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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메이 아줌마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13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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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없이 친척의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던 여섯살 여자 아이 서머는 어느 날 메이 아줌마와 그녀의 남편 오브 아저씨에 의해 웨스트버지니아의 숲속의 집으로 와서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서머가 열두살 되던 해 어느 날 메이 아줌마는 돌아가시고, 오브 아저씨는 메이 아줌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못하고 있고 서머 역시 생활의 중심이 빠진 듯한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돌아가신 메이 아줌마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으로 시작된다. 아무도 돌보지 않으려고 하던 여섯살 어린 아이를 작은 천사라고 여기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그 아이로 하여금 이곳이 천국이라고 여길만큼 따뜻한 사랑으로 키워주고, 남편의 마음 속에 자신의 빈자리를 그토록 크게 남기고 떠난 메이 아줌마로부터, 사람이 한 평생을 살고 떠나면서 무엇을 남기고 갈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신시아 라일런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웨스트버지니아의 산마을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쓰여진 이 책은 미국에서 1993년 뉴베리 상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상을 받은 작품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아니어서 길지 않는 분량을 읽으면서도 다소 지루한 감까지 있었고 화려한 수사여구로 쓰여진 것도 아닌 이 책의 진가는,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읽는 사람에게 조용히 전달되는 그것, 즉 사람이 남기고 갈수 있는 것, 살아있는 동안 사람이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데에 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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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이 낯익다 했는데 오늘 우연히 아이의 수첩을 보니 삐뚤빼뚤한 글씨로 신시아 라일런트의 11월 이라고 적혀 있다. 도서관에 반납하기 전, 제목이라도 어디에 적어놓으라고 내가 시켰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로부터 별로 주목받지 않는 달 11월을 주제로, 이 책 역시 말이 무척 절제되고 그림이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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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갈 수 있는 것은 무언지 생각해봤어요.
비도 오는데 더욱 철학적이 되네요.

hnine 2007-07-19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남기고 갈수 있는 것...무거운 주제이지요.
 
밥이 끓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9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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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밥이 끓는 시간'이라고 붙인 저자의 의도가 무어라고 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전해진다. 밥 때가 되면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밥 짓는 냄새가 나는 집, 사람이 사는 집이다.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집, 밥 냄새가 나지 않는 집, 며칠 동안 창문이 열리는 일이 없는 집,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집은 어딘가 이상하지 않겠는가.

정상적으로는 중학교에 다녀야할 여자 아이 순지는 아침이면 부엌에서 엄마가 달그락 소리를 내며 아침을 준비하고 밥 끓는 냄새가 나던,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어려운 집안 형편도 형편이지만 이제 네 살이 된 동생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순지는 학교에 제대로 다니질 못한다. 데리고 가서 교실 밖 복도에 앉혀 놓기도 하지만 추위를 못 이긴 동생은 자꾸만 누나가 공부하는 교실로 들어오고, 선생님의 배려로 교무실에 데려다 놓기도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 아침에 쌀독에 쌀이 있으면 그나마 밥을 짓고, 없으면 배를 곯는 생활. 누구 탓도 하지 않는 어린 소녀는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무심한 듯,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는 한 소녀의 얼굴이 읽는 동안 그려졌다. 새엄마가 아기를 낳고 바로 나가버리자 순지의 마을 사람들은 회의를 통해 갓난 아기는 고아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차에 실려 가는 동생을 순지와 네살 동생까지, 울며 불며 못 데려가게 하려고 애를 쓰지만 동네 사람들의 만류에 의해 아기와 이별을 하고. 집을 나가 연락도 없이 몇 해를 떠돌던 아빠가 어느 날 나타나고 순지는 오랜만에 아빠 몫까지 밥을 지으며 실낱 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아직도 전국에 상당수의 결식 아동들이 있다고도 하고, 며칠 전에 TV에서 본 어느 프로그램 생각도 났다. 하루 종일 나물을 팔면 이만원 정도. 그것 가지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께서 두 손자를 키우는데 매일 저녁은 라면이고, 다른 반찬도 없이 손으로 밥을 김에 싸서 허겁지겁 두 어린 아이의 먹는 모습을 보았다. 실로 겸허하고 감사해야할 밥 한 그릇 아닌지. 작가의 가슴 속에 남아있던 어떤 추억이나 경험이 이런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였을까. 서문에 맨드라미 피는 집에 살던 어떤 소녀에 대한 회상이 나온다.
요즘 청소년들은 이런 소설을 읽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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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7-1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돌아다니면 든 생각...제가 주로 읽는 책들 말고도 동화나 이런 책들을 읽으면 좋겠다!에요. 두분의 댓글을 보니, 저만 해도 보지 않고, 겪지 않아서 인지 좀 멀게 느껴집니다. 책에나 나올 것 같은... 있다고는 알고 있지만 상상은 잘 안되는...어쩜 그래서 더 이런 책들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hnine 2007-07-20 07:12   좋아요 0 | URL
책에서 우리가 얻을수 있는 것들 중 하나이겠지요.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요. fallin님, 동화를 읽으면서 의외로 얻는게 많더라고요.
오늘도 빗소리에 잠을 깨었어요. 오늘도 힘차게!! ^ ^
 
내가 나인 것 사계절 아동문고 48
야마나카 히사시 지음, 고바야시 요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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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히데카즈는 초등학교 6학년.  대학생, 고등학생 형이 하나씩 있고, 중학생 누나, 두살 아래 여동생이 있다. 그리고 잔소리꾼 엄마와 엄마말에 무조건 예스맨 아빠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이다. 어디 하나 특출날 것도 없는 히데카즈는 엄마로부터 늘 못났다는 소리를 듣는 구박덩어리. 엄마한테 야단맞는 도중 무심결에 집을 나가버리겠다고 하고, 엄마는 나갈테면 나가라고 하며 다른 형제들에게도 히데카즈가 가출을 할 예정이라고 비웃듯이 알려준다. 쓸쓸해진 히데카즈는 정말로 목적지도 따로 없이 가출을 하고, 무작정 들어간 나츠요라는 동갑내기 여자애와 할아버지가 사는 어느 집에 신세지며 한동안 얹혀 지낸다. 짧지 않은 시간을 그 집에서 지내다가 큰맘 먹고 다시 들어간 집에서 엄마가 오랜만에 찾아들어온 히데카즈를 맞는 방식은, "너 누구니?, 뉘 집 자식인지 모르겠다만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오지 말아 줘!" 엄마가 어떻게 받아줄까 안그래도 두근두근하며 들어선 히데카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된다.

이 책은 물론 히데카즈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지만, 정작 문제가 있는 것은 히데카즈의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히데카즈는 평범한, 그저 보통의 소년일뿐. 그리 풍족치 않은 살림에 다섯 남매를 뒷바라지 하는 엄마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다 너를 위해서 한 일이야." "네가 어떻게 엄마인 내게 이럴 수 있어!" 라는 히데카즈의 엄마의 말은 이 가정의 문제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엄마의 스스로 희생이라 생각하는 그 일방적인 희생을 식구들 아무도 희생으로 알아주지 않는 엄마의 인생, 또 그러한 불만이 가슴속에 늘 큰 덩어리로 존재하는 엄마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모든 비난과 구박을 받아내야하는 자식들.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끝까지 엄마의 이해를 포기하지 않고, 나는 엄마의 아들임을, 그리고 나는 나라는 것도 알려주겠다는 히데카즈의 용기에서 그래도 이 가정의 희망을 본다.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인 것 같은데, 지금 읽으면서도 전혀 시대 흐름을 못느끼겠는 것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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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15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인 것 같아요. ^^

hnine 2007-07-15 13:18   좋아요 0 | URL
혜경님, 글쎄 이 책이 1969년에 처음 나온 책이지 뭐에요. 이 정도까지 오래된 책일줄 몰랐어요. 그러니까, 혜경님이랑 제가 몇살때인거죠? ^ ^
 
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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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만은 외모를 중요시하는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성장이 끝난 성인이 되어서야 신경쓰기 시작하는 문제도 아닌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은 이제 열여섯 살이 된 남자 아이 벵자멩의 이야기이다. 먹는 것에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좋아하는 벵자멩은 장래 희망도 요리사가 되어 자기만의 근사하고 고급스런 레스토랑을 갖는 것. 맛 있는 케이크를 직접 만들고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문제는 학교에서 실시한 간강진단에서 비만이라는 판정을 받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경고를 듣고서부터이다. 전문가들과의 상담, 다이어트 과정에 들어가면서 인생의 큰 즐거움을 박탈당한 것 같은 기분으로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같은 반의 여자 친구 클레르에게 빠져 들면서 다이어트 전선은 클레르와의 관계의 진행 상황에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제어할 수 없는 식욕으로 해소하게 되어 100kg 체중을 눈 앞에 두기까지.
벵자멩과 상담을 해주던 한 심리학자가, 지금의 시기가 말할 수 없이 심각하게 여겨지겠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돌이켜보게 되면 오히려 즐거운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어줍잖은 조언을 하자 그에 대한 벵자멩의 대답은,
"마흔 여섯 살, 선생님께는 유년기, 사춘기, 그 시절들이 모두 지금의 선생님 나이로 오는 과정에 지나지 않겠군요...또 전 열여섯 살 밖에 안 됐으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할 거고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심각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니죠 전 열여섯 살인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요! (...) 그건 추억이 아니고, 제 현실이에요! 선생님의 진짜 삶은 현재의 선생님 나이겠지요, 성년기 말이에요! 제게 있어서 진짜 삶은, 지금이에요..." (146쪽)

지나고 보면 다 아무것도 아닐 일로 심각해하지 말라는 충고를 우리는 무심결에 종종 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무심결에 던질 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벵자멩은 이혼한 아빠의 새로운 여자 친구인 소피에게 우연히 클레르와의 사연을 털어 놓으면서 그녀의 따끔한 충고에 마음을 잡게 된다.

청소년기에 겪는 외모에 대한 고민은 제목에서 처럼 자신의 인생 전체를 결정짓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기 쉽다. 남자 아이 역시 여자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수 있었으며, 책의 후반으로 가면서 체중 자체보다는 이성 문제가 더 심각한 고민으로 부각되다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새로 정립되자 다이어트에도 다시 착수 하게 되는 것으로 끝난다. '의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을 빼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사랑을 하는 건데.....' 이 책의 맨 마지막의 벵자멩의 독백이다. 사랑과 비만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비만으로 고민하는 가족이 있다면 사랑을 듬뿍 주자. 사랑에 배고파 비만이 되는 일은 없도록.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프루스트 클럽' 등이 나온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의 반올림 시리즈 중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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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이어트를 하려면 사랑을 하라니

솔로는 결국 다이어트도 맘대로 못하는 OTL...

hnine 2007-07-13 10:52   좋아요 0 | URL
사랑을 하면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나, 어쩐다나...그러네요 ^ ^
 
하예린은 내친구 반쪽이 시리즈 6
최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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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가족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재미있게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이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솔직하게 그대로 그려져 있는데도 재미있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은 (주로 여행기) 따로 그런 제목으로 묶어 책으로 나와있다 (파리 여행기, 오지 여행기 등).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라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써도 그렇게 재미있을까?  그럴 것이라고 확신 못 하겠는 것은, 아마도 하예린 가족은 평범해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하지 않다는 뜻?
우선, 하예린의 아빠이자 이 책의 저자인 최정현 (반쪽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에게서는 대부분 대한민국의 남자, 가장이 갖는 권위 의식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여자는 이러해야 한다, 남자는 이러해야 한다, 딸은, 아들은...이런 틀에 박힌 의식 대신에, 가정과 일이라는 두 토끼를 쫓고 있는 아내를 대신해 딸의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주고 자신의 작업에 딸을 참여시키며, 명절에 시댁가느라 고속도로에서 시간 버리고, 여자들은 부엌일에 매이는 풍습을 버리자고 주장하며, 명절과 상관없이 5월의 어느 한주 일요일을 잡아 온 가족이 집 밖의 어느 장소에서 다 모이는 처가의 전통을 주장한다. 학원 숙제에 대해 딸 하예린과 이 아빠가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자.
"아빠는 내가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가 안 좋아?"
"공부라는 것이 능동적인 것이 있고 수동적인 것이 있는데 학원숙제는 수동적인 공부잖아."
"그래서?"
"하고싶지 않은 것을 부모를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은 보기가 안좋아."
"호~"
"아빠가 원하는 것은 하예린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미친듯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몰두해서 온몸을 불 사르듯이 하라는 거지?"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어."
"미치다니?"
"남이 보기에 미친 듯이 노력해야 원하는 곳에 도달 할 수 있다는 뜻이야."
"어떤 것을 하든 간에 관계가 없어?"
"관계 없지. 오히려 그 누구도 안한 것을 하면 더 좋지." (본문 191쪽)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식에게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부모가 될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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