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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즈 플레이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것은 폴 오스터의 치기어린(좀 진부한 데가 없지 않고) 데뷔작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오소독소한 글맛은 작가의 초창기부터 다져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도 했다.
스퀴즈 플레이 : 야구 경기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득점과 연결시키기 위해 타자가 기습 번트를 하는 전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양팀 사이의 점수 차가 적어 매우 긴장된 경기를 하는 경우에 많이 시도한다.
즉 노 아웃이나 원 아웃 상태에서 3루 주자는 타자의 사인을 주의 깊게 살피다가 투수가 공을 던짐과 동시에 홈으로 내닫고, 타자는 그 공을 반드시 번트함으로써 주자가 득점할 수 있도록 하는 작전을 가리킨다.
이 경우 타자는 1루를 밟을 수도 있지만, 비롯 아웃되더라도 희생타로 기록되어 타점을 인정받는다. 야구 외에 카드놀이에도 스퀴즈플레이가 있는데, 으뜸패를 가지고 상대방의 중요한 패를 내놓게 하는 게임 방식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 사전 중)
주인공은 야구의 스퀴즈 플레이를 보면서 사건 해결의 단서를 얻는데서 제목을 가져왔다.
탐정소설이 그렇듯 복병은 조금은 의외인 곳에 숨어 있었다. 스퀴즈 플레이를 풀어낸 주인공에게 복병이 말한다.
“진실을 알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이야기해 드릴께요.”
그러나 복병과 주인공은 다시 만나지 않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난 생각했다. 주인공은 누가 누구를 죽였는가를 풀었냈지만,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누가 과연 무엇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재능의 포로였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는 것, 특정한 일을 너무 잘해서 그것을 오히려 원망하게 되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상상해보려고 애썼다. 채프먼은 한 인간에게 가능한 모든 성공을 이루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그가 성공한 게 아니었다. 성공한 것은 그의 재능이었다. 그의 내부에 살고 있는 일종의 괴물인 그 재능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를 도구로 이용했다. 그는 자신과 분리되어 있는 듯한 기분, 자신의 삶에서 소외되어 있는 듯한 기분, 자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포기한 가짜 채프먼인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지배권을 갖고 있는 것은 재능이라는 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고, 그리고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괴물이 살해되었다. --1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