 아이는 초등학생이지만 집앞 골목길을 함부로 내보낼 수가 없다. 차에 치일까봐 혹은 험한 세상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말이다. 큰 아이는 여전히 길을 걷다가 차나 오토바이가 달려오면 무서워하며 내 손을 꼭 잡는다. 동네 놀이터에 한번 가려고 해도 꼭 부모와 함께 다녀야 한다. 동네 구멍가게(이런 가게가 이젠 거의 남아있지도 않지만)에 심부름을 한번 보내는 것도 안심할 수 없어서 눈에 보이는 곳까지 따라가서 지켜봐야 한다.

 

게다가 오월이 너무 덥다! '지구 온난화'라는 말보다는 '기후변화'라는 말을 써야한다고 하는데, 어쨌든 오월 초의 날씨가 거의 초 여름 수준이다. 이 더운 날씨에 뛰어 놀으라고 했더니, 금방 땀을 뻘뻘 흘린다. 게다가 아이들은 모두 반팔을 입었다. 기억 속의 내 어린이날들 중에서 한 번도 반팔을 입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얇은 봄 잠바를 입고 있는 사진은 기억난다.

 

그래도 오월이다. 그래도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은 열심히 뛰어놀고 또 열심히 자란다. 아이들 선물과 조카들 용돈에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은 좋다.

 

 

 

아래는 어제 파주 어린이책잔치에 가서 구경하거나 구매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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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5-0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정말 '푸르다'를 '덥다'로 개사해서 불러야할 것 같아요.
윤달이 들어서일까요?
아님,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이상기후 때문일까요?^^

감은빛 2012-05-09 14:58   좋아요 0 | URL
양철님! 오랫만이지요?
한반도의 기후 패턴 자체가 바뀐게 아닐까라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요 몇 해동안 늘 정상적인 날씨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잘 지내시고, 언젠가 약속을 지킬 기회를 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

기억의집 2012-05-08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린시절 변두리에 살아서 그런지 주변이 다 배밭이어서 무서울 때가 있었어요. 학교 갈 때 작은 산도 넘어갈 정도였는데, 그 나트막한 산도 이십대 시절에 아파트단지로 변하더라구요. 초등학교땐 동네에 개천이 있을 정도였으니깐요. 불과 이십년이 넘은 그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아요. 강남이 80년대 초중반서부터 개발되었으니깐요.

도시화가 무섭긴 하죠. 딸애가 11살인데 학교등하교를 제가 다 해 줍니다. 혹시나 해서.

감은빛 2012-05-09 15:04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그랬죠. 80년대 초만해도 왠만한 변두리는 아직 자연이 남아 있었을텐데요.
2~30년 사이에 자연이 참 많이 망가지고 없어졌습니다.

11살인데도 여전히 등하교를 다 해줘야하는군요.
저희는 아침에 제가 데려가고,
점심식사후에 아내가 데리러 갑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나 조금 고민이 되네요.
 

 

의욕상실

 

정말 숨가쁘게 달려왔다. 작년 가을부터 녹색당을 창당하기 위해 뛰기 시작하여, 총선일정에 맞춰 어렵게 창당을 이루고, 쉴 틈도 없이 총선준비로 들어갔다. 처음으로 내가 지지하는 정당을 위해 선거운동이란 것도 했다.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뭔가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현실이었다. 기적처럼 어렵게 창당한 녹색당은 선거에서 득표율 2%를 채우지 못해 정당등록이 취소되었다. 녹색당 뿐 아니라 이번 총선에 참여한 신생(소수)정당들은 모조리 같은 운명이 되었다. 진보신당도, 청년당도 모두 등록취소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녹색당의 결과도, 진보신당의 결과도, 새누리당의 결과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물론 냉정하게 생각해서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다. 다만 기적같은 창당을 이룬 녹색당이 뭔가 이변을 가져오기를 간절히 바랬고, 그랬기에 그토록 열심히 움직였던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거의 넋을 놓고 며칠을 보낸 듯 하다. 밤 늦도록 술도 많이 마셨다. 낮엔 또 일터에서 미처 신경 못쓰고 있던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었다. 대체 지금 내가 무슨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여러번 하고 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더 늦기전에 멘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 전환점이 되어줄 사건을 이번 주말에는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봄에는 도감을

 

봄이 오긴 왔나보다. 마음은 아직 춥기만 한데, 몸은 따뜻한 날씨에 반응하고 있다. 사람들이 앞다투어 올리는 봄 꽃 사진들을 보며 얼어붙어버린 마음을 조금씩 녹여가야겠다. 봄이다. 이번 봄에는 아이들과 함께 도감을 열심히 들여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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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2-04-21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 내세요. 도감들고 들로 산으로 나가보는 것도 좋겠네요.

감은빛 2012-04-27 17:49   좋아요 0 | URL
날씨가 따뜻했다가 또 추워지고,
주말에 나가려고 했더니 또 비가오고.....
이번 봄엔 뭔가 잘 안맞는 듯 하네요.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카스피 2012-04-2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술에 배부를순 없지요.통합 진보당의 경우 13석의 의석을 갖기위해서 수십년간 각곡의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까? 녹색당의 진심도 조만간 국민들이 알아줄날이 옵겁니다.
감은빛님 기운내셔요^^

감은빛 2012-04-27 17:50   좋아요 0 | URL
네, 카스피님의 말씀 덕분에 힘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

차트랑 2012-04-23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매체를 바라보는 국민의 의식이 매체의 질을 결정하듯....
국민이 녹색당의 참 뜻을 이해해 줄 날이 올것이라 믿습니다.
원자력의 위험성과 청청에너지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긍정적 변화과정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박혜령 후보가 출마한 울진은 공해에 찌든 서울에 비하면
참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다음을 위해 다시 준비하셔야죠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감은빛 2012-04-27 18:03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 늘 따뜻한 응원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게다가 시까지 남겨주시다니!
천천히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녹색당은 이미 '녹색당 더하기'라는 임시 이름으로 재창당에 들어갔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차트랑 2012-04-2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창당을 하셨군요.
제 발로 뛰지는 못하더라도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더욱 힘 내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12-05-08 17:5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봄나무 2012-05-0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른길을 위한 목소리는 소수여도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계속 수고해주시길!!! 저도 관심가지고 지켜볼게요

감은빛 2012-05-08 17:51   좋아요 0 | URL
봄나무님 고맙습니다!
녹색당의 존재에 대해 주위 분들에게도 알려주세요! ^^
 

지독한 정치 혐오

돌이켜보면 나는 정치에 대한 지독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다. 아니 정치인에 대한 혐오감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아버지가 노동운동을 하셨고, 80년대에 민주화운동에 뛰어들면서 정치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 살림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몸을 바쳐 정치를 하셨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가 모셨던(이건 아버지의 표현이다.) 분은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렸다.(그때 함께 버려진 사람이 노무현이다.) 3당 합당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아버지는 당을 나오셨다. 그리고 다시는 정치판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다. 내가 아는 아버지는 돈을 버는 재주는 정말 없었지만, 운동과 정치판에서는 무척 유능한 분이셨다. 학생때는 학생회장. 노조에서는 노동조합장. 정당에서는 사무국장.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존재였다. 아버지가 당을 떠난 후에도 선거철이 되면 유능했던 아버지를 찾는 전화가 종종 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다시 돌아가지 않으셨다.

내가 정치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정치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된건 아마 아버지의 영향일까? 아니면 고등학교 때 사회에 대한 눈이 띄인 이후로 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이면을 봐왔던 덕분에 더러운 정치의(그리고 정치인의) 이면을 자주 봐왔기 때문일까? 아마도 둘 다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와 뜻을 같이하는 진보정당 조차도 지지는 할 수 있지만, 그 판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존경하는 교수님이 그닥 정의롭지도, 진보적이지도 않은 노무현 정권에서 정치를 시작했을 때에도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무척 실망했다.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무렵 한미FTA를 두고 정부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이던 그 교수님은 나의 안부전화를 받지 않으셨다.(아마 단순히 바빠서 못받으셨을 수도 있다.) 범국본에 관여하고 있었던 제자와 청와대에 있었던 스승은 그 이후로 다시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물론 그 뒤로 연락을 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운동의 한계, 정치의 필요성

정치에 대한 혐오는 갖고 있었지만, 진보정당처럼 우리의 뜻을 대변해줄 정당과 정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정치 논리로 만들어진 새만금과 고속철도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던가! 예전에 다른 글에도 쓴 적이 있지만, 새만금 개발과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모두 정치 논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국책사업이었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정치인의 말 한마디 때문에 벌어진 끔찍한 환경파괴 사업이었고, 온갖 비리로 얼룩진 더러운 사업이었으며, 국민의 혈세를 국토를 파괴하기 위해 낭비한 사업이었다.

공교롭게도 국토의 파괴와 경제성장 따위는 전혀 관계없이 말 한마디 뱉은 노씨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많은 국민들이 지금도 눈물을 흘리며 추앙하는 노씨 대통령 재임시절에 나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장과 경부고속철도 공사 예정지역에서 땀과 눈물을 쏟으며 깨달았다. 환경운동만으로는 안된다! 이 땅의 억압받는 노동자들을 대변할 진보정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생명을 파괴하는그릇된 정치 논리에 맞서 올바른 정치를 펼쳐나갈 녹색 정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 시절 독일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생태운동가인 프란츠 알트씨를 만났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 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인간적으로 그 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 분께 독일 녹색당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에도 꼭 녹색당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여러번 해주셨다.

실패와 성공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초록정치연대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그들은 내가 원했던 바로 그 녹색 정치를 이 땅에서 시도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때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나는 그때는 몇가지 이유 때문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랐다. 무엇보다 이명박의 오랜 삽질과 후쿠시마의 핵폭발사고 등으로 인해 이 땅에 녹색 정치가 좀 더 간절해졌다. 처음에는 나도 조금 고민을 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괜히 실패의 횟수를 한번 더 늘리고 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어느 순간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대기 어렵지만, 녹색당 창당에 뛰어들어 열심히 활동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녹색당이 창당하고, 지금 첫번째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지독한 정치 혐오자였다. 정치가 처음이고 낯선만큼, 선거운동이란 것도 처음이고 낯설다. 하지만 하루종일 수시 때때로 나는 선거에 대해 고민하고, 뭔가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선거운동이 뭐 그리 대단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저 생활속에서 사소한 것부터 고민하다보면 뭐든 다 선거운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요즘 즐겁게 깨닫는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한 모임

녹색당 동료들과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며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오면서, 한편으로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곰곰히 그 이유를 따져봤다. 합리적인 이유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저 사람들이 좋았다.

우리지역 녹색당원들의 첫 모임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셨다. “지금까지 늘 혼자이거나 소수였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당연한 주장을 해도 아무도 귀기울여 주지 않았는데, 오늘 우리 동네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하고 깨닫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기억의 왜곡으로 인해 실제 그 분의 말씀이 조금 각색되었을 수도 있음!) 그말을 듣고 나서 나도 새삼 깨닫는다. 녹색당이 꼭 필요한 이유! 녹색당이 좋은 이유! 녹색당에 자발적으로 열심히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모두 사람때문이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소위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난 늘 소수였는데, 여기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다니! 반갑고 또 행복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모임이 이 나라의 요상하고 해괴한 선거법 때문에 창당하자마자 다시 사라지게 놔둘 수는 없다. 이제 막 돋아난 새싹인 녹색당이 무럭무럭 자라나 화려한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과실을 맺게 해주고 싶다. 내가 아는 모든 분들,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분들께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4월 11일에는 꼭 투표장으로 가셔서, 녹색인 정당투표용지에 11번 녹색당을 찍어주시기를!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를 위한 단 하나의 선택!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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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8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9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트랑 2012-04-0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

녹색당을 적극 지지합니다~!!!
(선거법에 위반되는 발언이라면 지적해주십시요~)

오해는 하시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감은빛님 사랑합니다~!!!^^

감은빛 2012-04-09 16:23   좋아요 0 | URL
선거법 위반 아닙니다!
늘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매번 제 글에 1등으로 댓글 달아주시는데,
저는 통 찾아뵙지도 못해 죄송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차트랑 2012-04-10 01:22   좋아요 0 | URL
선거에서 뜻하시는 바를 꼭 이루어 주시기 바랍니다.
녹색당, 적극 지지합니다!!

글의 추천수가 아주 많습니다.
힘내십시요!!!

굿바이 2012-04-0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 ^^

감은빛 2012-04-09 16:24   좋아요 0 | URL
굿바이님 고맙습니다!^^

카스피 2012-04-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이 선전하길 기원합니당^^

감은빛 2012-04-13 01:07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고맙습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아 선거법상 정당등록이 취소되지만,
녹색당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 땅의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분발하겠습니다.
 

두번째 책

 

공저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하게 된 두번째 단행본이 곧 나온다. 첫번째 단행본은 (알라딘에서는 여러 이웃분들이 아시겠지만) <100인의 책마을>이었다. 솔직히 이 첫 책에 필자로 참여했던 것을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무척 부끄럽기도 하다. 책이 나오고 나서, 다른 분들의 원고를 읽으면서 나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고 느꼈다. 다른 분들의 글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뭔가 의미를 전하고 있는데, 내 글은 그닥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별로 의미도 없는 듯 했다. 그동안 글 공부 좀 했다고 생각해왔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아직 한참 내공이 부족하구나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도 없이 또 두번째로 단행본에 짧은 원고 하나를 보탰다. 이번에는 단순히 공저자 중 한명으로만 참여한 게 아니라, 기획단계에서부터 필자들 연락하고 책 진행 전반적인 부분을 챙기는 준비팀에 참여했다. 작년 10월 말에 기획을 시작해서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했고, 12월에 필자들에게 원고 청탁하고, 취합하고, 독촉하고, 수정요청하고, 직접 수정하기도 하는 등 한창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도 여러가지 진행을 해오다가 2월 초부터는 또 책의 서문을 쓰느라고 꽤 오랜 시간 고생을 했다. 처음에 글의 컨셉을 잘못 잡았다가 두 차례나 수정을 해야했고, 결국에는 첫 원고를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글을 다시 써야했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웠다. 역시 나 자신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많이 느꼈다.

 

 

어제 최종적으로 전체 필자들에게 수정사항을 받아서 취합하고, 표지에 들어갈 필자 소개를 확인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오늘 원고가 우리 손을 떠났다. 인쇄 작업으로 들어갔고 다음주 금요일쯤에 출간된다. 그러면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건 그 다음주가 될 듯하다.

 

이번 책의 제목은 <녹색당 선언>이다. 작년 10월 말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해서 이번 3월 4일에 '창당대회'를 여는 '녹색당' 당원들의 글을 모았다. 참여 필자가 무려 29명이나 되고 인터뷰를 한 <일다>의 조이여울 기자까지 포함하면 글쓴이는 30명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나중에 책이 나오면 다시 해야겠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우선 그동안 원고 취합하고 검토하거나, 여러가지 챙길 것들을 살펴보거나, 서문을 쓰기 위해 괴로워하면서 하얗게 지새웠던 밤들에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해두고 싶다.

 

 

인연

 

흔히 "세상 참 좁다!"는 말들을 한다. 나 역시 "한 두 사람만 건너면 다 만난다"는 말을 가끔 한다. 그건 내가 일반적인 사회생활의 범위보다 좀 더 폭이 좁은 곳에 속해 있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해 운동판이라고 불리는 이 바닥에서는 정말 한 두 사람 건너면 죄다 아는 사람들이다.

 

일주일 전인 토요일 정동에서 연달아 두 가지 행사에 참여했다. <조영관 시인 문학창작기금 수상식>과 예전에 함께 일했던 활동가의 결혼식이었다. 두 곳에서 아주 오랫만에 여러 선배들과 동료들, 후배들을 만났다. 반가운 얼굴들이 정말 한 둘이 아니었다. 문동만 선배와 임성용 선배 그리고 박일환 선생님과 이시백 선생님 모두 무척 오랫만에 뵈었다. 게다가 그 날은 '희망버스' 때문에 갇혀있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송경동 선배와 정진우 실장도 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최근에는 아내와 더 가까워진 박수정 선배와 그날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희정 씨 역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터라 반가웠다.

 

결혼식에서 만난 사람들은 훨씬 더 오랫만에 얼굴을 보게 된 이들이다. 예전에 일했던 단체의 운영위원 선생님들을 거의 대부분 뵐 수 있었고, 함께 고생했던 선배, 후배 활동가들과도 오랫만에 힘찬 악수를 나누었다. 다만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서 처음의 반가움 외에는 이 사람들과 함께 나눌 공동의 관심사가 그닥 없었고, 오랫만에 친한 척 하려니 무척 어색한 듯한 태도가 스스로도 확실히 느껴졌다. 마음으로는 반가웠지만 그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는 다소 무뚝뚝했으리라.

 

이날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반가운 이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민중 가수 이수진씨였다. 처음 만난 건 바로 앞서 언급한 그 단체에서 활동할 때였다. 그는 자원활동가였고, 나는 자원활동가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상근활동가였다. 당시에는 아쉽게도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몇 번 만나지 못한채 업무상의 관계가 끊겼다. 다시 만난 건 아마도 FTA반대 집회에서였다. 수진씨의 풍부한 성량과 매력적인 음색 덕분에 대번에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반가운 마음에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그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서로 반가워하고 그새 바뀐 서로의 상황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그 후로도 아주 가끔 거리에서(즉 집회에서) 그와 마주치곤 했다가 최근 몇 해동안 한번도 보질 못했고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조영관 시인 문학창작기금 수상삭>의 식순을 살펴보다가 그 이름을 발견했다. 작은 무대였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혼자 흐뭇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스피커와 앰프 등의 장비 옮기는 일에 조금 손을 보태면서 넌지시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조금 생각한 후에 내 이름을 기억해 냈다. 우리는 또 한번 어색하게 서로의 변한 상황을 조금 이야기했다. 알고보니 그는 얼마전 아내가 참석했던 지인의 결혼식에서도 노래를 불렀었다고 한다.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언니(그날의 신부) 동생의 절친이라고 했다. 우린 서로 신기하다고 맞장구를 치면서 정말 한 두 사람 건너면 다 만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정말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예전에 자신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셨던게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그때 내가 그랬었나? 싶었지만 그냥 웃었다. 또 언제 그와 마주치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 좁은 바닥에서 움직이다보면 또 언젠가는 마주칠 것이다. 그럼 또 반갑게 웃으며 안부를 물어야겠다. 반가운 마음이 어색한 태도에 묻혀버리지 않도록.

 

 

※ 아래는 위에 언급한 작가들의 책들

 

 

 

 

 제 2회 조영관 시인 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희정씨의 책.

 삼성이라는 절대 권력에 맞선 사람들

 책의 주제도 의미있지만,

 희정씨 특유의 섬세하고 탁월한 문장의 힘이 느껴진다.

 

 

 

 

 

 

 

 평택 대추리 농민들, 기륭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

 콜트 콜텍 해고 노동자들, 용산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지낸 거리의 시인.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죄로

 구속되었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기륭 집회현장에서 추락사고로 다친 발목에는

 아직 철심이 박혀있다.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차디찬 감옥에서 보낸

 추운 겨울을 생각해본다.

 

 

 

 

 문동만 선배의 매력포인트는 웃음이다.

 따뜻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

 

 앞에 나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 뒤에는 반드시 묵묵히 그를 받쳐주는 사람이 있다.

 문동만 선배는 그런 사람이다.

 작가회의에서나, 리얼리스트 100에서나

 늘 자기 자리에서 충실히 역할을 해주는 사람.

 

 

 

 

 

 

 

 임성용 선배는 정말 재밌다.

 그의 걸쭉한 사투리와 입심은 웃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든다.

 하지만 그의 시를 읽으면 도저히 웃을 수가 없다.

 그의 해학 코드를 이해하려고 애쓰다보면

 절로 눈물이 흐른다.

 

 

 

 

 

 

 

 

 

 

 가끔 시인들이 산문을 더 잘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송경동 선배도, 임성용 선배도.

 박일환 선생님 역시 시도 좋지만, 산문도 참 좋다.

 

 물론 이 책은 글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저 위의 희정씨의 책과 함께 소개하기 위해 올려놓는다.

 

 

 

 

 

 

 

 

 

 언젠가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소개 한 적이 있다.

 이시백 선생님의 글은 설명이 불필요하다.

 그냥 한번 읽어보면 이해할 것이다.

 

 흔히 성석제에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한 수 위다.

 

 

 

 

 

 

 

 

 

 박수정 선배의 남미 여행 이야기

 출판 기념회 때 구입해서 싸인을 받아왔지만,

 정작 나는 읽지 못했다.

 대신 아내가 열심히 읽었다.

 

 가끔 아내를 통해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주는

 선배의 마음이 참 따뜻하다.

 그 따뜻하고 넓은 마음으로 더 많은 이들을 품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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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2-2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인의 책마을> 님의 글에 동그라미도 치고 밑줄 그어가며 읽었고, 며칠 전에도 환경도서 확인하느라 다시 펴 보았는걸요.^^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저도 읽어보려고 TTB광고에도 올려두었어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두번째 나오는 책도 기대하고요~ ^^

감은빛 2012-03-09 15:10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제 글을 열심히 봐주셨다니 고맙습니다!
네, 삼성을 다룬 책들은 죄다 사다놓긴 했는데, 저도 꼼꼼히 읽지는 못했어요.
소개를 했으니,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2-02-2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또 나오는군요, 멋지네요.
감은빛님, 이거 축하드려야 하는거 맞요? ^^

감은빛 2012-03-09 15:10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12-02-2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감은빛 2012-03-09 15:11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텔라님의 축하는 특히 더 반갑네요! ^^

숲노래 2012-02-2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선언 미리 축하해요~

감은빛 2012-03-09 15:11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cyrus 2012-02-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책 내시는거 축하합니다. 그동안의 노고가 책이라는 결실이 맺게 되었군요.
책이 출간하시는대로 서재에 바로 알려주는 것, 잊어버리시면 안됩니다 ^^

감은빛 2012-03-09 15:12   좋아요 0 | URL
답이 엄청 늦었습니다! 죄송!
그리고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이 출간되었는데, 바쁜 일정때문에 알리지 못하고 있네요.
곧 글하나 올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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