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가 우리 학교야 - 학교에 대한 즐거운 상상 2
김용성.김은옥.김인규.한은희 지음 / 디딤돌(단행본)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안면도는 내게 있어 낯선 곳이 아니다. 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릴 때 부터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이미 친숙해진 곳, 이미 아는 친척들은 거의 남아계시지 않지만 방학 때 여행 삼아 종종 찾기도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의 교육 관련 책들이 꽂혀 있는 곳을 훑다가 문득 '안면도'라는 글자가 보여 뽑아 들었다. '학교에 대한 즐거운 상상 2' 라는 작은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일종의 포로젝트 보고서이다. 이름하여 '안면도 프로젝트'.
2004년 한 해동안 안면중학교의 교사 여섯 명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미 2002년에 시행되었던 '산길 프로젝트'의 후속으로서, 안면중학교 1,2학년 생들이 참여하여 각 방면으로 안면도에 대해 조사하는 일종의 장기 통합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몇 개의 모둠으로 나뉜 학생들이 안면도에 사는 나의 하루는 어떻게 이루어져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떤 곳일까, 나의 가족은 안면도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생활 수단), 안면도는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자전거를 타고 안면도를 여행해보면 어떨까, 갯벌에는 어떤 다양항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안면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생기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안면도 주민들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안면도의 개발 현장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우리가 만든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실로 교과서를 벗어나 교과서보다 더 광범위한 지식을 체험을 통해 스스로 해나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안면중학교뿐 아니라 '안면도 전체가 우리 학교'라는 지역 의식이 고취되었다는 점에서 책의 제목도 저렇게 붙인 것 같다.
취지가 매우 좋은 기획이었던 것에 반해 무리도 많았음을 인정했다. 도시, 지방 할 것 없이 귀찮은 일은 좀처럼 하지 않으려는 요즘의 청소들의 의식을 교사들의 다소 강압적인 설득으로 이겨내야 했던 점, 학생 각각의 가족사가 공개되어야 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 무더위 속이 자전거 여행과 같이 처음 이루어지는 시도에서 발생된 예상치 못한 어려움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맛이라도 보았다며 만족해하는 교사들, 그리고 색다른 시도 자체가 교육 효과 외에도 오랫 동안 추억으로 남을 학생들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을 시도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지 않았을까.
관광지로서 개발이 진행되면 지역의 지명도는 올라가는 한편, 그러면서 잃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입을 빌어 들으니 새삼 느낌이 새로왔다. 농수산물 가격은 갈수록 떨어져 수지가 안 맞고, 그렇다면 이들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토박이들은 자꾸만 도시로 나가고 결국 안면도는 새로운 관광 사업과 그에 종사하는 외부인들로 대체되어 가는 것은 아닐지, 아마 비단 안면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안면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학교 1,2,학년 학생들은 그런 문제 의식의 말미라도 느꼈지 않을까 싶다.
며칠 후 가족들과 함께 또 한번 안면도에 갈 계획이 있다. 원래는 섬이 아니었던 안면곶을 물자의 수송을 쉽게 하기 위해 일부러 섬으로 만들어졌다는 곳 안면도에서,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을 찾아 나도 모르게 이정표를 눈여겨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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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2-3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 데리고 안면도 여러번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궁금하네요.^^

hnine 2009-12-30 01:48   좋아요 0 | URL
저희 친정아버지 고향이시거든요.
저는 서울에서 났지만 제게도 꼭 고향인 것 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곳이지요.
아이들이 풀어낸 이야기보다 인솔한 선생님들이 쓰신 글들이 더 많아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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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서 나는 이 정도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읽든, 아니면 동화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읽든.
직접 쓴듯한 작가 소개글을 옮겨 본다.

   
  1971년, 제가 태어났을 때 증조할머니는 아흔 살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동안 알고 계셨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항상 들려주셨지요. 그리고 백세 살 된던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십 년 뒤 이제 제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증조할머니처럼 울리고 웃기고 마침내 가슴 따뜻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왜요?" 물으면 "왜긴." 하셨던 증조할머니가 그립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요즘 이 작가에 대해, 이 작가의 소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한창 즐기고 있는 중이다. 이 소설은 2007년,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아기 때 입양되어 의사인 엄마 아빠 밑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여자 아이 하늘이가 화자가 된다. 의사라는 직업 외에도 방송 출연 등 사회 활동에 열심인 엄마와 자식을 갖지 못하는 아빠, 시골에 혼자 사시다가 몸이 불편하셔서 잠시 올라와 계시는 할머니, 이런 가족 구조 속에서 하늘이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이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지만 언제인가 부터 하늘이는 남들처럼 자기를 낳아준 친엄마 친아빠와 '진짜' 사랑을 느끼고 부대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자기를 대하는 태도도 가식적, 위선적이라 생각되고, 할머니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꽂혀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일기도 하며, 부모끼리도 알고 지내는, 하늘이 자신처럼 입양된 아이 한강이의 가출을 보며 공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면서 하늘이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런 마음의 아픔을 '해마'로 표현하며 갈등을 풀어나가려 애쓴다.
입양아에 대한 것은 많이 다뤄지고 있는 소재이지만, 젼형적인 흐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저자의 구성력이 뛰어나다. 주인공이 초등학생인 것에 비해 생각하는 것이 나이보다 성숙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입을 빌어 아이의 마음을 대신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별 문제 없어보이고, 어른과 아이라고 구분지어 한 쪽은 갈등을 겪는 쪽, 다른 한 쪽은 갈등을 유발하는 쪽, 이렇게 끌어나가지 않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장에 다 한번쯤 서볼 수 있게 인물의 심리 묘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가족은 운명적으로 주어지고 완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 이라는 표지의 말, 어디 가족뿐이랴. 사랑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다.
또 한가지, 책의 맨 뒤에 보면 이 작품을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으로 선정하는 심사평이 실려 있는데 이것이 또한 명문. 구구절절 새겨두고 싶어지니 그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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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많은 사람이 칭찬하고, 님이 제게 추천해주신 책인데 아직 못 봤어요. 새해에 꼭 찾아서 읽을게요~ ^^

hnine 2009-12-30 10:1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리뷰가 읽어보고 싶어요. 저보다 훨씬 꼼꼼히 써주시니까요 ^^

하늘바람 2010-02-1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못본 책이네요. 궁금해요

hnine 2010-02-17 18:2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어요.
 

사람들 사이에 그녀의 이름을 알리는데 제일 큰 공헌을 했던 '완득이'를 읽고나서는 기대만큼 큰 감동을 받진 못했다. 다음 작품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서는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쩐지 이 작가의 마음 한자락을 읽은 것 같아 관심이 증폭했다. 어떤 작가에 대해 관심이 커지게 되면 꼭 하게 되는 일, 그녀가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 읽는 것이다. 

지금까지 찾아서 읽은 그녀의 소설들을 내가 읽은 순서대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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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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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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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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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2-2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작주의 책읽기를 시작하시나 보네요^^.
지은이..어디선가 들어본 작가라 했는데 저 "기억을 가져온 아이" 를 몇 달전 조카에게 선물해 준적이 있더라구요. "우아한 거짓말" 이 이 작가였군요!!
깊이 있게 읽으려 하시는 모습 좋아보여요 ㅎ

덕분에 뭔가 하나 알아 갑니다~


hnine 2009-12-28 13:2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제가 원래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아서요. 어느 작가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 다 찾아 읽는 버릇,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하늘바람 2009-12-2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읽고 두권 못 읽었네요^^ 내년엔 다 읽어보려고요

hnine 2009-12-28 17:00   좋아요 0 | URL
다른 것들도 좋아요.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2-29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득이만 읽었네요. 우아한 거짓말은 주문하려던 참이었어요.
여기 말고 출판사에다... ^^

hnine 2009-12-29 07: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작가의 첫 작품인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도 참 좋아요. 완득이나 우아한 거짓말 보다 짧아서 금방 읽기는 하지만요. 이것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벌써 몇번을 쓰려다가 말던 것을 지금 쓰려고 한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이러다가 신년 벽두부터 넋두리로 터져 나오게 하느니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 같아서이다. 

언제부턴가 산다는 것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중이 아니라 ' 받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벌 받는 주제에 행복이고 불행이고 따지는게 의미가 있나? 벌 받는 행위 자체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과정인 것을.  

그런데 삶은 곧 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왜 거의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대로, 노력하는대로 되지 않을까, 나는 왜 이것 밖에 안될까, 왜 이렇게 세상을 우울한 일 투성이일까, 겨우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일까', --> 이런 생각들을 덜 하게 되었다는 것은 전혀 예상 외의 결과였다. 내가 이렇게 바닥을 헤엄치는 기분이면서도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도 않게 된 것도. 당신이나 나나 다 벌 받고 있는 중인데 뭐가 부러워, 이렇게 보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은 '고 (苦)'라고 석가모니께서 그러셨던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그리스도께서 그러셨던가. 

나의 결론은, '벌이라도 성실히, 끝까지 완수하리라.'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랑? 제일 쉽게 변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 나의 이 생각이 즉흥적인 것이 아님에도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 앞에서 내 주장을 자신있게 끝까지 밀어붙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설득력 부족 외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그는 과연 행운아인가, 불행아인가.
과연 그것을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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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8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9-12-2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 좋은 글귀라도 생각나면 좋은데 마땅한게 없어요 님
그저 힘내세요

hnine 2009-12-28 07:45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 썼다기 보다 평소 생각인데 페이퍼에 올리면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을까 해서 한동안 꺼렸던 것을 어제 그냥 써버렸어요.
아시잖아요, 제가 좀 이런 음침한 분위기라는걸... ^^

혜덕화 2009-12-2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몸 받아 온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생을 보내고 저를 떠나지 않던 화두는, '왜 이 몸 받아왔는가?' 였답니다.
한 쪽 눈만 뜨고 살던 세상을 향해, 동생이 나머지 한 쪽 눈을 떠게 해 준 것 같다고도 느낀답니다.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나 물질적 욕망과 소유와 쾌락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를 해서, '영성'이라는 말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살지만, 내 마음을 밝히고 영성을 밝히는 일이 이 삶 받아온 존재의 이유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나인님, 삶은 벌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벌을 통해 내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도, 남편도, 부모도, 주변의 모든 인연이 내게 살아있는 교과서 임을 새삼 보게 됩니다.
이 삶에서 님과 제가 배워야 할 덕목이 무엇일까요?
그것을 화두로 삼아보세요.
님과 마음을 함께 합니다.
_()_

hnine 2009-12-28 09:51   좋아요 0 | URL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견디어 내는 것만으로도 전 저 자신을 대견하다고 막 칭찬해준답니다 ^^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까지 한다면 그 보다 더 감사할 일은 없겠지요.
사는 것 자체가 '苦'라는 말의 뜻을 전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지금은 감히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작은 일에 실망하고 슬퍼하고 우울해할 일이 적어졌어요. '사는 것은 즐거워야 하는데, 행복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로부터 해방되었다고나 할까요.
저와 마음을 함께 해준신다는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혜덕화님,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sangmee 2009-12-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이 너무 많아...
내년엔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잊을건 잊고, 털어버릴건 털어버리고,
너 자신한테 좀 더 관대해지고. 편안했으면 좋겠어.
남에게 해주는 <평화를 빕니다>라는 미사 끝날 무렵의 인사말.
내가 너에게 하고픈 말...

hnine 2009-12-28 20:47   좋아요 0 | URL
맞아 맞아, 몸도 머리도 자꾸 무거워지나봐 ^^
생각이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생각을 줄이기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애써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는 것 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
평화를 빌어주어 고맙다. 다 너 같은 친구 덕분 아니겠니?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온건.

같은하늘 2009-12-3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왜 이리도 사는게 벅차냐고 툴툴거리고 있는데...
님과 같은 생각을 하면 저도 좀 나아질까요? ^^

hnine 2009-12-30 02:02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님은 그래도 밝고 경쾌하신 편이라고 저는 혼자 상상하고 있었는데...^^
그냥, 좌절을 여러 번 겪어 본 사람의 생존 전략 정도라고 봐주시어요.
 
친구가 되기 5분 전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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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예뻐서 눈에 더 뜨이는 이 책을 펼치면 화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이야기가 시작된다. 1963년생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
아홉개의 소제목 아래 아홉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은 서로 가족, 학교 등으로 연관되어 있는 인물들이라서 각 소제목의 중심 인물만 다를 뿐이지 같은 아이들이 다른 이야기에서도 계속 등장한다.
일본의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고민들은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경우와 공통적인데가 있으면서도 어딘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성 교제, 청소년 성문제, 진학 문제, 가정 내 갈등, 이런 문제들이 우리 나라 청소년들이 안고 있는 고민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는 대분 집단 따돌림, 선후배 위계 질서, 소통의 문제 등에 관한 것이다. 이지메가 일어나는 이유도 참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수 있었는데 정말 이 문제가 일본 청소년 문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집단 따돌림의 근본 원인은 그 사회의 '집단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그 집단의 공통적인 사고와 행동 방식에서 조금이라도 튀면 이목이 집중되고, 급기야 그 사람은 그 집단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마는 사회. 이건 단순히 청소년들의 문제라기 보다뿌리 깊은 사회 의식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좀 다른 생각을 가졌거나 다른 행동 방식을 가진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어느 집단에서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것을 따돌림으로 연결시키는데에는 그 사회의 특이한 의식이 작용하고 있는데 그 것 중의 하나가 과거 군국주의 통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던 시기를 겪은 사회이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칼로 자른 듯이 정확하게 맞아야 하고, 다름이 아니라 통일성과 획일성이 기본 규칙이어야 하는 통치 체제에서 형성된 집단 의식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제 군국주의도 아니고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존중 받는 사회라고, 그래야 한다고 하면서도 사람의 의식이 바뀌기란, 사회의 의식 구조가 바뀌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왜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 특히 이런 집단 따돌림 문제가 두드러지는지, 이 책을 읽으며 그 문제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물론 이 소설은 그런 문제를 따져 보고자 의도된 것은 아니고, 여러 유형의 아이들이 각각 어떤 문제를 가지고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또 그 문제에 관련된 아이들 각각의 입장에서 소제목을 달리하여 서술함으로써 한 아이의 입장이 아니라 여러 아이의 시각에서 한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리가 불편하여 목발을 짚고 다니는 에미, 어릴 때부터 신장병을 앓고 있어 학교에 등교하는 날 보다 병원에 누워 있는 날이 더 많은 소녀 유카는 어느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쓰게 되면서 친구가 되지만 에미는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거나 상냥하게 대하지 않아서 유카의 마음을 자주 상하게 한다. 구름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던 에미에게 유카는 복슬강아지 모양의 구름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런 모양의 구름을 찾던 에미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그 복슬강아지 구름을 언제 볼 수 있는 것인지. 이 들 외에 에미의 남동생 후미를 비롯해서 남자 아이들 사이의 이야기는 주로 선후배 사이의 갈등, 서로 누가 더 잘하느냐 순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 여자 친구 문제 등이 소재가 되는데, 남자 아이들은 여자 친구가 있고 없음도 자신의 어떤 능력의 일부로서 위시할 만한 자격 조건의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이 책으로 쓰여지는 계기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마무리를 짓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책으로 쓰고 싶다는 화자의 제안에 대해 에미는 부탁한다. 부디 그 책이 모두에게 버림받았거나 뒤처진 누군가를 위해서 쓰여지기를, 뭘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가 '괜찮아, 천천히 걸어가지 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로 써 주기를, 모든 아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책을 써주기를.
아마도 이 책의 실제 저자가 글을 쓸 때도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쓰지 않을까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특히 마지막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청소년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데에,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데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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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2-17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 읽고 프게 만드는 책이네요

hnine 2010-02-17 18:20   좋아요 0 | URL
저 책을 읽게 된데에는 제목도 한 몫 한것 같은데, 기대가 너무 컸었는지, 그 기대에는 조금 못미쳤다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