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Bubble), 2005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감독 이름만 눈에 익을 뿐, 출연하는 배우들은 이름도 얼굴도 모두 낯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배우들에게 이 영화가 모두 첫 출연작이기 때문인데 소더버그 감독이 그렇게 의도하고 캐스팅했다고 한다.

 

미국 오하이오 주의 작은 마을. 인형 공장에서 일하는 마샤는 늙어서 거동을 못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중년의 여자이다. 나이로는 거의 아들뻘인 직장 동료 카일과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데 카일은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나마 마샤의 수다를 들으며 가끔 짧은 대꾸만 할뿐 말도 거의 없는 20대의 청년. 이들은 자기들이 하루 종일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인형들과 닮아있다. 아무 표정이 없다는 점에서.

 

어느 날 이 공장에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미혼모 로즈가 새로 들어오고 로즈와 카일은 조금씩 가까와져 가려는데, 이것을 지켜보는 마샤는 기분이 묘하다.

 

7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영화이고, 영화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더라도 이 영화 정말 돈 안들이고 찍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소더버그라는 감독의 이름을 또한번 머리 속에 새겨놓게 하는 계기가 될 정도 되는 영화이다. 배우들 그 누구의 표정과 말투에서도 지금 이것이 영화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영화가 아니라 실제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나게 한다. 그러면서도 배경이나, 감독이 보여주는 컷을 통해 이들의 마음 '속'을 관객에게 스물스물 전달시키는건 감독의 능력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2006년에 개봉되었다는데, 보통 극장과 비디오 출시 사이에 간격을 두게 하는 '홀드백'제도에 반기를 든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왜 로즈를 그렇게 했을까? (스포일러가 될까봐 이렇게만 쓴다)

 

 

 

 

 

 

 

 

 

 

이들의 무표정 속에서 외로움과 고독, 소통하고 싶어하는 간절함을 읽는 것은 나 뿐 만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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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4-2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 만드는 사람도
인형도
모두 아름다운 얼굴이 되도록
새로 거듭나면 참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든...

hnine 2013-04-21 18:21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따로 한동안 생각했어요. 왜 인형공장이 무대가 되어야 했을까. 저 인형들에 카메라를 머물게 하면서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보는 동안의 재미와 몰입도 중요하지만 보고난 후에 이렇게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영화들이 있지요.

Jeanne_Hebuterne 2013-04-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소더버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잎 이후(맞나? 맞군) 에린 브로코비치로 탈바꿈했던 그 사람이로군요! 두번째 컷의 여배우의 표정은 정말 저 감독의 페르소나인가 봐요. 다른 영화 속에서도 소더버그의 배우들은 종종 저런 표정을 짓곤 했지요. 팀 버튼 영화 속의 조니 뎁이 늘 길잃은 표정을 하는 것 처럼요. 저 텅 빈 허공에의 질주같은 영화가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페이퍼, 잘 보고 갑니다.

(종종 저런 표정이 필요해요. 생활에서든 꿈속에서든.)

hnine 2013-04-21 18:24   좋아요 0 | URL
저 사실은 같은 제목의 다른 영화를 찾고 있던 중이었어요. 미래의 생명공학 기술과 관련된 자료로서 '버블'이라는 다른 영화가 있거든요. 그러다가 이 영화를 발견하게 되어, 원래 찾던 영화는 아직 안보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답니다.
감독의 페르소나 말씀을 하시니 앞으로 영화 볼때 감독의 페르소나가 어느 배우, 어느 장면, 어느 표정에 나타나있나 찾아보게 될 것 같네요.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예요.
저런 표정을 저는 아마 자주 할 것 같은데, 저 무표정 속에 사실 많은 표정이 담겨있을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