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2014년은 건강검진이라는 숙제만 해치우면, 미룬 것들은 어느정도 손털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으니, 다녀온 감회는 가뿐하다. 정도쯤.

검진을 받을 때, 제공되는 헐렁하고 편한 환자복을 입곤 하는데, 이 옷을 입을 때마다 반사적으로 출산하고 산후 조리하던 때가 생각난다. 물론 비주얼이 약간 다르긴 하다. 그때는 분홍바탕에 흰색 땡땡이가 넣어진 미적센스는 약간 돋는 푸대자루 느낌?

아무튼,,, 검진하는 동안 옷을 그렇게 입고 있으니, 초음파나 다른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잠복한 어떤 몸의 병적 징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더 초조해지는 것도 같다. 검진 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환자 같아 보이고..

아무튼, 검진과 검진 사이 대기하면서, 읽으려고 쭉쭉 진도 중간까지 잘 나간(가독성 검증된 책이었음..) 책 '불황 10년'도 가져 갔고, 중간중간 실제로 대기 시간도 있었지만 얼마 읽지 못했다.

 

일요일엔 아이들과 과천과학관에 갔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굳이 과학관 아니어도, 놀이터 근린공원 바깥 자체가 놀이터인데, 겨울이면, 어딜 들어가야 하니 원,,

과학관 안에서 아이들 풀어놓고, 나는 앉아 있는 몇몇 장소들이 있다. 1층 첨단기술관 통유리가 있는 창가의 원형쿠션 의자.  1층 기초과학관 입구에서 테슬라의 코일 전시물 직진 방향 통유리가 있는 창가 의자. 2층 자연사관 철갑상어가 있는 수족관 뒷쪽 의자. 2층 전통과학관 노젓기 체험물 맞은편 통유리 창가 의자. 등등

그런 곳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꾸벅꾸벅 졸거나.. 나도 좀 릴렉스 하자고!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신세대 '이잡기 놀이'라는 말이 최근에 읽은 '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에서도 나왔지만, 최근 북플에 푹 빠져 지내면서 느끼는 생각이기도 하다.

몸으로는 바로 옆에 있는 몇 명까지만 통제할 수 있지만, 언어를 잘 사용하면 극단적인 예로 히틀러처럼 수백만 명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다고, 결국 언어는 몸의 확장인셈.

그런데, 이 언어라는 것의 구실이 비단 소통이나 표현에만 있지 않고, 공감이나 친밀함의 표현에도 있다. (하;;;너무 당연한 소리만 하구 있는듯 ㅎ) 집단 생활을 하는 영장류는 날마다 서로 이를 잡아주는데 참으로 긴 시간을 쓴단다. 더이상 잡을 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잡기가 계속 되듯이, 이 공감과 협력 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 페이스북 같은 것일 텐데,,, 북플이야 책이라는 매개체도 있으니,, 더 말해 무엇, 그런데, 이 노릇이 상당히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 음,, 운영의 묘수가 살짝 필요한듯하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4-12-1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잡기. 넘 웃겨요.

icaru 2014-12-15 13:28   좋아요 0 | URL
글게,, 하늘바람님 머릿니 좀 잡아 드려요~ ?? ㅎ

하늘바람 2014-12-15 13:29   좋아요 0 | URL
ㅎ 제가 보는 족족 잡아드릴게요

단발머리 2014-12-16 09:11   좋아요 0 | URL
저는 흰머리요.

2014-12-15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12-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가니 엄마는 잠시 나마 휴식을 취할 수가 있군요. 아이 하나 데리고 다니던 저는 여기 저기 다 같이 다니며 친구가 되어 주고 같이 신기(한 척)해주고 그러느라 돌아올땐 완전 피곤해져서 돌아오곤 했는데요. 테슬라 코일의 그 지지직 소리와 번쩍 거림, 에디슨에 비해 운이 따르지 않던 과학자였다는 설명, 왜 이런건 아직 기억이 나는지요.
페이스북과 이잡기, 절묘한 비유네요.

icaru 2014-12-16 22:35   좋아요 0 | URL
하하하,, 음,, 저는 간혹 한 아이만 데리고 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도 여간해서는 너 혼자 돌아보고와,, 엄마는 이 자리에 계속 있을게, 한다지요. 여섯살 아이한테까지 ㅎ 기력이 좋으면, 같이 둘러보며 포즈 취하게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그러지만,, 아주 가끔 있는 일이죠~..
우아,, 테슬라 코일 ㅎㅎㅎ 졸다가 깜짝 놀라죠,, 게다가 애들은 기초과학관쪽은 가려 하지 않아요. 아직은 그 소리 때문에 신기한 것보다는 공포스러운지..
저는 전에 달의궁전이나 작가란 무엇인가 읽을 때, 폴오스터가 테슬라를 영웅처럼 이야기하고, 에디슨을 싫어하는 성향을 보였던 게 인상에 남아요. 에디슨이 유태인을 고의적으로 고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해고까지 시켰다고,, ㅎ 폴 오스터의 부친께서 피해를 좀 봤다고,,

단발머리 2014-12-1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과천과학관 가봤는데요, 아이 아빠가 같이 돌아다녀서 저는 커피숍에서 아이패드로 책 읽다가 꿈의 나라로....

언어는 몸의 확장, 저 얘기 좀 자세히 해 주시면 안 되요? 재밌고 궁금해요.

icaru 2014-12-16 09:48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책을 그대로 옮겨와 볼게요~~ ㅎ

˝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언어와 소통은 정보 전달을 통한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관점에서 본다면 진화 그 자체가 유전자를 위한 통제의 발달이라 할 수 있겠다. 생존과 복제 확률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유전자는 세포, 세포 사이의 덩어리, 그리고 수많은 세포 간의 집인 몸을 만들었다는 게 도킨스 이론의 핵심이다. 세포라는 보호막을 통해 유전자는 안전하게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었고 몸을 통해 환경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몸으로 적접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진화적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언어와 소통 능력이라는 주장이다.
진화 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언어와 소통의 기원을 사회 구성원간의 공감이라고 가설한다. 영장류가 서로 이를 잡아주는 놀이를 통해 공감하며 협력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잡기는 동시에 두 마리 이상과 교류하기 어려운 바업ㅂ이다. 그러면 직접 손으로 이를 잡기보다는 소리를 사용하면 어떨까? 소리를 잘 조절해 언어를 구현할 수 있다면 동시에 많은 구성원과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친구들이 누른 `좋아요` 버튼을 학수고대하는 우리는 어쩌면 `좋아요`라는 새로운 방식의 이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이 아빠가 가끔 과천과학관 외출에 따라 나설 때가 있는데, 몇분 지나지 않아, 언제 나가냐고 볼것도 없다고 성화라, =,=;;

북극곰 2014-12-1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일욜날 과천 과학관가려다 귀찮아서 관뒀는데 갔으면 만났겠어요! 비록 얼굴은 몰라도 저도 애들만 아빠랑 보내고 대충 어디 앉아서 뭘 들여다보고 있었으려니ㅡㅋㅋㅋ ㄱ

icaru 2014-12-16 21:25   좋아요 0 | URL
엇... 저희 거기서 번개라도 가능하지 않응까요?
앞으로는 과학관에서 울큰아이또래 남아와 여동생 데리고 다니는 엄마보면 ...혹시... 이럴듯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