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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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서 나는 이 정도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읽든, 아니면 동화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읽든.
직접 쓴듯한 작가 소개글을 옮겨 본다.

   
  1971년, 제가 태어났을 때 증조할머니는 아흔 살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동안 알고 계셨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항상 들려주셨지요. 그리고 백세 살 된던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십 년 뒤 이제 제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증조할머니처럼 울리고 웃기고 마침내 가슴 따뜻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왜요?" 물으면 "왜긴." 하셨던 증조할머니가 그립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우연히 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요즘 이 작가에 대해, 이 작가의 소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한창 즐기고 있는 중이다. 이 소설은 2007년,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아기 때 입양되어 의사인 엄마 아빠 밑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여자 아이 하늘이가 화자가 된다. 의사라는 직업 외에도 방송 출연 등 사회 활동에 열심인 엄마와 자식을 갖지 못하는 아빠, 시골에 혼자 사시다가 몸이 불편하셔서 잠시 올라와 계시는 할머니, 이런 가족 구조 속에서 하늘이는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이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지만 언제인가 부터 하늘이는 남들처럼 자기를 낳아준 친엄마 친아빠와 '진짜' 사랑을 느끼고 부대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자기를 대하는 태도도 가식적, 위선적이라 생각되고, 할머니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꽂혀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일기도 하며, 부모끼리도 알고 지내는, 하늘이 자신처럼 입양된 아이 한강이의 가출을 보며 공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면서 하늘이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런 마음의 아픔을 '해마'로 표현하며 갈등을 풀어나가려 애쓴다.
입양아에 대한 것은 많이 다뤄지고 있는 소재이지만, 젼형적인 흐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저자의 구성력이 뛰어나다. 주인공이 초등학생인 것에 비해 생각하는 것이 나이보다 성숙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입을 빌어 아이의 마음을 대신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별 문제 없어보이고, 어른과 아이라고 구분지어 한 쪽은 갈등을 겪는 쪽, 다른 한 쪽은 갈등을 유발하는 쪽, 이렇게 끌어나가지 않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장에 다 한번쯤 서볼 수 있게 인물의 심리 묘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가족은 운명적으로 주어지고 완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하는 것' 이라는 표지의 말, 어디 가족뿐이랴. 사랑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다.
또 한가지, 책의 맨 뒤에 보면 이 작품을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으로 선정하는 심사평이 실려 있는데 이것이 또한 명문. 구구절절 새겨두고 싶어지니 그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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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2-3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많은 사람이 칭찬하고, 님이 제게 추천해주신 책인데 아직 못 봤어요. 새해에 꼭 찾아서 읽을게요~ ^^

hnine 2009-12-30 10:1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리뷰가 읽어보고 싶어요. 저보다 훨씬 꼼꼼히 써주시니까요 ^^

하늘바람 2010-02-1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못본 책이네요. 궁금해요

hnine 2010-02-17 18:2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