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외롭구나 - 김형태의 청춘 카운슬링
김형태 지음 / 예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게 편할 때가 있고, 좀 완곡하게 말해 주는 게 듣기 좋을 때가 있다.

“아 난, 너무 한심해서 화가 날 지경이에요. 난 쓰레기인가봐!” 라는 말에,  ‘분노하는 쓰레기는 본 적 없으니 쓰레기는 아닌 것 같다.’ 라고 서두를 열며 직설 화법으로 쫘라락!!! 후벼파는 충고 세례.

마치, 어디서 충고가 너무 약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잔뜩 얻어먹고, 충고발을 세우기 위해 독설도 서슴치 않으려는 듯 보이는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뜨끔하고 또 한편으로는 구두 속의 가려운 발등을 제대로 긁어 주는 것처럼 시원했다.

이 책에서는 존경하는 인물이 없고, 동경하는 삶이 없어서 꿈이 없어서 탄식하는 아이들로 젊은이들을 만든 것은 장사꾼과 정치인들이라고 말한다.

지구촌 생존 레이스에서 탈락 위기. 지독한 불경기와 실업률, 심각한 빈부 격차, 고단하고 천박한 삶의 질. 총체적 난국....

이 총체적 난국의 원인이 국민의 우민화에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에 있다고... 오늘도 말 못하는 붕어빵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이 붕어빵들은 그 존재의 최대 목표인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더 이상 할 줄 아는 게 없다나...

비단 그런 이유들 때문에 20대가 힘든 것은 아닐 거다. 젊다는 것은 원래 그렇게 힘든 거다. 나의 20대 초반을 기억한다면, 그렇게 쉽게 ‘젊은 사람들이여, 당신들의 앞날은 마냥 밝수다’ 라고 말이 나오지 않는다. 세상은 만만치가 않아서...

그래, 나 역시 ‘다시 스무 살 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가끔은 하기도 하지.) 젊다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형벌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 현실에서 우리가 택할 길은 몇 개 안 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모든 인간은 그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것일지도.

미대에 들어왔고, 작가가 되고 싶지만 생계 걱정에 기업체에 들어가 산업디자인의 감각을 살릴까 고민하고 있다는 상담자에게 김형태 씨는 “그 젊디젊은 가슴 속에 모든 일에 대해서 사회적 성공부터 가늠하고 경제적 성취부터 보장되어야 안심하고 만족하는 심리는 누가 심어주었나....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은 누가 가르쳐 주었나. 직업적으로 성공할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말라고 누가 가르쳐 주었나.” 하고 호되게 나무란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형태 님 왈 젊은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좀더 예술적인 사람이 되자고. 소위 선진국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예술적인 면모’를 갖춘 나라들이라고 하면서, 그리고 열심히 교양 공부를 해서 멋진 사람부터 되고 보자는 것이 요지로 보여진다.

부모님 세대에게도 충고 한 말씀 드리기를 잊지 않는데.... 물론 부모님 세대의 경험을 자식들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 것은 정말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은 먹고살기에 급급한 직업관이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인생 불변의 진리를 가르쳐 주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목은 왜 “너, 외롭구나” 일까.
이 제목은 마지막 부분의 상담자들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다. 친구나 동기들 사이에서 부쩍 외로움을 느끼는 남학생 상담자, 점점 히기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어가는 어떤 여학생의 상담 내용에 대한 답글에서 나왔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사람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세상은 점점 거대해지고 복잡해지고...

그러나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이다.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져야 한다. 인간이 가진 가장 집요한 에너지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며, 희망과 욕망보다 더 강한 에너지가 외로움이라고... 외로움은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데 필요한 필수 자양분이라는 것. 외로움을 자존심 상하는 구질구질한 감정 따위로 생각하며 숨기고 외면하거나 털고 닦아내려고만 애쓴다. 외로울 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깊이 생각하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라. 

책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할까, 내가 사는 의미는 무얼까를 생각해 봤다. 우리는 그저 삶의 행복을 누리고 삶의 환희를 느끼려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어찌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한 단위의 삶은 할당된 행복과 불행의 양이 있고, 그걸 다 경험한 후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면 될까. 그렇게 삶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다음 단계의 세대에게 전달되고,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 갈테지...

삶에 의미를 잃어버린 느낌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은 역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일 것이다. 삶의 의미 따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의미를 잃어버린들 아무런 의미가 없을테니.

더 고민하고, 더 방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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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1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반 읽고 덮어뒀는데 다시 펼치기는 쉽지 않네요.
재밌게 읽었으면서도.
내가 청소년이 아니어서 그럴까?^^

2006-05-19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9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6-05-1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오래 전에 (그래봐야 한 일 년 되었을까요?) 꽤 재미있게 읽었더랬죠. 근데 며칠 전에 우리 반 녀석이 재밌는 책 좀 달래서 아무 생각 없이(?) 건네줬다가 오늘 돌려받았어요~! 그런데 다시 또 icaru님의 리뷰를 읽게 되네요. 님의 리뷰는 언제나 재밌어요.

icaru 2006-05-2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 재밌게 읽었으면서도 도중 덮어놓았을 때 다시 손이 가지 않는 책이라 하면... 아마 님은 김형태 님의 충고가 필요 없는 사람이기에... 그럴 거라 생각됩니다. 되려, 김형태 님은 할 수 없는 또다른 형식의 코치를 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icaru 2006-05-2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 님... 가는 날이 책 받는 날.. ^^ 우연히도 이 날 책을 돌려 받으셨네요.

친애하는 속삭이신 님.. 오늘 힘든 하루를 보내셨군요.
힘든 일이 있을 땐, 수다를 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각은 그런데, 실제로 전 힘들면 그냥 푹 꺼집니다...
하루가 지났으니 오늘은 좀 수월해졌을거라고 생각해요~ 부디...

2006-05-2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5-2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의 세 문단, 너무 철학적인것 아닙니까^^
삶에 할당된 행복과 불행의 양을 다 맛보았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것이 어찌 매냥 제자리 걸음일까 몰라요.
"삶에 의미를 잃어버린 느낌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은 역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일 것이다." 이 말 한마디가 참 힘이 되는 하루입니다.^^

icaru 2006-05-2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 운운은... 공지영의 책에서 따다가 좀 바꾸었는데 ^^
잉과장님께 힘이 되는 말이라니..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