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 1 - 풍계리 수소폭탄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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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게 읽었다. 김진명이 천재적인 소설가라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으로 기자가 폭행당한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렇게 쏟아지는 말들을 들으며 두 진영에서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고있자니 부아만 치민다. 너나없이 자기말만 쏟아내는 와중에 제발 기레기니까 폭행당해도 싸다는 자기살 깍아먹는 식의 언질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냉정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12월 14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서 4대원칙을 천명했다. 바로 한반도 전쟁불가, 비핵화견지,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개선 지지이다. 기자 폭행으로 가려진 중국과의 회담은 문재인 정부가 초지일관 한 길만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 하며 미국과 일본과의 동맹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더 중요시 한 발언이다. 문정부가 꺼낸  3不정책(사드 추가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MD체제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거부)은 이번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본다. 그 가운데 『미중전쟁』이 출간되자마자 읽게 되었는데 작금의 외교상황과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지고 있어 읽으면서도 천재작가라는 생각이 고개를 끄덕이곤 하였다.   

"무엇보다도 일단 유사시에 한국은 군사적으로 절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문제야. 예전에 주일대사를 지낸 누군가가 내게,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획수가 모두 770번인데 한국이 일본을 침략한 적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다더군. 이웃한 두 나라가 770대 0이라면 그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DNA의 문제라고 했어."
-제2권 p027

이야기는 세계은행의 변호사 인철이 돈의 흐름을 추적하다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기자본으로 이슬람 국가(IS)나 러시아로 자금세탁이 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위해 비밀리에 비엔나로 날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검은 돈의 출처를 캐던 중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펀드매니저 요한슨과 만나게 되고 다음날, 요한슨은 시체로 발견된다. 타살도 아닌 자살. 정보제공자인 요한슨의 죽음으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자신만만하고 호기로운 첫인상의 요한슨의 모습과 자살은 정말 어울리지 않은 퍼즐이었다. 


 그러던 중 자살하자마자 요한슨의 비밀계좌에 거금 2천만 달러가 입금되었다는 사실과 요한슨이 자살하기 바로 전에 통화한 전화번호가 케이맨제도에서 걸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요한슨은 자살의 댓가로 누군가에게 거금을 받았고 인철은 그 누군가가 자금세탁을 하는 제3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이브라힘일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이브라힘이 자주 드나드는 카페를  알게 되고 이브라힘과 접선을 시도한다. 그러나 인철은 그곳에서 괴한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카페에 있던 한국여인 최이지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다. 인철은 우연히 만난 최이지를 첫눈에 자신이 바라던 이상형임을 알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죽다 살아난데다가 신변이 노출된 마당에 이지에게까지 위험이 닥칠까하는 마음에 작별인사도 없이 서둘러 비엔나를 떠난다.

이브라힘과 연결된 마지막 끈인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케이맨 제도에서 직접 눈으로 돈거래장면을 확인하고자 했던 인철은 자신에게 닥칠 위험에 대비하여 비행기안에서 일부러 자신을 노출하며 여러 사람과 명함을 교환한다. 그 가운데 아름답고 섹시할 뿐 아니라 신비스럽기까지 한 FBI의 요원 아이린을 만난다. 아이린의 도움을 통해서 조금씩 검은 돈의 주인이 밝혀지는데 바로 여기에 미중전쟁의 열쇠가 담겨 있다.

소설의 큰 흐름은 검은 돈을 추적하는 인철을 통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익관계를 보여준다. 각 나라마다 실리와 이익에 사로잡혀 그야말로 자본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한 축이고 미국이 점점 중국에 경제 위협을 받으면서 그 타계책을 전쟁을 통해서 해결하려 하는 것이 다른 한 축이다.


'미국이 군사를 포기하는 순간 달러는 폭락이고, 달러가 폭락하는 순간 미국은 붕괴해. 수천만이 노숙자로 전락해 도시를 뒤덮겠지. 그렇게 보면 미국은 전쟁을 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슬픈 나라야.'-2권 p176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가운데 미국을 움직이는 여덟 가문의 존재 역시 소설에 펙타클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루미나티의 일원이기도 한 로스차일드, 록펠러와 같은 가문들이 대통령을 손안에 두고 좌지우지하는 장면들은 현실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정도로 실화같다. 미중일러,이어 한국과 북한의 공간을 초월하여 정상급들의 속내를 엿보며 벌이는 각축전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다시금 재확인시켜주는 듯 생생하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전쟁을 일으킨지 십여 년이 흘렀다. 미국의 경제는 중국이 생산하는 제품이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 정도이고 위안화의 기축통화화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사업에 연관된 나라는 무려 65개국이다. 게다가 북한의 김정은은 날마다 미국을 날려버리겠다며 핵실험을 끊임없이 해대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 세계의 강국들은 미국의 축복을 받으며 약소국들을 식민지 삼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은 미국의 축복 속에서 한국을 식민지화 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이 동맹국가가 아니라 한 것은 과거 한국 정부가 지녔던 소극적인 외교와는 많은 면에서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와 북한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 다시 한번 한국의 전쟁을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이 가상의 시나리오『 미중전쟁』은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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