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러 가기 전, 포스트잇 붙여놓았던 곳을 얼른 옮겨 적어 놓는다.

이 구절만은 반납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도 먹어야 하지만 아침 식사가 가져올 방해를, 넬리의 기분을 받아주지 못할 같다.

그녀는 시간 정도 글을 쓰고 뭔가를 먹을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은 악덕이고 일종의 마약이다.

위가 비어있으면 그녀는 민첩하고 순수하고 머리가 맑아, 마치 전투태세를 갖춘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커피를 홀짝인 잔을 내려놓고 팔을 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좋은 하루라고 느끼며 일할 준비를 하면서도 아직 일에 착수하지 않은 지금 순간이야말로 가장 신기한 시간 하나다.

지금 순간에는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녀의 마음은 흥얼흥얼 노래를 읊조린다.

오늘 아침 그녀는 혼미함을 극복하고, 말하자면 막힌 파이프를 뚫고 황금에 닿을 있을 같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2 자아를, 혹은 조금 순수한 자아를 느낄 있다.

만약 그녀가 신앙심이 깊다면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지성과 감정 이상의 것이고, 모든 경험을 초월하는 이다.

비록 그것이 눈부신 광맥처럼 가지 모두를 관통하지만 말이다. (53-54쪽)

 

 

 

 

지성, 감정, 경험.
이 세가지를 모두 초월하면서 또 관통하는 때. 그 느낌이 눈부신 광맥을 이루는 시간, THE HOURS.
하루중 특별한 시간대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밤을 꼴딱 새고 맞는 새벽은, 잠을 자고 일어나 맞는 새벽과 같지 않구나.
대신 오늘 밤엔 더 푹 잘수 있겠지. 그리고 일어나 나의 골든 타임, 신기한 시간대를 맞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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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9-06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즈넉한 새벽도
잠자리에 드는 때도
햇볕 따사로운 때도
달이 뜨는 때도
저마다 가장 빛나는 사랑스러운 한때가 되는군요.
언제나 아름다운 한때가 흘러 하루가 이루어지네요.

hnine 2013-09-06 07:11   좋아요 0 | URL
저마다 가장 사랑스러운 한때를 만드는 건 저에게 달린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을 못보고 지난 일에 마음 쏟다가 그만 잠 잘 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날은 이런 날 대로, 어떤 날이 될지 기대를 걸어봅니다.

2013-09-07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미미앤 2013-09-0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구절만은 반납하고 싶지 않았다'에서 울컥 감동하는 이상한 1인 왔다가요~~ 헤헤^^

hnine 2013-09-08 06:12   좋아요 0 | URL
저는 읽다가 '새벽', '아침' 이런 단어가 나오는 구절이면 눈이 반짝한답니다. 지금도 막 '새벽밥'이라는 시를 읽고 여기에 옮겨두고 온 참이어요.
미미앤님, 가을이라서 마음이 더 말랑제리 같아지려고 하지요? 저도 그렇답니다 ^^

2013-09-07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8 0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Jeanne_Hebuterne 2013-09-0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동명의 영화로도 기억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점심 메뉴에 관해 조금 망설이며 지시하던 중 식사준비를 하던 하녀가 닭의 목을 식칼로 단번에 내리치던 순간.

침대에 누웠는데 내 침대 옆에도 물이 차올랐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던 순간.

추운 겨울날,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중얼거리던 순간.
I have to buy some flowers by myself.

이 모든 게 the hours였어요.

좋은 작품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hnine님. 이 책도, 영화도 참 좋았어요. 그리고 때때로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는 순간이 많았던 작품이었어요.


hnine 2013-09-09 13:03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 안 볼것 같아요. 안 볼래요 ㅠㅠ

저도 혼자 꽃을 사들고 돌아오던 때가 있었는데 ^^ 튜율립으로, 색깔만 바꿔서요. 보라색 튜율립이 너무 신기했던 기억도 나네요. 방에 한송이씩 꽂아놓으면 썰렁하던 방이 좀 덜 썰렁해보이는 것 같았어요.

에뷔테른님 댓글의 '추운 겨울날'이라는 문구의 활자 속에서 정말 추운 겨울이 금방 연상이 되어요. 신기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