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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의 거장
토마스 M. 스콥홀트, 렌 제닝스 지음, 박정민 외 옮김 / 학지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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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초심자 간의 차이란 전문가들이 축적된 경험, 지식, 지혜의 맥락에서 단어, 체스 말 혹은 음표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30쪽

첵센트미하이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의 작업,놀이,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 심지어 고독을 통해서도 '몰입'이나 경험의 높아진 감각을 즐길 수 있다는 개념을 강화시키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했다. 하지만 그는 일관적인 '몰입'은 개인의 능력과 직면된 도전 간의 강력한 만남이 있을 때에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하면, 단지 새로운 도전만으로 몰입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전문적으로 수행할 기술이 부족하다면 몰입에서 노력이 필요 없는 내적인 느낌을 경험할 수 없다. -31쪽

지혜과 직관은 치료와 상담에 관련된 전문성의 핵심인가? 푸크와 동료들의 발견은 한 분야만을 대표하는 연구이지만, 그들은 사회복지 분야 전문성의 두드러진 특성이 불확실성과 불예측성을 다루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융통성을 보이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은 없다.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인내(예: 모호성, 불안, 장애, 갈등, 양가감정, 역설)은 타인을 돕는 직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55쪽

어떤 상담자들이 어려운 사례의 역동을 이해하는 인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내담자와 치료적 동맹을 맺는 데 필요한 관계형성 기술은 부족하다면 어떨까? 어떤 상담자들의 그들의 내담자와 정말 관계를 잘 맺지만 그들의 정서적 욕구가 내담자와 상담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어떨까? 정서적으로 건강한 상담자들이 내담자의 복잡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떨까? 연구에 비추어 보아, 우리는 대가 상담자의 CER 모델을 제안한다. 대가 상담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인지적(C), 정서적(E), 관계적(R) 영역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야 하며,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 그들의 서비스에 이 세 영역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가 상담자의 CER 모델은 이러한 세 가지 영역이라는 다리를 가지고 있는 테이블이다. 그것은 인지적 특성(인지적 복잡성과 배움에 대한 열정적인 욕구), 정서적 특징(정서적 수용과 성숙), 관계적 특성(대인관계면에서 재능 있는)을 포함한다. -100쪽

상담자들의 전문성 발달과정에는 다양한 변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방대한 연구물들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구체적인 요인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그 요인들에 대한 보다 깊은 탐색과 전문적 생동감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 돌봄의 실천들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되어 있지 않다. -163쪽

대가 상담자들은 그들 자신의 인생 문제를 자각하는 데 전념하였다. 그들의 자기 자각은 두 가지 주제로 모아지는 것 같았다. (a)자기 자신의 개인적, 신체적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키는 것과 (b)그들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개인 갈등, 방어, 취약성에 대한 자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가 상담자들은 이 문제들이 치료 회기를 방해하고 내담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정서적 욕구를 자각하고, 이러한 욕구들을 다양한 활동들-여행, 운동, 영적 수행, 심리치료, 동료/친구/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은 상담자들에게 중요한 것 같았다. -210-211쪽

우리는 로저스(1961)가 그의 저서 [온전한 인간됨에 대하여(On Becoming a Person)]에서 묘사한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에 대한 모델을 살펴볼 것이다. 개인적 성장과 창의성에 대한 이 고전적 지침서에서 로저스는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은 인생을 최종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부적으로 세 가지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즉, 경험에 대한 높은 개방성, 순간을 충만하게 살기(로저스가 실존적 삶이라고 부른 것),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높은 신뢰다. 로저스가 말한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에게는 이 세 가지 특징이 통합되어 나타난다. -261쪽

R(면접자): 선생님에게 개인적으로 정서적 안녕과 전문적 적응유연성을 촉진한 요소들은 어떤 것이었나요?
P(대가상담자): 독서라고 생각해요. 나는 매일 독서를 하려고 해요. 일종의 명상이지요. 누군가 나에게 명상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할 거예요. 하지만 독서는 반성적 회고(reflection)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동료들과 함께 내가 읽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생각을 나누는 거죠. 영화를 보러 나가는 것도 있어요.... -256-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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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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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은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써 나간다. 책들이 우리 서가에(또 창틀에, 소파 밑에, 냉장고 위에)쌓이면서 그 한권 한권이 우리 삶의 이야기의 한 장(章)을 구성하게 된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15쪽

이후 30년 동안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듯이 책을 사랑하는 방법도 하나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64쪽

이와 비교할 때 헌사를 달고도 헌책방에 아무렇게나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은 얼마나 우울한가. 그 각각이 배반당한 우정의 기록이라니. 배반자들은 자신의 배반이 영원히 비밀로 남을 것이라고 믿었을까? 그랬다면 안타깝게도 착각을 한 것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들의 배반을 목격하게 되는데, 가끔은 헌사를 쓴 사람이 목격자가 되기도 한다. 쇼는 헌책방에서 "_____에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조지 버나드 쇼가"라는 헌사가 적힌 자신의 책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는 그 책을 사서 그 사람에게 다시 보내면서 헌사에 한 줄을 보탰다. "새삼 존경하는 마음으로, 조지 버나드 쇼가."-91쪽

우리 독서광들에게 현장 독서가 현장과 아무 상관없는 곳에서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마음의 눈이 문자로 모든 만족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책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어한다. -99쪽

요즘에 나는 컴퓨터를 쓴다. 사실 손으로 깎은 까마귀 깃털을 사용해야 마땅하지만, 이 에세이 역시 컴퓨터로 쓰고 있다. 많은 글쟁이들이 알고 있듯이, 컴퓨터는 글을 고치는 면에서는 다른 것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배치를 바꾸는 것이 너무 쉽기 때문에 이전 같으면 구식의 자르고 붙이는 노고와 폭력으로 인해 내 상상력으로부터 차단되어 보이지 않았을 구조적 결함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삭제 단추는 지저분한 원고를 협오하는 작가들에게 큰 은총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 때문에 워드프로세서는 모든 글쓰기 수단 가운데 가장 영원하지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옛날 같으면 그어 놓은 줄 밑에 그대로 남아 있을 말들이 지금은 보통 망각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린다.-133-134쪽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궁지에 몰리면 워터 피크 안내문이라도 읽을 것이다. 소도시의 모텔방에서 홀로 지낸 수많은 밤에는 전화번호부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워트 피크 : 치과에서 제트 수류로 치아 사이를 세척하는 기계의 상표명-157쪽

즉 모든 독서는 연기라는 것. 모든 부모가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로 아이를 재울 때 하는 일을 디킨스는 단지 연극적인 극단으로 몰고갔을 뿐이다. 소리를 내지 않고 읽을 때는 작가만 연기를 한다. 소리를 내서 읽을 때는 연기가 협조적으로 이루어진다. 한 파트너는 대사를 제공하고, 다른 파트너는 리듬을 제공한다. 무대는 필요없다. 리허설도, 심지어 관객도 필요없다. 하이네는 어렸을 때 뒤셀도르프의 궁정 정원에서 나무와 꽃들을 향해 [돈키호테]를 읽어주었다. 램은 설사 듣는 사람이 없다 해도 셰익스피어와 밀턴을 소리내지 않고 읽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믿었다. 나는 대학에서 그리스어를 배울 때 두 주가 지나자 알파벳을 다 외운 것이 너무 기뻐, 내 기숙사 방을 왔다갔다 하며 가구들한테 [오디세이]의 첫 두행을 수백 번 되풀이해 낭독해 주었다. -181-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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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란 무엇인가 살림지식총서 338
이향 지음 / 살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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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맥락과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번역자는 항상 주어진 텍스트를 상황 속에 위치시키고 그 속에서 적절한 번역을 찾아내어야 한다. 철학자 리쾨르(Ricoeur)가 말한 것처럼 번역은 단어에서 문장, 맥락, 문화,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문화, 맥락, 문장으로 좁혀가는 작업인 것이다. -21쪽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번역사가 번역한 글도 다른 번역사에게 보여주면 반드시 수정이나 개선의 여지가 눈에 띄게 된다. 좋은 번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처럼 주관적이고 자의적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번역이란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42-43쪽

Any old fool can learn a language, but it takes an intelligent person to become a translator.
어느 바보라도 언어는 배울 수 있으나 영리한 사람만이 번역사가 될 수 있다.
위의 문장은 언어능력과 번역능력이 서로 다른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번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53-54쪽

그런데 사람이 기계보다 번역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 즉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 능력' 때문이다. 전략적 선택 능력은 한마디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자체적인 성찰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번역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유형은 무한히 다양한다. 아무리 유연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기계라 해도 인간이 '입력하지 않은' 새로운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반면 인간은 무한히 다양한 번역 상황 속에서 그만큼이나 다양한 번역 문제에 봉착하여 이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번역의 과정은 한마디로 끝없는 문제해결의 과정이며 선택의 과정인 것이다. -57쪽

번역학자 슈타이너는 인간이 이토록 많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설명 불가능하며 '비경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가장 생존에 유익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해 왔따. 그런데 인류는 왜 6,500개나 되는 언어를 만들어 내어 그토록 많은 소통의 문제를 겪고, 또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소통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일까?-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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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지 않은 삶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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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잊었다

노동과 휴식을 바느질하듯 촘촘히 이어붙인 24시간을
내게 남겨진 하루하루를 건조한 직설법으로 살며
꿈꾸는 자의 은유를 사치라 여겼다.
고목에 매달린 늙은 매미의 마지막 울음도
생활에 바쁜 귀는 쓸어담지 못했다 여름이 가도록
무심코 눈에 밟힌 신록이 얼마나 청청한지,
눈을 뜨고도 나는 보지 못했다.
유리병 안에서 허망하게 시드는 꽃들을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의식주에 충실한 짐승으로
노래를 잊고 낭만을 지우고
심심한 밤에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비스듬히 쳐다볼 때까지 -16쪽

네 맘에 꼭 드는 집은 없단다.
그냥 정 붙이고 살아야지.

-'내집'중에서-22쪽

Love of My Life?


너무 맑아
낚시꾼도 포기하고 돌아서
아무도 놀지 않는 연못.
깊은 물을 두려워 않던......

그는
나의 열린 문으로 들어온
날쌘 물고기.

노를 젓지 않아도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알던
능숙한 바람개비.

어느 겨울 아침, 황금비늘을 자랑하며
그는 떠났다.

그가 휘젓고 다닌 구석구석이
흉터와 무늬가 되어,

그가 일으킨 물결 밑에
꼼짝 않고 얼어붙어
비가 와도 나는 흐르지 못한다.-34-35쪽

어떤 꿈은 나이를 먹지 않고
봄이 오는 창가에 엉겨붙는다
땅 위에서든 바다에서든
그의 옆에서 달리고픈
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꿈은 멍청해서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지

어떤 꿈은 은밀해서
호주머니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는데

-'사계절의 꿈'중에서-46쪽

떠나기만 하고 도착하지 않은 삶.
여기에서 저기로,
이 남자에서 저 여자로 옮기며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젊음.
후회할 시간도 모자라네

-'여기에서 저기로'중에서-48쪽

신호등을 읽었다면,
멈출 때를 알았다면,
나도 당신들의 행렬에 합류했을지도.....

내게 들어왔던, 내가 버렸던 삶의 여러 패들은
멀리서 보니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지루하지 않은 풍경'중에서-70쪽

어차피 사람들의 평판이란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금 같은 것.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나쁜 평판'중에서-105쪽

나는 시를 쓴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러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럽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은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112-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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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국어책 - 중학교
지식공작소 편집부 엮음 / 지식공작소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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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청춘을 만나 보길 바랍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청춘의 소나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마른 가슴은 촉촉해지고 거친 피부에는 홍조가 돌아오면서 거부할 수 없는 희망의 물결 속에 잠겨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추억은 그렇게 당신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할 것입니다.-4쪽

옛날, 우리 고향에선 설이 돌아오면 엿을 고는 집이 많았다. 밖에는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데, 부엌에선 가마솥 아궁이에 불이 활활 탔고, 할머니와 어머니께선 번갈아 가며 엿을 저으셨다. 엿고는 날의 어린이들의 그 기쁜 조바심, 왜 저렇게 더딜까? -김성배 '엿단지'중에서--66쪽

단발머리를 나폴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발돋움을 했다.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웅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니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긲지 그대로 서 있었다. 문득, 소녀가 던진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황순원 '소나기'중에서--96쪽

황진이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메라.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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