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다운 받아놓고 그냥 쓰러져 잤다.

오늘 새벽 일어나 앉아 보기 시작한 이 영화.

우리말 제목은 <디어 한나>, 원제는 <티라노사우르 (Tyrannosaur)> 이다.

우리말 제목도 딱 맘에 들지는 않지만 원제는 너무나 상징적 아닌가 싶다.

'한나'라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종교색이 많이 느껴지기도 했다. 상처, 치유, 죄, 벌, 복수...이런 것들.

 

영국 영화에 대해, 조금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다고 해야할까? 감이 잡힌다고 해야할까.

 

 

......

 

다 보고 나니 창 밖이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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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12-08-07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원제목이 저런건 몰랐는데요

hnine 2012-08-07 09:42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가볍지 않았는데 나중에 원제를 알고 나니까 영화 보면서 혹시 제가 놓친 것이 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kimji 2012-08-0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밤에 '다른나라에서'라는 영화를 봤어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서, 역시나 홍상수 다운 영화라는 생각으로 봤더랬지요. 영화 속의 철지난 바닷가가 부안이라는 걸 알고서, 떠나고 싶다, 앓기 시작했던 밤이었고요.

영화 제목... 좋네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제목만으로도. 저도 오늘 영화다운담당인 남편에게 이 영화 구해달라고 해봐야겠어요.
더운데, 안녕하시지요?!!!


hnine 2012-08-07 16:20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저는 홍상수 감독 영화를 한편도 못봤네요. 2001년 이후로 제가 보는 대부분의 영화는 제 취향과 무관하고, 요즘에 조금씩 다시 다운 받아서 제가 보고 싶은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다른나라에서' 제목은 귀에 익어요. 새벽에 집중해서 영화보는 재미가 괜찮은 것 같아서 조금아까 또 영화를 골라보고 있었는데 '말하는 건축가', '캔디 (heroine을 뜻한다네요)' 라는 영화를 일단 후보로 해놓고 있는데 홍상수 영화도 시도해봐야겠어요. 이 감독 영화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한 편인 것 같던데.
정말 덥지요. 새벽시간이 더욱더 좋아지는 계절입니다.

프레이야 2012-08-0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혼자 가까운 곳에 있는 예술관에서 봤는데
어둡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좋게 봤어요. 두 사람 참 가엾다는 생각도 들구요.
원제가 너무 상징적이고 무거워서 번역 제목이 더 낫다는 느낌이었어요.
남자가 그 단어를 불쑥 꺼낼 때 깜짝 놀랐어요, 저도 한나도. 나인님^^

hnine 2012-08-08 08:0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서재에서 본 기억이 나요.
올해 초에 개봉했던 것 같은데 저는 이제야 봤지요.
제 느낌도 그랬답니다, 어둡고 답답하고 우울하고...
제 짐작엔 영화 중 주인공 남자도 한나의 폭력남편과 과거의 어느 한 자락을 공유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더 한나에게 마음을 거두지 못한 것 아닐까, 그런 추측도 해보았어요.
한때 영화를 무척 좋아했던 시기가 있었고, 바로 뒤이어 영화와 담쌓고 지내야했던 시기가 있었고, 이제 다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어요.

댈러웨이 2012-08-0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트레일러 찾아봤어요. 보고 싶은데 여긴 아직 안들어왔나봐요. 일단 찜했어요.
말씀하시는 영국 영화에 대한 감이라는 게, 혹시 건조하고 사실적인 뭐 그런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배우들도 그렇고, 이쁘게 포장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 그래서 저는 영국 영화나 호주 영화가 좋아요. 많이는 잘 모르지만요.

새벽형이시군요! 제가 젤루 부러워하는. 저는 몸이 광합성을 좀 쬐야 꿈틀거리기 시작하는지라,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에는 아주 죽겠어요. ㅠ.ㅠ

hnine 2012-08-08 21:22   좋아요 0 | URL
한국에선 올해 초에 개봉했다고 나오는군요. 저는 인터넷 Daum 사이트에서 유료로 다운 받아 봤고요.
영국 영화는, 야한 영화도 야하다는 느낌보다 엽기스럽거나 칙칙하고요, 딱 영국 날씨 같은 느낌이라고 봐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요. 한마디로 산뜻한 것, 예쁘게 포장...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요. 어느 테두리 내에서지만 사회성, 고발성이 꼭 들어가있고요. 댈러웨이님, 영화 좋아하시는구나...

광합성은 정말 식물뿐 아니라 인간들에게도 꼭 필요해요. 뼈를 위해서도 그렇고 우울증 예방 차원에서도 그렇고요. 새벽형 인간은 일장일단이 있는데, 제 경우엔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고, 아주 상황 적응을 잘 한 케이스 (저로서는 아주 드물게 ^^)에 해당하지요.
 
망설이는 당신에게 - 머뭇거리는 인생에 던지는 행동 강령 101가지
센다 타쿠야 지음, 송소영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가 어떤 결정을 앞두고 망설이거나 머뭇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제목을 보고 우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 요즘 우리는 거기서 더 나아가 단 한번도 실패 없이 한번에 성공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해봐서 안되면 다시 해보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한번에 해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려면 그것에 대한 정보를 많이 수집해야 하고 그걸 먼저 해본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며 결과를 타진해본다. 그러면 우리는 왜 한번에 성공하려고 하는가? 두번씩 같은 일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빨리 다음으로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한가지 일에 두번씩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다가는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실패하여 다시 도전하느라 보낸 시간이 꼭 낭비이고 소모일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깔아놓은 길을 그대로 답습하여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여 빨리 통과하는 것보다, 내 생각과 내 판단과 나의 결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도착하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되는데, 시대 착오적인 것 아닌지 모르겠다.

아마 이 책에 대한 소개글 어딘가에서 그러한 나의 생각과 만나는 부분을 보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한번 읽어보기로 했을 것이다. 읽어보기도 전에 어떤 선입견만 가지고 판단하기 보다는 일단 관심이 가면 읽어보고 얘기해야 맞는거니까.

머뭇거리는 인생에 던지는 행동강령 101가지라는 작은 소개글이 표지에 나와 있다. 머뭇거리는 인생.

첫번째 강령만 읽어봐도 이 책의 메시지의 핵심을 알수 있는데 그것은,

1. 성공한 사람은 최상의 컨디션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당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아무 것도 안하면서 그냥 누가 기회를 손에 쥐어줄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만 있는 것 하고는 분명히 다르다. 또한 그렇게 기다리고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 맞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9. 풀 죽었을 때는 맛있는 것을 먹고 기절한 듯이 자라.

좌절했을 때 바로 자기 분석에 들어가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나만의 회복 방법을 만들어두자는 얘기이다. 그것이 맛있는 것 먹고 자는 것일수도 있고, 여행이 될수도 있으며, 친구들과의 수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이 좀 한쪽으로 치우친 듯 보이는 말도 꽤 나온다.

20. 대외 활동을 꺼리는 사람이 성공한다.

무리지어 보내는 무의미한 시간 대신 차라리 은둔의 시기를 두고 자기를 단련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뜻.

 

25. 머뭇거리는 것은 운 나쁜 사람의 특기다.

 

26. 늦잠의 원인은 빈혈이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빈혈도, 피곤도 아니라 싫은 일을 하기 때문, 자기가 별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란다.

 

44. 싫은 일을 매일 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것만 알면 열심히 해볼텐데 라면서. 그럴 때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 보내지 말고, 나중에 찾게 될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필요하게 될 것이 있을테니 그것을 준비하고 있으라고 얘기해주곤 했다. 그건 학생들에게 해줄 이야기이고,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지고 수입이 있어야 하는 성인의 경우에도, 지금 하는 일이 영 내 적성이 아닌데 그렇다고 내 적성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모를때는 일단 내 앞에 있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내가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가 눈에 보일 때가 있다.

 

다음의 말 역시 좀 주의해서 새겨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이다.

51. 아직 직장을 찾지 못한 사람은 기업을 세우도록 선택된 사람이다.

매번 취직에 실패한다며 포기하려는 사람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라고 하는데 이말을 확대 해석하거나 일반화 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것 같다.

 

91. 당신의 과거는 미래로 덮어쓸 수 있다.

이런 말은 좀 멋지다. 과거 자체를 지우거나 없애버릴 수는 없지만 '덮어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어떤 과거도 당신의 미래를 이길 수는 없다는 부연 설명도 마음에 든다.

 

94. 세상의 이목을 무시하면 거짓말처럼 인생이 편해진다.

요즘의 세상 이목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실체보다는 어떻게 보이는지 그 '이미지'가 더 중요시 되어가는 것.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세상'이라는 것이 진짜 그 넓고 넓은 전체가 아니라 고작 수십 명이라는 거이다. 즉 별 것 아닌 것에 자기의 가치를 저당잡힐 수는 없다.

 

실패를 하고 나면 그만큼 성장이라는 댓가로 돌아오기나 하지, 머뭇거리며 보낸 시간은 참으로 아깝다. 한번 뿐인 인생인데, 소신과 용기를 가지고, 최적의 시간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핑계를 버리고, 행동으로 옮겨 보자.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바라는 조급함만 버린다면 분명 머뭇거리는 인생보다는 나을 것이다.

 

다 읽는데 반나절도 안 걸린다.

심오한 생각이 담긴 책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짧은 메시지 형식이라서 어떤 말들은 좀 무책임해보이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별 세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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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공부는 배신하지 않는다 - '리틀 아인슈타인' 쇼 야노의 목적형(Why) 공부법
쇼 티모시 야노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해서 불과 몇년 전까지, 아이 육아나 교육과 관련된 책을 참 많이도 읽어왔다. 아이가 12살이 된 지금, 직접 몸으로 마음으로 겪어본 것보다 더한 것은 없기에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책 읽기를 조금 늦추고 있었다. 이젠 10대 청소년 관련 서적을 읽을 때인 것 같지만, 이 시기야말로 책을 읽어서 될 것 같지도 않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우리 나라에 '리틀 아인슈타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쇼 야노 군의 어머니 진 경혜씨가 쓴 책을 지금까지 다 읽어왔기 때문이다. 동그란 안경을 쓴 귀여운 꼬마가 피아노 연주를 수준급으로 하던 모습을 TV 에서 보던 기억이 선하다. 이제 그 아들이 커서 자기가 직접 자기 이야기를 쓴 책이 나오기에 이르렀으니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9살 대학 입학, 12살 최우등 대학 졸업, 21살 의학박사, 생물학 박사, 현재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 IQ측정범위를 넘어선 천재. 그에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본인 자신은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천재는 어떤 내용을 한번 보고도 다 기억하고, 한번 듣고도 연주해내며, 기발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척척 내놓는 그런 사람들 아니냐며, 이 세상을 바꿔놓을 만한 업적을 남기는 사람을 일컬어 천재라고 하는데, 자기는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까지 왔으니, 천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가지고 태어난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출판사의 기획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리틀 아인슈타인 쇼 야노의 목적형 공부법'이라는 소제를 달고 있다. 공부법? 그만의 공부법이라는게 있을까? 공부에 무슨 요령이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그가 자기 손으로 쓴 책이라는데 궁금증을 느껴 읽게 되었다.

그렇지. 그만의 특별한 요령이라는건, 내가 보기엔 없었다. 오히려 새로 알게 된 것은 그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도 훨씬 더 노력형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그리고 그 기본은 자기가 왜 공부를 하는지, 인생에 있어서 꿈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 어떤 직업을 갖는 것, 이건 세부적인 목표일 뿐이고, 그 이전에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자기만의 큰 그림, 꿈,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누가 대신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부모나 타이틀이 아니라 이런 확고한 목적이 있는 공부가 나를 이끄는 것이라고.

공부의 첫걸음으로 '호기심'을 들었는데, 이 역시 우리가 모르는 바 아니다. 우리 모두는 원래 호기심쟁이로 태어났다. 그러면 이런 호기심을 어떻게 불러 깨우는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면 된다. 해야하는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해보고 싶은 것을 제재없이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소위 천재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즐거워하는 일, 계속 궁금증을 유발하는 일에 빠져들다 보니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것에 몰입하고,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쇼 야노군도, 머리보다는 마음이라면서 마음 다스리기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아침마다 30분씩 Quiet time 을 가지고 있으며, 이 시간은 부모님도 방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님 역시 이런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몸 단련 역시 중요하기에 나름대로 3km되는 병원까지 거의 매일 걸어서 다니고 있고 건물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리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 하고 있으며, 먹는 것은 어머니께서 건강 밥상을 차려주시기 때문에 자기는 운이 좋단다. 커피나 각성제 같은 것은 입에 대지 않는다니, 자기 관리도 잘 하고 있다는 것, 몸과 머리, 정신은 역시 한 세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의 표지에 있는 것 처럼 '공부 천재가 밝히는 적게 공부해도 많이 남기는 학습 효율성의 비밀'같은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기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공부에는 그런 요령이나 비밀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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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괜찮으세요? - 32명의 3학년 아이들과, 한 마리의 토끼, 한 명의 노총각 선생님이 벌이는 우당탕 리얼 교실 스토리
필립 던 지음 / 사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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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이책.

작년 여름에 나온 책인데 요전에 읽은 '톨스토이와 행복한 하루'처럼 신간평가단 하느라 골라놓았다가 선정이 되지 않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책 중 하나이다. 원제는 '3학년 아이들 32명과 토끼 한 마리 (32 third graders and one class bunny)'. 이 책의 저자인 Done선생님이 가르치는 3학년은 학생이 32명, 그리고 반에서 키우는 토끼가 한 마리이기 때문에 붙인 제목인데 '선생님, 괜찮으세요?'라는 우리 말 번역본 제목도 나쁘지 않다. 장난이란 장난은 다 쳐놓고는, 곤경에 빠진 선생님을 걱정해준답시고 하는 아이들의 말, "선생님, 괜찮으세요?"

주위에서 보면 직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그 직업에 어울린다 싶은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그 직업을 어떻게 봐주느냐 보다, 본인이 그 직업을 얼마나 즐겁게, 소명의식을 가지고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은 평생을 천국에서 살 수도 있고 지옥에서 지낼 수도 있다는데 저자는 정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이 책 어느 쪽을 들춰 읽어도 느껴졌다.

3학년 담임만 20년. (미국에서는 한 선생님이 한 학년을 계속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거중 어느 1년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1부 새학년 새학기, 2부 가을, 3부 겨울, 4부 봄, 5부 3학년 마지막. 이렇게 다섯 부로 나뉘어 담아놓았다. 읽으며 몇 번이나 혼자 킬킬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도 재미있고, 아이들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선생님의 방식도 재미있다.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이 웃음을 부르는 것은 솔직하기 때문이다.

“우리 언니가 <작은 아씨들>을 읽고 있어요. 그 책이 몇 페이지인지 아세요? 백 페이지도 넘어요!”

 

 

케빈: 저는 나중에 크면 중국으로 이사하고 싶어요.

나: 왜?

케빈: 거기가 세계의 장난감 도시잖아요.

나: 그게 무슨 뜻이니?

케빈: 제 장난감에는 전부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쓰여 있거든요.

 

 

아론: 던 선생님, 저는 이제 마음을 착하게 고쳐먹고 <사람새>가 될 거예요.

나: 그럴 땐 <새사람>이 된다고 해야 하는 거야.

 

웃기기 위해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꾸미지 않는다. 자기들이 재미있으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그냥 웃고 말 수 없는 게 선생님이고 집에서는 부모인데 그 과정이 순조로울 리 없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늘 되돌아보고, 가르치는 더 나은 방법이 없었을까 생각한다.

342쪽의 ‘내가 아이들에게 이걸 가르쳤던가’ 보면 선생님의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젯밤에 숙제를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내가 그들에게 가르쳤던가?

 

게임을 할 때 친구에게 “넌 안 돼.”라고 말하는 대신 함께하도록 끼워주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쳤던가?

 

문장 속에 답이 나와 있지 않을 때 생각을 통해 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쳤던가?

 

많이 웃되 남들의 실수를 비웃지말며, 누군가의 이름이 자기와 다르고 조금 이상하다고 해서 웃지 말라는 얘기를 내가 그들에게 해주었던가?

 

정말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상상력이라는 것을 내가 그들에게 가르쳤던가?

 

토머스 에디슨이 했던 실험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실패였다는 사실을 내가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던가?

 

네 명이 공동 작업을 할 때 빨간 펜이 두 개 밖에 없는데 모두 빨간 펜을 원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쳤던가?

 

배움은 평생 계속하는 것이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내 불어 숙제를 그들에게 보여주었던가?

 

OECD국가중 우리 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꼴찌라고 한다.

우리 나라 학생들은 초등학생때부터 벌써 학교가는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하는데, 지나친 경쟁, 할줄 아는 것은 뭐든 급수나 자격으로 검증해보여야 하고, 못하는 학생은 잘하는 학생보다 관심을 못 받는 풍토 등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잘 하는 학생이 더 관심받고 칭찬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칭찬은 몰라도 최소한 관심과 배려는, 잘하는 학생보다는 못하는 학생들에게 몇 배 더 주어지는 것이 내가 아는 외국의 초등학교 분위기이다.

 

가끔 영재아들은 현장 학습을 간다. 미술관에 가기도 하고 콘서트를 보거나 보트 여행을 하는 날도 있다. 그럼 교실에 남은 아이들은 어떤가? 영재아가 교실에서 나갈 때 남겨진 아이들의 얼굴을 당신이 보았으면 한다. 선생님들이 일 년 내내 그들이 얼마나 특별하고 똑똑하고 재능 있고 멋진 아이들인지 강조하며 자부심을 키워준 것이 그 순간 모두 엉망이 되어버린다. 남겨진 아이들에게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미안하구나, 조니, 너는 학교에서 다른 누구보다 높이 뛰고 빨리 뛸수 있지만 읽기가 좀 서툴러서 너는 영재가 아니란다.”

“미안하다, 베키야. 너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쇼팽의 곡을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지만 큰 수를 읽는 게 좀 안 되어서 영재가 아니란다.”

“미안해, 알렉시스. 너는 선생님인 나보다 열 배쯤 그림을 잘 그리고 너는 이제 겨우 여덟 살인데 수많은 문제들 중에 한 문제를 틀려서 너는 영재가 아니란다.” (67쪽)

 

내가 받은 위로인양 마음이 따뜻해진다.

오늘도 아이를 다그치고 재촉하고 스트레스만 주지 않았는지, 나부터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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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2-08-0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만 행복지수가 낮을까요?
노인 자살률도 1위라고 들었어요.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와 88만원 세대는 행복할까요?
개인도 학교도 가정도 국가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이 가장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씨가 대통령이 되든 안되든 출마해야 정치권의 의식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을까, 아이들 관련 글 읽다가 뜬금없이든 생각입니다. ^^

hnine 2012-08-05 19:04   좋아요 0 | URL
지나친 경쟁, 남과 비교해서 내가 행복한지 결정하는 풍조 등, 말씀하신대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를 잊은 것 같아요.
위의 책에 나오는 선생님 같은 분이 우리나라엔 왜 안계시겠어요. 하지만 굳은 소신 없이는 교단을 지켜나가시기가 무척 힘드시겠지요.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우리의 의식이 크게 바뀔까,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회의적인거죠?
무척 더운 날씨예요. 집안에서 더위 먹는다더니, 정말 그말이 실감나네요. 건강 살피시기 바랍니다.
 

내가 알고 있는 '코미디'의 정의를 고쳐야할듯.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라고 하니 말이다.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나려고 하는 이 영화, 우리말 제목도 코미디 느낌이 난다, 파니 핑크.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붙인 제목인데, 원제는 Keiner liebt mich. (Nobody loves me.)

 

여기 나오는 사람 중 우리 상식에 정상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다.

 

에디뜨 피아프의 이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가 여러 번 나오고,

아래 동영상은, 절망해서 집으로 돌아온 여주인공 파니 핑크의 서른 번째 생일에, 병으로 죽어가는 이웃, 가짜 심령사 오르페오가 기다리고 있다가 케잌과 노래와 춤으로 축하해주고 있는 모습.

 

 

 

 

 

 

 

엊그제 읽은 책도 삼십세와 관련된 소설이었는데, 우연인가.

삼십세가 그렇게 의미있는 나이였던가. 넘어야할 고비였던가. 삼십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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