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노란 코끼리란 엄마의 자동차에 붙여진 별명이다. 이혼한 후 이 책의 화자 (話者)인 11살 아들과 8살 딸을 데리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가 새로이 운전을 배우면서 구입한 샛노란 소형 자동차.  회색 책 표지 바탕의 무채색 스케치 가운데 노란색 자동차의 색이 상큼하게 돋보이는 책.

운전을 못하던 엄마가 이 노란 자동차를 끌고 미숙한 운전 기술로 인해 이런 저런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이런 엄마를 주인공인 11살 아들은 때로는 안스럽게, 때로는 한심하고 어이없게 생각한다. 바빠서 집에 잘 안 들어오던 아빠에게 사실은 다른 애인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이혼을 결심한 엄마와 느닷없이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된 아이들의 살아나가는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이 유머스런 필치로 그려져 있지만 읽으며 웃기만 할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이제 11살의 나이에, 아빠가 안계신 우리 집에서 남자인 나는 어떤 태도를 해야 하나를 은연중에 생각하게 되는 주인공. 늘 덤벙거리고 어설픈 엄마를 한심해 하면서도 동시에 엄마의 마음, 그리고 어린 여동생의 기분을 헤아리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한건 열한번째 생일, 집을 나갔던 아빠가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들고 집을 방문한 날이다. 오랜 만에 모인 식구들의 저녁 식사 도중 엄마와 아빠 사이에 몇 차례 말다툼이 오가다가 아빠는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고, 아이들은 아빠를 부르며 달려 나간다. 우산을 들고 아빠에게 뛰어간 동생은 그 우산을 든 채로 되돌아 오고 아빠는 비에 젖은채 찻길로 향한다.

관계가 좋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부모의 이혼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쉽지 않은 충격이다. 일시적인 충격이 아닌, 오랜 적응과 노력이 필요한 충격. 언젠가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를 읽으며 난 저자와 또 다섯살 배기 그녀의 딸의 마음을 왔다 갔다 하며 가슴 아파 했더랬다. 감정적인 외로움과 서글픔이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당장 아이와 함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엄마의 모습과 그런 치열한 엄마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사랑을 확인하려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책의 엄마도 그런 마음이리라. 그래도 낙천적인 성격과 유머를 잃지 않는 성격, 아이들의 맑고 순진함, 엄마에 대한 배려는 이 가족들을 이끌어갈 힘이 될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엄마와 함께 우여곡절을 겪은 노란 자동차의 폐차 시점에 이를 즈음에 엄마는 운전에도 많이 익숙해지고, 새로운 상황에도 많이 익숙해진다. 털털거리는 자동차를 끌고 오면서 바라보는 토마토 쥬스 색깔의 태양처럼 꿋꿋하게 살아나갈 가족을에게 혼잣말을 던진다. 그래요, 이 세상에 극복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이 될수도 있지 않겠냐고.

이 책을 다 읽은 어제 밤  편모 혹은 편부 가정을 그린 특집 방송을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다. 긍정적인 사례들과 여전히 힘들어하는 가정. 자꾸만 늘어가는 이혼률로 인해 늘어가는 이런 가정의 경제적 사회적 보장을 위해 이 사회에서도 국가에서도,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때가 아닌가 싶다. 그 가족들이,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두운 면만 보지 않고 마음을 밝은 쪽을 향하고 성장해갈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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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0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옆지기랑 다투고 나서 아이들한테 엄마아빠 이혼할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아무말 않고 있던 큰아이가 좀 있다가 하는 말, 엄마? 아빠랑 진짜 이혼할 거야? 말수가 적은 큰아이가 무척 놀랐나봐요. 작은 아인 엄마랑 살거라고 말하구요. 어찌 웃기던지 그러면서도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싶어 스스로 놀랐어요.
님, 리뷰도 좋고 이 책도 좋아 보여요.

2007-01-08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1-0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저도 비슷한 경험이...ㅎㅎ.. 이 책 초반부엔 그저그런 내용으로 생각하고 읽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얼마나 가슴이 저리던지요.

전호인 2007-01-0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낳았으면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부모에게 있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랍니다. ㅎㅎ.

hnine 2007-01-09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그렇지요. 그런데 행복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행복한 아이가 있을 수 있겠느냐는 말들도 하지요.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