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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발견 - 창의성은 언제, 어디서, 무엇에 의해, 어떻게 발현되는가
최인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월
평점 :
저자 최인수.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몰입'으로 유명한 시카고 대학의 칙센트 미하이 교수 밑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전 세계 창의적 인물들에 관한 프로젝트에 보조 역할로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로도 창의성 연구를 계속하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현재까지 창의성, 영재성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부족한 분야, 그리고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제일 염두에 두는 분야. 바로 창의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어떤 어려운 시험에 합격을 한 사람, 수석으로 합격,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 등을 부러워하며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왔지만, 지금은 그것이 꼭 어떤 분야의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 같은 것이라고 보는 믿음이 점차 약해져 가고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독특한 발상, 뛰어난 창의력이 오히려 더 어떤 분야의 성공의 키가 된다고 보는 경향이다. 예전에도 학교 성적은 별로이면서 우수한 두각을 나타내는 예가 있긴 있었지만 요즘은 갈수록 그런 예가 훨씬 더 빈번하게 보이고 있고, IQ 한 가지로 나타내던 인간의 지능은 다중 지능 이론에 따라 최소한 여덟 가지의 지표로 나타내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요즘은 자기 아이를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 보다 남보다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창의성이란 주제는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제 새로운 성공 키워드, 교육 키워드가 된 마당에 그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가, 혹시 그런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기대했던 정보를 많이 얻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창의성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기존의 다른 책과의 차별화를 의식했는지 '한국인을 위한, 한국적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들고 있는데 크게 두드러진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굳이 찾아보자면 '태극창의성' 정도랄까. 일반적으로 양극단적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립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창의성이 고양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내향성과 외향성, 남성성과 여성성,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 상상력과 현실 감각, 겸손과 자존심, 놀이와 일, 전통과 혁신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남학생은 제때 우는 연습, 여학생은 평소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연습을 권장하기도 한다.
창의성의 제일 바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본인이 재미있어하는 주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본인이 재미있어하는 주제를 선택하고 이를 열심히 할 때 나오는 결과물. (140쪽)
창의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지만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부모는 있다는 말은 역시 아이 키우는 부모가 보면 눈이 번쩍 뜨일 말. 통합과 분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가족 유형에서 창의적인 영재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즉 가족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가족 구성원 각자의 정체성과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존중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부모가 다 계획해주고,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시하며, 아이가 절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도록 조정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닐 것이다. 제일 이상적인 경우는 스스로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싶어할 때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겠지만 혹시 잘 하고 있던 것이라도 흥미를 잃은 것 같은 경우엔 억지로 계속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또 그냥 중단하게 하는 것 보다는, '잠시' 중단해보는 것, 아울러 왜 그만 두고 싶은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위에서 말한 통합과 분화가 적절히 일어나고 있는 예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방관도 아니고 간섭도 아닌, 그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하게 하라는 것 외에 아이의 창의성을 위한 것으로 부모가 모델이 되라고 한다. 이것은 꼭 창의성이 아니더라도 두말하면 잔소리,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 사항이다. 또 한가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박물관, 수족관, 미술관, 동물원과 같이 아이들이 바라 볼 수 있는 대상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 곳을 많이 데리고 다니라고 한다. 나는 여기에 더불어 재래 시장도 권하고 싶다. 5일마다 열리는 장 (우리 동네에는 아직도 이런 장이 선다), 수산 시장, 농수산물 시장, 화훼 시장 등. 아이들에게 정해진 시간 당 많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장소로 추천할 만 하다.
자기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람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저자는 명쾌한 한 마디를 던진다. 여러 가지 검사법이 나와있긴 하지만 이런 검사들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검사에 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는 '보이고 싶은 경향성 (social desirability)' 의 반영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당신은 스스로 얼마나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스스로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느냐가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감이다.
나로 하여금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오보게 만든 것도 다음 구절 때문이었는데, 창의성은 뉴턴이 사과 나무 아래서 발견했다고 알고 있듯이, 케큘러가 꿈에서 뱀의 꼬리를 보고 벤젠 구조를 발견했다고 알고 있듯이, 그렇게 어느 순간 갑자기 영감으로 번쩍하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순간이 오기까지 끊임 없는 연구와 몰입의 단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창의적 과정이란 통찰에 의한 순간적인 지식의 재구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의식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197쪽)
IQ와 창의성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지능은 탁월한 성취의 필요 조건이나 충분 조건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206쪽), IQ120 정도 까지는 창의적 성취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은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는 요즘 부모들에게 던지는 일침.
창의적인 아이는 성공하는 아이가 아니고 행복한 아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목표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행복한 아이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창의적인 아이를 만드는 첩경임을 알아햐 한다고. 아이들의 창의성 교육에 대해 지나친 요구와 강조는 마치 황금알을 낳을 거위의 배를 성급히 가르는 것과 같다고 경고해준다 (320쪽).
앞에서 말했듯이 창의성을 기르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등의 실용적인 의도에서 이 책에 기대를 했다면 읽고서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이 그렇게 소개되어 있는 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창의성에 대한 기본서에 가깝다는 것, 그래서 근본 개념을 다시 짚어주는 것에 충실한 정도이며, 모르고 있던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것까지 기대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