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닌 (리커버)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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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때 자신이 계급적 인간이라는 것을, 자신이 속한 계급이라는 걸 알았다. 이런 거였구나. 이웃의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방법이 없다는 거. 계급이라는 이런 거였고 나는 이런 계급이었어. 왜냐하면......
왜냐하면 더 많은 돈을 가져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잇다면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 더 좋은 집에서 산다는 것은 더 좋은 골목, 더 좋은 동네에 살게 된다는 것이고 더 좋은 동네라는 것은 이웃의 소음과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동네일 테니까. 그런 동네에서는 서로 간섭하거나 간섭되는 일이 없으니 사람들의 표정은 편안하고 너무하네, 라고 외친다거나...... 너무 친절하게구는 일도 없을 것이고 지속적인 소음에 시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세계는 좋을 것이다. 네게도 권리가 있어. 남들에게 시달리지 않을 권리가 말이다. (누가, 123-124쪽)

나는 이해한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이해한다는 말은 복잡한 맥락을 무시한 채 편리하고도 단순하게 그것을, 혹은 너를 바라보고 잇다는 무신경한 자백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남들처럼 습관적으로 아니면 다른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그 말을 할 때가 있었고 그러고 나면 낭패해 고개를 숙이곤 했다. 다른 사람에게 들었을 때는 나중에 좋지 않은 심보로 그 말을 되새겼다. (웃는남자, 165-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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