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러 가기 전, 포스트잇 붙여놓았던 곳을 얼른 옮겨 적어 놓는다.
이 구절만은 반납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도 먹어야 하지만 아침 식사가 가져올 방해를, 넬리의 기분을 받아주지 못할 것 같다.
그녀는 한 시간 정도 글을 쓰고 뭔가를 먹을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은 악덕이고 일종의 마약이다.
위가 비어있으면 그녀는 민첩하고 순수하고 머리가 맑아, 마치 전투태세를 갖춘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는 커피를 홀짝인 뒤 잔을 내려놓고 두 팔을 쭉 편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좋은 하루라고 느끼며 일할 준비를 하면서도 아직 일에 착수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신기한 시간 중 하나다.
지금 이 순간에는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녀의 마음은 흥얼흥얼 노래를 읊조린다.
오늘 아침 그녀는 혼미함을 극복하고, 말하자면 막힌 파이프를 뚫고 황금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제2의 자아를, 혹은 조금 더 순수한 자아를 느낄 수 있다.
만약 그녀가 신앙심이 깊다면 그것을 영혼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지성과 감정 그 이상의 것이고, 모든 경험을 초월하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눈부신 광맥처럼 세 가지 모두를 관통하지만 말이다. (53-54쪽)
지성, 감정, 경험.
이 세가지를 모두 초월하면서 또 관통하는 때. 그 느낌이 눈부신 광맥을 이루는 시간, THE HOURS.
하루중 특별한 시간대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밤을 꼴딱 새고 맞는 새벽은, 잠을 자고 일어나 맞는 새벽과 같지 않구나.
대신 오늘 밤엔 더 푹 잘수 있겠지. 그리고 일어나 나의 골든 타임, 신기한 시간대를 맞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