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서 살다
조은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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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에서 소설가 신경숙은 그녀를 차가운 불꽃나무 라고 일컬었다. 마음 속에 차가운 불을 지니며 모든 순간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녀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그녀의 집을 보면서였다. 어느 책에 소개된 그녀의 열 몇평 짜리 한옥 집, 혼자 먹고, 자고, 글을 쓰는 그 고즈넉하고 평온한 집은 작고도 충만해 보였다.

그리고서 그녀의 시집을 구해서 읽어보았다. 외로움을 딛고 그 힘으로 사는, 위에 말한 그 차가운 불꽃이 느껴졌다.

그녀의 산문도 읽어보자 하여 이 책 <벼랑에서 살다>를 읽게 되었다. 열네평 짜리 사직동 그녀의 집은 이 책에서도 역시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이다. 이 책 속의 어느 글도 집과 연관되지 않은 글이 없을 정도로. 사진가 김홍희의 사진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글에 과장이 없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시키려고 매달리지 않는다. 의무적으로 써댄 글이 아니라, 자신의 정성을 다해 한자 한자 써내려갔다는 느낌을 받으며 끝까지 읽었다.

매순간을 벼랑에서 사는 것 같다는 것은 유감이다. 누구이던지간에 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는 벼랑이 아니라 평지의 안도감과 평안함을 느끼게 되길, 저자에게도 나에게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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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7-10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은을 한번 만나야겠어요..벼랑 끝에 선 그녀를 말에요~
벼랑 위에서,,평지의 평온함을 가지려구 노력하는 삶이 우리들 삶인거 같애요...
님도 저도..그런 마음 안에서 살아보아요,,아자아자!!!

hnine 2007-07-10 18:20   좋아요 0 | URL
인정하기 싫어도, 대한민국에서 여자 혼자 살아내기란 쉽지가 않구나 하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랍니다. 하니님, 이사 무사히 마치시고, 서재에 자주 들러주셔요...
 
다보탑을 줍다 창비시선 240
유안진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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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와 함께 유행가처럼 우리들 입에 오르내리던 한 편의 글이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였다. 나 역시 숱하게 그 글을 맘에 드는 친구들에게 정성껏 적어 보냈었다. 베껴 적고 있는 동안의 기쁨이 더 컸고 그 글을 적어 보낼 대상이 자꾸만 더 생겨나기를 바랬었다.
이후로 유안진 시인의 수필, 시집은 거의 다 구해 읽었고, 시집의 대부분은 지금도 책꽂이에 간직하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고 같은 과 친구 중의 한명은 말하기를, "무슨 글이 이렇게 다 사는게 힘들다는 불평뿐이니.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아마도 힘이 들때 내 기분과 비슷한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 기분과 반대의 글을 읽으며 더 기운을 내는 사람이 있는가보다.

이 시집은 2004년에 출간되었는데 아마 제일 최근에 펴낸 시집이 아닌가 한다. 시집 뒤에 실려 있는 해설에도 나와있듯이 유안진은 자의식이 무척 강한 시인이다. 내 안의 내가 크게 자리하고 있어, 그것이 삶의 짐이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하는.
수십년 전 부터 시만 쓰고 살고 싶다던 이 시인은 몇 해전에 드디어 정년을 맞기 전 스스로 교수직에서 사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 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
........(중략)..................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죄다
('비 가는 소리' 중 일부 발췌)

 다른 시집에 실린 그녀의 시 <사리>에서, 사는 동안의 고뇌와 진심이 모이고 굳혀져 드디어 몸에 사리가 생겨났다고 노래했던 그녀. 내게 있어 유안진의 시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굽히지 않고 지켜가는 그 자의식, 고집스러움이 달라질 전조인가. 비 '오는' 소리가 아닌 비 '가는' 소리를 노래한 것을 보면. 아니 아니, 섣부른 추측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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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09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희 고등학교때 윤리선생님이 억지로 외우게 했던 기억이 나요. 아직은 많이 가물가물 하네요. 찾아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어요.

hnine 2007-07-09 12:58   좋아요 0 | URL
이럴때 바로 허걱~ 하는 말 하는 것이겠지요. 외우기에는 긴 글인데 그것도 억지로 외우라고 하셨다니, 좋다가도 정 떨어지는 글이 되었을수도 있으셨겠네요.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 엄마학교 교과서
서형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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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06년 나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책 중 한 권이 이 저자의 책이다. <엄마학교>, <거꾸로 사는 엄마> 에 이어, 새 책이 곧 또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기다리다가 어제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바로 이 책<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역시 단숨에 읽었다. 하긴 이 책은 읽기만 하기보다는 볼거리가 많은 책이다. 2006년 9월에 서울 북촌 한옥 한채에 '엄마학교'라는 것을 열고 안팎으로 꾸려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엄마학교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사진과 거기에 담겨 있는 사연과 함께.

저자의 글, 또는 말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달콤한 육아, 편안한 교육, 행복한 삶'
이 중 어느 하나도 자신있게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우리 엄마들. 육아가 달콤하던가, 아이의 교육문제를 생각할 때 편안하기만 하던가, 제일 중요한 것 지금 나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런데 저자가 하는 말을 들어보라. 육아가 달콤했다고 한다. 편안하게 교육시켰다고 한다. 매일 오늘과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오늘을 산다고 한다.
이 사람이 사회의 어떤 뚜렷한 분야에서 업적과 성과를 이룬 사람이던가? 뛰어난 미모로 세상에 알려진 사람이던가? 사회의 부조리와 정의를 위해 팔 걷어부치고 치열하게 싸우듯이 살아온 사람이던가?

그냥 보통의 엄마로만 보이는 사람. 나를 사랑하듯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았고, 내 아이가 중하니 다른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도 관심을 가졌고, 그래서 먹을 거리, 환경,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한살림'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람. 이런 제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 글도 쓰고 강의를 해오며 늘 머리를 깨워 두고, 마음을 열어 두었으며 손은 바빴다. 저자의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던 것을, 한번 읽고 또 한번 읽고 저자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새로이 이 책도 읽어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보통의 소신과 주관, 자신감, 그리고 여유로 자신을 다스리고 채우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삶의 방식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보통 내 아이가 행실이 바르지 않아 보이는 아이와 어울리는 것을 보면 내 아이가 그 아이를 닮아갈까봐 불안해하며 멀리했으면 하고 내심 바라는 것이 보통 엄마들인데, 저자는 저 아이가 내 아이를 닮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니, 종이 한 장 차이 같지만 그런 마음 가지기가 쉽지 않음은 모든 엄마들이 인정할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욕심을 조금만 버리라고 한다, 아이든 남편이든 내 맘대로 하려들지 말고 기다려주라고 한다,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한다. 눈치 챘겠지만 내가 상대하는 대상을 바꿔놓으려 하지 말고, 내가 시선을 바꿔보고 서서히 상대와 교통해나가는 것이다 서서히.

실제로 저자의 글이나 말에서는 은근히 자부심과 당당함이 전해진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을 하는 존재라고, 그냥 저절로 되어지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안된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공부'하라고 한다.

생각컨대 나는 여전히 저자의 글에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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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라는 직업,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전 별로 잘 해내지도 못하고 있구요.
그래요, 그것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자부심을 기본으로...^^

hnine 2007-07-06 18:18   좋아요 0 | URL
처음에 그냥 온화하고 자애로운 전통적인 엄마의 이미지로, 그런 엄마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라...라는 내용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뒤통수를 맞았지요. 인생의 성공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하늘바람 2007-07-07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봐야겠네요. 저도 요즘 참 많은 생각을 해요. 벌써부터 태은이가 보통 성질이 아니겠다싶은 ㅎㅎㅎ 그래서 이 아이를 바르게 키우려면 그러고도 요즘 교육세태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뒤떨어지지 않게 하고픈 엄청난 욕심. 따스한 엄마로 기억되고 픈 맘 어느 하나 쉬운게 없더라고요

하늘바람 2007-07-07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2006년 님의 결정이 궁금하네요

hnine 2007-07-17 14:50   좋아요 0 | URL
저는 모든 엄마들에게 저자의 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모든 부분에 수긍이 가지는 않겠지만 한번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봐요. 보통 대범한 엄마가 아니거든요. 2006년에 저는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지요 ㅋㅋ ^ ^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 이경자의 딸에게 쓰는 편지
이경자 지음 / 향연 / 2007년 6월
절판


중독의 이유

: 사람은 자기 자신을 송두리째 던지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빠질 때가 있다. 일에 명예에 자식에 연인에 도박에 자신을 모두 내던져 버린다. 그러나 일이나 명예나 자식이나 연인이나 도박에서 결코 자신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공허에서 비롯된 중독이기 때문에 번뇌를 불러올 뿐이다.-27쪽

일이란 외부와 소통하고 자기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37쪽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니다

: 모든 문제는 자연에 해답이 있다.
뿌린 씨앗의 싹이 누렇게 마를 때,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원인을 살펴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다. 삶이 곤경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 시기가 자신의 전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판단이다. 누구에게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지 않다.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도 아니다.-164쪽

성공

: 성공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니다. 행복한 것이 성공한 것이다.-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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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5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7-06 09:50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저도 그래서 밑줄그어 놓았답니다.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 - 이경자의 딸에게 쓰는 편지
이경자 지음 / 향연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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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여년 전, 책으로도 히트였고,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만들어져 더욱 유명해졌던 작품이 저자의 <절반의 실패>라는 소설이었다. 20년 후, 이제는 다 자란 그녀의 딸 둘을 포함하여 나아가서 이 땅의 모든 여자들을 향하여 저자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는 제목의 책을 내었다.

28년 결혼 생활을 이혼으로 마무리한지 3년. 그제서야 이혼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혼하고 나서야 결혼을, 그리고 남자를 더 잘 알게 되었단다. 이제 그녀는 한 고비 넘긴 사람의 목소리로 조용하게, 하지만 힘있게 말한다. 사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음을, 그러면서도 인생에 대해서 섣불리 판단하고 단정짓지 말라고.
절반의 실패라는 소설이 뭔가 고발하고 폭발하고 마는 인화성 스토리였다면 이 책 <딸아, 너는 절반의 실패도 하지 마라>에서는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고 , 그러기 위해서 우선 자신을 잘 가라앉히라고 충고하고 있다. 신혼의 갈등을 몸살로 비유하며,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하다고, 네 안에 시어머니가 있다는 말, 모성애라는 이름의 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묻고 있다. 심한 결핍은 병적인 집착을 낳는다는 것을, 그래서 첫 아이를 낳고 자식에게 나의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이제는 그것을 알겠다고 고백한다.

끓을 때 익지 않는다 : 음식은 가장 높은 열에서 끓지만 끓을 때 익지 않는다. 끓고 나서 약한 불로 뜸을 들일 때 익는다. 과일은 한여름 무더위에 몸통을 키우지만 맛을 내지는 못한다. 대기에 수분이 줄어들고 땅이 입을 다물어 물을 삼키지 않는 건조한 가을볕에 빛깔이 짙어지고 맛이 든다. (본문 24쪽)

내가 읽었던 예전의 그녀의 소설이 '끓고 있는 중'의 글이었다면, 지금 이 책에서 만나는 글은 충분히 끓어 익은 글이라고 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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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05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7-06 09:52   좋아요 0 | URL
처음에 이 작가를 볼 때는 다 옳은 말이면서도 어딘지 날이 서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는데, 시간과 연륜은 사람을 참 많이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