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버릇대로 아파트 주위 나무들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나무 가지에서 새둥지와 그 속에서 아기새를 발견했었다.

놀라워서 그날 이후 매일 그자리를 찾아가 아기새와 새둥지가 잘 있나 보고 오곤 했다.

무슨 새일까. 둥지 속 아기새를 봐서는 아직 특징적인 형태 구별이 잘 안갔지만 나무 주위에 많이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유독 한 형태의 새가 우세했다. 아마도 그 새들의 새끼이겠지 짐작하고 집에 와서 조류도감을 뒤져보니 물까치인 것 같다.

 

 

 

 

 

 

 

 

 

 

 

매일 가서 보고 오기를 일주일쯤 한 어느 날.

둥지가 비어있다.

아기새가 이제 다 커서 자기 날개로 날아갔나보다.

빈둥지만 남기고.

 

서운했지만 대견하고 다행스러웠다.

빈둥지.

그건 서운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괜히 감정이입해보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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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30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6-30 10:09   좋아요 1 | URL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가 되어보니 저런 장면들 하나하나가 예사로 보이지가 않아요. 더구나 제 아이도 언젠가 저렇게 둥지를 떠날 생각을 미리 해보면서 빈둥지 증후군은 사람한테나 있는것 아닌가 생각을 했답니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데 부모 욕심이고 애착이고 집착이라고, 미리 마음도리를 하는거죠.

양철나무꾼 2018-06-3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제 곁에서 벗어나려는 저희 아들(무려 스물 셋입니다~--;)을 보면서 서운하기도 하고 대견하고 다행이라는 양가감정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님의 저 표현 ‘그건 서운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말에 저도 감정이입하게되고,
그렇게 표현해주신 님께도 많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그건 서운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저 표현 많이 위로가 되네요~^^

hnine 2018-06-30 19:58   좋아요 1 | URL
스물 셋이면 엄마 곁에서 벗어나려고 하는게 그야말로 자연스런 일이지만 엄마 맘은 자식이 몇살이든 서운한건 여전할거예요. 어릴 때 수다꾼이었던 제 아들은 갈수록 말이 없어져가고, 원래 말이 없던 저는 갈수록 말수가 더 많아져간답니다. 제가 세마디 하든 열마디 하든 아들은 늘 한마디로 대답만 하고 마니까요. 저 녀석이 이제 부모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구나, 엄마 유효기간은 이제 다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서운, 섭섭, 내 인생 돌아보기 등등, 저의 정서가 심히 불안정한 상태거든요. 그래서 저 새둥지도 예사로 안보였을거예요.
양철나무꾼님, 부모가 놓아주는 때가 바로 아이가 어른으로 되는 날이래요.
저의 별스럽지 않은 글에 공감해주시는 양철나무꾼님 마음이 저도 너무 잘 이해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내가 만약 재주가 있어 시인이 되었다면 이런 느낌의 시를 비슷하게라도 쓰지 않았을까. 감히 그런 생각이 들게 한 시인이 있었다.

조은.

1960년 안동 출생. 1988년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를 <세계의 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한 시인이고 에세이집도 냈으며 동화도 썼다.

사실 내가 조은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된 건 시도 아니고 에세이도, 동화도 아니었다.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을 처음 만났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바로 이 책에서.

 

 

 

 

 

 

 

 

 

 

 

 

 

 

 

 

 

 

사직동에 있다는 그녀의 작고 소담한 집이  이 책에 다른 집들과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드러나게 치장하지 않았지만 잘 보면 그녀 방식으로 나름 치장되어 있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한동안 눈길을 붙잡아 두는 그런 집이었다.

 

 

 

 

 

 

 

 

 

 

친한 문인들이 놀러와서 낮잠을 자고 가기도 한다는 말이 이해될 만큼 처음 방문한 사람도 푸근하게 쉬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집. 익숙한 물건들이 정갈하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집.

집 주인에게는 물건들이 아니라 한 식구이고 친구인 것 같은 사물들, 그리고 집 자체.

이렇게 혼자 집을 꾸미고 사는 사람이 쓰는 글은 어떤 글일까 궁금해서 그녀의 책을 사서 읽어보기 시작했던 것이 그녀 글과의 본격적인 만남이 되었다. 에세이, 시, 그리고 동화의 순서로.

 

최근에 읽은 조은의 책은 hellas님 서재에서 보고 오랜만에 구입한 시집이다.

 

 

 

 

 

 

 

 

 

 

 

 

 

 

 

 

 

 

 

그녀가 서 있는 곳이 비록 벼랑이긴 하지만, 떨어질 자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버티고 있는 자세. 그래서 알면 알수록 시인에게서 처음에 안보이던 생에 강단과 애착이 느껴지는 그런 시들.

 

내가 만약 시인이 되었다면 이런 느낌의 시를 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는데, 그러고보니 그녀의 집을 보면서도 내가 만약 혼자 살았다면 이런 방에서, 이런 집에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만한 일은 세상에 널렸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나는

엉덩이를 의자에 다시 내려놓고

종착역까지 갔다

 

 

 - 조은의 시 <옆자리> 중 -

 

 

 

웬만한 일은 세상에 널린 일이라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받아들이며 어쨌든 종착역까지 가겠다는 마음.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 시인에게, 동시에 나 자신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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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6-30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태준 시인의 <느림보 마음>이라는 수필집을 읽으면서 든 생각. - 내가 수필가였다면 이런 글을 쓰고 싶었을 거야, 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작가가 있더라고요.

hnine 2018-06-30 12:58   좋아요 1 | URL
=3==3=3 --> 문태준 시인의 수필집 사러 가는 제 발걸음입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어서요.

Nussbaum 2018-07-0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은 시집이 곧 옵니다.

오면 다이어리에 시 하나 적어보렵니다. 어쩌면 hnine님께 답페이퍼를 쓸지도요^^

hnine 2018-07-02 23:31   좋아요 0 | URL
선입견 없이 무심한듯 만나보시길. 그녀의 시들을요. ^^
 
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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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의 노래 제목 A winner takes it all 은 아마도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 금메달과 은메달, 1등과 2등의 세계는 비슷하지도 않다. 결과의 잘한 순서가 아니라 승자와 패자로 부르는 세계. 스포츠의 기원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현대로 오면서 비즈니스와 연결되며 변질된 것인지 모르겠다. 스포츠에 대해 취미도, 관심도, 잘 하지도 못하는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데는 아마 우리 아이가 한때 아이스하키에 열중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다.

가상의 마을 베어타운. 작가가 스웨덴 작가이기때문에 소설의 배경 역시 스웨덴이 아닐까 짐작할뿐 책 어디에도 특정 나라이름이 나오진 않는다. 궁금하기도 했지만 차차 궁금하지 않게 되었던 것은 어느 나라 어떤 국민인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베어타운이라는 작은 마을. 있던 공장 마저 폐쇄 위기에 있을 만큼 쇠락해져가는 마을이다. 이 마을이 오로지 희망을 거는 것은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팀이 우승을 하여 마을 입지를 회복시켜주고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아 일자리 걱정 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유망주 케빈에 거는 기대를 거는 것은 그래서 단지 팀 단장, 코치, 가족 뿐 만이 아니다. 온 마을의 문제이다. 케빈을 위해서가 아니고, 아이스하키를 위해서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시합을 코 앞에 두고 마을 청소년아이스하키팀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하고 목격자도 있지만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교묘하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뀔 상황까지 치닫는다. 이렇게 몰고 가는 주체는 누구일까. 단순히 처벌을 피하고 싶은 피해자와 그의 가족이 주체일까. 그렇다면 오히려 예측 가능하고 뚜렷하므로 당당히 비난할 대상에 올릴 수 있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나만 관련된것도 아니니 책임질 일도 없고, 하지만 큰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실을 암묵하는 것으로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는 생존과 관련된 인간의 이기심이다.

작가는 숲 속에서 누군가에게 쏘는 총소리가 나는 것으로 책의 첫 페이지를 시작함으로써 독자의 주의를 끌고자 했다. 이야기의 플롯 자체는 아주 새로울게 없는데도 560쪽까지 끌고 간 능력이 대단하다. 동시에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 간추려 썼더라면 오히려 긴박감과 흥미가 더 했을텐데. 등장 인물의 숫자도 지나친 감이 있는 것이, 모든 등장 인물들 충분히 그 역할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 그렇게 긴 전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는 결말도 시원치 않다. 민감한 반응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결말 역시 당연한 처벌을 벗어나 미화된 경우 아닌가 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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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선만 눈에 들어오는 아파트 숲에 살다가

여기 오니 수평선이 우세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져요.

 

 

 

 

 

 

할아버지가 강아지에게 나 따라오라고 했을리 없을텐데

까만 강아지가 오토바이 탄 할아버지를 쫓아 열심히 달립니다.

 

 

 

 

 

 

 

 

 

 

 

 

 

 

 

 

 

 

 

 

초록도 짙은데, 지붕과 벽의 주황색, 파랑색까지 합세.

 

 

 

 

 

낮은 담, 낮은 벽.

 

 

 

 

 

돌담 사이 개양귀비 꽃이 보이시나요?

 

 

 

 

 

열려있어요.

잠겨있을 것 같지만.

 

 

 

 

 

 

 

 

담의 소재는 사철나무와 대나무

 

 

 

 

 

 

 

 

 

 

 

 

 

 

 

 

 

 

 

 

 

 

 

 

 

포도가 익어가고

 

 

 

 

 

 

사과도,

 

 

 

 

 

 

 감도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밭에 양파가 저렇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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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다녀온 곳. 충청남도 부여군 양화면 송정리 송정 그림 마을

남편이 라디오에서 소개되는 것을 들었다고 가보자고 했다.

부여에서 가본 곳이라면 국립 부여 박물관, 공산성, 궁남지 정도인데 송정 그림 마을? 처음 들어본다.

마을 담벼락에 그림 그려놓은 시골 마을 중 한 곳? 그렇다면 새로울 것도 없는데 이 마을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가는 길. 마을 안으로 들어가도 길에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도시로.

가끔가다 만나는 사람은 모두 노인들이다.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이니, 북촌한옥마을도 방문시간 제한이니 하는 말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다행히 이 그림책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매우 활발한, 성공 사례라고 마을 찻집을 지키고 계신 젊은 여자분이 말씀하신다. 그 주민들이라는 분들이 대부분 마을에 남아있는 노인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래 사진에서와 같은 그림책이 이분들의 손에서 탄생하였으니까.

 

그림이니 책이니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먼 생애를 살아오신 마을 어른들을 모으고, 그분들이 살아오신 얘기를 처음엔 녹취부터 시작해서, 그중에 이야기를 가려서 그림 그리고 책으로 만들기 까지, 서울에서 방문하여 지도해주신 기성 그림책 작가분들의 도움이 많았고 이런 사업을 제안하고 추진하는데 부여군청과 마을 이장님의 추진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걸려 그림책이 나왔고, 그것들이 이 그림책 찻집에 전시, 판매 되고 있으며 그림책이 나오기까지의과정이 보고서로,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아래 사진에서 <하냥 살응게 이냥 좋아>).

 

내가 간 날은 일요일이라서 이런 설명을 해주신 이 여자분께서 찻집을 지키고 계셨지만 평일에는 마을 할머니들께서 돌아가며 찻집을 지키고 계시다고 한다.

 

 

 

 

 

 

 

 

 

 

 

 

 

 

 

 

 

 

 

 

 

 

 

 

 

 

 

 

 

 

 

 

 

 

 

 

 

 

 

 

 

 

 

 

 

 

 

 

 

 

 

 

 

 

 

 

 

 

 

 

 

 

 

 

 

 

 

 

 

 

 

 

 

 

 

 

 

 

 

 

 

 

 

 

 

 

 

 

 

 

 

 

 

 

 

 

 

 

 

 

 

 

 

 

 

 

 

 

 

 

 

 

 

 

 

 

 

 

 

 

 

 

 

 

 

 

 

 

 

 

 

 

 

 

찻집에서 나와 마을 구경을 하고 다니는 중에 마을 할머니를 만났는데, 구경왔느냐고 물으시며 찻집에도 들러보라고 권하신다. 들러서 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찻집에 손님들 있더냐고 물으신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여기는 관심의 표현이다.

 

 

마을이 아담하고 요란하지 않아서 둘러보는데 그리 오래걸리지 않는다.

왜 그림책 찻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만드신 그림책 몇권을 사오지 못했나 아쉽다.

또 가면 되지.

3-4월이 제일 심심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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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6-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5월에 독서탐방으로 다녀왔지요.
어르신들이 손수 만든 주먹밥 도시락도 인상적이었어요.
정갈하고 고즈넉한, 햇살 듬뿍 담은 마을이 이쁘더라구요.

hnine 2018-06-19 19:33   좋아요 0 | URL
세실님, 다녀오셨군요 ^^
주먹밥 도시락은 단체 손님이나 미리 예약한 경우에만 제공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찻집 뒷편에 식당도 짓고 있다고 하더군요.
올 가을엔 인형극도 올릴 계획이라 지금 어르신들이 인형극 맹연습 중이시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