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설가 이광수, 고졸한 문체로 쓰였다해서
고문체와 고졸한 문체는 다른가 싶었는데
고문체는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표현들을 의미하고
고졸한 문체는 투박하면서 예스러운 표현을 말한다.
이광수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 투병 중이라 연재를 수도없이 중단하면서도 열정을 불태웠다고 하는데
현대 역사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심리묘사와 개연성, 역사속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을 매우 잘 살렸다.
이광수의 글은 화려하다기보다 소박하고 진부하지 않으며 문장이 수식어가 많지 않아 고문체라도 이해가 어렵지 않다.
말그대로 고졸한, 꾸밈이 없어 더 좋은 문체였다.

세종대왕과 수양대군, 문종과 단종에 이은 숨가쁜 쿠데타 정국을 긴장감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휘엉청 달 밝은 밤에는 북방의 호랑이가 쓰러져 내린 그 밤이 연상되어질 것만 같다.
문종의 비 이야기는 역사기록과 약간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정보가 빈곤한 시대였으니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한 픽션으로 쓰인 것 같았다. 또 인상적인 장면이 삼고초려의 한 장면처럼 수양대군이 기건을 얻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갔음에도 문전박대를 당해 돌아와서도 분을 참지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다. 수양대군의 야심 뒤에는 모략가 한명회가 있다. 아시다시피 한명회는 한직에 있었던 상황이고 보잘것 없는 외모로 더욱 천시당하던 인물이었다. 괴이한 외모, 볼품없는 관직, 괴팍하다 못해 악랄하기까지 한 사람인 한명회를 수양대군은 첫 만남에도 깍듯이 대한다.


수양대군의 야심에 먹혀버린 단종의 비운은 인간의 본성이며 정치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2018년 첫 책을 멋지게 시작했다.

 

 

 

 

 

 

 

 

 

 

 


2. 한국사 특강/ 설민석

새해에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서평 쓸 시간이 없어 틈틈이 기록만 남길 예정이다.
설민석의 한국사는 정말 재밌다.
그래서 다음 책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생각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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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생각외로 빨려들게 된다.
고문체인데도 이해가 쏙쏙되고 몰입감과
속도감이 기대이상이다.
명불허전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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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1 - 풍계리 수소폭탄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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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다. 김진명이 천재적인 소설가라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으로 기자가 폭행당한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렇게 쏟아지는 말들을 들으며 두 진영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고있자니 부아만 치민다. 너나없이 자기말만 쏟아내는 와중에 제발 기레기니까 폭행당해도 싸다는 자기살 깍아먹는 식의 언질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냉정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12월 14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4대원칙을 천명했다. 바로 한반도 전쟁불가, 비핵화견지,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개선 지지이다. 기자 폭행으로 가려진 중국과의 회담은 문재인 정부가 초지일관 한 길만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 하며 미국과 일본과의 동맹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더 중요시 한 발언이다. 문정부가 꺼낸  3不정책(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MD체제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거부)은 이번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그 가운데 『미중전쟁』이 출간되자마자 읽게 되었는데 작금의 외교상황과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지고 있어 읽으면서도 천재작가라는 생각이 고개를 끄덕이곤 하였다.   

"무엇보다도 일단 유사시에 한국은 군사적으로 절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문제야. 예전에 주일대사를 지낸 누군가가 내게,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획수가 모두 770번인데 한국이 일본을 침략한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더군. 이웃한 두 나라가 770대 0이라면 그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DNA의 문제라고 했어."
-제2권 p027

이야기는 세계은행의 변호사 인철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다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기자본으로 이슬람 국가(IS)나 러시아로 자금세탁이 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위해 비밀리에 비엔나로 날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검은 돈의 출처를 캐던 중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펀드매니저 요한슨과 만나게 되고 다음날, 요한슨은 시체로 발견된다. 타살도 아닌 자살. 정보제공자인 요한슨의 죽음으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자신만만하고 호기로운 첫인상의 요한슨의 모습과 자살은 정말 어울리지 않은 퍼즐이었다. 


 그러던 중 자살하자마자 요한슨의 비밀계좌에 거금 2천만 달러가 입금되었다는 사실과 요한슨이 자살하기 바로 전에 통화한 전화번호가 케이맨제도에서 걸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한슨은 자살의 댓가로 누군가에게 거금을 받았고 인철은 그 누군가가 자금세탁을 하는 제3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이브라힘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이브라힘이 자주 드나드는 카페를  알게 되고 이브라힘과 접선을 시도한다. 그러나 인철은 그곳에서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카페에 있던 한국여인 최이지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다. 인철은 우연히 만난 최이지를 첫눈에 자신이 바라던 이상형임을 알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죽다 살아난데다가 신변이 노출된 마당에 이지에게까지 위험이 닥칠까하는 마음에 작별인사도 없이 서둘러 비엔나를 떠난다.

이브라힘과 연결된 마지막 끈인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에서 직접 눈으로 돈거래장면을 확인하고자 했던 인철은 자신에게 닥칠 위험에 대비하여 비행기안에서 일부러 자신을 노출하며 여러 사람과 명함을 교환한다. 그 가운데 아름답고 섹시할 뿐 아니라 신비스럽기까지 한 FBI의 요원 아이린을 만난다. 아이린의 도움을 통해서 조금씩 검은 돈의 주인이 밝혀지는데 바로 여기에 미중전쟁의 열쇠가 담겨 있다.

소설의 큰 흐름은 검은 돈을 추적하는 인철을 통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익관계를 보여준다. 각 나라마다 실리와 이익에 사로잡혀 그야말로 자본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한 축이고 미국이 점점 중국에 경제 위협을 받으면서 그 타계책을 전쟁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는 것이 다른 한 축이다.


'미국이 군사를 포기하는 순간 달러는 폭락이고, 달러가 폭락하는 순간 미국은 붕괴해. 수천만이 노숙자로 전락해 도시를 뒤덮겠지. 그렇게 보면 미국은 전쟁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슬픈 나라야.'-2권 p176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가운데 미국을 움직이는 여덟 가문의 존재 역시 소설에 펙타클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루미나티의 일원이기도 한 로스차일드, 록펠러와 같은 가문들이 대통령을 손안에 두고 좌지우지하는 장면들은 현실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화같다. 미중일러,이어 한국과 북한의 공간을 초월하여 정상급들의 속내를 엿보며 벌이는 각축전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는 듯 생생하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전쟁을 일으킨지 십여 년이 흘렀다. 미국의 경제는 중국이 생산하는 제품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 정도이고 위안화의 기축통화화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사업에 연관된 나라는 무려 65개국이다. 게다가 북한의 김정은은 날마다 미국을 날려버리겠다며 핵실험을 끊임없이 해대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세계의 강국들은 미국의 축복을 받으며 약소국들을 식민지 삼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은 미국의 축복 속에서 한국을 식민지화 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이 동맹국가가 아니라 한 것은 과거 한국 정부가 지녔던 소극적인 외교와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와 북한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 다시 한번 한국의 전쟁을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이 가상의 시나리오『 미중전쟁』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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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바인
데이브 컬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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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도 최악의 총기사건이 일어났다. 라스베가스에서, 한 미치광이 노인이 쏜 무차별 총기난사로 무려59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다쳤다. 살인범의 신원에서는 별다른 이력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은행 강도 출신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것이 그 살인범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부유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범인의 동거녀는 그가 평소 다정하고 가정적인 사람이며 범행 전에도 생활비를 보내주었던 살인의 전조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십 개의 총기, 호텔에 설치한 감시카메라와 같은 것들은 그가 총기난사라는 범행을 벌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귀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읽기 시작한  '콜럼바인'은 총기난사의 주인공들과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겹쳐보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흔히 그 사건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살인마들의 취향이나 성향을 분석해 보곤 한다. 평소  잔인함이 있었다던가, 집안 내력에 병명이 있다던가, 아니면 성적으로 왜곡된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가정생활이 불우했던지에 대한 탐색이 그제서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들이나 살인마들은 너무도 평범하고 착한 가면을 쓰고 있다는 점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 왜곡된 접근으로  언론은 날개를 돋쳐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범인은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희대의 악마의 얼굴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나 아렌트가 말하였듯이, 모든 악은 평범하다. 콜럼바인의 총기 사건을 일으킨 두 아이, 에릭과 딜런 역시도 평범한 10대 소년들이었다. 10대에는 누구나 세상을 향해 분노와 우울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분노와 우울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 극복해 나가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겠지만, 그들은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콜럼바인 총기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들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악마로 묘사되곤 하였고, 하위 문화에 속했던 고스 족의 범행으로 보았던 언론사도 있었고 게이와 호모들의 반란으로 묘사한 언론사도 있었다. 그런 추측성 보도들로 인해 피해자들의 신변 파악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하긴 바로 어제까지 수업을 들었던 친구가 자기들을 죽으려고 총기를 난사한다는 건 믿기 힘든 일이긴 하다. 과장과 왜곡 보도는 순식간에 미국 전역을 덮어가며 콜럼바인 고등학교는 점점 끔찍한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과장된 기사거리들은 실제로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했다. 사건 초기 잘못된 접근과 과정된 자료들은 이후 에릭과 딜런이 썼던 일지로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19개월만에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이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에릭의 일지를 통해 분석한 결과 에릭은 사이코패스 성향이 맞았지만, 반면 딜런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청소년이었다. 그들의 부모들은 모두 유복했고, 자녀 교육이나 환경에 민감한 편이었다. 엄격한 유대인이었으며 군인 가정에서 바른 교육을 받고 자랐다. 사건이 발생하고 이들 가족이 견디기 힘들었던 부분이 부모들을 향한 비난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부모의 어긋난 교육이 아이들을 그렇게 망쳤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반대였다. 


그러나 책을 읽을수록 놀라웠던 부분들은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이들을 분석하는 줄 알았는데 이후 에릭과 딜런의 일지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게 되니 조금 달라진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했던 에릭은 가면을 끊임없이 바꾸며 자신을 감추는데 능숙했으며 이런 사이코패스와 한짝패가 되었던 딜런의 우울증은 둘을 환상의 커플로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다. '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운 우울증 환자와 가학적인 사이코패스가 만날 때 폭발적인 짝이 된다.'(P408)  토네이도를 만들려면 냉기와 열기 둘 다 필요한 것처럼 에릭의 열기는 딜런의 냉기와 너무도 잘 맞는 짝패였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이코패스를 알게 된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제까지 현대 의학에서 사이코패스는 치료방법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정신적인 치료는 사이코패스를 악화시킨다고 한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에릭과의 상담자료가 사이코패스의 치료법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콜럼바인의 총기난사 사건을 저널리즘 형식으로 새롭게 재조명된 가치는 바로 이점에 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해와 인간의 평범성의 연관은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한다. 


'어금니아빠'의 사이코패스 성향은 40점 만점에 25점이었다고 한다.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보는데 범행에 비해 낮은 점수에 속하긴 하지만 커트라인은 넘겼다. 평소 10대 청소년들의 상담가를 자처하며 아내를 위한 사랑과  난치병 딸을 살뜰히 보살피는 천사의 얼굴을 하였던 어금니아빠 이영학이 사이코패스로 밝혀지며 그가 해온 범행 역시 낱낱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으며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차마 입에 담기도 , 상상하기도 힘든 범행들을 보면서 악마는 선한 가면을 쓴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에릭과 딜런의 부모님들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랑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걸 몰랐어요.' 라고,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는 사랑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으로 보여지는 성향들을 무심히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는 아이가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단초들이다. <비극에 대한 완벽한 보고서>는 사이코패스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의 보고서이다. 악마는 착한 가면을 쓴다. 바로 옆에 착한 가면을 쓰고 있는 누군가가 살인마로 돌변할지 모르는 불안과 위기 속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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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화살 피하기

_ 고통을 다루는 기술



스승이 제자에게 묻는다.

“만약 누군가의 화살에 맞으면 아프겠는가?”

제자가 대답한다.

“아픕니다.”

스승이 다시 묻는다.

“만약 똑같은 자리에 두 번째 화살을 맞으면 더 아프겠는가?”

제자가 말한다.

“몹시 아픕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한다.
“살아 있는 한 누구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일로 인한 감정적 고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첫 번째 화살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고, 두 번째 화살은 그 사건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다. 상실과 실패와 재난은 누구의 삶에나 일어난다. 그러나 고통의 대부분은 실제의 사건 그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더 심화된다. 인생이 고통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가장 많이 맞는 화살은 스스로 자신에게 쏘는 두 번째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을 때마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두 번째 화살을 자신에게 쏘기 시작하며, 이 두 번째 화살이 첫 번째 화살의 고통을 몇 배나 증폭시킨다.

한 여성이 20년 전에 이혼을 했다. 그 20년 동안 그녀는 전남편의 부당한 행동에 화가 난 채로 고통스럽게 살았다. 자식들과 친구들 앞에서 그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남자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와도 한 달 이상 관계를 지속하지 못했다. 스스로 쏜 두 번째 화살이 너무 많이 박혀 있어서 사랑의 감정이 싹틀 공간이 없었다. 분노로 인해 그녀의 삶은 얼어붙었으며, 모든 관계가 제한적이 되었다.

백혈병 선고를 받고서야 그녀는 분노를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하지 않고 삶을 허비한 것이 너무 후회되었다. 『인생 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를 찾아온 그녀는 평화롭게 살 수는 없었지만 평화롭게 죽고 싶다고 고백했다. 스스로에게 쏜 두 번째 화살이 자신의 삶을 망쳤음을 늦게야 깨달은 것이다. 이미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는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마저 잃는 지름길이다.

불쾌한 사건이 심리적 불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다.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다른 차차가 방향 지시등도 없이 끼어든다. 우리는 금방 흥분해서 감정적이 된다. 두 번째 화살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맥박 수를 증가시킨다. 주말을 비워 두고 명상 프로그램에 등록했는데 하루 전에야 취소 연락이 온다. 숲 속 명상 센터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던 계획은 한순간에 분노의 감정으로 바뀌어 주최측과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쏘기 시작한다.

선의의 마음을 가지고 도와주었는데 돌아온 것은 배신이다. 형제와 친구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 경험만으로도 상처가 큰데,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스스로에게 쏘는 감정적 화살이다.

선의의 마음을 가지고 도와주었는데 돌아온 것은 배신이다. 형제와 친구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 경험만으로도 상처가 큰데, 두고두고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스스로에게 쏘는 감정적 화살이다.

내 친구가 터무니없는 누명을 쓴 적이 있다. 그로선 억울한 일이었지만 인간 심리의 왜곡된 면을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진실하고 정의롭다고 자부하는 이들도 자신의 이익과 질투심 때문에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곤 한다. 이 악의적인 비난 때문에 그와 가깝던 이들까지 등을 돌렸다. 조금만 상황을 살펴봐도 헛소문임을 알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때로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진실이 신발끈을 묶고 있을 때 거짓은 지구를 반 바퀴 돈다.

억울함, 배신감, 증오, 복수심이 꿈속에서도 그를 괴롭혔다. 그리고 그 감정들이 그로 하여금 현재를 생생하게 살지 못하게 막았다. 화분에 뿌리가 꽉 차서 분갈이가 필요한 식물처럼, 마음속 화분에 부정적인 뿌리들이 뒤엉켰다. 우리는 상처 입은 감정들이 자신의 삶을 방해하는 것을 너무 오래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물었다. 어느 것이 그를 더 괴롭히는지. 일어난 사건인지, 아니면 그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적 반응인지. 마침내 그 친구가 그렇게 했듯이 우리는 두 번째 화살들을 단호히 뽑아 버려야 한다. 누군가를 원망하면서 자신에게 화살을 쏘아 대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은 것이다.

화살에 맞으면 아픔을 느끼되 그 아픔을 과장하지 말라고 붓다는 충고했다. 병이 난 제자를 찾아가서도 아파하되 그 아픔에 깨어 있으라고 가르쳤다. 상처에 너무 상처 받지 말 것, 실망에 너무 실망하지 말 것, 아픔에 너무 아파하지 말 것—이것이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이다. 잠시 아플 뿐이고, 잠시 화가 날 뿐이고, 잠시 슬플 뿐이면 되는 것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맑고 투명해진다.

우리는 첫 번째 화살에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익숙하지만, 두 번째 화살을 다루는 데는 매우 서툴다. 칼루 린포체는 말한다.

“용서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해방시켜 주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을 향한 원망과 분노와 증오에서 나 자신이 해방되는 일이다.”

-(중략)

‘나는 나 자신에게 두 번째 화살을 쏠 것인가?’

삶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어리석으면 더 고통스럽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하는가는 그들의 카르마가 되지만, 그것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당신 자신의 카르마가 된다.’는 말은 진리이다.

-알라딘 eBook (류시화) 중에서

너무도 공감가는 내용이다.
나 자신에게 쏘아대는 화살,
그 화살에 다쳐 아직도 반생을 떠돌고 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 돌아보지 않듯
삶도 그러해야 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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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14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림모노로그님,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많이 늦었지만, 지난 추석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두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말은, 들을 때마다 늘 한번쯤 되돌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늘 틀리는 문제를 틀리고, 같은 부분에서 실수를 하는 것 같거든요.
읽으면서,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의미대로 산다는 것은 더 어려운 것임을 생각해요.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드림모노로그 2017-10-15 19:41   좋아요 1 | URL
오랜만입니다 ^^ 잘 지내시죠.
요즘 제가 많이 아픕니다 . 이 두 번째 화살에 자꾸 찔리는 거죠 ㅎㅎㅎ
그런 중에 이 글귀들을 읽으니 뭔가 굉장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더라구요 ^^
힘들지만 그렇게 , 어차피 일어난 일에 마음 다치지 않도록 애쓰면서 살아가려고요 ^^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