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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평점 :
송사에 휘말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송사에 휘말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 송사에 휘말리는 사람들을 보면 벼랑 끝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송사를 선택하곤 한다. 벼랑 끝에 서서 법이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의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어쩌면 현실의 사법부 현실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눈을 가린 채 칼과 저울만으로 정의를 심판하려 한 것처럼 현실의 사법부 역시도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정의하고 있는지도, 기을호의 재판이 그렇듯이.
『고백 그리고 고발』은 우리나라 사법 현실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인 기을호 재판과정을 담은 르포르타주이다. 현직 변호사인 안천석은 기을호의 재판을 18번의 소송에서 단 한번도 승소하지 못하고 모두 패소한 기록을 담고 있다. 그 재판과정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진행되는 소송절차를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울분이 고스란히 전혀지기도 한다.
무려 10여년의 세월을 재판하게 되었던 사건의 개요는 정리해 보면 대충 이러하다.
김포시 고촌면 향산리 마을에 D건설이 주택건설 사업을 시작하면서 향산리 주민 24가구의 지주들과 약 1만 4,550평의 토지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금과 중도금 약 72억원을 지급하였으나 나머지 잔금은 지불하지 못한 상태다. 기을호의 부친 기노걸도 이 가운데 포함되어 있었다. 기노걸은 약 980평을 19억 6천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하였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상태고 잔금은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런 가운데 D건설이 워크아웃 상태가 되었고 H건설이 양도 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이때 중간에서 Y종합건설이 향산리 주민들과 H건설로 변경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였다. 향산리 주민들과의 계약서는 H건설에 유리하게 작성되었고 기노걸의 매매서는 막도장과 계약해지 된 통장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향산리 주민들의 부동산매매계약서는 Y종합건설이 매매계약서를 대행하면서 향산리 주민들의 부동산 매매계약서몇 건을 위조하여 H건설에 넘긴 정황을 알게 되자, 안천석 변호사는 증인과 진술서를 확보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재심청구는 번번이 기각된다. 이 과정에서 기노걸은 사망한다.
기을호는 아버지의 인감도장이 아닌 막도장과 해지된 계좌를 쓴 매매계약서의 글씨가 아버지의 필체가 아니며 아버지가 해지된 계좌를 적을 정도로 노쇄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으나 법원은 기노걸의 실수로 인정한다. 향산리 주민들을 통해 Y종합건설의 이지학이 위조한 사실과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증인 C를 찾아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번번이 기각되고 검사로부터 사건을 빨리 끝내라고 협박을 받기까지 한다. 이러한 과정이 18번, 판사 60명으로부터 같은 판결을 받는다. 대법원에서는 H건설의 손을 들어주었고 위증을 한 증인A에게는 벌금 5백만원의 형량을 부과하였고 기노걸의 위조된 매매계약서를 증명할 만한 어떤 증거자료도 없이 기노걸은 H건설에 손해배상금으로 3억원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누가보아도 눈을 가린 채 정의 내린 판결이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기을호의 재판과정을 보면 사법부의 권력이 되려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전관예우와 같은 연고주의 폐해는 물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피라미드형 구조로 된 사법부는 대법원 전체를 농단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던 사건이 사법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농단이었다. 결국 사법 독립은 사법 패권이라는 자본주의 괴물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사법 독립은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장할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 벼랑 끝에서라도 잡고 싶은 정의의 심판이어야 한다. 기을호의 재판은 송사에 휘말리게 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알아야할 사법현실이다. 처음에는 안타까움으로 그 다음은 분노로, 사법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