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번을 쓰려다가 말던 것을 지금 쓰려고 한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이러다가 신년 벽두부터 넋두리로 터져 나오게 하느니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 같아서이다.
언제부턴가 산다는 것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중이 아니라 '벌 받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벌 받는 주제에 행복이고 불행이고 따지는게 의미가 있나? 벌 받는 행위 자체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과정인 것을.
그런데 삶은 곧 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왜 거의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대로, 노력하는대로 되지 않을까, 나는 왜 이것 밖에 안될까, 왜 이렇게 세상을 우울한 일 투성이일까, 겨우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일까', --> 이런 생각들을 덜 하게 되었다는 것은 전혀 예상 외의 결과였다. 내가 이렇게 바닥을 헤엄치는 기분이면서도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도 않게 된 것도. 당신이나 나나 다 벌 받고 있는 중인데 뭐가 부러워, 이렇게 보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은 '고 (苦)'라고 석가모니께서 그러셨던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그리스도께서 그러셨던가.
나의 결론은, '벌이라도 성실히, 끝까지 완수하리라.'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랑? 제일 쉽게 변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 나의 이 생각이 즉흥적인 것이 아님에도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 앞에서 내 주장을 자신있게 끝까지 밀어붙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설득력 부족 외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그는 과연 행운아인가, 불행아인가.
과연 그것을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