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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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곤이 사흘 방값을 미루자 여관 여주인이 냅다, 남 줄 돈은 없어도 저 쓸 돈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전라도 것들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던 터였다. 나 쓸 돈이 없어서 남 줄돈도 없는 것은 팔도에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나 한가지일 텐데도 여관비를 못 낸 자신 때문에 애먼 전라도 사람들이 도매금으로 전라도 것들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달곤은 진심으로 전라도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p.24~25쪽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랬다. 애기한테 양말을 신기면 왜 답답하게 양말을 신겼느냐, 양말을 벗기면 왜 애기를 맨살덩이로 내놨느냐, 토를 다는 게 시골 할멈들이었다.



-.83쪽

아이의 모든 의사 표시는 사실, 진정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제 속에 도사린 비정(非情)에 한은 진저리친다.
-171쪽

그들에게 지나간 과거, 오지 않은 미래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현실일 뿐.
-p.224쪽

그러나 길 떠나는 자에게 정이란 가져가도 좋을 만큼 몸에 득 되는 물건이 아니다.

-p.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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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8-28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 그래서 간혹 "시위의 현장에서 돌 몇 개 던지고 달아나기 바쁘던 먹물들이 지난 연대의 가장 치열한 투사였다는 듯이 우쭐거리며 "운동권 출신 작가"로 각광받기도 한다. 그렇게 때문에 더더욱 공선옥과 같은 작가가 많이 나와 주어야 한다고."

이런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히피드림~ 2005-08-28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본 건데요. 무슨 소설 창작 강의에 아기를 업고 다니던 아줌마가 있었대요. 아기 업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그 열의가 참 대단하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선옥 작가가 데뷔하기 전의 모습이었다고... 이런 분들 보면 나두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비로그인 2005-08-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 작가.. 너무너무 존경하는 분이에요. 유랑가족, 도 너무너무..

2005-08-28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8-28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공선옥을 제외하면 당분간 한국 소설관 굿빠이 하게 될 거 같습니다. 정말 놀라워요. 어쩜 그렇게들 변하지 않는지..지쳤어요..

국경을넘어 2005-08-2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선옥씨에게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