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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분의 여유가 인생을 결정한다
아놀드 베네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아놀드 베네트 라는 19세기에 살았던 영국의 문필가가 쓰고, 박 현석이라는 분이 '편역'을 하였다고 되어 있는 책인데, 편역이라는 것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궁금하다. 읽다 보면 거의 편역자 자신의 저술인 것 같은 느낌의 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책 중에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식의 책을 내는 출판사의 의도가 궁금하다. 박 현석 이라는 분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참신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생각할 기회를 주는 내용도 있었으므로.

아침의 5분을 강조한 책들은 이미 여러 권 나와 있다. 이 책도 역시 아침 5분이 하루 전체를, 그리고 인생 전체를 얼마나 다르게 바꿀 수 있느냐 하는 얘기부터 시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5시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누가 뭐래도 아침형 인간인 나 같은 사람은 안다. 아침 시간이 주는 그 평화와 자유와 여유를. 그래서 이른 새벽 눈이 떠질 때 굳이 더 잠을 청하려고 하기보다는 가뿐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즐거움을. 하지만 나는 굳이 모든 사람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내가 작정하고 아침형 인간이 된 것이 아니듯이 사람에 따라서는 그것이 주는 가치보다 더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질 경우가 있을테니까. 자기에게 맞는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전체적인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시간관리에 대한 것이라고 할수 있는데,  시간에 이끌려 살지 말고, 시간을 계획하고 주도하며 살라는 얘기에는 공감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잡혀지는 약속, 스케줄에 끌려다니다 결국 '하는 것 없이 바쁘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것 없이 바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하는 것 없이 여유를 즐기는 것이 낫지.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는 일주일중 며칠, 퇴근 후 일정 시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쓰는 시간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시간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 무엇을 해도 좋지만, 소설책 읽는데 시간 전부를 쓰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맞다고 동의는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저자 (혹은 편역자)의 의도는 알 것 같아서 그냥 빙그레 웃으며 읽었다.

분명히 읽고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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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家
김서령 지음 / 황소자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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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사람에 대해 알려면 그가 사는 집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찻집에서 세 시간 이야기를 듣느니 살림집에 30분 가보는 편이 훨씬 낫더라고 저자도 책머리에서 말하고 있다. 2003, 2004년에 걸쳐 중앙일보에 '김 서령의 家' 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칼럼을 책으로 묶어냈다. 책 소개란을 통해 화면에서 처음 대한 순간부터 빠져 든 책. 막상 구입해서는 책꽂이 한 켠에 꽂아두고, 한번에 읽어치우기 아까운 심정으로 생각날 때마다 이리 넘겨 보고 저리 넘겨 보다가 (이집 구경, 저집 구경 ^ ^) 오늘 새벽에 마침내 마지막 한 자까지 읽기를 마쳤다.

이리도 멋진 책이 있을까. 요즘 방송에서 유행처럼 볼 수 있는 연예인 집 구석구석 보여주기 와는 다르다. 외국 어디 어디 수입품이라는 값비싼 가구와 실내 장식 재료, 새로 단장한 티가 역력한 깔끔함, 무얼 먹고 사는가 냉장고까지 열어서 보여주는 웰빙 먹거리들, 몇 집 그렇게 구경을 하다보면 다 그집이 그집 같다. 방송을 보면서 저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생각이 든 적 있던가.

이 책에는 스물 두개의 집이 소개되어 있다. 전문 건축가의 손을 빌려 설계된 집도 있고, 주인의 손에 의해 벽돌 하나 하나 올려진 집, 흙으로 집 짓는 법을 손수 배워 지었다는 집, 시골의 버려진 집을 사들여 주인에 의해 새로 꾸며진 집등 다양하지만 어느 집도 그집이 그집같은 집은 없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주인이 모두 다르듯이 집도 모두 다른 모양, 다른 품새,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모두 부잣집도 아니고, 더구나 유행을 좇아 지어진 집들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시인 조은의 사직동 집은 장난감같은 열세평 한옥. 그 열세평 공간이 얼마나 평화롭고 고즈넉하고 정갈하게 꾸며져 있는지 그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주인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잠이 들기 일쑤라고. 화가 박 태후의 나주 집의 거실 그 큰 유리창은 창이 곧 벽 한면을 이루어 밖으로 보이는 나무숲이 눈안에 꽉 차게 들어와 마치 커다란 프레임의 그림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니 멋지지 않은가? 집을 정사각형의 구조로 짓고 가운데 소나무를 심어 집안의 어디에서도 그 소나무가 보일수 있도록 한 화가 윤명로의 집. 제집 뜰에 나무가 자라는 걸 보고 큰 아이는 인생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저절로 알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으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다시 둘러보게 된다. 소설가 이 윤기의 널찌막하면서도 단순한 서재도 역시 주인을 닯아 있는 듯 했다. 최근 '엄마 학교'라는 책을 펴내 많이 알려진 환경운동가 서 형숙님의 집도 나온다.  햇살같이 환한 안주인의 웃음을 닮은 집이라며.

'집'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책에서 묻는다. '안식을 주는 주거지인가, 잘만 굴리면 돈을 왕창 벌 수 있는 투기 상품인가, 어린 날의 추억과 사랑이 깃든 무상의 장소인가, 형제들이 똑같이 군등분배해야할 상속재산인가 (164쪽)' 라고.

결코 흉내낼 수 없을 것 같은 집. 물질적인 풍요가 아닌 정신적인 풍요와 멋이 드러나게끔 주인의 정성과 애정이 구석 구석 스며있는 집. 저자의 탁월한 언어 구사와 어우러진, 아주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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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1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 고민을 혹 해결할 수 있는 책인가 생각해봅니다,,,
과연 나의 주거의 안락함이 중요한가,,,투자라는 포장이 투기를 해야할 것인가,...
오늘 바로 땡스튜랍니다~~

hnine 2007-01-1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집 주인들은 자식들을 거의 다 키워 놓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 또는 싱글이신 분들이랍니다. 즉, 시간적 여유가 비교적 많으신 분들이지요.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 가족은 편리성이 최대로 보장된 주거 형태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 책, 권해드릴만 합니다.
 
서울 아이들 창비아동문고 113
윤동재 지음 / 창비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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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깍두기 님의 페이퍼에 윤동재 님의 시가 인용된 것을 보고 이 분의 동시집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미 여러 권의 동시집을 내셨는데 그 중의 한 권 '서울아이들'에 제일 먼저 마음이 갔다. 책을 받아드니 꼭 초등학교 시절 국어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의 크기와 두께, 큼지막한 글씨, 흑백의 삽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소박한 시들.

서울 아이들은/수박이 겨울에도 난다고 한단다./-- 히히, 우습다. 수박은 여름에 나지./서울 아이들은 국화꽃이 봄에도 핀다고 한단다./히히, 우습다. 국화꽃은 가을에 피지./아니, 서울 아이들은/돈만 있으면 겨울에도 수박을 살 수 있단다./봄에도 국화꽃을 살 수 있단다.---('히히, 우습다' 중 일부 발췌)

이런 개구장이 같은 시들도 있는가 하면,

성탄절 아침 일찍 희열이네 집으로/희열이 동무 둘이 놀러 왔다/염색 공장 다니는 희열이 아버지/밤일 마치고 늦게 들어와/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국민학교 일학년인 정수는/마징가제트 로봇 꺼내놓고/산타 할아버지가/선물로 준 것이라며/자랑하고/달명유치원 다니는 남철이는/오천원짜리 돈을 펴 보이며/산타 할아버지가/선물 대신 준 것이라며/자랑하고/여섯살이 되었어도 유치원도 못 다니고/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희열이는/---/내 산타 할아버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눈이 오지 않아 걸어오느라/나한테는 선물이 늦다고 말한다/---/잠귀가 밝은 희열이 아버지/아까부터 일어날까말까 망설이다가/희열이 이야기 듣고는/가슴이 콱막혀/슬그머니 돌아눕는다 ('산타할아버지 선물'중 일부 발췌)

이런 찡한 시들도 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도 외로움은 마찬가지. '잠실 주공 아파트'라는 시에 보면 열쇠를 목에 걸고 놀이터에서 졸고 있는 두 아이가 그려져 있다.

시인은 이들 시를 통해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하다 할지라도 아이들 마음 속에 따뜻하게 자리잡고 있는 인정과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자연에 대한 사랑, 사물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

책에 실린 시들을 읽는 동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마음이 흙탕물 처럼 흐려졌다 생각이 들때 이렇게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시를 읽는 것도 마음을 다시 가라앉히는데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왜 막상 그럴 때는 그 생각이 안 나는지 참...

* 이 책의 그림을 그리신 '박 승순'님에 대한 소개가 없다. 궁금하여...

* 책을 선물해주신 여울마당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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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1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산타할아버지.선물은,,가슴이..찡해와요...

hnine 2007-01-1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들을 아이들에게 읽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해졌어요. 저희 아이(7살)에게는 아직 이를까요? (사서선생님께 문의드리는 중 ^ ^)
 
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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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란 코끼리란 엄마의 자동차에 붙여진 별명이다. 이혼한 후 이 책의 화자 (話者)인 11살 아들과 8살 딸을 데리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가 새로이 운전을 배우면서 구입한 샛노란 소형 자동차.  회색 책 표지 바탕의 무채색 스케치 가운데 노란색 자동차의 색이 상큼하게 돋보이는 책.

운전을 못하던 엄마가 이 노란 자동차를 끌고 미숙한 운전 기술로 인해 이런 저런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이런 엄마를 주인공인 11살 아들은 때로는 안스럽게, 때로는 한심하고 어이없게 생각한다. 바빠서 집에 잘 안 들어오던 아빠에게 사실은 다른 애인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이혼을 결심한 엄마와 느닷없이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된 아이들의 살아나가는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이 유머스런 필치로 그려져 있지만 읽으며 웃기만 할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이제 11살의 나이에, 아빠가 안계신 우리 집에서 남자인 나는 어떤 태도를 해야 하나를 은연중에 생각하게 되는 주인공. 늘 덤벙거리고 어설픈 엄마를 한심해 하면서도 동시에 엄마의 마음, 그리고 어린 여동생의 기분을 헤아리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한건 열한번째 생일, 집을 나갔던 아빠가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들고 집을 방문한 날이다. 오랜 만에 모인 식구들의 저녁 식사 도중 엄마와 아빠 사이에 몇 차례 말다툼이 오가다가 아빠는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고, 아이들은 아빠를 부르며 달려 나간다. 우산을 들고 아빠에게 뛰어간 동생은 그 우산을 든 채로 되돌아 오고 아빠는 비에 젖은채 찻길로 향한다.

관계가 좋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부모의 이혼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쉽지 않은 충격이다. 일시적인 충격이 아닌, 오랜 적응과 노력이 필요한 충격. 언젠가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를 읽으며 난 저자와 또 다섯살 배기 그녀의 딸의 마음을 왔다 갔다 하며 가슴 아파 했더랬다. 감정적인 외로움과 서글픔이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당장 아이와 함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엄마의 모습과 그런 치열한 엄마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사랑을 확인하려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책의 엄마도 그런 마음이리라. 그래도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를 잃지 않는 성격, 아이들의 맑고 순진함, 엄마에 대한 배려는 이 가족들을 이끌어갈 힘이 될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엄마와 함께 우여곡절을 겪은 노란 자동차의 폐차 시점에 이를 즈음에 엄마는 운전에도 많이 익숙해지고, 새로운 상황에도 많이 익숙해진다. 털털거리는 자동차를 끌고 오면서 바라보는 토마토 쥬스 색깔의 태양처럼 꿋꿋하게 살아나갈 가족을에게 혼잣말을 던진다. 그래요, 이 세상에 극복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이 될수도 있지 않겠냐고.

이 책을 다 읽은 어제 밤  편모 혹은 편부 가정을 그린 특집 방송을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긍정적인 사례들과 여전히 힘들어하는 가정. 자꾸만 늘어가는 이혼률로 인해 늘어가는 이런 가정의 경제적 사회적 보장을 위해 이 사회에서도 국가에서도,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그 가족들이,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두운 면만 보지 않고 마음을 밝은 쪽을 향하고 성장해갈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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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0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옆지기랑 다투고 나서 아이들한테 엄마아빠 이혼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아무말 않고 있던 큰아이가 좀 있다가 하는 말, 엄마? 아빠랑 진짜 이혼할 거야? 말수가 적은 큰아이가 무척 놀랐나봐요. 작은 아인 엄마랑 살거라고 말하구요. 어찌 웃기던지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싶어 스스로 놀랐어요.
님, 리뷰도 좋고 이 책도 좋아 보여요.

2007-01-08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1-0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저도 비슷한 경험이...ㅎㅎ.. 이 책 초반부엔 그저그런 내용으로 생각하고 읽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얼마나 가슴이 저리던지요.

전호인 2007-01-0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낳았으면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부모에게 있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랍니다. ㅎㅎ.

hnine 2007-01-09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그렇지요. 그런데 행복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행복한 아이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말들도 하지요. 어려워요...
 
틈새
이혜경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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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여 쓰여진 글이다. 쑥쑥 써내려갔을 것 같은 부분은 찾기 힘들다. 평범한 이름을 가진, 평범해 보이는 인상의 작가, 하지만 이 책에 실려진 어느 글 하나 평범한, 그렇고 그런 많은 소설들 중의 하나라고 넘어가게 되지 않는다. 별로 눈에 띄이지 않은 평범해 보이는 대상들을 이렇게 특별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탄탄한 문학성과 평범함 그 너머를 건너다 볼수 있는 예리함에 일단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그래도 된다면.

물 한모금, 외국인 노동자의 가난, 외로움,  다른 사람의 눈엔 아무것도 아닐수 있는 움켜쥔 꿈이 마지막 가는 말, 그저 한모금의 물.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들이키는. 이것이 비단 한 고달픈 외국인 노동자의 얘기라고 보여지는가? 아니, 아니...비참하고 가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것 없지 않은가. 바로 우리들의 삶의 모습인 걸.

문 밖에서 는 평소 나도 가지고 있던 생각을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대하니 반갑고, 또 개인적인 생각에서 일반적인 생각으로 바꿔보게 되는 기회를 주었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금긋기>의 관점에서 작가는 다른 사람의 영역과 사고를 마구 넘어들어가 헤집어 놓는 행위를 각성시키고 싶은 것이었나. 금긋기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필요한 일 중의 하나이고, 일종의 규칙이고 예의같은 것. 이 글에서와 같은 상황을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난다. 자기가 남의 금을 넘어가서 그 사람 위에 올라서 있음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는다. 방관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세상, 간섭이 관심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 망태할아버지 오시네 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은 내 맘대로 내 영역을 줄로 그어 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랑 아무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영역까지 내손으로 쭈욱 줄 그어 결정지으려 하는 사람, 특히 군중의 자격으로 합심해서 저지르는 이런 일들을 그리고 있다고 보면 될까.

가출을 결심하고 내 경계 밖으로 나가보는 아이의 이야기 늑대가 나타났다, 나와 너의 사이라는 뜻을 가진 피아간에서 보여주는 반전의 결말, 그 외의 틈새, , 그림자,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실려 있는 작가의 목소리는 같았다.

내공이 돋보이는 작가, 특별한 사건들을 만들지 않고도 분명히 할말을 다하는 작가의 그 문학적 기본기가 뛰어나 계속 주목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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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1-0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7040

서평에 다는 댓글로는 딴소리 같지만... 마이리뷰의 카테고리가 참 독특하시네요...


hnine 2007-01-0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그런가요? 애 엄마가 되고보니 아이키우기에 대해 읽는 책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커져서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고 그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으려던 생각이었어요. 이건 댓글로는 딴소리 같지만 ^ ^ 해적님 닉네임처럼 재미있는 닉네임이 없는 것 같아요. 부를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 ^

씩씩하니 2007-01-0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님의 카테고리가,,참 부러웠는대.흐...
아무 생각없이 만든 카테고리땜에 심각하게 고민중인건 저지요...님..멋져요...
암튼,,님의 닉네임 이벤트 한번 하심 어떠셔요? 바로 응모해야지...ㅎㅎㅎ

hnine 2007-01-03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엄마라는 이름 뒤에서라도 저는 저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지키고 싶었던 모양이어요 무의식중에.
하하...이벤트요.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벤트에 응모하는 것도, 더구나 제가 이벤트를 주최하는 것은 더욱더 자신이 없더라구요. 캡 짱 소심 ^ ^ (이런말 써도 되나 근데??)

해적오리 2007-01-0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카테고리가 맘에 들어서 댓글 단 거에요. 자꾸 엄마들이 아이들땜에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좀 안타까웠거든요. ^^ 글쿠 제 닉넴 저도 맘에 들어요. 좀 길어서 줄여부르는 버전이 여럿되긴 하지만요..ㅎㅎ

비로그인 2007-01-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이 가득한 새해 되시길~ 그간 잘 지내셨어요?

hnine 2007-01-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반가와요. 이제 한숨 좀 돌리셨는지요. 어디에 정착하셨는지도 궁금하고...아무튼 여기서 자주 뵐수 있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