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지 아세요?

 

 

 

이것들의 정체는,

 

 

 

 

 

해마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뼈도 있어요.

 

 

 

 

 

 

 

 

 

 

 

 

 

 

 

아들이 손가락에 끼고 있길래

"그게 뭐냐? 이뿌다~" 했더니 엄마 가지라고 다 빼주네요. 하고 다니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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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라색이 해마였군요. 하늘색은 뭘까나요ᆢ 해님? 보름달? 아ᆢ 이 식상한 상상력ㅋ 나인님 다린이 하는 게 어쩜 이리 다감한지요. 기분 좋아지신 거 다 보여요.^^

hnine 2012-10-11 21:50   좋아요 0 | URL
하늘색은, 음...작은 창자 단면? ㅋㅋ

hnine 2012-10-12 08:11   좋아요 0 | URL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눈꽃이래요 ^^

프레이야 2012-10-12 09:15   좋아요 0 | URL
역시 다린인 시인ㅎㅎ
전 별이 젤로 이뻐요.

댈러웨이 2012-10-1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색 동그란 게 젤루 이뻐요. 쟤네는 그냥 보면 색이랑 모양도 이쁜데 손가락에 끼니까 별룬데요. ( ") 그나저나 나인님 손 봤네요. 반가워라. ^^

hnine 2012-10-11 21:51   좋아요 0 | URL
저는 뼈다구(!)가 젤로 예뻐요 ^^
제 손은 사진이 실물보다 나아요. 실제로 보면 꺼끌꺼끌, 갈라지고 터지고. 여자 손이라고 볼수가 없지요.

비로그인 2012-10-11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연두색 물고기가 젤루 좋네요 ㅎㅎ
정말 기분 좋은 득템이네요. 하. 온동네에 자랑해도 되겠어요! :)

hnine 2012-10-12 00:28   좋아요 0 | URL
저는 뼈다구요. 귀엽지 않나요? 물고기도 예뻐요. 손가락에 끼고 있으면 모두 자기 모양 상실!
저렇게 손가락에 하는 것 말고 좀 더 큰게 있는데요, 손목에 팔찌처럼 하는건데 그건 안주네요 ^^

잘잘라 2012-10-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띠라.. 역시 노란것이 땡깁니다요. ㅋㅋ
(근데 저거 원래 용도가 반지예요?)

hnine 2012-10-12 12:32   좋아요 0 | URL
제가 사자성어중 천고마비를 제일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군요 ^^
용도는 그야말로 고무줄인데, silly band라고, 아이들이 색색가지로 여러개 겹쳐서 손가락에도 걸고 큰건 손목에 팔찌처럼 하고 다니는게 유행인가봐요.
제 아들은 오늘도 고무줄 팔찌를 스무개쯤 팔에 하고 학교갔습니다.
팔찌처럼 하는 밴드중엔 더 재미있는 모양도 많아요. '강남스타일'도 있더군요. 어떻게 생긴 고무줄일지 궁금하시지요? ㅋㅋ

블루데이지 2012-10-1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해보고 싶은 스~타~일인데요..강남스타일..정말 궁금해요!!ㅋㅋ

hnine 2012-10-16 04:17   좋아요 0 | URL
언제 한번 사진찍어 올려드리지요. 말춤 추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어요 ^^

순오기 2012-10-1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옹~ 이런 게 있군요.
요즘 아이들 따라잡기도 벅차요.
색깔이 참 고우네요~~~ 행복한 가을!!^^

hnine 2012-10-19 02:35   좋아요 0 | URL
손목에 끼우는 큰 밴드는 예전에 봤는데 요렇게 반지처럼 조그마한 것도 나와있는지는 몰랐어요. 귀엽죠? ^^
 
산동네 공부방, 그 사소하고 조용한 기적
최수연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서른 셋. 어떻게 보면 스물 셋 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목표를 가지고 앞뒤 안가릴 수 있는 나이.

저자는 서른 셋 되던 해에, 있던 공부방을 맡아하는 것도 아니고 부산의 빈민촌을 찾아가 빠듯한 자금으로, 자기 돈까지 털어넣어 방을 구하고 아이들을 모아 공부방을 차릴 결심을 한다. 잠시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평생동안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몰랐을리 없다. 개인적인 꿈이나 생활, 여유는 많이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을리 없다.

엄마 아빠가 모두 일을 나가 거의 하루 종일 집이나 동네에서 떠돌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 엄마나 아빠중 한 사람, 혹은 두 사람 모두 계시지 않아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지금도 우리 주위에 많다.

1988년 부산의 감천동 산동네에 7평짜리 방을 얻어 시작한 공부방. 지금까지 저자는 그 공부방을 꾸려나가고 있다. 물론 저자 혼자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고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자원봉사자의 힘이 이 공부방을 떠받치고 있지만 처음 이 동네에 공부방을 만들고 그녀가 한 노력은 단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돌보하는 일 뿐 아니라 이 동네에 자신도 같이 섞여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각오로 동네 아줌마들이 부업으로 하는 거의 모든 일에 직접 참여해보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크게든 작게든 이런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점 아닐까 한다. 나 자신의 아집과 선입관, 편견을 내려놓고 그들의 생활에 몸을 푹 담그는 일. 행여 당신들은 나보다 어려운 처지이고 나는 우위에 있다는 우월감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공부방을 거쳐간 아이들이 벌써 성인이 되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기도 하고, 대학생이 되어 아이들의 이모, 삼촌 (여기서 선생님을 부르는 명칭)이 되어 주기 위해 공부방을 다시 찾기도 한단다.

이 책도 저자 개인적인 고생담보다는 공부방 자체를 중심에 놓고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왔는지, 기억나는 아이들, 사건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어 인터넷에 '우리누리 공부방'을 검색어로 해서 찾아 보았다. 벌써 쉰이 넘은 저자는 작은 체구에 그야말로 친숙한 동네 아줌마 표정이다.

남을 위한 삶을 사는 분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런 분들은 정말 하늘이 내린 사람일까?

더불어 이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미래에 자신이 노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말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우자나 다른 가족 없이 자기 한사람만 그려놓더라는 내용이 있었다. 물질적인 빈곤에 심리적인 빈곤, 정서적인 빈곤까지 안겨주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지나친 물질주의와 풍요와 개인주의때문에 생겨난 뻥뻥 뚫린 구멍들이 이렇게 남을 위해 자기 삶을 쏟아붓는 어떤 이의 피땀에 의해 조금이나마 메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걸로 메워질 구멍인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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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10-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를 사랑하기에 그 길을 찾아서 걸어가리라 느껴요.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며 아름다움을 찾는 길일 테니까요.

hnine 2012-10-11 13:04   좋아요 0 | URL
이 책, 된장님 서재에서도 본 기억이 나요.

Jeanne_Hebuterne 2012-10-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2년여 전, 원 북 원 부산(부산의 독서 캠페인입니다) 선정 도서이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독성도 높고 저자의 뚝심도 느껴졌어요. 바윗덩이를 이겨내고 자라는 작은 풀같다는 생각도. 저도 hnine님과 비슷한 생각으로 책장을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hnine 2012-10-11 21:04   좋아요 0 | URL
읽으셨군요. 나도 나중에 이런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이분에게는 봉사가 아니라 삶 자체였어요.
참 대단하신 분인데 자신의 감정이나 개인적인 넋두리로 흐르지 않게 수위 조절을 잘 하시면서 쓰신 것 같았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에도 분명 이름만 다른 우리누리 공부방이 있을텐데...
 
행복한 기적 - 나를 사랑하는 나를 만나러 가는 길
김영희 지음 / 다밋 / 201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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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방송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책을 찾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 책의 저자가 초대손님으로 나와 이틀에 걸쳐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 이번에 책을 냈다는 말을 덧붙였다. 마침 에세이 부문 신간평가단을 할 때여서 이 책을 관심 에세이로 올리기도 했다. 비록 선정은 되지 않았지만 대신 저자가 자신의 책에 관심을 보여주어 고맙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요즘 그때 내가 관심 도서로 선정해놓았던 책을 늦게나마 한권 한권 찾아 읽고 있다.

행복한 기적. 그녀의 삶을 그녀는 그렇게 이름 붙이고 싶었을 것이다. 저자의 엄마가 저자를 임신했을 당시 원치 않은 임신이었기에 아이를 뗄려고 별별 수단을 다 썼지만 기어이 태어나고만 것 부터 기적이라고 하니까.

네살때 엄마가 자살 시도한 것을 목격해야했고, 그때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큰오빠에게 업혀 병원으로 향하는 축늘어진 엄마의 모습을 보아야 했다.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펜팔로 사귄 캐나다 남자 아이와 결혼을 목적으로 캐나다행. 그리고 몇달 만에 이혼. 실로 소설같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현재는 12년만에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였고,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 세 남매를 둔, 49세의 커리어 여성이 되어 있다.

이 책 한권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할 수 있다. 웨이트리스, 청소부, 가게 점원, 이발소 보조에 이르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어야 했을까.

기적은 이런 고생 끝에 전문직 타이틀을 얻었다는 것이 아니라, 높은 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포기 대신 오기로, 당장 이루어내려는 조급함이 아닌, 오래 걸리더라도 하고 만다는 배짱으로 버틸 수 있는 그 의지력이 기적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 속에 그녀가 하고 싶은 말도, 난 이렇게 고생해서 목표를 달성했고 성공했노라는 것 보다는, 자기 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저 앉아 희망을 놓으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수려한 문장력에, 세련된 필체는 아니지만, 기적은 이렇게 노력으로 만들어내기도 하는구나, 그것은 분명히 읽는 사람에게 전달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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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9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9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1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사 과정으로 처음 연구실에 들어가 배운 것은 채혈, 즉 팔뚝의 정맥을 찾아 주사기 바늘을 꽂고 45ml의 혈액을 뽑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혈액이 그날 나의 실험 재료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내 실험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혈액을 내줄 지원자를 찾아야했다.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그런 지원자를 구하기란 지금 생각해도 박사 과정 3년 반동안 다른 어떤 실험, 발표, 테스트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채혈한 혈액은 내 실험의 특성상 4시간 내에 사용하여 결과를 얻어야 했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해야했기 때문에 그때마다 혈액을 내어줄 지원자가 필요했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실험이 있는 날은 아침에 눈뜨면 학교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무지막지했다. 하지만 그거 아니더라도 영국 땅에 떨어진지 겨우 몇달 안되었을 때이니 스트레스 받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던 시기였으므로 꾹 참고 하루 하루 버티던 어느 날,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예쁘장한 얼굴에, 웃는 낯으로 연구실로 찾아온 그녀. 그날의 내 실험을 위한 지원자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채혈을 위해 주사기를 대는 순간 그녀가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의자에 앉아 팔을 걷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던 그녀였다. 주사기를 보고 놀란 것일까? 앉아있던 의자에서 바닥으로 쿵 쓰러지면서 옆에 있던 책꽂이에 머리를 부딪혀 심하게는 아니지만 머리에서 피까지 나고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나는 당장 지도교수에게 달려가 사건을 얘기하고 와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지도교수는 내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전혀 흥분하지 않고 끝까지 침착하게 다 듣고 나와 함께 기절한 지원자가 있는 곳으로 왔다. 지도교수와 함께 왔을때 기절했던 그녀는 이미 정신을 차려 일어나 있었고 머리의 상처는 피가 조금 나고 멈춰 있었다. 그리고는 오히려 나에게 네 실험에 차질이 생기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 지원자가 돌아간 후 지도교수는 나에게 다른 말 없이 이 말만 했다.

"기절의 원리는,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법 중의 하나야. 뇌 쪽으로 허혈 상태가 되려고 할때 제일 빠르게 혈액을 그 쪽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법이 최대한으로 머리의 위치를 아래로 낮추는 거니까. 그게 바로 기절이야. 잘 봐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절했던 사람들은 대개 5분 내에 다시 일어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야. 알았지? "

나 때문에 혹시 지원자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당장 지도교수에게도 책임이 돌아갈텐데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기절의 원리를 설명하는 지도교수의 태도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크게 놀라고 긴장했던 것이 풀리면서 울음이 터진건 바로 나였다. 눈물이 어쩌면 그렇게 멈추지도 않고 계속 나오는지. 이 낯선 곳에 와서 그때까지 긴장하며 쌓아왔던 설움이랄까, 그런게 이 사건을 계기로 그냥 터져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앞으로 이 실험을 다시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 것도 못한 채 며칠을 왔다 갔다 하다가 드디어 큰 결심을 하고 지도교수를 찾아갔다.

"아무래도 실험 테마를 바꿔야겠다. 이 실험을 다시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실험을 더 열심히, 더 자주 하고 싶은데 실험재료로 쓸 혈액을 내어줄 지원자를 구하지 못해 그냥 시간을 보낼때가 많다. 사람 혈액을 사용해야하는 이 프로젝트 말고 다른 프로젝트로 지금이라도 바꾸고 싶다."

이런 내용이었다. 그 연구실에서 사람 혈액을 이용하는 프로젝트는 나 혼자 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쥐나 햄스터 등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내가 손을 놓아버리면 그 프로젝트는 당장 중단된채 공중에 떠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며칠을 고심하다가 좋은 소리 못들을 각오를 하고 지도교수에게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런데 지도교수의 답변은 나를 또한번 놀래켰고 지금까지 누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비슷한 의사를 표시할때 지도교수의 그 방식을 기억하려고 한다.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침착하게 내가 하는 얘기를 끝까지 다 듣고난 후 지도교수가 한 말은,

"그래. 테마를 바꾸는 것도 가능해. 지금이라도 바꾸면 되지. 네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 실험으로 바꾸었을 경우 잇점은 네가 더 이상 지금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비슷한 실험을 하는 다른 동료들과 실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어서 어려움이 있어도 쉽게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것, 그런거겠지? 반면,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장점은, 너 혼자 해야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대신 너 혼자만의 독보적인 영역이 생긴다는 것, 너 혼자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대신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논문을 더 금방 낼 수 있다는 것이지."

지도교수는 결코 이렇게 해라, 이건 반대다, 이게 옳다 따위의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선택을 할 경우의 장단점만 알고 있는대로 내게 얘기해주었을 뿐이다. 결국 선택은 네가 해야한다는 뜻이다.

1996년의 일이다.

나는 결국 하던 프로젝트를 계속 하였고 그것으로 논문을 써서 졸업을 했다.

그렇게 침착, 냉정하던 지도교수는 내가 논문을 통과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실험실에 들렀을 때 나를 꼭 껴안아주는데 눈에 눈물까지 글썽글썽한 걸 보았다.

 

가끔 친구들이나, 내 아이로부터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내 의사를 물을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대신에, 예전에 내 지도교수가 했듯이 저렇게 얘기를 하고 싶은데, 이게 꼭 말을 하고난 후에 뒤늦게 생각나니 참... 단순히 맘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닌가보다.

 

 

엊그제 같았던 일들. 이제 이렇게 털어놓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부끄럼때문에 불편하지도, 감정에 치우쳐 글이 흔들리지도 않을만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어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기록해보기로 한다. 제일 큰 이유는, 이제 여기서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경험들이 아쉽게도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갈 것 같아서이다.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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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10-10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 이 글이 왜이리 다가오는지요.
하지만 저런 객관성을 가진다는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인지라...
그런 태도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마음이 먼저 울컥하니. ㅠㅠ

hnine 2012-10-10 08:05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서재에 다녀왔어요.
힘 내세요!

한남자 2012-10-1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추석때 동생에게 그런 말을 했어요, 애들을 대할 때는 오히려 애착?(사랑하는 마음, 아이가 꼭 잘 돼야 한다는 마음)을 놓고 말해보라고요(그런데 애들 문제는 저처럼 옆에서 말하기는 쉽지만 그렇게 쉬울리가 없겠지요) 글에 무척 공감이 되어서 쓴 말인데 비슷한 맥락인지 모르겠군요; 담백하게 쓰셔서 hnine님의 그때 그 경험들이 눈앞에 선하네요. 마치 소설의 한 장면을 보듯.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hnine 2012-10-11 15:07   좋아요 0 | URL
내가 좀 안다 싶은 질문을 받거나 조언을 할 기회가 생기면 가능한 모든 경우를 제가 다 경험해본 것도 아니면서 제가 제일 잘 아는 그것이 옳은 양, 그것만이 옳은 양, 자신있게 그것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제가요. 부모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자식을 앞에 놓고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더구나 자식이란 존재는 얼마나 부모 맘대로 휘두르기 쉬운 대상인지 몰라요.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요. 부모도 의식하지 못하고 그렇게 압력을 가하지요.
니코니코님은 동생분에게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말씀을 해주셨는지요. 아이가 저 길로 가면 분명히 더 고생할 것을 알면서도, 그럴거라는 말만 해주고 지켜볼 수 있기란, 도인이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래도 노력을 해야겠지요.

저 일이 있은지 벌써 15년이 지났어요. 자식을 낳아 키우게 된 것 다음으로 제 인생에 영향을 끼친 일이라면 저 영국에서의 3년 반이라는 경험이 될 것인데 자꾸 자꾸 잊혀져 가는게 안타까워 글로 남겨보려고 해요.
읽어주시고, 의견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현재 너의 위치에서 네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거라.

그러다보면 그런 너를 알아보고 이끌어주려는 멘토가 생기게 되어 있단다. "

 

 

 

     - 엄마께서 해주신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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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8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8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댈러웨이 2012-10-0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오전에 보면서 아, 이건 뭘까 했었는데, 나인님의 어록이군요. 그래서 지금 생활백서 목록을 클릭해서 처음 다섯 페이퍼만 훑었어요. 지칠 때 한번씩 와서 보겠어요. 주옥같은 마음의 문장들을 만나고 싶을 때요.

hnine 2012-10-09 08:36   좋아요 0 | URL
제가 만들어낸 말도 있지만, 누구에게서 들은 말, 어디서 읽은 것 같은 말 들도 있어요. 위의 말은 저의 엄마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이고요.
주옥같지는 않습니다 ^^ 저 당시 저런 것이 나에게 절실한 문제였구나, 나중에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2012-10-08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9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