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책중독이다. 그만큼 술도 좋아하는데, 이유는 단지 서방님이 애주가이기 때문에... 같이 마시다보니 어쩌다 알콜중독은 아니지만, 붕어빵에서 탤런트 '김응수'씨가 술을 마셔야 건강하다는 궤변에 공감을 보내는 정도?
요즘 서방님이 밤마다 내게 충고하기를 '책은 이제 그만 읽어' 라는 말을 듣고는 책 대신 영화를 보는 것으로 시간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세상에 책만큼 영화도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말 같다. 비운 곳을 채워야 하니까.
나에게 비어 있는 것은 ...(이것을 아주 오랜 시간동안 생각해왔다.) 도시와 시골의 커다란 구멍인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지금은 아이들로 인해 시골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는 익숙해지고 이곳을 무척이나 사랑하지만,
삶의 반을 도시에서 보낸 탓인지. 구멍이 쉽게 메워지지 않는 것 같다. 문득 문득 그립다.
잊고 싶고 잊혀지고 싶었고 잊어야 한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쉬웠다면,
고독이라든지, 그리움이라든지, 슬픔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설하고, 서방님과 어제도 술 한잔을 달을 벗 삼아 기울이면서, 또 한번 약속하였다. 책을 끊고 새 삶을 살자고 ..
그렇다고 내가 쇼핑을 좋아하는가? 쇼핑은 너무 귀찮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의 블로깅에 흥미를 잃은지도 오래.
몇 년전에는 플래티늄 카드를 소지한 기쁨처럼,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고객들에게 달아주는 플래티늄 회원의 엠블럼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등급이 로얄도 아닌 일반으로 격하되어도. 그저 그런가보다 했었다. 그러나, 알라딘에서는 여전히 플래티늄을 유지하고 있고, 구매금액을 확인하고는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고는 한다.
나도 모르게 책을 구입하였고, 나도 모르게 기백만원 어치를 주문하고, 주문한 내 손을 저주하면서 다시 주문하는 나를 볼때마다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서재에 있는 책들만 읽기로 새해 첫 날부터 다짐은 멀리 달아나고 ,,, 읽고 싶은 책들을 보면서 어느새 책을 사지 않겠다는 생각은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사고 싶은 책을 담아놓았다.
가장 먼저 사고 싶은 책
1순위 [문학동네-한국문학전집] , 사고 싶은 이유가 많지만...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왜 사고 싶냐고 하면, 나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아빠가 사다 준 '한국문학전집'이 성장하면서 삶의 자양분이 되더라, 이런 고리타분한 이유말고 원초적인 이유를 대라면, ' 표지가 이쁘잖아.' 단지 그것뿐....
그리고 2순위는 [역사 일기 세트]
아이들에게 사주고 싶은 책으로 골라 놓았다.
3순위에 머물러 있는 책들은
그리고 내 지갑에는 문화상품권 몇 장과 무이자 할부 5개월이 가능한 S카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것.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13월의 월급이 나온다는 것. 왜 나는 알라딘에만 오면 이성을 잃고 책을 구입하는지. 알라딘은 나를 이상하게 만든다.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한국문학전집세트를 구입하고, 구름위를 날아다니는 행복을 맛보며 책구매한 사람은 내가 아닌 내안의 또 다른 나라고 우길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