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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품절


'한때 그렇게 빛나던 광채가 지금 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진들 어떠랴, 풀의 광휘의 시간, 꽃의 영광의 시간을 다시 불러오지 못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며 영원불멸의 시를 읊던 방식을 곧이곧대로 이해하는 것이 나의 여행 방식이다.-57쪽

모든 대상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에 따라 좋거나 나쁜 것으로 인식될 뿐이라는 것도 여행 덕에 알게 되었다.-58쪽

잔말 말고 딱 네 방식으로 단순 명료해져라. 너 이상의 존재가 되려고 하지 마라. 너 아닌 존재가 되려 하지 마라.-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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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과 관련된 가벼운 사유의 흐름으로 역어진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나도 모르게 저자가 잘 나가는 여성 라디오 PD라는 것에서 선입관을 가졌나. 정말 나도 모르게 말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소개된 책들을 봐도 그렇고 저자의 그 사유의 흐름이라는 것이 누구든지 쉽게 따라갈만 한 수준의 것이 아니더라는 것.
책 속에서 수백 종류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것은 이 정도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 자체가 마치 책 속에서 영위되는 듯한 느낌. 책으로 묻고 책으로 답하고, 책으로 생각을 이어나가는 듯한 삶의 방식.
그녀가 책 만큼 좋아하는 '여행' 역시 하나의 삶이 아닌 수백 개의 인생을 꿈꾸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니, 소원대로 여행과 관련된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녀의 독서 편력은 문학적인 책 읽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사다큐 전문 프로듀서로서의 경력때문일까. 사회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뻗고 있는 촉수가 여기 저기서 드러난다.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에서 '사람들은 왜 전쟁의 참사를 기록한 끔찍한 사진을 보는가?'라고 던진 질문을 소개하며,
오로지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 두어야 하는 이유, 그것은 내가 세계를 대하는 방식이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리라는 말을 쓸 때 가슴에 손을 얹고 조심하게 되었다. 뭔가 행동할 수 있을 때에만 '우리'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우리'라는 말을 하는 관계를 늘리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사회에서 할 일이다. (81쪽)
라고 말하고 있다. 한동안 가슴에 남을 것 같은 구절.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려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그녀는 그 반대로 대답한다. 책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이유는, 책은 고독 속에 있으면서도 끝없이 세상과 연결하고 대면할 기회를 갖게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그녀가 이 책에서 소개하거나 언급한 여러 권의 책들 중 따라서 읽어봐야 겠다고 메모해 놓은 책은 한 권도 없다. 어쩌면 한 권도. 리뷰 제목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붙인 이유가 될까.
마지막으로 제대로 멋진 인간을 이렇게 표현해 놓은 것이 재미있어서 옮겨 본다.
'시니컬한 줄 알았더니 뜨거운, 안 할 줄로 알았는데 하는, 관심 없는 줄 알았지만 관심 있는, 쿨한 척하지만 찐득찐득한, 무정한 줄 알았더니 껴안아주는, 다른 줄 알았는데 닮은, 혼자인 줄 알았는데 옆에 있어주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호통지면서도 존중하고, 경멸하면서도 끌어안고...' (225쪽)

아, 이 책 읽고 따라해보고 싶은 것은 있다. 무더운 여름 밤에 스메타나의 <몰다우> 들어보기, 52쪽에 소개된,  지명 이름을 따라서ㄱ,ㄴ,ㄷ 순서로 내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보기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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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이 음악책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마 전문적인 음악 서적까지는 안 될거라는 겸손의 표현이 아닌가 한다. 전문성의 여부를 떠나서, 음악 이야기는 음악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인 감정이입이 무척 많이 들어가 있는 글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시도 사람에 대한 생각을 안 하는 적이 없다는 말에서도 보이듯이, 사람과의 관계, 그 사이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듯한, 굉장한 자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닐까. 이런 사람에게 음악은 정말 숨통일 수 있다. 혼자서 빠져들수 있는, 무한한 감정의 세계, 카타르시스의 세계로의 입구 같은 것일테니.
아주 지긋지긋한 젊은 시절을 보내며, 지긋지긋한 사랑도 해보고, 그 정도의 가난도 겪어보았다는 이 사람은, 그래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봄 햇살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은 부디 하지 마시기를. 시간의 바깥에 나가 우두커니 서 있는 저 공원의 노인, 저 상심한 청년, 저 매 맞은 아이에게 봄날의 햇살은 희망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시기를. (54쪽)

이런 시선으로 그가 한시도 생각하지 않는 적 없다는 사람을, 주변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오랜 경륜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딱 떨어지는 글솜씨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부란 비적대적 모순관계의 전형적인 것.(75쪽)
음악은 언어와 사고로는 번역되지 않는 순수 추상의 세계 (117쪽)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제일 뚫어져라 읽은 부분은 피아니스트 김 용배를 언급한 대목이다. 오랜 만에 들어보는 그 이름을 뜻밖에 대하고는 잠시 가슴이 멍 해졌다. 불편한 다리로 무대에 오르던, 조용하지만 다부진 인상의 그가 보여준 연주는 얼마나 격정적이었던가. 같은 말을 저자도 하고 있었다. 또, 영화 <조지아>를 각별히 여기는 그의 감상문 하나로도 저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 평을 이렇게 분석적으로, 잘 썼다니. 이 사람 자체가 그런건가, 글을 쓰는 솜씨라고 해야하나.
부분 부분, 조금만 절제하며 썼으면 하는 곳도 많이 눈에 띄어 거북한 마음이 살짝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솔직했으니, 좀 과장스럽게 느껴짐은 그의 감상적인 성향때문이지 의도적인 부풀림은 아닌 것 같다. 음악과 삶이 구분되지 않는 그의 일상에도 불구하고 클래식은 이제 사양길이라고 하지 않는가. 첨단의 음악은 아니라고.
본문중에 나오는 그 많은 음악들중 읽으며 메모해 놓은 곡은 딱 한 곡. 바흐의 <악투스 트라지쿠스, BWV 106>. 칸타타 제 106번이라고 불리는 곡이다. 되도록이면 칼 리히터 본을 들으란다.
이 책의 리뷰는 이런 시간이 아닌, 새벽에 쓰고 싶었는데, 그만큼 미루고 있기 싫은 마음에 지금 후다닥 올린다.
마지막으로 그가 영화 <조지아>감상문 끝에 붙여 놓은 그의 자작시.

이제 천국은

죄에 의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진창에 뒹굴어 가벼운 육신
이제 천국은 살아갈 나날을 기다리지 못하여
천사들만 살기로 모의한 나라
천국의 천사들의 유쾌한 합창
벌떼처럼 달려들어 꿀 먹는 나라
꿀처럼 단잠에 취하는 거기
죄에 의해서 편안해지고
진창에 뒹굴어 가볍고 가벼운
아, 아프지 않은 천국

참 별스럽다.

그의 당부대로, 이 책은 음악책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저자가 무엇에 대해 쓰든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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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04-1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아서, 이사람 책을 다 샀더랬어요. 가장 최근에 나온 나는 왜 나인가 뭐인가 하는 책은 비슷한 어조였지만 실망스러웠고, 그런고로 또 다른책 나의 레종데트르는 보류중이에요. ^^ 이 책,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는 참 좋지요. 그지요?

hnine 2008-04-20 00:16   좋아요 0 | URL
예, 좋던데요.
 
우리 곁에서 만나는 동서양 신화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0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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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렇게 신화의 대명사처럼 여러 사람에게 인식되어 있는 것은 그동안 모든 문명의 근원을 자신들의 역사에서 찾고 싶은 서방 기독교 세력에 의해 강조되고 적극적으로 전파되었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신화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이 책에서는 영화로 만나는 신화, 그림으로 만나는 신화, 절에서 만나는 신화, 길에서 만나는 신화, 일상에서 만나는 신화 라는 주제 아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서로 관련된 신화들을 묶어서 재미있게 편집이 되어 있다. 영화로 만나는 신화에는 <글래디에이터>,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등이 소개 되어 있는데, 영화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신화는 단골 주제가 되어 오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신화는 단순히 현실성 없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바램에 따라, 인간이 믿고자 하는 것에 따라 생겨난 이야기이기 때문에, 북유럽 신화, 한국 신화, 인도 신화, 일본 신화, 불교 신화 등 많은 종류의 신화들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원형 (prototype)'이라고 하던가.
말의 옆구리에서 태어나고, 괴물을 물리치고, 다른 세계를 들락거리는 등, 허무맹랑한 옛날 이야기로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 속에 담겨 있는 상징성 찾기의 단계로 넘어가면, 그때 신화의 묘미가 짚어진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알겠다. 신화의 어디에나 출현하는 영웅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들 영웅이 물리치는 대상은 단지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 앞에 닥친 어려움이나 고난을 의미하며, 그것을 극복하여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목표를 이룬 사람이 바로 영웅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웅이 상대로 하는 괴물이란,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욕심과 질투, 시기심, 남과 다투려는 마음이기도 하다는 것. 영웅의 일생을 보면 신화의 종류를 막론하고 어떤 패러다임이 있다. 출생, 성장 과정, 부름을 받음, 고난 등등. 그래서 신화는 많고도 적다고 말하고 싶다. 종류는 많지만, 어떤 묘한 공식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인간은 자신들의 믿음과 바램, 또한 스스로 세상의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화'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아직 보지 못한 신화의 또다른 얼굴 찾기는 확실히 매력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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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마음공부
권도갑 지음 / 열음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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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고 보면 생각이란 욕심이나 계산과 연관되어 있을 때가 많다.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진심을 따로 헤아리기 위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내 맘대로 할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안보이는 것을 굳이 찾아서 보기 위해서, 내가 아닌 다른 어떤 누가 되기 위해서.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한다고 하는 생각들이 오히려 나 자신을 괴롭히고 상처를 준다.
저자는 수년 동안 원불교 교무로 봉직해오며 마음 공부 방법론을 강의해왔다고 하는데, 나는 원불교에 대해 아는바 거의 없고, 저자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었으나 어느 날 일간신문에 이 분의 인터뷰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이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생각을 놓고, 분별을 놓고, 일상 생활에서 늘 자기를 살피고 깨어나게 함으로써 삶의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고 해결하라고 가르친다. 문제는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있는 것이니 내 마음을 바로 사용하도록 마음 공부를 하라고 한다. 본디 사람의 마음은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으며, 선과 악을 구별하려는 분별에서 자유로와지라고.
마음에 안드는 어떤 것을 애써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그것에서 자유로와진다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나를 진실로 사랑하며 밝게 살아가는 길이라니.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부단히 무언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상대의 문제점을 보고 강하게 혐오합니다. 그의 허물을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러나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를 통해서 나를 보면 그의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47쪽)

언젠가 배우자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에게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배우자를 가졌다는 것의 의의는, 내가 어렵고 힘들 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를 가졌다라기 보다는, 그를 통해 내 마음 수양의 기회를 부여받았음이라고. 계획하지 않았던 말이 내 입에서 저절로 나와 나도 자꾸 돌이켜 보는 말이다. 배우자의 못마땅한 점은 바로 내가 자신에게 못마땅하던 점이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라는 본문중의 말과 통하는 것일까.
내가 최고이며, 지금 내 앞에 일어나는 어떤 일도, 어떤 사람도 나에게 가장 좋은 일, 좋은 사람이고, 주어진 환경 또한 내게 가장 좋은 것임을 인정하고 자각하는 것. 중요한 것은 그 일, 사람,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니까 말이다.

이전에 읽은 책, '관(觀)', 그리고 '지금도 쓸쓸하냐'를 여러 번 떠올렸다.
나는 나로서 살아갈 뿐이다. 지난 일을 괴로워하지 않고, 오지 않은 앞날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조바심 내지 않으며, 오늘을 나로써, 내 식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 뿐이다.
또 한번의 가르침.
나는 아직도 이런 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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