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비에 취해 쓰는 시

한 떼의 구름에 꽁꽁 가두워 키운 너의 사랑은
한바탕 쏟아지면 사라질 환영의 비무리였다.

너를 사랑하기 위해 떠나보낸 친구들도 이제 곁에 없고
홀로 빈방 가득 채울 기세로 타오르던 촛불도
켜지 않은지 오래
이제는 지나가버린 무모한 사랑이
깊은 가을밤같은 고독의 시를 쓰게 하여도
빛나는 눈동자처럼 반짝이던
너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저 잊고프건만

비의 온도를 닮아 차갑기만 했던 너는
비와 함께 떨어지는 나뭇잎의 변명처럼 떠나고
비에 취해 우는 홑울음은
애증의 소리음으로 울려 퍼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잊고자
돌고 돌아가는 에움길 끝엔
널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찬
비보라만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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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9-21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진짜 비에 취하고픈 날씨입니다 ㅎ
 

#자작시

낙화

새의 기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적요한 새벽 숲길
비를 가득 머금은 구름이 따라다니는 길목
구르던 낙엽은 질척거리며 매달리는 계절
바람이 나뭇잎에게 인사하고 올 때까지
기다리며 쓰는
미움 한 자락
후회 한 자락
슬픔 한 자락
고통 한 자락
나선형으로 퍼진 그리움은
허공에 퍼지다 구름이 되고
나무와 함께 시간을 멈춘
버섯의 침묵사이로
꿈없이 걷는 가을 숲
한 장의 나뭇잎처럼 떨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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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9-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틸컷인가요? 와~
 

#햄스터키우기

햄스터 키운지 근 일년이 되간다.
시원이가 키우고 싶어해 데려오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짐승을 키우는 일은 반대하는 편이라
그닥 이쁘다 귀엽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근데 한 두 마리 데려오다 정신차려보니
어느 덧 네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쌀.보리(애칭 애기).떡.콩 곡류가 다 모여있게 되었다.
근데 이 네 놈이 다 다르다.
한 가지에 자란 나무가 모양새가 다 다르고
한 뱃속의 자식들이 성격이 모두 다르듯이
네 놈이 모두 특이하다.
쌀은 주특기가 멍때리는 건데
하다못해 쳇바퀴를 돌리다가도 멍~ 때리고
물을 마시다가도 멍~! 때린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습다가도 귀여워
얼굴 한 번 쓰다듬어 주게 된다.
보리 이놈은 맨 마지막에 입양돼서
제일 작아 애기라 불렀는데
오자마자 도망쳐서 한 달만에 잡혀 우리에 넣어줬다.
도망다니는 동안 야성만 키웠는지
사람만 다가가면 물려하고 경계심이 높다.
쪼만한게 성질부리며 물어봤자 아플리가 있겠냐만
깨물리면 기분나쁘다. 그래서인지 애들도 보리는 안 건드린다.
요즘은 지 좀 봐달라 딴에 애교 부린다고
철창에 매달려 아양같은 걸 떠는데
태어나자마자 싸돌아다닌 탓에 길들이기 가장 힘든 놈이다.
애정결핍이 약간 있다.



떡이 ~ 요놈은 가장 사랑받는 녀석으로
애교뿐 아니라 귀염성, 발랄함, 사랑스러움
모든 것을 다 갖춘 놈이다.
녀석도 사랑받는 걸 아는지 사람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손바닥 내밀면 무조건 올라타 재롱부린다.
햄스터 재롱이야 부려봤자라 생각하겠지만
떡이는 그런 면에서 ‘난‘ 놈이다.
지도 사랑받는 걸 아는지
한동안 살이 너무 쪄서 애들이 떡아 너 살 좀 빼야겠다~~
맨날 그러니까 이 놈이
며칠 밤낮을 쳇바퀴를 돌리더니
홀쭉해졌다.
쌀이나 보리보다 지금은 더 작다.
쌀이랑 보리는 먹는 걸 넘 밝혀서 뚱뚱해졌는데
아무도 이 놈들한테는 살 빼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거 보면 ‘살빼~‘ 이런 말을 해주는 것도
당사자는 기분 나쁠지 몰라도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으니 하는 말이니
너무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정말 관심없으면 절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여튼 그래서 떡이는 살을 무진장 뺏다
밤마다 쳇바퀴 백만번 돌리는 놈은 떡이니까.
떡이가 살을 빼고 쪼끄마해지자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됐다.
( 뚱해도 이뻐했겠지만 떡이도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주자)
햄스터도 자기가 사랑받는 걸 아는 걸까?
떡이는 이상하게 이뿌다. 자꾸 보아도 귀엽다.
지도 사랑받는 걸 안다.
알기에 저런 애교스러운 몸짓을 보내겠지?


마지막으로 콩이 이야기를 하자면,
쌀, 보리,떡과는 다른 종자다.
콩이는 세피아과이고 다른 애들은 화이트인데
화이트애들은 친화력이나 사람과 교감능력이 있지만
얘는 그런 거 제로다.
처음에는 애가 좀 모지란, 지능이 좀 떨어지는 애라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지능이 모자라기보다는 그냥 타고난 성향같다.
혼자 통안을 엄청나게 빠름 속도로
마라토너들보다 더 빠른, 파파팍 튀는 속도전으로
사람을 도망다닌다.
쳇바퀴를 넣어줬더니 무서워서 도망만 다니다가
첫 날은 할 줄 몰라 패스
둘째 날은 건드려보다 패스
셋째 날에야 옆 통의 쌀이 쳇바퀴 타는 걸 유심히 보다가
타다가 우리가 보고 있는 거 눈치채고는 자기 집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더니 넷째 날, 미친듯이 쳇바퀴를 타고 있는 콩이를 보았다. 그제서야 쟈는 모자랐던 건 아니구나 싶었다.
아침에 애들 베딩 갈아주면서 얘들이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 있다는 생각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난다.
살아있는 생명들은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지만
생명이 있음으로 공통된 감정이 있는 것 같다.
쌀,떡,보리,콩이 햄스터이지만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인간사 역시도 같다는 걸 새삼 되돌아본다.
각자의 ‘나‘를 인정해주고 타인의 삶을 응원해주는 것외에는
그 어느 것도 가치없는 일이다.
하찮은 햄스터에게도 삶의 철학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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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의 유대인 경제사 1 - 세계 경제의 기원 - 고대 경제사 上 홍익희의 유대인 경제사 시리즈 1
홍익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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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경제사 10권의 첫 장을 열었다
유대 민족의 출발점은
아브라함이 살던 우르의 ‘수메르 문명‘ 부터 시작된다.
인류 문명의 4대 발상지 가운데에서도
최초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훨씬 더 앞선 문명으로 밝혀진 수메르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뿌리이자 근원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워낙 고도로 발달 된 문명이라
수메르 문명을 외지에서 온 이주 고등문명이라거나
심지어는 외계문명이라는 설까지 있다고 한다.
수메르의 ‘갈대아 우르˝ 출신인 아브라함은
국제 항구도시의 부유한 가문 출신이었다고 한다.
수메르의 우르에서 발견된
유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이미 기워전 2540년에
시멘트와 도자기와 흡사한 재료로 수도관을 만들어
도시자체에 완벽한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었고
건물 하나에 많게는 수백 개의 방을 사용하며
거대한 주택단지를 형성한 도시문명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자부터 학교, 천문학, 야금술, 민주적 대의제도 등
인류문명사에서 중요한 것 39가지가 수메르인들이 발명한
것이라 한다.
고대하면 수렵과 사냥을 하던 구석기인이나
이제 막 정착하기 시작하여 움집을 짓는 신석기인들을
연상하는데 고대에 이미 도시와 같은 생활을
그것도 수천 만년 전에 문명을 이루어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유물은
고도 과학문명임을 말해주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말로는
수메르 문명을 일으킨 사람은
동양인일인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우리말과 같은 어순인 교착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건 믿거나 말거나)

첨: 수메르 문명이 고도로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비옥한 환경이 아니라 오히려 척박하고 부족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나무와 돌이 없어 먼 곳에서 나무와 돌을 실어와야했기 때문에 배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했고 워낙 가진 게 없어 살아남기 위해 살아야했다. 해마다 강물이 범람하여 관개수로를 건설해야했으며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교역과 무역이 활발해져 도시가 생긴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였다.
지금 나의 필요가 새로운 삶을 위한 부엽토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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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파머 #문학동네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파머의 신작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를 읽다보니 이 책에서도 ‘마음이 부서진‘ 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오래전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파머는 이 시대의 정치는 “ 비통한 자 the brokenhearted [직역을 하자면 마음이 부서진 자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 정치라 하였다.이 표현은 정치학의 분석 용어나 정치적 조직화의 전략적인 수사학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 대신 인간적 온전함의 언어에서 그 표현이 나온다. 오로지 마음만이 이해할 수 있고 마음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이 있다. 여기서 온전함과 마음이 부서진자, 이 표현은 파머의 글에서 쉽게 발견되는 키워드들이다.
온전함은 완전함과는 다르다. 온전함은 부서진 것을 끌어모아 만들어가는 삶의 총체적인 정의다.

파머는 나이듦의 길목에서 이러한 온전함을 위해 삶과 연애를 하라한다. 때론 무모하게 열정적으로 자연과 함께 ..

삶과의 연애라는 위대한 일은
최대한 다채롭게 살아가는 것,
고급 순종처럼 자기의 호기심을 가다듬고,
매일 숲이 울창하고
햇빛 쨍쨍한 언덕에 올라 넘어가는 것이다.
위험부담이 없는 곳에서는
정서의 지형도 평평하고 탄력이 없다.
그리고 그 모든 차원, 계곡과 산봉우리,
우회로에도 불구하고, 삶은 길이만 있을 뿐 장엄한 지형은 전혀 없을 듯 하다.
삶은 신비에서 시작되어 신비로 끝난다.
그러나 얼마나 야생적이고
아름다운 시골이 그 사이에 놓여있는가.
-다이앤 애커먼

그 어느때보다 온전한 날들을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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