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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치인 개
기욤 게로 지음, 김지혜 옮김 / 자인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천재 작가의 작품입네 하는 미사여구로 물들여, 제살을 깎아먹은 책 홍보문구,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글자의 자간과 행간이 방방함에도 하드커버로 제작하는 과도함....만 뺀다면, 수준작은 아니고, 그럭저럭 괜찮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화자는 15살 소년으로 직업 체험 과목의 이수를 위해 신문사에서 실습 기간을 갖는다. 그곳에서 주인공이 목격한 것은 정치와 언론의 유착관계에 찌든 지방 신문의 실상과 권태로운 심심풀이 가십기사를 쓰기 위해 온종일 머리를 쥐어짜는 기자들의 모습이었다. 그 실습 기간 동안, 소년에게는 꽤나 충격적으로 여겨질 비리 사건을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된다. '나'는 언론과 기자들을 '차에 치인 개'와 같다고 말하며 '쓰레기 운반 차'보다 더러운 것이라고 비꼬는 신랄함을 보인다.
이 세상을 살아본 어른들은 알고 있다.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정부패를 면전에서 겪게 되더라도, 청렴결백하기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담 어렵게 느껴질 순간이 있음을, 때문에 어떤 이들은 미래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참으로 놀라운 것은, 부정과 부패의 장본인들이 바로, 사회적 정의감을 언제나 잊지 않고 살아야 할 경찰서장, 자선단체 회장, 그리고 신문사의 편집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실제로 한 지방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너무 솔직하고 오만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해직된 전직 기자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책도 사회 고발 소설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어두운 결말의 골짜기로 이야기가 흘러 가지는 않았다.
프랑스 사회도 우리처럼 곳곳 어두운 곳에 부패가 만연해 있는지, 이렇게 타락한 패거리들이 기득권층에 전봇대처럼 우뚝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소설은 자칫 암담한 결말로 흐를까 싶었다. 그러나 이 소년에게는 지원대가 있다. 시위를 주도하고 용기 있게 나서는 자선 단체의 젊은이가 있었고, 노조 활동 경력 때문에 직장을 얻는데 말못할 고충을 겪었던 아버지와 실제적인 도움을 준 어머니가 계셨으니까.
마지막으로 일주일 동안의 언론사 실습이 끝나고 나서 학교에 제출한 주인공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짧막하다. "저널리즘은 개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