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번을 쓰려다가 말던 것을 지금 쓰려고 한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 이러다가 신년 벽두부터 넋두리로 터져 나오게 하느니 차라리 지금이 나은 것 같아서이다. 

언제부턴가 산다는 것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중이 아니라 ' 받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벌 받는 주제에 행복이고 불행이고 따지는게 의미가 있나? 벌 받는 행위 자체가 '누리는' 것이 아니라 '견뎌야' 하는 과정인 것을.  

그런데 삶은 곧 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왜 거의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대로, 노력하는대로 되지 않을까, 나는 왜 이것 밖에 안될까, 왜 이렇게 세상을 우울한 일 투성이일까, 겨우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일까', --> 이런 생각들을 덜 하게 되었다는 것은 전혀 예상 외의 결과였다. 내가 이렇게 바닥을 헤엄치는 기분이면서도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도 않게 된 것도. 당신이나 나나 다 벌 받고 있는 중인데 뭐가 부러워, 이렇게 보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삶은 '고 (苦)'라고 석가모니께서 그러셨던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죄를 지니고 태어난다고 그리스도께서 그러셨던가. 

나의 결론은, '벌이라도 성실히, 끝까지 완수하리라.'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사랑? 제일 쉽게 변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 나의 이 생각이 즉흥적인 것이 아님에도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누구 앞에서 내 주장을 자신있게 끝까지 밀어붙치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설득력 부족 외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그는 과연 행운아인가, 불행아인가.
과연 그것을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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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7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8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9-12-28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 좋은 글귀라도 생각나면 좋은데 마땅한게 없어요 님
그저 힘내세요

hnine 2009-12-28 07:45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 썼다기 보다 평소 생각인데 페이퍼에 올리면 분위기를 가라앉히지 않을까 해서 한동안 꺼렸던 것을 어제 그냥 써버렸어요.
아시잖아요, 제가 좀 이런 음침한 분위기라는걸... ^^

혜덕화 2009-12-2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몸 받아 온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동생을 보내고 저를 떠나지 않던 화두는, '왜 이 몸 받아왔는가?' 였답니다.
한 쪽 눈만 뜨고 살던 세상을 향해, 동생이 나머지 한 쪽 눈을 떠게 해 준 것 같다고도 느낀답니다.
요즘은 어른이나 아이나 물질적 욕망과 소유와 쾌락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를 해서, '영성'이라는 말이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고 살지만, 내 마음을 밝히고 영성을 밝히는 일이 이 삶 받아온 존재의 이유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나인님, 삶은 벌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 벌을 통해 내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도, 남편도, 부모도, 주변의 모든 인연이 내게 살아있는 교과서 임을 새삼 보게 됩니다.
이 삶에서 님과 제가 배워야 할 덕목이 무엇일까요?
그것을 화두로 삼아보세요.
님과 마음을 함께 합니다.
_()_

hnine 2009-12-28 09:51   좋아요 0 | URL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견디어 내는 것만으로도 전 저 자신을 대견하다고 막 칭찬해준답니다 ^^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까지 한다면 그 보다 더 감사할 일은 없겠지요.
사는 것 자체가 '苦'라는 말의 뜻을 전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지금은 감히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작은 일에 실망하고 슬퍼하고 우울해할 일이 적어졌어요. '사는 것은 즐거워야 하는데, 행복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들로부터 해방되었다고나 할까요.
저와 마음을 함께 해준신다는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혜덕화님,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sangmee 2009-12-2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생각이 너무 많아...
내년엔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잊을건 잊고, 털어버릴건 털어버리고,
너 자신한테 좀 더 관대해지고. 편안했으면 좋겠어.
남에게 해주는 <평화를 빕니다>라는 미사 끝날 무렵의 인사말.
내가 너에게 하고픈 말...

hnine 2009-12-28 20:47   좋아요 0 | URL
맞아 맞아, 몸도 머리도 자꾸 무거워지나봐 ^^
생각이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생각을 줄이기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애써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는 것 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
평화를 빌어주어 고맙다. 다 너 같은 친구 덕분 아니겠니? 내가 지금 여기까지 온건.

같은하늘 2009-12-30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왜 이리도 사는게 벅차냐고 툴툴거리고 있는데...
님과 같은 생각을 하면 저도 좀 나아질까요? ^^

hnine 2009-12-30 02:02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님은 그래도 밝고 경쾌하신 편이라고 저는 혼자 상상하고 있었는데...^^
그냥, 좌절을 여러 번 겪어 본 사람의 생존 전략 정도라고 봐주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