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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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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마이 리뷰에서 수없이 많이 접했었으나 지금까지 읽기를 미루어 왔던 작가,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등.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치의 마지막 연인'으로 읽기를 시작하다.

15세 소녀 마오짱과 그녀의 연인 하치가 주인공으로 역시 지금까지 읽은 그 누구의 소설과도 다른 분위기의 소설. 15세라는 나이는 이처럼 때가 덜 묻은, 그래서 덜 예측하고 덜 계획된 행동을 할 수 있는 나이. 덜 계획된 사랑을 할 수 있는 나이.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인도의 양부모 밑에서 자라난 하치는 잠시 머문 일본 생활을 끝내고 다시 인도로 돌아가기로 하는데, 이별을 앞에 둔 마오짱과 하치의 심리 상태가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잘 묘사되어, 읽는 사람의 마음에까지 번지듯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밑줄긋기'에 남겨 두었다). 이 세상에 아무도 나와 소통할 사람이 없다고 믿는 마오짱에게, 하치는 그대로 세계 자체였고 또다른 자기 자신이었다. 그런 자기의 세계가 사라지고, 자기 자신이 사라지는 듯한 슬픔,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맺는다; 나는 하치를 잊지는 않지만, 잊으리라. 슬프지만, 멋진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슬프지만 멋진 사랑. 이런 사랑을 나는 가졌던가 ...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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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0-20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 요즘 사랑얘기 엄청 좋아하는대...
나는 하치를 잊지는 않지만 잊으리라. 슬프지만 멋진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음 너무 좋은 구절 같아요~

hnine 2006-10-22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었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날 때, 그 때는 정말 가슴이 아프겠지만, 이별을 경험하며 사랑도 배우는 것 같아요.
 
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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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자신을 위한 일 보다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위한 봉사 활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하루, 일주일, 또는 한달 동안이 아니라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짐없는 일과가 되옴에도, 주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 가졌던 꿈과 목표는 어느 구석으로 밀려 났는지 기억도 못 한채, 그렇게 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굼벵이 주부라는 반성을 하고 있게 하는 것은, 우리 나라나, 독일이나, 다를 바 없는 현실이란 말인가.

그래도 저자는 구구절절 신세 타령 조의 글이 아닌, 간결하고 코믹한 필치로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책 한 권 속에 잘 그려내고 있다. 처음 소개되는 내용이 아니어서인지, 금방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감각이 글 속에 여기 저기 숨어있었다. '누가 좀 해야할 일'이라고 불리는 일은 모두 주부가 해야 해결될 일이며, 가정내에서 그나마 주부의 위력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녀의 선택, 그녀의 차림새, 그녀의 취향을 무시하고 비하함으로써 가족들은 쾌감을 느끼며, 이 세상 어떤 일보다도 TV의 스포츠 중계에 열을 올리고 흥분하는 남편을 보며, 지금 이시간 내가 이혼을 하자고 하면 거들떠 볼까 생각한다. 그녀가 고양이를 키우며 오래 동안 별 탈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이유는, 고양이가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고양이에게서 특별히 뭔가를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구절에서는 서글프지만 공감을 해야했으니.

이 세상이 공평하다면, 이렇게 일생을 산 주부에게 댓가로 주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댓가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살아내자 하기에는, 다른 사람의 일상이라 할지라도 마음 한켠이 산뜻하지 못하다. 하물며 그것이 바로 나의 일상과 다르지 않음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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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10-2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의 일상과도 같아요. 요즘은 다람쥐 쳇바퀴같아요.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깨우고 밥 먹이고 허둥지둥 출근하고 퇴근후에도........ 굼벵이주부로 살고 싶어요.

hnine 2006-10-2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에 너무 변화가 잦아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너무 없어도 재미를 못느끼지요. 적당한 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늘 어려워요. 그래도 세실님 페이퍼 보면 재미있게 사시는 것 같던데...^ ^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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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산문집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들의 매력에 요즘 흠씬 빠져 있다. 동화집도 낸 동화 작가이기도 하면서 <사평역에서>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이기도 한 곽 재구의 우리 나라 바닷가를 찾아 다니며 쓴 기행문이다.

구룡포에서 배타고 들어가는 '화진', 군산에서 배타고 들어가는 '선유도', 충무 바다를 거쳐 가는 동화 마을과 지세포란 이름의 갯마을, 군산에서 배타고 가는 '어청도', 동해바다 정자항, 지심도, 어란 포구, 구시포, 사계포, 화포, 등등. 귀에 그리 익지 않은 포구들을 찾아가서 그곳의 풍경과 사람들 사는 모습을, 시는 아니지만 (시의 형식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시와 다름 없는 언어로서 그려준다. 고요하고 무심해 보이기만 하는 바다를 말해주고, 엄연한 생존의 몸부림이 있는 주민들의 삶을 말해준다.

책 장이 몇 장 넘어가며 나타나는, 두 페이지 꽉 차게 들어오는 사진들도 좋다. 대부분 포구의 사진들이지만, 활짝 웃고 있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팥죽집 아주머니의 사진도 있고, 떨어진 동백꽃잎들이 낙엽과 어우러져 있는 한적한 길의 사진도 있다.

이 포구에서 저 포구로 방랑하며 작가가 얻은 것은, 느낀 것은 무엇일까.

포구는, 바다는, 그냥 거기 그대로 있다. 가끔 찾아가 그 곁에 머리를 기대고 마음을 기대고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을 제공받는 것 뿐. 뭍에서의 숱한 욕망과 이루지 못한 꿈과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시 돌이키고 되씹고 그리고 마음 먹고... 찾아오는 사람들, 잠시 머무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떠나는 사람들을 바다는, 포구는 아무 말 없이 맞고 보낸다.

참 아름다운 글이었다는 말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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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0-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말 그래요

씩씩하니 2006-10-1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구 나서,딱 이 느낌였는대.........

hnine 2006-10-1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시인은 정말 타고 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시인의 마음으로 이 세상에 맞서 살아나가기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하도 세상이 만만치 않은지라.

씩씩하니님, 이 작가, 젊어서 뭔가 마음고생 내지는 방황을 많이 한 것 같지 않아요? 잘은 모르지만 ^ ^

kleinsusun 2006-10-1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글을 읽으니 바다에 가고 싶네요.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 작은 방을 하나 얻어서 뒹굴거리는 상상을 가끔 한답니다.^^

hnine 2006-10-2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봄에 갔던 통영, 거제 앞 바다가 그리워요. 물과 육지가 구불구불 서로 엉겨든 것 같은, 내 고향은 아니지만 남쪽 바다 푸른 색이 보고 싶어요.
 
기차를 놓치고, 천사를 만났다
백은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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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리뷰는 이렇게 파아란 색으로 써야 할 것 같다. 꽃그림 작가 백 은하의 독일, 프라하, 바르셀로나, 파리 산타페, 샌프란시스코, 뉴욕 여행기.

 

사진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을 보고 황 경신의 글을 언뜻 떠올렸었으나, 글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방문하는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나 계획을 철저히 세워 여행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기행문이 있는가 하면, 이 책처럼, 즉흥적이고 그야말로 발길 닿는 대로의 여정, 경험을 더 좋아한 듯 한 기행문도 있다. 사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풍경 사진 찍는 기술이 수준급. 간간히 삽입되어 있는 꽃잎과 풀잎, 나뭇잎이 섞여들어간 작품들도 좋고, 지루하지 않은 글도 산뜻하다.

 

그녀만의 표현 방식을 옮겨보자.

활활 타오르는 욕망과 그것이 실현되고 있는 지글거리는 땅. 세상에서 제일 빨갛고 큰 사과. 그래서 나는 아직 뉴욕이 좋다. 여기저기 베어 물어도 맛이 다른 커다란 사과, 여전히 맛을 알 수 없는 사과, 오늘도 와사삭, 한 입 베어 물러 나간다 (P192).

몇 시간이고 앉아서 가지런히 쌓여 있는 아트북을 빨대로 마시듯 했다 (P233).

 

사진으로 표현된 풍경화를 감상하는 느낌이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이랄까. 방문한 독일의 미술관 두 곳에 대한 글을 다 읽고서도, 여기가 독일 어느 지방에 있다고 했지 하며 다시 페이지를 되돌려 한참 찾아야 할 지언정, 천국의 하늘을 가진 도시라고 격찬을 한 산타페가 미국의 어느 주에 있는 산타페를 말하는 건지 아직도 나를 헷갈리게 할 지언정 (산타페라는 지명은 멕시코에도 있고, 미국에도 한 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도 별 네 개를 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 삽입된 그림과 사진들을 위해 작가가 쏟은 정성이 보통이 아님을 알겠기에. 그리고 작가의 관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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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10-0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트북을 빨대로 마시듯 했다
가 눈에 들어오네요.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책 만나셨네요!
hnine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도 잘 지내다 왔어요.^^

hnine 2006-10-0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돌아오셨군요.
집에 있는 저야 오늘 내일 별 다를바 없지만, 출근해야 하시는 분들, 내일 아침 다시 힘내서 일터로 향하셔야겠어요.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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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이 시려우세요?

이 책을 한번 펼쳐봐요.

언젠가 본 적 있는 그 골목, 언젠가 마주친 적 있는 그 얼굴들이 나를 보고 웃어요.

표지라도 보세요, 어린애들의 웃음을 보세요.

손가락으로 브이자도, 별다른 폼을 잡지도 못하고, 그저 입을 크게 벌리고, 햇빛을 눈부셔 하며 웃는 이 아이들을 좀 보세요.

리어커로 이사짐을 나르면서도 웃는 사람들의 표정,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의 고단한 얼굴도 봐주세요.  집의 지붕을 손보고 있는 아저씨의 심각한 모습 뒤로 고층 건물들이 배경으로 보이네요.

힘든 살림이지만 이들은 행복해보인다 라든지, 평화로워 보인다 라고 쉽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보고 읽고 마음 속에 뭔가가 차오르는 것을 조용히 느끼고 갈래요.

때로 '사진'이라는 것이 글로도 다 전달되지 않는 비정형, 무한대의 메시지 전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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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Photo 2006-10-06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 '사진'이라는 것이 글로도 다 전달되지 않는 비정형, 무한대의 메시지 전달자가 될 수 있다는 것..."
--> 절대 공감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보내주신 이 책, 보고 또 보고 하며 음미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