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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의 팡세
김승희 지음 / 문학사상사 / 198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졸업을 하고도... 하릴없이 근근히 지내던 백수 시절 집 근처의 다른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이다. 그 학교에 다니던 아는 후배의 학생증을 빌려 대출받고, 도서관에 비치된 책상 한 켠에 꼼짝 않고 앉아 내리 6시간을 읽었던 낡은 책이, 바로 33세의 팡세이다. 성장 소설이라는 게 있다. 나는 누구이며,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지난날 나는 왜 그렇게 가난했었는지(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무얼 그리 자신없어 했었던지, 혹 결핍과 상흔의 딱지를 떼지 못하고 상장처럼 달고 다녔는지에 대한 이유같은 걸 계속 스스로에게 반문하도록 유도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게 성장 소설이다.

'33세의 팡세'를 읽는 내내, 내 맘 저편에서부터의 간질거림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이 글은 소설은 아니고, 김승희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이 글에는 인간 김승희 개인의 문학과 사랑과 가족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이 시간적 순서대로 서술되어 간다.

'나는 어렸고, 나는 우주의 고아처럼 외로웠으며, 우리 가족에겐 치명적인 아픔이 있다. 나는 열에 달떠 있고, 문학은, 시는 나에게 씻김궂이다.'아마도 이 책은, 이렇게 두 줄로 어설프나마 요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결핍'이 '문학'을 낳
는 것이란 말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결핍은 또한 독서 행위를 가져 왔다. 꼭 문학에 꿈을 둔 사람이 아닐지라도, 읽는 내내 나처럼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 책이 알라딘에는 품절되어 있다. 큰 서점에 나가면 구할 수 있을는지, 사실 그것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책인데도 절판된 책들을 보면 너무나 아쉽다. 출판 시스템이란 것이 마치 훌륭한 인재들을 쏙쏙 빼놓고 허접 쓰레기들만 요직에 앉혀 놓는 국
가 정책과 조금은 유사하지 않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하긴 뭔들...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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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2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공하는 여성들의 심리학
진 랜드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가지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1997년 초봄쯤으로 기억된다. 그때 나는 막 졸업을 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즈음이었고, 여자가 성공한다는 것에 대해, 어떤 역할 모델 같은 것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상당히 고무되어, 나도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여러번 반문하던 그 시절이었다.

그 당시 신문의 대대적인 광고 문구를 보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나는 옛날부터 마돈나의 팬이었고, 오프라 윈프리처럼 성공한 방송인에 대해서 선망에 부푼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였으며, 샤넬이나 에스테 로더 또한 주변에서 주어 들었던 브랜드였기 때문에, 나의 구미를 이 책이 강력하게 잡아끄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 당시 신간이던 이 책을 사서, 며칠만에 통독을 하고, 책꽃이에 꽃아 두었다가, 이후로도 가끔씩, 여기서 언급한 13명 중, 골라 읽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찾아 읽곤 하였다. 그러니 이 책은 바로 내가 살아오면서 자주자주 찾아보곤 하는 손때묻은 책 중에 하나인 셈이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70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13명-- 화장품 판매 회사 메리 케이 코즈메틱사의 대표인 메리 케이 애시,오페라가수 마리아 칼라스,영화배우 제인 폰다,대중 가수 마돈나,철학자 아인랜드,여권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정치인 마거 릿대처와 골다 메이어, 탁월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에 대한 통계 자료가 풀어써져 있다. 통계 자료의 항목은 이들의 결혼 여부 및 결혼 횟수, 자녀수, 성적 충동의 강도, 위기 관리 능력, 광기와 창조력의 정도와, 그들의 성격과 기질에 대한 통계 자료였다.

2부는 각 여성들의 일대기를 간략하게나마 보여 준다. 그들의 사업 방식, 육아 방식, 주변 남자 관계, 주위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엮어진다.

각 여성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자면, 마돈나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그녀를 세기의 '요부'로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도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녀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단지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만 썼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그녀가 고로 자신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여성이었다고 평가를 내린다면 지나친 말을 아닐 것 같다. 그녀가 브라운관의 데뷔 시절 지향하는 바는 다음과 같았다. 모든 전통적인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 그래서 마돈나는 청소년들과 게이 시청자들로부터 즉각적인 인정을 받았고, 이들의 대변이자 영웅으로 부상될 수 있었다고 한다. 왜냐, 청소년 및 비주류의 사람들은 기성 체제와 싸우면서 치열하고 힘겹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열세 명의 여자들은 서로 다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배우자가 지신보다 뛰어나길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이 여성들은 모성을 억누르는 경향이 있고, 결혼은 열 세명 가운데 다섯 명이 한번 이상의 결혼을 하였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마치 비제도적이며, 도덕적이지 못한 여성들만이 성공을 했다는 결론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런 점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의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여성들은 가족과 일 중 하나를 택하면서 하나의 희생을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한쪽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다만사였다. 여성다움을 반납(골다 메이어, 마가릿 대처)해야 했던 사람도 있고, 결혼을 포기(글로리아 스타이넘, 오프라 윈프리)해야 했던 사람도 있다. 그리고 단지 소수만이 최정상에 오르는 행운은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열세명은 행운의 소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탄탄대로의 평탄한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결코 삶을 바라보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만이 실패하지 않는 것이며 누구나 다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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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 - 침팬지와 함께 한 나의 인생
제인 구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본래 동물을 무서워한다. 날카로운 이빨로 물리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있어서 일까.. 한달 전 동생이 오래도록 집을 비우게 될 사정이 생긴 자기 친구 집의 요크셔테리어를 데려왔다. 등어리는 까만털을 갖고 있고... 얼굴과 다리는 황금색 털을 갖고 있는 요크셔테리어.. 개를 무서워하는 내가 만하루만에, 이 강아지의 등어리를 쓰다듬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나의 유심히 내려다보는 눈길을 느끼면 얼른 배를 하늘로 향하게 발다랑 드러누워서, 자기 배를 쓰다듬어 주기를 기다리는 이 녀석.

이 강아지 때문에 애완견에 대한 정보를 찾아 인터넷 싸이트도 뒤져보게 되고, 개샴푸를 사러 길건너 멀리까지 나가 보질 않나, 나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내 곁을 스치는 강아지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동물들까지 유심히 보게 되었다. '저 강아지는 나이가 몇 살일까?'에서부터 뭘 좋아하고, 싫어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성격을 굳이 구분하여 딱 잘라 말하자면, 청소년을 위한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어떤 연유로 침팬지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어릴 적에 어떤 소망을 간절히 갖고 있었고,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해 왔던 것들에 대한 얘기들이 쉽고 간결하게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팬지와 함께 지내는 동안에 제인 구달이라는 한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결혼, 출산, 이혼, 재혼에 대한 인생 역정이 정말 담담한 필치의 술술 읽히는 문체로 그려져 있다.

어릴 적에 그녀가 이웃집의 개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관찰하고 돌보았던 것, 그리고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두리틀 박사의 이야기책을 옆에 끼고 살았던 것 등이 그녀가 어른이 되어 침팬지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며 동물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마음을 갖는 데에 발로를 마련한 것 같다.

제인 구달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거창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공포나 불안, 통증, 그리고 행복과 만족을 느낄 줄 안다.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이 불안에 떨고 통증을 느끼며 죽어가게 되는 걸 원하는가?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제인 구달은 동물과 인간이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그리고 제인 구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루츠와 슈츠라는 단체를 만들어 환경 운동의 실천을 몸소 보여 주기에 이른다.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 방식은 기존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기존에 방식대로 라면, 동물들을 일단 실험실의 철창에 가두고, 단번에 결과를 보기 위해, 급기야 동물에게 약물 투여 혹은 절단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제인 구달은 야생의 상태로 들어가 동물들의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며, 인내심과 사랑을 갖고 그저 관찰하고 동물들에게 도움을 준다. 이런 방식은 연구 업적에 있어서 단번에 어떤 결과물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생태계의 흐름을 파괴하지도 않고, 동물들을 불안에 떨게 하거나 가혹하게 죽이지 않으며, 환경을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부탁의 말을 남긴다. 환경의 오염을 막고, 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거창하거나 힘든 일이 아니라고, 작은 것 하나부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동물들과 인간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나는 백과 사전에서.. 6주 된 인간의 태포에 갇힌 태아와 4주 된 태포 안의 여우원숭이 그리고 3주 조금 지난 태포 안의 닭의 모습이 아주 영락없이 구분을 못할 만큼이나 흡사하단 걸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발생 단계에선 비슷하게 생겼던 것들이 별개의 차원에서 자기의 생을 꾸려간다. 그런 인간은 단지 자신이 발생 단계에서 사람의 배에 인간의 모습을 하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지구상의 생물체들에게 너무나 오만하게 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자비하게 대량으로 산림을 채벌하여 야생 동물들이 오갈 곳 없이 만들어버리거나, 생체 실험으로 동물을 대용하고, 인간들의 호사스런 취미에 부흥하도록, 한낱 사냥감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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