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응답하는 기도 - 시편에서 발견하는 기도의 실제
유진 피터슨 지음, IVP 편집부 옮김 / IVP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도는 도구지만, 한 가지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도는 무엇을 하거나 무엇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하고(being) 존재가 되어 가기(becoming) 위한 도구다. (중략) 그러나 우리의 존재가 가고 또한 인간이 되어 가도록 해 주는 도구는 그렇게 쉽게 구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이 시대를 무엇보다도 기술의 시대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대륙의 가장 큰 영역에는 기술이 매우 빈약한 상태다. (중략) 기도야말로 인간이 되어 가는 모든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다. 기도는 하나님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의 몸과 영혼에 사용하시는 도구다. 기도는 우리가 하나님의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다. (13쪽)

우리는 모두, 우리가 적절한 곳에 있다면 기도할 수 있으리라고 혹은 좀더 잘 기도할 수 있으리라고 가정한다. 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 혹은 있기 원하는 곳에 가게 될 때까지 기도하는 일을 미룬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가 있는 바로 그곳을 겨냥하고 거기에서 우리의 응답을 이끌어 내는데, 우리는 환상과 환경이 그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도록 그냥 둔다. (49쪽)

기도할 때 우리의 과제는 언어의 희소가치를 높여서 추상적인 영성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날씨와 지리와 적대감의 은유로 언어를 풍부하게 해서 정직하고 실제적인 경험의 영성으로 만드는 일이다. 언어의 리듬과 시간의 관계는 언어의 은유와 장소의 관계와 같다. 하나님은 시공간 속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시공간 속에서 응답, 즉 기도해야 한다. (115쪽)

예배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또 하나님의 대답에 삶을 거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품는 것이다. 또 나 혼자만 그분이 아끼시는 자녀가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필요와 권리가 있음을 공손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예배는 만남의 공간을 명확하게 하고, 시간을 정하고, 순서를 부여한다. 기도는 시공간 안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129쪽)

기도는 고통과 감사, 분노와 같은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로 시작된다. 그것은 산발적으로 일어난다. 그것은 어떤 점진적인 변화 없이 갑자기 경험된다. 그러나 기도가 계속되는 동안, 모으고 정돈하는 물밑 작업이 진행되어 기도는 우리의 가장 종합적인 행동으로 발전한다. 기도는 기억하는 행위로 무르익는다. (중략) 기도에는 인생이 응집되어 있다. 인생은 깔끔하게 분류된 채로,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으며, 따라서 기도도 마찬가지다. 시편은 우리에게 인생의 물결이 우리에게 흘러오는 대로, 그 거친 물결이 우리를 적시는 대로 그 물결에 몸을 담그고 기도하라고 가르친다. (159쪽)

시편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믿음의 모험으로 삶을 감행하는 사람들의 모든 기도 경험은 찬양으로 귀결되는 철저한 결론에 도달한다. 어떤 기도든 모든 기도의 마지막은 찬양이다. (19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ll About Saul Leiter (Paperback) -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원서
Saul Leiter / Thames & Hudson Ltd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Everything is a photo... we live in a world today where almost everything is a photograph.
모든 게 사진이다....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는 세상은 거의 모든 게 사진이다. (54쪽)

It is not where it is or what it is that matters but how you see it.
중요한 것은 장소나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이다. (90쪽)

A photographer‘s gift to the viewer is sometimes beauty in the overlooked ordinary.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사진가가 주는 선물은 일상의 간과된 아름다움일 경우가 종종 있다. (104쪽)

The history of photography keeps changing as one learns more about hidden and unknown things.
감춰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깨달아가면서 사진의 역사는 계속 바뀐다. (169쪽)

Life is full of unused opportunities or, as my friend Henry used to say, Saul, you have a talent for avoiding opportunities.
인생은 사용하지 않은 기회들로 가득하다. 내 친구 헨리는 자주 말했다. 사울, 자네는 기회를 피하는 재주가 있어. (20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걷는 여자
리지 스튜어트 지음, 하얀콩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때때로 나는 나를 둘로 나눠 본다.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과 뒤로 물러서는 여성의 모습으로. 내가 과연 어른처럼 보이는지, 어른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우리가 한 집단 또는 다른 집단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거나 무엇이 절대적이고, 올바른 행동인지를 말할 때 절반으로 나뉜 각각의 입장만을 따르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우리 편과 그들 편으로 나뉘어서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편에 대한 공격성과 혐오를 드러내고 그들을 각성하게 하기보다 탓하기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다른 일들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삶을 우리 삶답게 만드는 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결혼생활보다 오래 지속되는 우정, 슬픔을 이겨 내는 것, 어려운 이별을 마주하는 것, 더 쉬운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치 않은 삶의 길을 택하는 것, 마음을 바꾸는 일이 언제나 괜찮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면, 휘장이라도 만들어야 할까?

나는 다시 한 번 엄마를, 30대의 어린 엄마를 떠올리며 이 도시가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끝없는 기회의 장소가 아니라 최대한 적은 혼란을 겪으며 풀어야 할 문제의 장소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중략)
도시에서 여성 보행자로 걷다 보면 전투적이고 피곤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나 스스로 책임자라는 점을 상기하게 되고 그것은 항상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나는 걷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걷는 것이 왜 나를 분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인지 알아내려 애쓴다. 나는 그것이 불확실한 사람인 나를 확고하고 능력을 갖추고 전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걷는 것이 나를 머릿속을 떠나 세상으로 나오게 하기에 좋아한다. 걷기는 내가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잘 모르지만 유색인종인 여성이 서양의 도시를 걷는 것은 아마도 나와는 다른 경험일 테고 내가 결코 만나지 못할 어떤 장애물을 마주쳐야 하는 일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아닌 (리커버)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는 그때 자신이 계급적 인간이라는 것을, 자신이 속한 계급이라는 걸 알았다. 이런 거였구나. 이웃의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방법이 없다는 거. 계급이라는 이런 거였고 나는 이런 계급이었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더 많은 돈을 가져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잇다면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 더 좋은 집에서 산다는 것은 더 좋은 골목, 더 좋은 동네에 살게 된다는 것이고 더 좋은 동네라는 것은 이웃의 소음과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동네일 테니까. 그런 동네에서는 서로 간섭하거나 간섭되는 일이 없으니 사람들의 표정은 편안하고 너무하네, 라고 외친다거나...... 너무 친절하게구는 일도 없을 것이고 지속적인 소음에 시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세계는 좋을 것이다. 네게도 권리가 있어. 남들에게 시달리지 않을 권리가 말이다. (누가, 123-124쪽)

나는 이해한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이해한다는 말은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편리하고도 단순하게 그것을, 혹은 너를 바라보고 잇다는 무신경한 자백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남들처럼 습관적으로 아니면 다른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그 말을 할 때가 있었고 그러고 나면 낭패해 고개를 숙이곤 했다. 다른 사람에게 들었을 때는 나중에 좋지 않은 심보로 그 말을 되새겼다. (웃는남자, 165-16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김수영 지음, 박수연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13쪽, ‘너를 잃고‘ 중)

지나간 생활을 지나간 벗같이 여기고
해 지자 헤어진 구슬픈 벗같이 여기고
잊어버린 생활을 위하여 불을 켜서는 아니 될 것이지만
천사같이 천사같이 흘려버릴 것이지만 (16쪽, ‘구슬픈 육체‘ 중)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59쪽, ‘나의 가족‘ 중)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 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78쪽, ‘달나라의 장난‘ 중)

우리의 사랑이 죄악이라는 것은
시를 쓴다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꾸짖는 것이나 같은 일

(중략)

늬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랑의 궁극에 대하여 차라리
늬가 냉담하기를 원하는 것은
우리의 사랑이 잊어버리기 위한 사랑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1쪽, ‘겨울의 사랑‘ 중)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너로 해서

그러나 너의 얼굴은
어둠에서 불빛으로 넘어가는
그 찰나에 꺼졌다 살아났다
너의 얼굴은 그만큼 불안하다

번개처럼
번개처럼
금이 간 너의 얼굴은 (105쪽, ‘사랑‘ 전문)

어깨를 아프게 하는 것은
노후의 미덕은 시간이 아니다
내가 나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개울과 개울 사이에
하얀 모래를 골라 비둘기가 내려앉듯
시간이 내려앉는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두통의 미덕은 시간이 아니다
내가 나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바다와 바다 사이에
지금의 삼월의 구름이 내려앉듯
진실이 내려앉는다 (118-119쪽, ‘백지에서부터‘ 중)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126쪽, ‘풀‘ 중)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142쪽, ‘김일성 만세‘ 중)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144쪽, ‘그 방을 생각하며‘ 중)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중략)

아무래도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149-150쪽,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

사람이란 사람이 모두 고민하고 있는
어두운 대지를 차고 이륙하는 것이
이다지도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우매한 나라의 어린 시인들이었다 (183쪽, ‘헬리콥터‘ 중)

익살스러울 만치 모든 거리가 단축되고
익살스러울 만치 모든 질문이 없어지고
모든 사람에게 고해야 할 너무나 많은 말을 갖고 있지만
세상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무언의 말
이 때문에 아내를 다루기 어려워지고
자식을 다루기 어려워지고 친구를
다루기 어려워지고
이 너무나 큰 어려움에 나는 입을 봉하고 있는 셈이고
무서운 무성의를 자행하고 있다 (224쪽, ‘말‘ 중)

눈이 온 뒤에도 또 내린다

생각하고 난 뒤에도 또 내린다

응아 하고 운 뒤에도 또 내릴까

한꺼번에 생각하고 또 내린다

한 줄 건너 두 줄 건너 또 내릴까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229쪽, ‘눈‘ 전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