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다녀온 곳. 충청남도 부여군 양화면 송정리 송정 그림 마을
남편이 라디오에서 소개되는 것을 들었다고 가보자고 했다.
부여에서 가본 곳이라면 국립 부여 박물관, 공산성, 궁남지 정도인데 송정 그림 마을? 처음 들어본다.
마을 담벼락에 그림 그려놓은 시골 마을 중 한 곳? 그렇다면 새로울 것도 없는데 이 마을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가는 길. 마을 안으로 들어가도 길에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도시로.
가끔가다 만나는 사람은 모두 노인들이다.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니, 북촌한옥마을도 방문시간 제한이니 하는 말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다행히 이 그림책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매우 활발한, 성공 사례라고 마을 찻집을 지키고 계신 젊은 여자분이 말씀하신다. 그 주민들이라는 분들이 대부분 마을에 남아있는 노인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래 사진에서와 같은 그림책이 이분들의 손에서 탄생하였으니까.
그림이니 책이니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먼 생애를 살아오신 마을 어른들을 모으고, 그분들이 살아오신 얘기를 처음엔 녹취부터 시작해서, 그중에 이야기를 가려서 그림 그리고 책으로 만들기 까지, 서울에서 방문하여 지도해주신 기성 그림책 작가분들의 도움이 많았고 이런 사업을 제안하고 추진하는데 부여군청과 마을 이장님의 추진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걸려 그림책이 나왔고, 그것들이 이 그림책 찻집에 전시, 판매 되고 있으며 그림책이 나오기까지의과정이 보고서로,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래 사진에서 <하냥 살응게 이냥 좋아>).
내가 간 날은 일요일이라서 이런 설명을 해주신 이 여자분께서 찻집을 지키고 계셨지만 평일에는 마을 할머니들께서 돌아가며 찻집을 지키고 계시다고 한다.
찻집에서 나와 마을 구경을 하고 다니는 중에 마을 할머니를 만났는데, 구경왔느냐고 물으시며 찻집에도 들러보라고 권하신다. 들러서 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찻집에 손님들 있더냐고 물으신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여기는 관심의 표현이다.
마을이 아담하고 요란하지 않아서 둘러보는데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
왜 그림책 찻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만드신 그림책 몇권을 사오지 못했나 아쉽다.
또 가면 되지.
3-4월이 제일 심심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