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와 보름달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9
제인 욜런 지음, 존 쉰헤르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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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섯살인 아이보다는 내가 더 좋아하는 작품이다. 서정적인 그림은 존 쉔헤르, 시적이고 감성적인 글은 제인 욜런이 쓴 공동 작품이다.  

추운 겨울 밤, 잠잘 시간도 한참 지난 밤중 아빠와 처음으로 부엉이 구경을 나선다. 부엉이 구경을 나서려면, 자격이 필요한데, 오빠들은 이미 부엉이 구경을 치렀고, 이제 나이가 되어 대망의 내가 나설 차례이다.  

그날 바람은 불지 않았고, 나무도 거대한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나 달빛이 밝아 하늘도 환하게 빛났다. 길 저 뒤쪽 어디에선가 슬픈 노래 같은 기적소리가 들렸다.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고 산길을 뛰어 간다.  

"부엉이 구경을 나가면 조용히 해야 한단다. " 아빠는 늘 말씀하신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부엉이가 나오기만을. 

달빛이 아빠의 얼굴에 은빛 가면을 씌웠다. 아빠는 소리내어 불렀다.  

"부우우우우우엉, 부우우우우우우엉" 

부엉이를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나오는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고 오빠들이 귀뜸해 주었다. 계속 걸었고, 몹시 추웠다.  

얼음 손으로 누군가 등을 쓸어내리는 것 같고, 코랑 볼은 얼어서 화끈거렸다. 그러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부엉이 구경을 나가면 조용히 해야 하니까. 자기 몸은 자기가 알아서 따뜻하게 해야 되니까. 숲 속에 늘어선 나무 그림자들은 여태껏 본 어떤 것보다 시커맸다. 뒤에 뭐가 숨었을까? 하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부엉이 구경을 나가서는 용감해야 되니까.     

부엉이를 보러 가는 행위는, 분명 통과 의례를 상징하지만, 단순히 가혹한 시련만이 아니다.  

"바깥 세계로 향하는 문을 나서는 나에게, 반드시 품어야 하는 가치를 가족으로부터 전수받는 애정의 과정이다. 또 바깥 세계로부터의 보호라는 의식이고, 애정을 키우는 의식이고, 소망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슴에 심는 의식이다." 또 어른이 되어서 그 소망을 간직하며 힘이 되어 주게 하는 의식이다. 숲 속, 눈 속, 보름달이 빛나는 밤. 아빠와 부엉이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한밤중. 마음에 차오르는 느낌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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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8-11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전 그냥 재미없지 않을까해서 제쳐두었던 것인데 보고 싶네요

icaru 2011-08-11 09:00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 님 감성에도 잘 맞을 것 같은데요, 그림도 그리고 이 역시 시 같은 글이라 ㅎㅎ
출판사는 비호감이나, 책들이 좋은 게 많으니 ...
주춤주춤할 때가 잦아요..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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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쪽

박정희 시대나 전두환 시대, 즉 한국 경제의 '영광의 30년'을 많은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이라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그 시절에 국민 소득이 높아서만이 아니다. 그 시절에는 스카이대학이라고 부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그리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육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경제생활에 임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기회와 다양한 패자부활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입체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했다.




142쪽

 마케팅 세력이 아닌 어른들은 10대가 독서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예산과 제도를 비롯한 많은 지원을 해주겠지만, 마케팅 세력은 10대들에게 주어진 용돈을 독서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하도록 계속 유도할 것이다. 작지만 이 두 가지 힘의 싸움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나머지 힘들 사이의 균형을 결정할 가장 큰 요소이다. 마케팅 세력과 비마케팅 세력은 10대의 용돈이라는 1318 시장에서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한국의 미래가 걸려있다.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는 간단하다. 10대들이 상대적으로 책을 사는데 더 많은 용돈과 에너지를 지출할지 아니면, 1318 마케팅 세력을 지시하는 화장품과 소비재를 사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셈이다. 




 178쪽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음 세대'에 관한 문제의 절반 정도는 지금의 386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적 자본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386세대를 다른 세대와 비교한다면, 해방 이후 가장 많은 독서를 했던 세대이고, 현재도 가장 많은 독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포디즘 이후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해서도 이전 세대에 비하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편이고, 독서할 여력이 없는 다음 세대에 비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사교육에 의한 지적 소화력 상실의 집단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세대는 포디즘 이후에 새로 생겨날 변화들에 대해 오히려 지금의 20대보다 훨씬 높은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별적 능력과 세대 내 단결이라는 두 가지 장치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이 세대가 향후 세대 내 경쟁을 점차 완화시키고, 세대 간 경쟁을 통해서 다음 세대에게 돌아갈 몫을 선점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5쪽

"문제의 원인은 학력과잉"이라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도 보인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대학생이 너무 많다는 식으로 엉뚱한 화풀이를 하고 있다. 정답은 따로 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듯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 사회의 특징인 학벌주의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 능력 있는 고졸자들에게 그나마 열려 있던 기회의 문이 닫히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 은행과 공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수를 다시 고용했다. 여전히 필요한 인력이었기 때문.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시 고용한 인력은 거의 다 비정규직이었다.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인력으로 교체되었다. 예전에 괜찮은 일자리였던 것이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252쪽

프랜차이징의 지나친 증가는 사업다양성의 손실과 지역 경제의 붕괴 그리고 서민과 20대 경제의 버팀목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지만, 우리나라처럼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징 업체를 자영업자들에 비해서 선호하는 현상이 강력한 상황에서는 경제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경제학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자영업이 프랜차이징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이 프랜차이징에 밀릴 이유는 없는데, 실제 소비 단계에서는 더 비싸면서 평균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소비하는 현 상황을 분석하는 일은 경제학 영역 바깥의 일이다.

만약 20대가 그들이 먹는 음식 혹은 일상적 구매의 일부를 생협 방식으로 전환하는 조합원이 된다면 더 많은 20대를 그들끼리 구제하면서 새로운 자신들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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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원의 엄마는 전략가 - 초등 6학년부터 준비하는 명문대 입학 로드맵, 2010 개정판
민성원 지음 / 예담Friend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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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실전에 적용시키기 위해 이 부류의 책을 읽겠다 한다면, 아이가 초등 고학년 쯤 되었을 때가 좋을 것 같다. 초등 6학년때 본격적으로 엄마가 학업과 진로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 놔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한참 어려도 과거 시행된 주요 정책적인 골자를 파악해 두면, 수능은 15년 이상 없어지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아무리 교육 개정이 몇 번 더 이루어지고, 입시제도가 바뀔지언정, 중심 못 잡고 방황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시중에 공부법 책은 참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많이 널려 있다. 이 책도 세부적으로 공부법에 관한 코치를 하고 있는데, 영어를 보면, 다음과 같다. 수학도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 수학이 그러하거늘, 영어는 더 반복이 중요하다. 매일 꾸준히 영어를 접하되, 방학처럼 시간이 많을 때는 하루 3시간 이상 영어 공부에 집중하라. 한다. 그러니까 무진장 모두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심지어 책까지 꼭 집어서 이 책으로 공부하라고 이른다. 6학년 2학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단어는 <능률 VOCA>, <우선 순위 영단어>,  <뜯어먹는 중학 영단어>, 독해는<리딩튜터> 문법은 독학용으로는 <맨투맨 기초영어>, <성문 기초 영어> 등  중학교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내신 영어에 집중하라고! 는 식이다.

이 책에서는 상위권 중3을 대상으로 할애하는 지면이 많다. 일테면, 서울대를 가려면 일반고를 가고, 연고대를 가고 싶으면 특목고를 가고, 의대를 가고 싶으면 과학고를 피하라고 하면서 그리고 현재 초등 6학년의 위치에서 영수 성적에 정도에 따라 서울대 진학을 놓고, 각각의 로드맵을 그려 주기도 한다.



  초등 6학년,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라 (68p)

대학과 학과,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대학을 선택할 때는 최대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학교로 정해야 한다. 먼저 학교를 정해놓고 혹시 성적이 안 되면 학과를 바꾸는 편이 안전하다. 대학 내에는 부전공, 복수전공, 전과, 편입학, 대학원 등 자신이 원한다면 전공을 바꿀 수 있는 여러 제도들이 있다. (…) 의과대학, 약학대학, 사범대학 등 전문 직업과 관련된 일부 학과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사회에서 그대로 적용하지 못한다. 대학에서는 자유롭게 사고하는 방법과 자신의 전공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 정도만 배우고, 졸업한 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재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당신이 무엇을 전공했느냐를 묻기 전에 어느 대학을 졸업했느냐를 먼저 묻는다. 게다가 자주 바뀌는 입시제도 하에서는 대학마다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상당히 다르다. 그래서 연세대 경영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수능성적이 좀 잘 나온다고 해서 서울대 경영학과로 자기 목표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서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를 준비하다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초등 6학년, 특목고를 갈지 일반고를 갈지 결정하라 (77~78p)

특목고 진학에만 성공하면 명문대 합격은 문제없을까?

현재 특목고 입학을 도전하는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특목고에 들어갈 때는 정말 독하게 마음먹어야 한다. 훌륭한 시설, 좋은 면학 분위기 속에서 실력 있는 교사진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내신성적에서는 일반고 학생들보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목고에서는 대학 입학과 큰 연관이 없는 것들도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야 한다. 게다가 특목고에서는 일반적으로 모든 학생들을 우수하다고 전제하고 지도하므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처지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내가 하위권이 될 수도 있다’는 경험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다닐 때, 고등학교에서는 전교 1등 수준이었던 많은 학우들이 자신이 학과에서 하위권이라는 것을 알고 당황해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일반고에 입학했더라면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으면서 서울대에 도전할 학생들이 1학기말 시험을 치른 후에 자신의 목표 대학을 대폭 낮추게 된다.


입학사정관제도, 이렇게 준비하라 (122~123p)

입학사정관제, 어떻게 준비할까?

입학사정관제도란 성적만 우수한 학생보다는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과정이다. 때문에 무엇보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잡혀 있어야 한다. 진로에 대한 확신을 토대로 그에 걸맞은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잠재력과 특기·적성 위주로 선발한다고 해서 학생부 성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학생부 성적은 학생 평가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로, 지원 학생이 학교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가를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또한 수능 역시 최종 합격의 순간까지 준비해야 할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서울대, 서강대, 가톨릭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은 여전히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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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간 사자 웅진 세계그림책 107
미셸 누드슨 지음, 홍연미 옮김, 케빈 호크스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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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도서관에 왔다. 용맹무쌍 무식과감해 보이기만 하는 사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녀석도 책이 좋고, 이야기가 좋은 것이다. 이야기 시간에 잠자코 귀기울여 듣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데 도서관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소란을 피우지 말 것.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조용히 하지 못하겠다면 도서관에서 나가야 한다고 그게 규칙이라고 관장님이 엄격한 소리로 말하자, 사자는 계속 으르렁거린다. 왠지 슬픈 소리였다.

이때 한 아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다.


"조용히 하겠다고 약속하면, 사자가 다시 내일 이야기 시간에 와도 되나요?"
"그래, 착하고 얌전한 사자라면 당연히 또 와도 되지."
 
이 그림책은 드라마틱한 완결력이 돋보인다. 인물의 전형성도 그렇다. 주인공 사자에게는 반동 인물 격인 맥비 씨( 메리웨더 관장님과 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모두 사자에게 마음을 열자, 도서관 부관장 맥비 씨는 불만을 느낀다.)의 오해 아닌 오해로, 사자가 규칙을 어겨 버린 것이 되어서, 사자는 스스로를 벌 주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지 않게 되었을 때, 관장을 비롯하여 아이들은 슬픔을 느끼고, 허전해한다. 이 때  다시 사자가 도서관에 올 수 있겠끔 도와주는 조력자가 다름 아닌 맥비 씨인 것이다.  이 부분도 감동이 있고!

무엇보다도 도서관에 간 사자,에서의 어록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때로는 규칙을 어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도서관이라 해도 말이다."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더 이상 사자가 도서관에 오지 않아, 매리웨더 관장님이 쓸쓸해 할 때, 그녀의 슬프고 힘없는 목소리로 그 마음을 알아 채고, 사자를 싫어하던 맥비 씨가 사자에게 새로운 규칙을 알리기 위해(도서관에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오는 거리를 찾아 헤매는 장면에서도 그의 순해진 눈빛을 먼저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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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8-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이책 읽다가 사자가 혓바닥으로 풀붙이는 장면에 박장대소했답니다

icaru 2011-08-1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맞아요~ 참 귀염성 있는 사자였죠~
 
황금 노트북 3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 외 옮김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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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여사, 검색해 보니 올해로 아흔셋이다. 작가 연보에 나오는 일생을 보아도 스펙타클하다. 열아홉 첫결혼 두 아이를 두고, 이혼 재혼 후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을 데리고 이혼.  

62년에 황금노트북 출간 76년에 황금노트북으로 메디치상 수상. 

2004년에 그의 첫 소설 풀잎은 노래한다, 를 읽었던 때가 떠오른다. 토착인과 이주민, 흑인과 백인 , 남과 여... 씨줄과 날줄의 생생한 괴리... "그따위 백인의 전통적 가치, 개나 줘버려" 하는 뉘앙스를 풍부하게 담아 썩소를 날리는 누군가의 얼굴이 뒤통수에 달라붙는 듯, 불모한 백인 문화의 위선을 교묘히 비웃는 그 문체가 오싹할 지경이었다.  

이 작가, 정말 걸출하다는 것을 황금노트북에서도 재확인하다.  

시간을 거슬러 재독하게 하고, 혹평과 호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갈리고...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접하고, 그에 대한 비평을 쓴 평론가는 결코 소설가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작품들을 통해서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고, 좋은 작품이란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지를 아는 상황에서... 습작을 하려 했을 때는 그러니까 손이 머리를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나는 평론가는 아니지만, 그리고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나 계획 또한 없지만...   이 어마어마한 황금노트북을 대하고 있노라니, 주인공 작가인 안나의 분열된 자아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노라니, 자꾸 나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앞전 얘기와는 달리, 나도 나만의 황금노트북을 써 나갈 수 있겠다는 참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용기가 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각각의 색깔의 노트에는 해방된 여성의 삶, 아프리카에서의 경험, 공산당 활동, 사랑, 개인의 일상, 그리고 희망과 조화...로 귀결되는 이야기들을 도리스 레싱 자신만이 들려 줄 수있는 철학과 가치관을 담아 그려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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