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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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1쪽)

나는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중략)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략) 나는 다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26-27쪽)

우리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아니면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나는 언젠가 그 사람이 떠나는 순간이 올 거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나는 고통수러운 밀의 괘락 속에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전화만 기다리며 고통을 겪는 일이 너무 끔찍해서 그와 헤어지기를 원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39쪽)

나는 필사적으로 그 사람의 몸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떠올려보았다. (중략) 아무런 계획이 없는 무의미한 하루가 내 앞에 버티고 있었다. 시간은 더이상 나를 의미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지 못했다. 단지 나를 늙게 할 뿐이었다. (47쪽)

그런데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중략) 모든 일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대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계속해서 반과거 시제를 쓴 이유는, 끝내고 싶지 않았던 ‘삶이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영원한 반복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52쪽)

살아 있는 텍스트였던 그것들은 결국은 찌꺼이와 작은 흔적들이 되어버릴 것이다. 언젠가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겠지. (59쪽)

그 사람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65-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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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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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죽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위로할 길이 없는 법이다. (21쪽, 봄)

그녀 생각으로는 이유 없는 심술과 똑똑함은 절대 공존할 수 없었다. (39쪽, 봄)

서로 간에 불꽃이 일어난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순식간에, 그들은 예전에 알았던 쾌락을 더는 기억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육체의 한계를 잊었다. 수치심이라든지 담대함이라든지 하는 단어들이 그만그만하게 추상적이 되었다. 이제 한두 시간 뒤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이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70쪽, 봄)

많은 은밀한 관계들이 이런 식으로 침무고가, 질문의 부재와, 되집지 않는 문장과, 작정하고 선택한 평범한 단어, 너무 평범해서 엉뚱해 보이는 단어에 의해 발각된다. 어쨌든 루실과 앙투안의 웃음을, 그 행복한 표정을 처음 보는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83쪽, 봄)

‘당연히 그가 돌아온 이후로 한 침대를 썼지. 이따금 그랬던 것처럼. 당연히 그건 너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 그 영역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어. 그 영역, 그건 열정이고 열정은 다른 어떤 것과도 같지 않으니까. 내 몸은 너하고 있을 때만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똑똑해져. 너도 그걸 알 거야.‘ 그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일에서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이미 수천 번이나 알려지고 확인된 통념이었다. (148-149쪽, 봄)

실제로 더 바랄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그것은 결국 우리고 충만함이라고 부는 것이었다. 하지만 루실은 언젠가, 어느 훗날엔, 이 충많ㅁㅁ의 기억을 넘어서기 위해 어찌하면 좋을 지 의문이었다. 그녀는 행복했고, 두려웠다. (184쪽, 여름)

루실은 이제 칵테일의 강렬한 빛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 때로 알코올은 가차없고 결정적인 투광기가 되기도 하는데, 이 투광기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기 위해 매일 자신에게 했던 수천 가지 거짓말들을 적나라하게 비추었다. 그녀는 불행했고, 그것은 부당했다. 스스로에 대한 한없는 연민이 엄습해왔다. (212쪽, 가을)

예전엔 기다림으로 충만했던 빈 시간들이 정말로 빈 시간들이 되었다. 그녀가 그를 기적이 아닌 일상으로서 기다렸기 때문이다. (253쪽,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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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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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흥분이라 부르지만, 사실 그 말이 암시하는 바는 드디어 우리의 내밀한 자아를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 연인이 나의 본모습에 두려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격려하고 인정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발견의 기쁨이다. (45쪽)

우리를 흥분시키는 구체적 요인들은 기이하고 비논리적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보다 건전하다고들 하는 다른 삶의 영역들에서 우리가 갈망하는 자질, 즉 이해, 공감, 신뢰, 조화, 관대함, 친절함의 메아리가 담겨있다. (47쪽)

결혼했다는 것은 조심성, 보수적 경향, 소심함과 연관 지을 수 있지만, 결혼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더 무모하고 그래서 호소력이 더 큰 낭만적 제안이다. (58쪽)

사실 라비와 커스틴의 결혼 생활에서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말다툼은 거의 없다. 작은 쟁점들은 사실 단지 필요한 관심을 받지 못한 큰 쟁점들이다.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 (78쪽)

의사 전달을 잘하는 기본 요건은 자신의 성격 중 더 문제가 되거나 더 특이한 면이 있더라도 그 때문에 당황하지 않는 능력이다. (중략) 의사 전달을 잘하는 이런 사람은 어릴 적 모든 면에서 적절하고 완벽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할 줄 아는 보호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축복을 누렸음이 분명하다. (100-101쪽)

사랑의 모든 가정들 중 아주 알팍하리만치 불합리하고 미숙하고 개탄스럽지만 그럼에도 가장 흔히 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랑을 서약한 사람이 우리의 감정적 실존의 중심일 뿐 아니라 - 그 결과로서, 또한 대단히 이상하고 객관적으로 비상식적이고 아주 부당한 방식으로 -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다 그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듯 사랑에는 기이하고 병적인 특권이 있다. (122쪽)

사람은 누군가의 곁에서 안전한 느낌을 받을 때에야 이 정도로 괴팍해질 수 있다. 아이가 떼를 쓰려면 먼저 주변 분위기가 충분히 호의적이어야 한다. (중략)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는 양치질, 숙제, 방 정돈, 취침 시간, 마음 넓게 쓰기, 컴퓨터 사용 제한에 대해 말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는 재미가 정말 시작되려는데 삶의 달갑지 않은 면들을 들이미는 싫고 짜증 나고 따분한 배역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듯 사랑을 드러나지 않게 실행한 결과로, 좋은 부모는 그 실행이 잘된 경우에 강렬한 분노와 적개심을 표적이 되고 만다. (166-168쪽)

심지어 우리는 외도라는 배신 행위를 하기도 하는데, 기이하게도 이는 우리가 상대방을 필요로 하지 않는 척하면서 체면을 지키려는 시도일 때가 너무나 많다. 우리가 정말 마음을 쓰는 사람에게 우리가 그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은연중에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확보하고 아무도 모르게 제시하는 고달픈 증거인 것이다. (181쪽)

현대사회는 부부가 모든 면에서 평등하기를 기대한다지만, 실제로 기대하는 것은 고통의 평등이다. 그러나 괴로움의 복용량을 정확히 똑같게 계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불행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 당사자가 실제로는 자신의 삶이 더 저주받았으며 파트너는 이를 인정하거나 속죄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언제라도 진지한 경재에 돌입할 수 있다. 자신이 더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기 위안식의 결론을 피하려면 초인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194쪽)

스스로 비밀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정직함‘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상처가 되는 정보까지 털어놓는 사람은 절대 사랑의 편이 아니다. 또한 파트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간밤에 어디에 있었는지 등등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는 의심이 들어도 (우리의 관계가 훌륭하다면 주기적으로 그럴것이다), 날카롭고 무자비한 심문자처럼 굴지 않는 편이 좋다. 그저 눈치채지 못한 척하는 편이 더 친절하고 더 현명하고 사랑의 참된 정신에 더 가까울 수 있다. (241-242쪽)

사랑은 아주 든든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이 이해되고 있다는 경험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은 나의 외로운 내면을 이해하고, 나는 왜 하필 그 농담이 그렇게 재미있는지를 그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동의 적을 미워하고, 상당히 특화된 성적 시나리오를 함께 시도해보고 싶어 한다. 이 상황이 영원히 계속되진 않는다. 연인의 이해 능력에는 적정 한계가 있고, 우리는 언젠가 그 한계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직무유기라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애석하도옥 무능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사랑인지를 충분히 헤아릴 수 없으며,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게 정상이다. 어떤 사람도 다른 누군가를 정확히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다.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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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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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흡혈귀들은 거세당했다. 세상은 빛으로 가득하다.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 우리는 흡혈의 자유와 반역의 재능을 헌납당했고 대신 생존의 굴욕만을 넘겨받았다......" (34쪽, 흡혈귀)

나는 노트북을 내 앞으로 가져다놓았다. 남자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피조사자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나에게만 보이고 상대방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것이 형사의 노트북과 사진기의 공통점이다. (62쪽, 사진관 살인사건)

살다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 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77쪽,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앙코르는 아침과 저녁, 일출과 일몰, 건기와 우기를 비롯한 모든 시간을 위해 건축되었다. 태양이 각도를 달리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드러냈고 특히 하늘이 트는 무렵엔 장관을 이룬다. (110쪽, 당신의 나무)

나는 생각했다. 왜, 표범은 킬리만자로의 정상까지 올라가 얼어 죽고야 말았는가. 왜 돈 많은 유부녀를 유혹한 바람둥이는 사소한 사고로 죽음에 이르고야 말았는가. 왜, 헤밍웨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우아한 죽음을 바람둥이의 사고사 따위에 비교하는가. 왜 그의 문장은 그토록 간결하고 명료한가. 그것은 소설의 문장인가.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222쪽, 바람이 분다)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그녀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던진 말이다. 나는 놀랐다. 몇 명의 여자들이 이 방을 방문했지만 그런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라는 말보다 훨씬 좋았다. 그녀는 정말로 이곳을 마음에 들어했다. 아주 느리게, 하지만 완전하게 그녀는 이곳에 젖어들었다. (224쪽,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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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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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잡은 의도적인 부정확한 진술이다. (중략) 협잡이 되기 위한 속성은 거짓말이 되기 위한 속성과 비슷하다. 거짓말은 오류와 다르며, 거짓말쟁이가 하는 진술의 다른 속성과도 같지 않다. 거짓말이 되려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특정한 심리 상태, 즉 기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진술해야 한다. (12-13쪽)

개소리에 대해서도 그것이 거짓말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부정확한 진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다. (23쪽)

참인 것과 거짓인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한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말하는 게 참인지 거짓인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중략) 그녀의 진술은 그것이 참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거짓말이라면 응당히 그러해야 할, 그것이 참이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36-37쪽)

개소리는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분명히 허세 부리기에 가깝다. (중략) 거짓말하기와 허세 부리기는 둘 다 부정확한 전달 또는 기만의 양상이다. (중략) 거짓말쟁이는 참이 아닌 것을 계획적으로 퍼뜨리는 사람이다. 허세 부리기도 전형적으로 뭔가 허인인 것을 전달하려고 애를 쓴다. (중략)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phony라는 데 있다. (48-49쪽)

들통 났을 때의 결과 면에서 거짓말쟁이보다는 개소리쟁이가 통상적으로 덜 치명적이라는 점 (중략) 사실 사람들은 거짓말보다는 개소리에 대해 좀 더 관용적인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소리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중략) 거짓말은 종종 모욕감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개소리에 대해서는 불쾌하거나 거슬린다는 표시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53쪽)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56쪽)

개소리쟁이는 거짓말쟁이와는 달리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는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63쪽)

결정적으로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강력하다. (중략) 개소리는 거짓말로 들통난도 거의 타격받지 않는다. 개소리는 거짓말과는 다른, 진위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언어게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팩트를 가지고 대응해서는 트럼프류의 뻔뻔한 개소리쟁이를 이길 수 없다. (74-75쪽)

정치에서 말하는 프레임론과 마케팅에서 말하는 포지셔닝론 모두 개소리의 기술에 관한 이론이다. 모두가 말의 진리값에는 관심 없고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언어조작에 전념한다. 언론의 언어가 무책임해진 지는 오래되었고, (중략) 인터넷은 한마디로 개소리의 바다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대해 떠들어댄다. 아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지껄인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할 줄 모른다. 그러면서 말의 무책임성에 대해 둔감해진다. (중략) 어떤 거짓말이 거짓ㅁ라임이 판명되었음에도 거짓말쟁이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다. 지금 우리는 거의 모든 말이 개소리화 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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