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스테리를 가장한 에세이 아닌가.

주인공이 만나는 여섯 명의 특이한 아이(20~30대 사이의 여성들)의 공통점은 식사 예절이 기품 있어서 특출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는 점

그 밖에 그녀들은 이렇다.

여대생으로 보이는 여성, 기혼자로 자신을 소개한 여성,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전직 대학 조교수 등.

이들과의 만남에서 주인공은 대화 아닌 대화 속에서 자신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조곤조곤 늘어놓는 셈이다.

‘사회성’이랄지, ‘일’이랄지 하는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 40대 이후를 살아가는 중년 남성으로서의 사유를 엿보게 되는데, 아니 뭐, 굳이 “중년, 남성”으로 한계를 지을 것까진 없을 듯도 하다.

작가의 분신 쯤으로 보이는 주인공.

옮긴이의 글을 읽어보면, 모든 것이 에프가 된다 로 상을 받은 작가는 잇달아 내놓은 추리 소설이 크게 성공하며 평생 다 쓰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인세를 받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2006년도에 색다른 작품(바로 이 책이다.)을 내놓았는데, 작자 본인은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중에서 가장 문학성이 있다고 느낀다고.

“이제까지 어쨌든 무턱대고 일을 해온 듯하다. 아니 당시에는 무턱대고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달릴 때는 기분도 좋고 정신도 없었다. 갑자기 달릴 수 없게 되고 멈추어보니 숨쉬기가 괴로웠다. 그리고 무리해서 달리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호흡하기 위해 과거의 자신에게 산소를 제공해주려는 부드러운 배려,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맞추려고 할 뿐이다. ” 


"과거를 되돌아보고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떠오르는 건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가 그 대가로 잃어버린 것 투성이라는 사실이다."

작중 나가 하는 말이면서 어쩐지 작가가 자신의 말을 하고 있는 듯 한 문구다.  그 대가로 잃어버린 것 투성이라,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건가. 

어차피 우리는 살아 있는 한 과정 중에 있다는 거다. 살아 있는 동안은 멈출 수가 없는 할 수 없었던 일을 언제나 되돌아보며,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  

이 책은 중간 부분에서 그의 작가 경력에 마침표 문장 부호의 역할을 할 것 같다.

이 소설에 깊이 감응하면서도 조금은 비꼬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인데, 그 이유는 사람의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는 말. 그러므로 이렇게 조신하고 고상하게 먹으면 이미 그것만으로 이 사람이 마음에 든다니.

흠.... 게걸스럽게 먹는 편인(좋은 말로는 복스럽다고들 합네다~) ‘나’와 작중 나가 같이 식사를 했다면, 주인공은 “천박해, 천박해. 먹는 모습이 어찌 저럴꼬.” 할 거 같다.

이 책이 왜 고독,을 키워드로 내놓을까를 생각해봤다.

정말 이 책은 책을 읽는 동안은 일상에서 말수를 줄게 하는 효력이 있다.

누군가와 (아는 사람이 되었든 아니든 간에) 정갈한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 해 보고 싶다.  마치 다도와 통하는 감각처럼, 쓸데없는 의사 소통을 배제하고 시간과 공간을 좀더 본질적인 것으로 메우려는 수법의 식사를 하는 거다.

대화로 틈을 어색 혹은 밋밋한 틈을 메우려 하지 말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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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9-1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icaru 2007-09-29 01:19   좋아요 0 | URL
그죠, 뭔진 정확히 ...하지만...그게 어려운 건 같죠?^^

잉크냄새 2007-09-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와 식사를 같이하면 "꾸질꾸질해,,,," 라고 할것 같네요.

icaru 2007-09-29 01:20   좋아요 0 | URL
추석은 자알??~~~
ㅎㅎㅎ...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라는 말만큼 무서운 말이 없는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