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버릇대로 아파트 주위 나무들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나무 가지에서 새둥지와 그 속에서 아기새를 발견했었다.
놀라워서 그날 이후 매일 그자리를 찾아가 아기새와 새둥지가 잘 있나 보고 오곤 했다.
무슨 새일까. 둥지 속 아기새를 봐서는 아직 특징적인 형태 구별이 잘 안갔지만 나무 주위에 많이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유독 한 형태의 새가 우세했다. 아마도 그 새들의 새끼이겠지 짐작하고 집에 와서 조류도감을 뒤져보니 물까치인 것 같다.
매일 가서 보고 오기를 일주일쯤 한 어느 날.
둥지가 비어있다.
아기새가 이제 다 커서 자기 날개로 날아갔나보다.
빈둥지만 남기고.
서운했지만 대견하고 다행스러웠다.
빈둥지.
그건 서운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괜히 감정이입해보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