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140쪽

박정희 시대나 전두환 시대, 즉 한국 경제의 '영광의 30년'을 많은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이라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그 시절에 국민 소득이 높아서만이 아니다. 그 시절에는 스카이대학이라고 부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그리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육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경제생활에 임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기회와 다양한 패자부활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입체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했다.




142쪽

 마케팅 세력이 아닌 어른들은 10대가 독서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예산과 제도를 비롯한 많은 지원을 해주겠지만, 마케팅 세력은 10대들에게 주어진 용돈을 독서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하도록 계속 유도할 것이다. 작지만 이 두 가지 힘의 싸움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나머지 힘들 사이의 균형을 결정할 가장 큰 요소이다. 마케팅 세력과 비마케팅 세력은 10대의 용돈이라는 1318 시장에서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한국의 미래가 걸려있다.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는 간단하다. 10대들이 상대적으로 책을 사는데 더 많은 용돈과 에너지를 지출할지 아니면, 1318 마케팅 세력을 지시하는 화장품과 소비재를 사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셈이다. 




 178쪽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음 세대'에 관한 문제의 절반 정도는 지금의 386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적 자본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386세대를 다른 세대와 비교한다면, 해방 이후 가장 많은 독서를 했던 세대이고, 현재도 가장 많은 독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포디즘 이후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해서도 이전 세대에 비하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편이고, 독서할 여력이 없는 다음 세대에 비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사교육에 의한 지적 소화력 상실의 집단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세대는 포디즘 이후에 새로 생겨날 변화들에 대해 오히려 지금의 20대보다 훨씬 높은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별적 능력과 세대 내 단결이라는 두 가지 장치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이 세대가 향후 세대 내 경쟁을 점차 완화시키고, 세대 간 경쟁을 통해서 다음 세대에게 돌아갈 몫을 선점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5쪽

"문제의 원인은 학력과잉"이라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도 보인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대학생이 너무 많다는 식으로 엉뚱한 화풀이를 하고 있다. 정답은 따로 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듯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 사회의 특징인 학벌주의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 능력 있는 고졸자들에게 그나마 열려 있던 기회의 문이 닫히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 은행과 공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수를 다시 고용했다. 여전히 필요한 인력이었기 때문.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시 고용한 인력은 거의 다 비정규직이었다.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인력으로 교체되었다. 예전에 괜찮은 일자리였던 것이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252쪽

프랜차이징의 지나친 증가는 사업다양성의 손실과 지역 경제의 붕괴 그리고 서민과 20대 경제의 버팀목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지만, 우리나라처럼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징 업체를 자영업자들에 비해서 선호하는 현상이 강력한 상황에서는 경제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경제학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자영업이 프랜차이징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이 프랜차이징에 밀릴 이유는 없는데, 실제 소비 단계에서는 더 비싸면서 평균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소비하는 현 상황을 분석하는 일은 경제학 영역 바깥의 일이다.

만약 20대가 그들이 먹는 음식 혹은 일상적 구매의 일부를 생협 방식으로 전환하는 조합원이 된다면 더 많은 20대를 그들끼리 구제하면서 새로운 자신들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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