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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골초들은 금연을 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대답을 하곤 한다. “나, 그냥 이렇게 맛나게 담배 피우다 죽을래.”
담배 피우기를 일시적으로 정지한 순간부터 시작해서 점차 엄습하는 금단 현상을 지속적으로 참아내는 일. 그것을 참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고’, 사람을 ‘공격적으로’ ‘조바심나게’ 만들며, 한마디로 낙천적인 모습이 온데 간데 없게 만드는 나날을 지속시키는 것일 것이다. 상당히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다는 한 사람의 기호를 바꾸는 일도 이러한 데, 35킬로그램을 감량하는 그런 육체를 개조하는 일에서야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사란 게, 항상 술술~ 잘 풀려 주기 만무하다. 요시카 피셔처럼 역동적이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위기와 모험의 순간이 끊이질 않을터다. 상황상황 문제 해결에 대한 압박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책임감이 사람을 더더욱 억누르게 되면, 스트레스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이고, 어디에도 탈출구는 보이질 않게 된다. 도망갈 비상구도 없었다. 이렇게 자신을 공격하는 요소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요시카 피셔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장을 해야만 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그는 닥치는대로 먹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정신과 육체를 위해 항상 팽팽하게 불룩해진 배를 지닌 모습의 철갑옷을 입게 되었다.
독자도 이런 경지가 어떤 건지 알듯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면,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진다. 이 일(맛있는 식사)을 의식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러던 그가 연일 격무 속에서도 철저한 식이요법 꾸준히 실천되는 달리기를 했고, 그것을 통해 뚱뚱보 시절 그렇게 원했던 급격한 체중 감소를 이루어낸 것이다. 아니 이루어내 가고 있다.
달리는 일!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영화 <불의 전차>를 생각했다. 달리는 일은 단순한 스포츠의 의미를 떠나서 인간이 꿈을 가지고 매진하는 것, 그리고 꿈을 이루어내는 과정이라는 것.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게 된다는 일종의 정신적 법열과 해탈 상태인 ‘러너스 하이’의 경지란 어떤 것일까. 불의 전차의 반젤리스 영화 음악을 배경에 깔고, 숭고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의 짜릿함을 요시카와 더불어 느끼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