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곤이 사흘 방값을 미루자 여관 여주인이 냅다, 남 줄 돈은 없어도 저 쓸 돈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전라도 것들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던 터였다. 나 쓸 돈이 없어서 남 줄돈도 없는 것은 팔도에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가지일 텐데도 여관비를 못 낸 자신 때문에 애먼 전라도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전라도 것들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달곤은 진심으로 전라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p.24~25쪽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랬다. 애기한테 양말을 신기면 왜 답답하게 양말을 신겼느냐, 양말을 벗기면 왜 애기를 맨살덩이로 내놨느냐, 토를 다는 게 시골 할멈들이었다.
-.83쪽
아이의 모든 의사 표시는 사실, 진정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제 속에 도사린 비정(非情)에 한은 진저리친다. -171쪽
그들에게 지나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현실일 뿐. -p.224쪽
그러나 길 떠나는 자에게 정이란 가져가도 좋을 만큼 몸에 득 되는 물건이 아니다.
-p.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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