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urtle in Paradise (Paperback) - 2011 Newbery
Holm, Jennifer L. / Yearling Books / 2011년 12월
평점 :
2011년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작품이다. 뉴베리 상을 받았다면 우리 나라에서도 앞다투어 번역 출판이 되는 모양이다. 그건 아마 출판하면 잘 읽힌다는 것을 의미할 텐데, 아무리 문학성이 뛰어나고 상징과 의미가 담겨있다 해도 읽기 너무 어렵거나 지루하다면 이렇게 앞다퉈 출판되지는 않을 것이다. 뉴베리 상을 받은 작품들은 대개 그 재미도 보장된다. 이 책도 그러하다.
다른 집 가정부 일을 하는 엄마와 함께 뉴저지 주에 사는 열한 살 소녀 터틀. 거북이라는 뜻의 터틀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이다. 겉 껍질이 딱딱하다는, 즉 웬만한 일에도 꿋꿋이 잘 버티는 딸의 성격을 말하는 것이다.
영화 '애니'의 주인공인 셜리 템플을 싫어하고, 그런 건 다 헐리웃 영화에나 나오는 주인공이며 해피 엔딩은 헐리웃 영화 단골 주제라며 믿지 않는 터틀에 비해 엄마는 우리 인생의 어느 대목에 이르면 항상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이 <우리 모두 해피 엔딩>인 것은 이런 대목을 반영한 것 같다.
새로 어렵게 가정부 자리를 얻어 간 집에서 아이를 싫어한다. 할 수 없이 엄마는 터틀을 멀리 엄마의 고향이자 이모가 살고 있는 키 웨스트라는 바닷가 마을로 터틀을 보낸다.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좋은 집을 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엄마의 편지보다 일찍 도착한, 처음 보는 조카를 본 이모는 이미 자기 아이만 해도 넷이나 되어 황당하기만 하고, 터틀은 터틀 대고 넷이나 되는 사내 아이들과 부대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이름 처럼 쉽게 절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낸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도 작가는 지루하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감각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러다가 그쯤에서 터틀이 할머니 집 낡은 피아노 속에서 우연히 보물지도를 발견하게 되고 아이들끼리 그 지도를 보고 배를 훔쳐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삽입되면서 절정에 달하는데. 위기의 순간이 해결되고, 터틀의 엄마 말처럼 그야말로 해피 엔딩으로 책이 끝나나 싶은 순간에 반전의 마무리. 끝까지 독자에게 키를 넘겨주지 않고 작가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고 나가고 있다.
과연 '해피 엔딩'이란 어떤 결말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을 보는 관점에 따라 해피 엔딩 따위는 영화에나 있는 것일 수 있고, 또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책 제목의 '파라다이스'가 보물을 발견한 그 장소가 아니라 결국 터틀과 엄마가 정착하는 엄마의 옛 고향이듯이.
우리 나라 학생이라면 고등학생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래는 2012년에 나온 우리 나라 번역본인데 제목도 표지도 원서와 다르다.

노인들은 대부분 짜증을 잘 낸다. 그럴만 하다. 죽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기분이 좋을 수 있겠는가? (76쪽)
엄마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사는건 헐리웃 영화와 같은 것이라서 어느 대목에나 즐거운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말이다. (1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