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러 가기 전, 포스트잇 붙여놓았던 곳을 얼른 옮겨 적어 놓는다.

이 구절만은 반납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도 먹어야 하지만 아침 식사가 가져올 방해를, 넬리의 기분을 받아주지 못할 같다.

그녀는 시간 정도 글을 쓰고 뭔가를 먹을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은 악덕이고 일종의 마약이다.

위가 비어있으면 그녀는 민첩하고 순수하고 머리가 맑아, 마치 전투태세를 갖춘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커피를 홀짝인 잔을 내려놓고 팔을 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좋은 하루라고 느끼며 일할 준비를 하면서도 아직 일에 착수하지 않은 지금 순간이야말로 가장 신기한 시간 하나다.

지금 순간에는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녀의 마음은 흥얼흥얼 노래를 읊조린다.

오늘 아침 그녀는 혼미함을 극복하고, 말하자면 막힌 파이프를 뚫고 황금에 닿을 있을 같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2 자아를, 혹은 조금 순수한 자아를 느낄 있다.

만약 그녀가 신앙심이 깊다면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지성과 감정 이상의 것이고, 모든 경험을 초월하는 이다.

비록 그것이 눈부신 광맥처럼 가지 모두를 관통하지만 말이다. (53-54쪽)

 

 

 

 

지성, 감정, 경험.
이 세가지를 모두 초월하면서 또 관통하는 때. 그 느낌이 눈부신 광맥을 이루는 시간, THE HOURS.
하루중 특별한 시간대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밤을 꼴딱 새고 맞는 새벽은, 잠을 자고 일어나 맞는 새벽과 같지 않구나.
대신 오늘 밤엔 더 푹 잘수 있겠지. 그리고 일어나 나의 골든 타임, 신기한 시간대를 맞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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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9-06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즈넉한 새벽도
잠자리에 드는 때도
햇볕 따사로운 때도
달이 뜨는 때도
저마다 가장 빛나는 사랑스러운 한때가 되는군요.
언제나 아름다운 한때가 흘러 하루가 이루어지네요.

hnine 2013-09-06 07:11   좋아요 0 | URL
저마다 가장 사랑스러운 한때를 만드는 건 저에게 달린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을 못보고 지난 일에 마음 쏟다가 그만 잠 잘 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날은 이런 날 대로, 어떤 날이 될지 기대를 걸어봅니다.

2013-09-07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미미앤 2013-09-0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구절만은 반납하고 싶지 않았다'에서 울컥 감동하는 이상한 1인 왔다가요~~ 헤헤^^

hnine 2013-09-08 06:12   좋아요 0 | URL
저는 읽다가 '새벽', '아침' 이런 단어가 나오는 구절이면 눈이 반짝한답니다. 지금도 막 '새벽밥'이라는 시를 읽고 여기에 옮겨두고 온 참이어요.
미미앤님, 가을이라서 마음이 더 말랑제리 같아지려고 하지요? 저도 그렇답니다 ^^

2013-09-07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8 0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3-09-0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동명의 영화로도 기억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점심 메뉴에 관해 조금 망설이며 지시하던 중 식사준비를 하던 하녀가 닭의 목을 식칼로 단번에 내리치던 순간.

침대에 누웠는데 내 침대 옆에도 물이 차올랐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던 순간.

추운 겨울날,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중얼거리던 순간.
I have to buy some flowers by myself.

이 모든 게 the hours였어요.

좋은 작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hnine님. 이 책도, 영화도 참 좋았어요. 그리고 때때로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는 순간이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hnine 2013-09-09 13:03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 안 볼것 같아요. 안 볼래요 ㅠㅠ

저도 혼자 꽃을 사들고 돌아오던 때가 있었는데 ^^ 튜율립으로, 색깔만 바꿔서요. 보라색 튜율립이 너무 신기했던 기억도 나네요. 방에 한송이씩 꽂아놓으면 썰렁하던 방이 좀 덜 썰렁해보이는 것 같았어요.

에뷔테른님 댓글의 '추운 겨울날'이라는 문구의 활자 속에서 정말 추운 겨울이 금방 연상이 되어요. 신기해라.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 한국인 식탁에 등장하는 GMO와 복제 쇠고기를 둘러싼 쟁점
김훈기 지음 / 동아시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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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의 저자가 많이 참고하였고, 국내에서  GMO에 대한 정보를 가장 공신력 있게 제공하고 있는 기관: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변형생물체, 유전자 재조합 생명체)

살아있는 생명체임을 강조하기 이해 국제협약에서는 GMO대신 'LMO (Living Modified Organism)'라는 용어를 통용하고 있다.

 

■ 국산 GM농산물이 있을까?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GM농산물은 모두 외제이다.

■ 외국의 GM농산물 종자는 국내에서 자라고 있을까?

답변이 어렵다. 공식적으로는 없다고 해야하고 만일 승인되지 않은 GM 종자를 국내에서 심고 있다면 그것은 불법에 해당한다.

■ 한국인은 언제부터 GM식품을 먹었을까?

1996년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몬산토사가 GM콩, 스위스의 노바티스가 GM옥수수를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해이고,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GM콩과 옥수수를 수입하기 시작한 해.

■ 한국, GM농산물 수입국 세계 2위

1위는 일본.

■ 한국에서 수입되는 식용 콩의 75%가 GM 콩

■ GM 옥수수와 콩은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을까

GM 옥수수는 전분과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의 총칭인 전분당 (과당, 물엿, 올리고당 등)으로 사용되며 소비자에겐 빵, 과자, 음료, 빙과, 스낵, 소스, 유제품등으로 이용될 수 있다.

GM콩은 거의 모두 (99%이상) 콩기름 제조에 이용된다.  두부에는 최근에는 GM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 그많은 GMO가 왜 한국 소비자 눈에는 잘 안보일까

수입 GM 농산물의 대부분이 가공식품 안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GMO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GM옥수수는 대부분 가공돼 판매되고 있다. 원래 모습이 남지 않고 가공된다는 점, 이것이 한국의 소비자가  GMO 옥수수의 존재를 잘 실감하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이다. 또한 가공식품 가은데 GMO 표시가 면제된 것이 많다.

 

* 한 종류의 GMO가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 드는 비용은 1000만~1억 달러.

 

* 숙주에 구조유전자 끼워넣기

① 아그로박테리움법: 아그로박테리움은 식물에 기생하는 병균. 아그로박테리움의 플라스미드에 구조유전자를 삽입해 벡터를 만듦.

②입자총법 (particle gun method)

③원형질세포법: 식물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벽을 제거해 구조유전자 삽입을 용이하게 만드는 방법.

 

* 안전성 평가의 핵심 사안은 GMO의 위해성이 기존의 생명체가 갖는 위해성과 얼마나 다른지 여부이다. 만일 두 생명체의 위해성이 동등한 법위에 있다고 판단된다면 GMO가 기존 생명체처럼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이른바 '실질적 동등성'의 원리이다.

 

* 국내 식용 GMO가 수입될때 안전성 평가를 주관하는 행정기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인체 위해성에 대한 평가를 맡고, 환경 위해성은 농촌진흥청,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심사 협의를 요청한다. 신청에서 결과 통보까지 총소요 시간은 270일 (9달) 이내이다.

 

* 2012년 9월 프랑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2년간 생체 실험을 한 결과 GM옥수수 NK603이 종양을 비롯한 각종 장기 기능 이상을 일으켰다고 보고 했다. 그런데 NK603은 바로 한국이 2002년 식용 (2004년 사료용)으로 수입을 승인한 품목이다. 이미 10여 년간 한국 소비자가 섭취한 종류위 GM옥수수였다.

 

* 유기농은 GM free?

현 단계에서 GMO를 반대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미국 농무부 (USDA)에서 '유기(organic)'인증 표시를 부여받은 제품이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기른 농산물과 이를 재료로 삼아 가공한 식품 등이 인증 대상에 속한다. 미국의 유기 인증 표시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① 100% 유기 (100% Organic) : 물과 소금을 제외하고 유기적으로 생산된 재료 100%를 포함한 경우에 부여

② 유기 (Organic 또는 USDA Organic, Certified Organic): 95% 이상인 경우에 부여

③ 유기 성분으로 만듦 (Made with Organic): 70% 이상인 경우

미국 농무부는 유전자를 변형하는 생명공학 기술이 적용된 농산물이나 식품은 유기 자격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재배 과정에서 상호 오염의 가능성은 늘 있기 때문에 절대적이라고 볼 수 없다.

 

*GM농산물 수출국 또는 재배국의 쟁점

먼저 경작하는 과정에서 GMO개발자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슈퍼잡초, 슈퍼버그, 그리고 농약 사용의 증가 요약할 수 있다. 주로 환경 위해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사실 학계에서 GMO의 인체 위해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는 데 비해 환경 위해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학자들이 많다.

수퍼잡초라는, 기존의 제초제에 잘 견디는 새로운 잡초가 등장하게 되었고 더 많은 제초제를 뿌릴 수 밖에 없게 됐다. 농업 생산자는 GMO와 제초제(살충제)를 함께 구입할 수 밖에 없다.

 

*복제 동물 식품

미국 식품의약국은 복제동물 살코기와 우유가 시장에 나올 때 복제 동물에 유래한 것임을 알리는 표지를 부착하도록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고, 대신 일반 동물의 살코기와 우유 제품에 '복제된 것이 아니다 (clone-free)'는 표지를 부착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한국에서는 이미 1998년 12월 복제 소 '새빛'을 시작으로 복제 소와 그 후손을 계속 생산했으며 200년 3월에는 복제를 통한 우량소 보급을 위해 '가축복제연구센터'를 개소했다. 농림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08년까지 총 233억원이 투입돼 복제 한우 암소 10만 마리가 키워질 전망이었다. 당시 자연산 한우 암소 100만 마리의 10%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규모였다. 하지만 당시 시민 단체에서 복제 소 생산물의 안전성을 이우유 농가 보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따라 복제 수정란의 보급은 중지됐다.

2008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자라고 있는 복제 소는 총 서른 세 마리이다.

 

* 복제 생명체 어떻게 만들까

정자가 필요없다. 난자는 필요하지만 난자의 유전자는 필요없다. 일반 체세포와 '속이 빈 난자'가 결합돼 하나의 생명체로 자라난다.

내가 나의 세포 하나를 피부에서 떼어내 속이 빈 난자에 집어넣고 잘 기르면 나와 유전 구조가 똑같은 '또 다른 나'가 탄생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복제는 이처럼 이미 성장한 생물로부터 이와 똑같은 개체를 생산하는 일이다.

 

* 배아줄기세포

수정란이 4~5일 정도 지나면 100~200개의 세포로 이뤄진 배반포 상태가 된다. 안쪽 윗부분에 세포 덩어리 (inner cell mass)가 있고, 아랫부분은 비어있는 형태이다. 세포 덩어리를 둘러싼 영양아층은 나중에 태반으로 자라날 곳이다. 이 가운데 장차 각종 장기로 발달할 부분은 바로 세포 덩어리이다. 이를 조심스럽게 떼어낸 후 특수한 배양액에 넣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세포가 근육이나 신경과 같은 조직으로 분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즉 특정 조직으로 분화되지 않으면서 분열만 거듭하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만일 충분한 수의 세포로 분열됐다면 이 가운데 일부를 다시 새로운 배양액에 넣는다. 이번에는 근육이나 신경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분열과 분화 모두를 수행할 수 있는 배아 세포를 가리켜 생물학에서는 배아줄기세포 (embryonic stemm cell)라고 부른다.

윤리적 문제 일으킴. 배아도 생명체라는 생각.

수정후 14일까지의 배아는 실험용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해야 한다는데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동의한다. 왜 14일일까? 14일에 이르러서야 배아의 각 세포는 몸의 어떤 부위로 자랄지 명확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 유도 다분화능 줄기 세포 (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이미 분화를 마친 체세포라 할지라도 적절한 외부 자극이 주어지면 분화 이전의 초기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 특정 유전자 네개를 삽입함으로써 체세포의 상태에서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데 성공. 시간을 되돌리는 역분화 메커니즘. 배아 줄기 세포 아니고도 줄기 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일본 교토 대학 야마나카 산야에게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겨줌. 그동안 진행돼온 생명 윤리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극복해야할 과제는 우선 안전성 문제. 유도 다분화능 줄기 세포를 얻기 위해서 이용한 바이러스 때문. 이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무슨 문제를 일으킬리 모르기 때문.

 

* 복제 쇠고기는 GMO보다 안전한가?

복제 동물 식품시 GMO보다 안전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근거는 복제된 동물이 마치 일란성쌍둥이처럼 원래 동물과 유전정보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새로운 외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더욱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은 대체로 복제 동물을 식품으로 사용해도 인체에 해다 없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에서 작성된 보고서는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복제 동물을 연구한 결과에 근거한다.

 

*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2세대 GMO의 등장

만일 트랜스 지방을 감소시키고 유익한 지방을 증가시킨 건강 증진  GM농산물이 나온다면 구매하겠다는 응답률이 74~76%에 달함. 개발자 쪽에서 보면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지 못할 가능성 있음. 또한, 2세대 GM농산물의 특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기 어렵다는 기술적 요인도 있다. 영양을 비롯한 품질을 담당하는 구조 유전자는 이전의 내성이나 살풍성 구조유전자에 비해 발현 메커니즘이 복잡해서 정확히 발굴하기 어려울뿐더러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 미국의 '황금미' 실험

'황금미 (Golden rice)'는 쌀에 비타민 A성분이 포함되도록 구조유전자를 삽입한 품목이다.

미국 터프츠 대학 연구팀은 중국 후난성 형양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황금미를 섭취하게 하고 혈액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비타민 A의 공급량이 황금미를 섭취한 경우와 순수 베타카로틴 오일을 섭취한 경우가 유사했으며 시금치를 섭취한 경우보다 좀 더 효과적이었다. 이 발표로 중국은 발칵 뒤집혔는데 황금미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이에게 실험을 감행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이유때문이었다.

 

* GMO의 진화화 GMO를 넘어선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

① 과거와는 다른 종류이 GMO를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GMO의 장점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GMO를 규제하고 있는 곳. 유럽연합의 과학기술계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기술의 사례로서 역육종 기술이 있다. 외부유전자의 도입 없이 부계와 자손 세대를 계속 교배해나가면서 골라내는 기법.

② 이외에 구조유전자를 삽입하기는 하되 이를 같은 종에서 얻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다. '동종기원 (cisgenesis)' 기술이 그것이다. 예) GM 토마토 플레이버 세이버 (무르지 않는 토마토)

③ 우수한 품종의 유전자에 표시 (마커)를 해둔 후 오랫동안 자연 교배를 거쳐 다양한 품종을 얻으면서 이 가운데 가장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는 방식, 즉 '마커 선발 (Assisted Selection)' 기술이 있다. 예) 속이 노란 골드 키위, 우리 나라 '신화콩' (2008년,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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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관련 보고서가 참고 자료로 첨부되어 있는, 공들여 쓴 학위 논문을 읽은 느낌이다.

소장할만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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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9-02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본질을 살피면, 비료와 농약을 꼭 써야만 하는 농산물이에요.
그래야만, 씨앗회사가 돈을 벌거든요.
씨앗회사는 모두 '화학회사'예요. 그래서, 씨앗 + 비료 + 농약, 3박자 이루는 공장을 이루어요.
비료도 농약도 안 써도 되는 유전자조작곡식은 아마... 안 만들겠지요.

그런데, 씨앗뿐 아니라,
우유도 똑같아요.

우유는 젖소한테서 얻는데, 시골에서 젖소 키우는 이들은
젖소 먹이는 사료를 '우유회사에서 공급하는 사료'만 사서 쓰도록
압력을 받아요.

아마, 이런 과학 연구 하는 이들은 '씨앗'과 '수퍼잡초'까지는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흙에 어떤 영향 끼치고,
다른 풀과 나무에 어떤 영향 끼치고,
물에 어떤 영향 끼치고,
이런 대목은 아직 연구가 하나도 안 되었지 싶어요...

유전자조작씨앗이 다른 무엇보다 큰 문제인 대목은,
이 씨앗은 '한 번 심고' 나서 씨앗을 받아
이듬해에 새로 심으면
다시 거둘 수 없어서,
언제나 해마다 '씨앗을 새로 사서 심어야' 한답니다.

이제 한국 시골에서도
'쌀' 씨앗, 곧 '볍씨'조차도 모두 유전자조작 씨앗인 터라,
해마다 농협에서 씨앗을 새로 사서 쓰신답니다...

완전유기농을 해서 볍씨를 대물림하는 곳은
홍성풀무학교생협을 비롯해서
그리 많지는 않아요...
거의 없지요...

hnine 2013-09-02 23:07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거 다 맞아요. 회사들이 (주로 외국의 종자 회사) 씨앗, 비료, 농약 세트로 팔고 있다는 것도요.
한가지, 유전자 조작 씨앗은 씨앗을 받아 이듬해 다시 심으면 다시 거둘수 없진 않아요. 육종에 의해 거둔 씨앗의 경우는 그렇지만 유전자 조작 씨앗은 그렇지 않답니다. 그런데 이듬해 다시 심는 것이 씨앗을 판매한 회사에 의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자기 회사 씨앗을 계속 사다가 쓰라는 것이지요.

yamoo 2013-09-0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MO다큐 보면 먹을 게 없더이다..
미쿡의 다국적 기업들이 종자를 모두 독점해서 먹거리의 횡포를 부린다네요..에효~


hnine 2013-09-04 08:01   좋아요 0 | URL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덕을 크게 보고 있는 부분도 분명 있지요. 의료, 제약 분야에서 약값, 주사약값이 많이 저렴해지고 보급이 쉬워진 것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식품 분야에 오면 의료 제약분야 만큼 절박하진 않지만 대기업들의 '비즈니스'가 연관지어지면서 원래의 취지보다는 돈 버는 수단화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 책의 장점이라면 어느 편에서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서 쓰기 보다는 근거와 사실 자료들을 제시하고 알려주는 역할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점이더군요.

파란놀 2013-09-06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전자조작 씨앗은 10년 20년 내내 다시 심어서 거둘 수 있나요? 음... 마을 어르신들이 그런 씨앗을 예전에 받아서 심어 보았다고 하는데, 다음해에 하나도 안 나기도 하고, 다음해에는 되기도 하는데, 그 다음해(이태)부터는 반으로 줄고 1/4이 되고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육종'이라고는 하지만, 이것도 유전자를 건드리기는 마찬가지라고 느껴요. 요새는 '벼'가 '키 작고 알 많이 달리도록' 개량을 시켰어요. 일본 한자말로 넉 자로 무어라 하던데, 태풍 아닌 큰바람 한 번만 지나가면 죄다 쓰러진답니다. 키는 작고 줄기도 가는데 알이 많이 달리니, 바람이나 비에 쉬 쓰러져요.

예전 벼는 볏집을 쓸 곳이 많아, '벼 품종 고유한 성질' 그대로 키 쑥쑥 자라서 볏짚이 많이 나왔지만, 요즘 벼는 볏짚이 거의 안 나온답니다...... 가을 앞둔 시골 논을 곁에서 지켜보며... 참... 저런 쌀을 먹어야 하나 하고 가슴이 갑갑하곤 해요...

hnine 2013-09-24 05:08   좋아요 0 | URL
'육종'과 '유전자 재조합 생물'의 차이점은, 육종은 식물끼리 교배에 의해서 얻어지고 직접 사람이 유전자를 분리하여 섞어주는 과정을 하진 않지요. 유전자 재조합 생물은 식물의 차원이 아니라 더 아래 수준, 그러니까 세포 이하 수준에서 두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를 자르고 이어 붙여 만드는 과정이 들어갑니다. 유전자 수준에서 새로 만들어졌으므로 이론적으로는 그 다음 세대에서도 같은 유전조합을 가진 식물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걸 만든 회사에서 그걸 변형시켰을지도 모르지요. 계속 자기네 씨앗을 구입하게 만들기 위해서요.
가까이서 벼농사 짓는 걸 직접 보시니 더 잘 아시겠어요. 더 갑갑하기도 하실거고요.
 
세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버지니아 울프도, 그녀의 작품 <댈러웨이 부인>도, 너무나 유명하니 귀에 익숙하긴 하지만 정작 읽어보진 않았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게 된것은 그 두 명성보다는 Philip Glass라는 사람의 아래 음악때문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영화 <The Hours>의 OST라고 소개되면서 나오는 이 음악을 듣는데 끝날때까지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 영화 역시 본적 없으나 마치 한 사람이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고 건물의 난간에 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희미한 웃음인지 회한인지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예 CD를 구입해서 계속 재생 버튼을 눌러놓고 몇 시간이고 듣던 날이 있었다.

 

 

 

 

몇몇 사람은 창에서 뛰어내리거나 스스로 물에 빠지거나 알약을 삼킨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대부분의 절대 다수는 서서히 어떤 질병에 먹히거나, 아니면 아주 행운아라면 세월에 먹힌다. 위로 삼을 것이라곤 아주 간혹 우리의 삶이 아주 뜻밖에도 활짝 피어나면서 우리가 상상해왔던 모든것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그런 시간들이 있다는 점이다. 비록 아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그리고 심지어 어린이들까지도) 이런 시간 뒤에는 불가피하게 그보다 더 암울하고 어려운 다른 시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은 도시를, 그리고 아침을 마음에 품는다.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더 많은 것을 희망한다.

 (...)

그리고 여기에 아직도 그대로 차려져 있는 파티가 있고, 신선한 꽃들도 있고, 겨우 네 명밖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손님들을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 채 그대로 있다. 우리를 용서하게나, 리처드. 어쨌든 그것은 파티야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을 위한, 상대적으로 무사한 사람들을 위한, 아직도 이상한 이유로 살아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파티인 거지. (306쪽)

이 책의 마지막 장 내용이다. 참 끔찍도 하다. 이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은,

사실, 그건 대단한 행운이야.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커닝햄은 이 책을,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을,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썼을까, 아니면 살아있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썼을까. 리뷰를 쓰기 전에 생각을 좀 정리하려고 했으나 포기했고, 쓰면서 정리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이 작품의 암울함에 가려 지나칠 수도 있겠으나 상당히 치밀한 구성에, 배경이 여기 저기 얽혀있는 것을 알수 있다. 책의 첫 장면이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로 시작하여 책의 마지막은 댈로웨이 부인의 연인이자 친구, 그리고 브라운 부인의 아들인 리차드가 그의 축하 파티를 몇 시간 앞두고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둘은 내용 속에 묘하게 서로 얽혀 있다.

그 외에도 작품 전체에 걸쳐 죽음의 그림자는 여기 저기에 드리워 있다.

브라운 부인이 남편의 생일 파티에 쓸 케이크를 만드는 대목.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족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은 케이크때문에 그녀는 집을 나가버린다. 멀리 떠나버릴 생각을 하고 모르는 호텔에 들어간 그녀는 호텔 방에 앉아 몇 시간 동안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고는 아슬아슬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아마 집으로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걸 독자들은 짐작할 것이다. 자기를 이웃집 여자에게 맡기고 모르는 곳에 가있다가 둘아오는 엄마의 행동, 엄마가 그녀의 여자 친구와 키스를 나누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던 브라운 부인의 어린 아들 리차드. 그 역시 동성애라는 인정받지 못한 관계, 빗나가는 열정, 에이즈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다 책의 마지막에서 일찍 생을 마감하는 것을 미리 암시하는 거였는지.

브라운 부인에게 케이크는 무슨 의미였을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로 촛점이 맞춰져 있는 삶의 지리함, 무기력. 그마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을때 내면에서 일어나는 폭발을 이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것, 인생이 결국 그런거였다는 것. 그렇게 해석하게 된 단서를 다음 구절에서 찾아내었다.

그녀는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식으로 죽어가는 것이라고. 성숙한 딸의 도움과 방의 안락함이 이렇게 좋을 수가. 그렇다면 거기엔 나이가 있을테지. 그리고 작은 위안들이 있고, 전등이 있고 또 책이 있다. 이 세상은 점점 더 그대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잘 하든 못하든 간에, 거리에서 그대곁을 스쳐 지나도 그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런 사람들에 의해 꾸려지게 된다. (298쪽)

리차드가 죽는 과정을 옆에서 무력하게 지켜보아야 했던 댈로웨이 부인. 그 장면도 너무나 상세하게 그려져있다. '육체의 완벽한 침묵'이라고 묘사했던가.

 

책의 마지막 문장,

" 다 준비되었습니다."

마저도 그냥 읽어넘기지 못할 만큼, 이 책은 생각보다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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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

책상에 앉아서 찍었다

 

 

 

 

 

 

 

 

예쁘구나

보름달과는 또다른 느낌

다 드러내지 못하고, 소심하구나!

그랬더니

달이 대답하는 것 같다

자기 뜻이 아니라고

자기는 그대로인데

주위의 상황(해와 지구)에 따라 달리 보이는거라고

 

 

 

좀 더 당겨서 볼까

 

 

 

 

달력을 보지 않고

달 모양으로 짐작한다

그믐께가 되었구나

 

 

새벽달

'새벽'이 들어가는 말은 대체로 다 예쁘다

 

 

 

그리고

 

아침을 맞았다

 

 

 

 

 

 

Mattinata

'아침의 노래'

고등학교1학년때 아주 괴팍한 음악 선생님이 계셨는데

음악 수업 첫시간에, 가지고 있는 음악 교과서는 다 갖다 버리라면서

음악 선생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좋아하는 노래를

음악실의 그 큰 스피커가 앞으로 불룩불룩 튀어나오는게 보일 정도로 크게 틀어주시곤 했다.

이 노래를 그때 처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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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9-01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드러운 달빛이 포근히 스며들었네요

hnine 2013-09-01 08:33   좋아요 0 | URL
예, 이제 저 달이 점점 차올라 꽉 찰때가 되면 추석이겠지요.
달보고 날짜 가늠하고 있으면 제가 꼭 옛날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예전에 제 할머니가 그러시는걸 보고 자라서요.

하늘바람 2013-09-01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손톱같은
그런데 정말 일찍 일어나셨네요
부지런쟁이 님

hnine 2013-09-01 15:04   좋아요 0 | URL
멀리 보이니 손톱보다도 작아보이던걸요 ^^

서니데이 2013-09-02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도 예쁘지만, 하늘빛이 파랗고 좋네요.

hnine 2013-09-02 06:03   좋아요 0 | URL
실제 하늘색은 파랗기 보다 회색에 가까왔는데 사진엔 저렇게 나왔네요.
 

 

7

 

 

해가 넘어 가는 시간. 밖에 있던 사람들이 집을 찾아 돌아오는 시간. 나는 그제서 집을 나선다.

옷을 차려 입고 지갑을 챙기고 구두를 꺼내 신고 전철역을 향해 여유를 부리며 걷는 나는, 최소한 차림새만은 누가 봐도 고등학생 차림은 아니다.

저녁 8시쯤의 종로는 오히려 대낮의 종로보다 더 바쁘고 분주하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여기 저기 영어 학원이 무슨 대형 백화점 마냥 번쩍거리며 호객행위를 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가는 출입구들이 늘어서 있는 그 사이에, ‘스테이션’이란 카페 간판은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다.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곳.

문을 밀고 들어가자 저 구석 자리에 형민이 혼자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었다.

“상철인?”

“그 녀석, 연락 안 된다.”

지난 번 패싸움으로 경찰서에 함께 들어갔던 이후로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엔 상철이 아버지가 본때를 보여준다고 단단히 작심했나보더라.”

본때를 보여준다? 본때가 뭔데?

어른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다. 중요한 것이 눈에 안 보일 수도 있는건데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그럴듯하면 진짜 그 속에 숨어있는 것이 아무리 크고 중요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형민이 말을 코웃음 한방에 날려버리며 상철이가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카페에 앉아 담배 몇 대를 피운 후 우리는 홍대 앞으로 향했다. 거기서 또 다른 한 팀을 만나서 놀기로 되어 있었다. 논다는 게 별게 아니다. 우리 좋은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게 노는 것 아닌가? 맥주나 한 파인트 씩 시켜 놓고 가진 폼 다 재면서 마시고, 또 다른 놀 거리에 대해 얘기를 하고, 어디 가면 뭐가 있다더라, 어디가 좋다더라, 이 옷 어디서 사 입었다, 이 신발, 이 가방 등등, 학교, 시험, 대학, 이런 것들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필요하다고 하면 캐묻지 않으시고 거의 그냥 용돈을 내주시는 아버지는 내가 정말 말처럼 책이나 참고서 사는데 필요해서 돈을 달라는 것으로 다 믿으시는 걸까? 가끔, 아주 가끔은 아버지가 내게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 무슨 책을 사려고 하느냐, 그냥 읽을 책이냐, 아니면 보충 수업에 필요한 참고서냐, 물어주셨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없었다. 말했지만 아버지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학교를 안 나가면 멱살을 잡고서라도 나를 끌고 학교로 데려가시던가, 차라리 죽도록 패주던가, 혹시 그래주지 그러나 은근 기대해보는 내가 이상한 놈인지도 몰랐다. 아버지는 결코 나를 야단치거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하는 법이 없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내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셨다. 그래서 아버지와 대립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뭐가 불만이냐고? 대립만 없었던 것이 아니니까. 대화라는 것도 없었으니까.

가족에서 채워지지 않는 것을 나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채우려했나보다. 혼자는 싫었지만 나에게는 옆에 가족이 없었다. 대신 우리끼리 모여 있는 동안에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서로 보호막이 된다는 기분이 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저 간섭이 싫어서 비슷한 놈들끼리 모여다닌다고 생각하는 어른들. 내가 그들을 잘 모르듯이 그들도 우리를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으니까 어른들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지만 어른들은 이미 우리 나이를 겪었으면서 왜 우리들을 모를까. 그러면서 다 아는 체는 왜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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